다음에 적은 내용은 얼마 전 지인이 '전국공처가협회 표어 당선작'이라며 필자에게 보내 온 것입니다. '장려상: 아내에 의한, 아내를 위한, 아내의 남편이 되겠습니다. 동상: 아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은상: 나는 아내를 존경한다, 고로 존재한다. 금상: 나는 아내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대상: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하겠습니다.' 다음 날엔 이런 이야기를 보내왔더군요. '유부남 헌장'입니다. '아내가 TV를 볼 때 감히 다른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설치지 마라. 아내 앞에서 여자 연예인, 다른 이의 아내, 회사 여직원을 칭찬하지 마라. 피곤해도 양치질과 샤워는 잊지 말고 하고 자라. 휴일에는 집에만 있지 말고 아내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라. 아내가 걸레를 빨면 창문을 열고, 설거지를 하면 청소기를 돌려라. 소변을 볼 때는 항상 양변기 시트를 올리고 보라. 다 봤으면 반드시 원위치 시켜라. 퇴근 전 아내에게 전화하는 버릇을 들여라. 동시에 아내의 전화는 반드시 성의 있게 받으라.' 그뿐인가요. 남성을
무한불성(無汗不成)! 땀 흘리지 않고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위의 말을 뒤집어 본다면 세상엔 공짜는 있을 수도 없지만 결코 있어서도 안 된다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 동물원들은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정도지만 영토가 넓기로 이름난 캐나다엔 광범위한 지역에 울타리를 쳐놓고 동물들을 방목하는 사파리가 여러 곳 있다고 한다. 그곳에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동물원에 가면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재미가 우선되는데, 도대체 왜 먹이를 주지 말라는지 얼핏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게 하나의 적선이 되는 것인 양 통념으로 여기는 우리들에겐 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사실 그 이유를 알아보곤 적잖이 놀라웠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파리를 운영하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동물원마냥 사람이 먹이를 일일이 주는 운영이 아니라, 사파리 울타리 안은 산과 강, 그리고 드넓은 광야까지 있어 자연생태계 그대로이며 방목하는 동물들 스스로가 먹잇감을 구하는 형태의…
학교 내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발인 '스쿨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 일상에서 이어지는 여성혐오문화, 그에 따른 성범죄 피해사실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은 학교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성차별과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사회의 낙후된 권력구조가 그대로 있는 학교 현장에, 성폭력 성추행의 범죄가 암암리에 행해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학교라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에서 권력을 가진 교사에 의해 벌어지는 성폭력, 성추행의 문제는 학교에 다닌 적이 있는 여성들은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늘 조심하라고 훈육하지만 권력을 가진 나 '교사'는 예외인 듯 행동하는 소위 변태 선생님. 허벅지를 드러내고 짧은치마를 입으면 남자들을 흥분시키니 모두 다 네 책임이라고, 다리 벌리고 앉아있으면 섹스하고 싶어하는 표시라고 하면서 나의 몸을 혐오하게 하는 권력자. 정작 그들은 허벅지를 더듬고 무릎에 앉히면서 성범죄를 저지른다. 바로 학교라는 교육현장에서. 피해 학생들은 이런 부정의한 학교현장을 고발한다. 철저하게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을 구분해 인지시키고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이 위계화 돼있는 학교현장이 어쩌면 우리
비만 가족력 때문에 나름 열심히, 또 성실히 평생 다이어트를 해왔지만 요요현상 때문에 비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 늘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굶기도 해보고 유행하는 다이어트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건강은 나빠졌고 다이어트 실패로 자신감을 잃고 방황도 했다. 게다가 2년 전부터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올해 건강검진에서 당뇨와 고혈압 전단계라는 결과가 나왔다. 충격과 위기감 속에 그동안 혼자 하던 건강관리를 접고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보건소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실 '건강증진센터에서 1주에 두 시간 하는 운동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수업이 너무 좋아서 수료하기가 싫을 정도였다. 충주시보건소의 비만관리교실은 지난 8월부터 12주간 운영됐는데, 근력 및 유산소운동과 개개인 맞춤형 상담관리로 구성됐다. 또한 스마트폰과 연결된 개인별 활동량 측정기(미밴드)를 보급 등록해 실시간 모니터링 상담으로 비만관리에 도움을 줬다. 운동을 계속 바꿔가며 진행해 지루하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이 기다려졌다. 처음엔 GM식단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동료들을 보며 '잠깐 나도 해볼까?' 했지만 평생 유지
