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에 관한 규정은 분명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더군요.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국화(國花)와 관련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무궁화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나라꽃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더군요. 필자는 평소, 무궁화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이 다른 선진 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 그들이 이미 차지한 볼품 있고 특색 있는 꽃들을 피해 나라꽃을 선정하다 보니, 꽃의 생명은 길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정해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봄날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국화로 가지고 있어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헌데 알고 보니 벚꽃이 일본의 국화가 아니더군요. 일본인들도 국화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데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으로 규정된 국화가 없답니다. 다만, 가을날 기품을 뽐내며 수려하게 피어나는 국화(菊花)가 황실을 상징하는 꽃으로 지정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벚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꽃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일찍이…
중세시대 유럽의 왕조 역사 이야기를 읽어보면 왕조와 왕조 사이의 스캔들에 얽혀 역사를 뒤바꾸는 숨겨진 야사가 많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이야기는 세력 다툼에서 심부름하는 중간 대리인과 얽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혼인을 통해 얻는 이익을 생각하여 인근 성의 공주에게 구혼하고자 할 때, 당사자는 직접 나서지 못하고 대리하는 다른 귀족을 내세워 자신의 뜻을 표하는 게 관례이다. 이런 대리인을 통해 공주에게 마음을 담은 연서와 귀한 선물을 보내는 경우, 당연히 대리인은 가장 신뢰하는 친구이거나 친족 등 심복으로 내세우지만 뜻대로 성사되는 경우보다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아 역사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한다. 오랫동안 귀한 선물과 연서를 전하던 대리인이 의뢰한 주인의 뜻을 전하는 과정에서 공주와 대리인이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되어버린다. 대리인은 심부름 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인을 배신하고 자기가 구애하여 공주를 자신의 애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경영조직 관계에서 주인-대리인의 관계를 묘사하는 대리인이론이라고 한다. 주인은 자기의 권한과 책임을 대리인에게 위양하면서 자기처럼 열심히 해주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벽을 보고 외친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 교실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무궁화 꽃이 활짝 핀다. "하나 둘 셋!" 하지만 가끔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 아닌 '하나 둘 셋!' 숫자로 대신 할 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국어 교실 친구들은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으며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발음하기가 좀 어렵기 때문이다. 술래가 '하나 둘 셋'으로 외치면 오히려 놀이에 속도가 붙어 더 재미있어 하며 서로 너그럽게 이해해 준다. 쉬는 시간이면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으니 참 좋다. 한국어 공부가 좀 어렵더라도 쉬는 시간을 기다렸던 친구들은 교실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매우 흥미로워한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 역시 함께 놀이를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맞이한다. 때로는 술래가 되기도 하고 술래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움직여 술래를 향하기도 한다. 술래의 눈에 띄어 다시 술래가 될 때는 우리 친구들이 환호하며 반긴다. 초등학생인 우리 친구들은 경쾌하게 뛰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이 또래의 건강한 친구들이라면 누구라도 뛰고 싶어…
는개가 소리 없이 내린 일요일 아침이다. 구름의 몸을 벗어난 작은 물방울들이 뿌옇게 내린다. 마치 네가 집을 벗어나면서 뿌리던 뿌연 미소처럼. 베란다 통유리를 통해 세상을 본다. 멀리 서 있는 산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내리던 뿌연 입자들은 산허리를 휘감으며 다시 담배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내 머릿속에는 네가 아득하게 피어오른다. 너의 방문을 슬며시 열어본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가슴을 가위질한다. 너의 체취가 말라가는 서늘한 냄새가 덮친다. 눈을 한 걸음 떼어 방안을 걸어본다. 침대 위 배게는 이불을 덮고 취한 듯 잠을 자고, 그 옆 책상 위엔 모니터가 전원이 나간 채 커다란 눈으로 까맣게 나를 본다. 책꽂이에는 『가슴이 붉은 딱새』, 『꿈꿀 권리』,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네가 읽던 책들이 연병장의 병사처럼 나란히 서 있다. 피아노 위엔, 금방이라도 네가 건반을 두드리길 기다리는 듯 이루마의 『Says the piano』가 회색 옷을 입고 말이 없다. 그 아래 네가 두드리던 장구와 기타가 나란히 있고, 구석엔 까만 보면대도 헐벗은 채 외다리로 서 있다. 벽에는 다섯 살의 네가 하얀 합기도 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머리를 빨갛게 염색
천지가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대지는 소생하는 생명들로 수런거리고 바람은 살며시 볼을 스친다. 며칠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인가. 이런 날은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도 눈물이 나는 걸까. 눈이 축축해지면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을 들었던 그날도 이렇게 하늘이 맑고 푸르렀는데. 그날 아버지께서는 코에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편찮으신데 뭘 하시냐 했더니 심심해서 그냥 끄적거렸다 하셨고 자식들도 그저 그러신가보다 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셨고 활동적이셨기에 며칠 치료 받고 퇴원할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거짓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 일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이었고, 당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쓰셨던 모습일 줄이야.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무언가를 쓰고 계셨던 모습이다. 왜 아버지께서는 굳이 펜을 들고 계셨을까. 아버지는 폐렴으로 입원한 노인환자였다.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틈틈이 일기를 쓰고 계셨다는 걸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기의 존재는 장례를 마치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무슨 법이 이래요'라는 말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얘기다. 변명을 하자면 삼권분립이란 말이 있다. 입법, 행정, 사법기능은 나뉘어져 있어서 법은 국회와 같은 입법 기구에서 만들고 우리 같은 행정공무원은 만들어진 제도와 법령을 가지고 행정을 처리한다. 사실 행정공무원이라고 법령이나 제도를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제안, 규제개혁 같이 법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행정부 입법을 통해 직접 법을 만들 수도 있다. 오히려 실무자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개선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어설픈 각오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법령 4천994건, 행정규칙 1만5천879건, 자치법규 10만5천555건이 있다. 이 많은 법령안에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많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충주시는 충주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와 같은 조항인데 이러한 '할 수 있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청렴'이라 말한다. 2019년 1월 발표한 한국의 2018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7점을 받아 180개국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여섯 계단이나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OECD 36개국 가