산업단지를 확충하고 우량기업을 유치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온 충주시가 바이오헬스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지정과 함께 지난 11월 국가혁신클러스터로 최종 지정되면서 중부내륙 신산업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과거 충주는 남한강 뱃길이 통하고 영남대로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삼국을 아우르는 중원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20세기초 경부선철도가 충주를 빗겨가고 도청이 청주로 옮겨가면서 개발 축에서 멀어졌다. 시는 침체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총력을 기울여 기업도시를 유치했고, 6개 기업도시 중 유일하게 성공시켰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제 몫을 못하듯 충주기업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공기관 이전으로 조성된 혁신도시는 새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를 통해 날개를 달게 됐다. 정부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국가혁신클러스터를 지정해 각종 혜택을 주고 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 스스로 삽 들고 땀 흘려 힘들게 일군 충주기업도시는 혁신클러스터에서 배제될 상황으로, 진천·음성 및 원주혁신도시가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 기업유치에 유리한
충북에 관한 일이라면 우리가 최고의 전문가여야 한다. 외지 사람이 충북 일을 문의하면 뭐든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보다 외지사람이 더 잘 안다면 비정상이다. 그런 일이 며칠 전 충주에서 벌어졌다. 지난 11일 충북사회는 전날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갈등 끝에 타결한 고교무상급식에 대한 후유증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앙 언론은 충주가 세계 수소차의 심장으로 떠올랐다는 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중앙 메이저 신문 경제면 톱기사로 실을 정도였으며, 이런 경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충북의 일이 청주에 집중해 있는 지역 언론에 의존하는 경향은 있지만 충주에도 방송국이 2개나 있고 지역신문도 있으니 충북이 떠들썩할 게 뭐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중앙언론에 보도된 충주 수소전지 공장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계 최초·최고·최대란 수식어가 중첩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충북에 살면서 세계 최초·최고·최대란 말을 들어 본 적은 많지 않다.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뛸 일인데, 그 기쁜 소식을 지역 언론보다 중앙언론으로부터 심층적으로 들었다는 사실이 의아한 것이다
알람 소리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가로등 불빛으로 하얗게 날아드는 눈송이의 율동이 나비의 날갯짓인 양 나부낀다. 윙윙 찬바람에 울던 마른 가지는 순백의 꽃을 달고 어둠 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겠지. 이 차오르는 감정은 무엇이고 그 밑바닥으로 흐르는 그리움은 또 무엇인가. 까맣게 잊고 살아온 삶의 조각들을 불러내는 첫눈은 그냥 눈이 아니라 추억이고 낭만인가 보다. 성탄절에 첫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던 순수의 계절이 있었다. 그 해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가가호호를 방문하는데 기적처럼 첫눈이 내렸다. 어디로부터 내려오는 걸까. 수천수만의 군무가 펼쳐졌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캐럴에 맞춰 왈츠를 추는가 하면 경쾌한 리듬을 타며 트위스트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포근하게 덮어줬다. 마지막 집에서 준비한 뜨끈한 만둣국으로 몸을 녹이고 나와 보니 함박눈이 진눈깨비로 변했다. 그때 우산 하나가 다가왔다. 혼자 쓰기에도 넉넉지 않은 작은 비닐우산이다. 둘이 함께 쓰자니 한쪽 어깨는 다 젖었지만, 차갑지가 않았다. 포개진 다른 쪽 어깨가 포근하고 따뜻해서 일게다.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
글 제목을 정하기 위해 '밥을 먹는 동안에'와 '밥을 먹는 동안은'의 두 문장을 두고 출근시간 내내 망설였다. 소설가 김훈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칼의 노래' 첫 문장을 쓸 때, 주격조사를 '은'으로 할지 '이'로 할지 오랫동안 고심했듯이 나도 그랬다. 조사 하나에 따라 문장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조사하나에 삶이 갇혀버리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한다. 단 하나의 조사나 어미(語尾)로 삶을 대하는 관점이나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지난 3개월간 밥집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밥을 먹는 동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은 불과 10분에서 30분 남짓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일별할 수 있는 긴 시간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공간이 '푸드 포르노'로 가득 채워지는 시대이다. 섹스 대신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는 세상, 음식이 페티시즘의 대상으로까지 확장돼 먹방이 아니면 방송국 운영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밥 한 끼가 생존의 절대조건이다. "움푹해라 내 욕망은 밥숟갈을 닮았다."라는 시구절도 있듯이 비어있는 밥그릇은 밥에 대한 절망이다.
며칠 전 시골 경로당을 잠시 들렸다. 부모님 같은 고향 노인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어떤 분이 "아, 요즘 북한에 쌀을 죄다 퍼다 주는 바람에 쌀 금이 오른다며?"하고 묻는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믿는 표정이 아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 SNS상으로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이 같은 괴담이 시골 경로당까지 퍼져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쌀과 관련한 북한 괴담에 대한 진실을 하루라도 빨리 주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필자는 재직 당시 정부양곡에 대한 관리업무를 직접 담당해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금방 가짜뉴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20여 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옥천 쌀을 가공해 북한에 보낸 적이 있다. 우리 지역에는 청산에 정부양곡 가공공장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성실히 운영하고 있다. 도정공장에는 현재 군인들의 군량미와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나라미를 하루 평균 40t을 꾸준히 가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 쌀을 퍼줘서 쌀 가격이 올라간다는 말이 왜 가짜뉴스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대북 쌀 지원을 위한 발주,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의 상징과도 같은 꽃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쏟아져 나와서 매년 가정집과 상점 등에서 인테리어 장식으로 널리 쓰입니다. 포인세티아는 원산지가 멕시코이며 대표적인 붉은 색상 외에 다양한 색상이 존재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인기가 좋은 식물이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아 시즌 한정식물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연중 포인세티아를 키우실 수 있는 관리법을 다뤄 보겠습니다. 포인세티아를 키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물관리입니다. 포인세티아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 아닙니다. 반드시 배수가 수월히 되는 흙에 심어서 물을 주는 즉시 빠져나가도록 심어야합니다. 물을 준 뒤 배수가 원활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령 물받침에 물이 고여있는 상태에서 재차 물을 주시는 것은 포인세티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될 수 있습니다. 포인세티아에 물을 주실 때에는 매 1~2일 종이컵 1컵 가량의 소량의 물을 줄기 부분에 부어주시거나 쟁반에 화분 전체를 약 5분 가량 담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쟁반에 담가서 물을 흡수시키시는 방법은 주 1회를 넘지 않아야하며 5분 이상 초과하지 않으시는 것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세상을 풍자(諷刺)하거나 함축(含蓄)된 성어(成語)로 뜻을 전달 할 때 고사성어를 자주 사용한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말 중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앞글자로 만든 '내로남불'이 있다. '내'와 '남'은 고유어이고 '로'는 로맨스(Romance)로 영어이며, 불륜(不倫)은 한자어이다. 한마디로 고사성어가 아닌 혼합(混合)된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하는 말로 남에겐 엄격하나 자신에겐 자비로운 태도(자기합리화)를 일컫는 말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에는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아시타비(我是他比)'가 있다. 고사성어는 역사적 사건이나 일화를 압축한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넉자로 만든 한문문구(文句)로 단행본이 나올 정도로 많다. 역사적 인물에서 유래한 것도 많고, 어떤 사건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대부분이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앞으로 보름만 지나면 기해년(己亥年) 새해다. 매년 이 무렵 거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으니 이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망설이다 '식사나 한 번 하시죠' 청해보지만 서로가 바쁜 때라 고맙다는 미소만 나눌 뿐 많은 사람 중에 한두 사람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올 연말 나는 꼭 만나고 싶었던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김거사(金居士). 그는 시골 낡은 농가주택을 개조한 조그만 집에 살면서 농사를 조금 지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남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한 그는 서당을 다녀 서예와 한학을 익혔다. 그 때 배운 서예실력을 발휘해 사군자 한시 가훈을 족자로 만들어 팔러 다닌다. 그는 그 돈 몽땅을 불우한 사람을 돕는데 쓴다. 홀몸노인을 돕기도 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돕기도 하고 불우시설에 작은 정성을 보태기도 한다. 심지어 얼마 되지 않는 전답에서 거둬들인 곡식과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도 어려운 사람과 나눈다. 그의 별명 김거사는 내
서랍을 정리하다 말고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차곡차곡 포개진 수첩들이 눈에 들어와서다. 어느 해는 하늘색으로, 어느 해는 갈색으로 압축된 지난날들이 한 뼘이 넘는다. 맨 위에 있는 수첩을 펼쳐본다. 수첩 곳곳에는 여행의 흔적, 기념일의 분위기, 우울한 날의 표정까지 삶의 부스러기들이 마른 잎사귀처럼 납작하게 눌러져 있다. 단정한 글씨는 고요하게 맑은 마음이었을 테고, 휘갈긴 글씨는 찌뿌둥하게 흐린 마음이었을 테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수첩은 여백이 많아진다. 새해에 가졌던 야무진 마음이 헐거워진 탓이리라. 몇 장 더 넘기자 눈에 익은 이름과 연락처가 길게 나열돼 있다. 일전에 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씨의 글을 읽으며 몹시 공감한 적이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묵은 짐 정리와 마음 정리로 마무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연말에 그 해 쓴 일기를 읽으며 감사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구할 사람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사람은 통 크게 용서한단다. 상대에게 직접 용서를 구한다는 그녀가 매우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맞는 새해는 얼마나 개운하고 홀가분할까. 나도 나만의 송년 의식이 있긴…
벼락을 맞았나 보다. 선 채로 까맣게 타버렸다. 바람 부는 산에서 가뜩이나 살풍경한데 만약에 오동나무였다면 장인들이 환상의 나무로 친다는 가야금의 소재가 되겠지 싶어 묘한 느낌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고, 장인들은 돌 틈에서 말라 죽은 오동나무 즉 석상오동(石上梧桐)을 찾아 만들면서 아쉬움을 달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막에 뿌리박은 것도 모자라 뒤틀린 채 자라야 했던 오동나무 한그루. 본 적도 없지만 좋은 소리는 모름지기 그렇게 나온다. 돌 틈에서 하루인들 편했을까마는 그 때문에 자기만의 음정을 창출하게 됐다. 명품 악기의 소재가 되는 나무일수록 춥고 건조한 지역에서 자란다. 돌 틈에서도 능히 견디는 석상오동은 가히 신비적 존재려니와 벼락까지 맞은 나무라면 더더욱 금상첨화라는 뜻이었겠다. 벼락 맞은 나무로 최고 좋은 가야금을 만들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 중에도 그럴싸하다. 어쩌다 가야금 산조를 들을 때의 그, 줄이라도 끊어질 듯 격한 휘몰이와 자진모리가 춤추듯 고빗사위를 넘기는 것 또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이미지 여전했다. 줄과 줄 사이를 넘나드는 빠른 가락이야말로 엄청난 힘으로 내리치는 서슬 그대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 정부 관료와 좌담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저녁 후 편하게 이어진 자리에서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자기는 워크홀릭이라고 얼핏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좋아서인지 아니면 승진용 업무평정 때문에 벌려놓은 일의 마무리는 누가 하며 혹 수반될지 모르는 뒤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누군가가 책임지지 않겠어요?'란다. 한강 발원지 탐사로 전국 학생 탐사단이 조직됐는데 충북 학생 인솔 차 도청 공무원과 함께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답사 후 며칠이 지나 어느 정도 친근해진 저녁 자리에서 타 시·도 공무원이 '우리 도청 공무원들이 죽어라 일하는 것이 도민들을 위해 일하는지 도지사를 위해 일하는지 헷갈린다'고 한마디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가 교육청에서 밤 12시 퇴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일하는 것이 과연 교사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을 위한 것인지 교육감과 교육부 평가 대비 때문이었던가?' 자문하게 됐다. 도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이라면 일과 더불어 보람을 느낄 것이고, 도지사와 교육감의 재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면 다만 비용과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후세에 부끄럽고 무책임한 짓이라는 말에 좌중이 고개
일정한 공익 목적을 위해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기부행위'의 뜻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뉴스나 신문에서 미담으로 소개되는 일이며, 우리 사회가 미덕으로 삼는 일이다. 더욱이 기부행위를 행하는 사람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면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기부행위'는 더욱 장려돼야 할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공직선거법'에서는 정치인의 기부행위를 상시제한하고 있는데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공직선거법' 112조에서는 기부행위를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규정된 기부행위는 왜 정치인에게 상시 제한되는 것일까? 대법원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위와 같이 기부행위를 제한기간 없이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된 이유가… (중략)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
첫 눈이 온다. 창가에 서서 분분설을 바라본다. 부드러운 깃털 같은 것들이 나폴 나폴 날린다. 하얀 영혼이라도 있는 겐가. 대체 어디로부터 끝없이 내려와 이처럼 사람을 심란하게 하는가. 눈은, 낭만을 주고 하얀 마음이 되게 하고, 별 조각처럼 흩어진 하얀 추억들을 불러낸다. 눈이 내리면,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잊히지 않는 과거 일들이 떠오른다. 젊은 날 눈처럼 하얗고 순수했던 내 몸짓들이 생각난다. 얼굴 한 번 못 본채 첫사랑을 보내고 가슴이 허허롭던 그해 겨울이었다. 그날따라 동전만한 눈이 종일 비처럼 퍼부었다. 약속한 적 없으나 누구라도 만날 것만 같아 집을 나섰다. 그날 밖으로 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으니,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 때문이었다. 장터 빵집 '맛나당'에 들어섰다. '어? 이게 누구야. 이렇게 만난 행운은 눈이 주는 선물이야!' 한 남자 선배가 오버액션을 하며 다가와 반겨줬다. 예나 지금이나 눈은 나를 낭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기역자로 생긴 난로 함석 연통에 두 손을 녹인 후, 그와 마주 앉아 성냥개비를 쌓으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나눴다. 탑처럼 쌓다 허물어지면 큰소리로 웃곤 했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제
원시를 생각하면 약육강식으로 보통 정의를 내린다. 사회가 진화되기 위해서는 약자는 밥이 되고 강자는 섭취한다는 것인데 생존경쟁에서 밀리는 약자는 자연히 포식자의 먹이로 전락되고 강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국가적으로도 강국이 약소국을 지배를 해야 한다는 원리까지도 만들었다. 원시시대 인류의 조상이라 일컫는 유인원들이 있었다. 크로마뇽인은 인류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인류와 유사한 체형과 뇌 용량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회적 구성도 됐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인류의 기원으로 예술활동과 시신을 매장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사후세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 그들은 사후를 주장했을까? 그들보다 강력한 체형과 턱을 가진 네안데르탈인이 있었다. 단순 개체의 힘에서 본다면 강자였던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먹이를 먹고 사냥하던 포식자의 위치였으니 크로마뇽인을 쫓아내거나 그들을 지배했어야 했겠지만 알 수 없게도 약 3만 년 전을 기점으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이것을 두고, 조직을 이루기 위한 재미있는 가설이 등장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유인원들과 같이 스킨 십을 통해 무리를 이루고 조직을 이끌게 됐는데…
지난 10일은 세계 인권선언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2차 대전의 잔혹상은 세계의 양심에 커다란 충격을 줬고, 이에 대한 자성과 반성으로 유엔에서는 인권위원회를 설립하고, 8개국으로 구성된 준비 위원회에서 초안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선포했다. 이 선언문에 명시된 모든 권리들은 모든 사람이 언제나 향유할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의 존엄과 정의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지역적 전통이나 가치보다 우선하는 보편적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권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유엔의 인권전문가들은 한국의 인권상황 악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고, 실제로 등급 심사 보류의 위기를 수차례 겪기도 했다. 특히 성소수자 차별철폐, 양심적 병역거부자 석방 및 사면,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은 권고 사항의 단골 메뉴였다. 올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이어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례를 썼다. 판결 이후 그동안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하급심에서 무죄 선고가 늘
지난주 보은문화회관에서는 청년 안무가로 충북 지역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춤꾼 김태건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김태건은 '한 겨울밤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Classic·Modern Ballet'이라는 주제로, 1부 클래식발레는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의 '해적'과 '돈키호테'를 선보였다. '해적'은 노예로 팔려가는 그리스의 소녀 메도라와 그녀를 구하는 해적 콘라드 그리고 그의 부하인 알 리가 등장한다. 프티파는 이들의 3인무를 2인무로 새롭게 각색했다. '돈키호테'는 돈키호테와 산초가 주인공이 아닌 밝고 명랑한 소녀 키테리아와 순박한 청년 이발사 바질의 사랑 이야기이다. 두 작품은 발레의 상징인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가 날아오르면서 남성 발레리노와 회전, 균형, 도약으로 파드뒤(Pas de deux:2인무)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한국인들이 주역을 맡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는 한국발레를 만나볼 수 있었다. 2부 김태건의 창작발레 '사람의 바다'는 사람이 공동체 속에서 강해지고 뛰어난 발전을 이룩했지만 최근 들어 개인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윤리의식보다는 자기만족이 중요해지면서 일어날…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법은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는 국민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어 공직자와 함께 국민도 시행되기 전에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잘 모르고 있다가 본인은 선의로 한 행동이 이 법에 위반돼 범죄자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임직원, 학교 교직원, 언론사대표·임직원, 전체 배우자 그 외 일반국민 등 약 400만 명 이상이 적용대상이다. 초기 '청탁금지법'은 3·5·10 규칙으로 식사, 다과, 주류, 음료 등 음식물은 3만 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 원, 축의금, 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한, 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 원 기준으로 정했었다. 그러나 2017년 12월, 선물 상한액은 농수축산물에 한해 10만 원으로 오르고 경조사비는 5만 원으로 낮아지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선물비의 경우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유지하되 농축수산물(화훼 포함)에 한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한다. 여기에는 농수축산물 원재료가 50% 이상인 가공품도 함
12월은 소득세의 연말정산 시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을 환급받기도 하고, 때로는 추가 납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13월의 보너스'라는 말은 맞지 않는 표현이다. 왜냐하면, 소득에 따라 내야할 세금총액 중에서 미리 낸 세금(원천징수액)을 차감하고 결정세액에 미치지 못하면 추가납부(+세금), 부족하면 환급(-세금)을 받기 때문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고려하면 중간예납금을 적게 내고 연말정산 때, 추가로 납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세무당국으로서는 뜻하지 않게 '세금 폭탄'이라는 원성을 듣게 되고, 정권에 부담을 줘 위기가 된다. 그럴 바에야 원천징수액을 미리 많이 부과하고 연말정산 때에 돌려주는 것이 납세자들에게 '공돈이 생겼다'는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이를 모르는 납세자들은 '13월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좋아하지만, 사실은 좋아할 일이 아니라 억울해 해야 맞다. 과다 징수한 세금을 돌려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금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금징수 주체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 담세자와 납세자의 일치 여부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 과세금액에 따른 세율에 따라 비례세, 누진세 및 역진세로 구분된다. 조세저항의 측면에서 직접세
정신없이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 시간사용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기에게 주어진 남과 같은 24시간의 자원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시간 빈곤' 문제는 불평등 구조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필요한 필수적인 활동. 즉, 전체인구의 총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중위값의 1.5배에서 2배 이상인 경우를 시간 빈곤으로 정의한다. 168시간이라는 1주일의 시간동안 우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휴일 포함 최대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남은 116시간 중 자신만을 위해 여가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개인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시간은 주 89시간 정도다. 남는 시간은 겨우 27시간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고, 직장으로 학교로 가는 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에서 27시간은 오로지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기나 할까싶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자녀들도 돌봐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일 것이다. 여행도 하고 싶고 취미생활이나 문화를 즐기고 싶지만 돌이켜보건대 딱히 하고 싶은 취
뒷산 숲의 몸이 날로 헐거워지고 있습니다. 나무들 사이 들어찼던 잎새들 다 떨궈지고 보니 산의 능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골계미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헐벗은 겨울나무들이라지만, 그 나뭇가지들의 섬세한 조형미를 감상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좋은 건축은 공간을 잘 비워내는 일이다." 하늘 공간을 구획하는 겨울 나뭇가지의 선들을 바라보노라니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겨울은 비움의 철학을 숙고하게 되나 봅니다. '마음을 비워라.' 유가나 도가, 혹은 어느 무협 영화에서 검의 고수가 깨달음을 통해 진일보된 상승의 도법을 구사하기 위해 흔히 고뇌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죠. 명상과 접목된 신체 운동인 요가는 결국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비우는 연습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는 호흡에서 시작됩니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것이죠. 이 중에서도 요가는 우선 내쉬는 숨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그만큼 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먼저 내 안의 공기를 비워내면 자연스럽게 신선한 공기가 다시 흘러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스님 한 분을 만나 차를 나눴어요. 그분은 참된 행복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대체로 세가지 속성을 갖는다. 첫째, 최고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형제간에도 부자지간에도 서슴없이 목숨까지 뺏기가 일쑤다. 둘째는 역시 부자나 형제 사이에도 권력은 나눠 갖지 않고 혼자 독점하다가 사달을 일으킨다. 셋째는 일단 한번 권력을 손에 잡으면 목숨을 걸고 놓지 않으려고 또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형제조차 잔혹하게 목숨을 끊어 놓는다. 그에 딱 들어맞는 충격적인 예를 들기 위해 이방원의 왕자의 난, 어린 장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쿠테타, 멀쩡한 광해군을 몰아낸 서인들의 인조반정 들을 제치고 멀고 먼 타국만리에서 찾아본다. 인도 남쪽에 위치한, 한국 영토의 3분의 1쯤 되고 인구는 2천200만 명으로 오랫동안 네델란드, 포루투칼, 프랑스, 영국의 지배를 받은 가난한 나라 스리랑카. 그 나라 시기리아 지방에는 해발 375m쯤 되는 바위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어난 피묻은 이야기다. 약 1천500년전 그 나라 카샤파왕이 바로 그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선왕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청년이 되자 씩씩하고 건장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장차 국왕이 되고자 하는 들끓는 욕망과 철석같은 권력욕을 가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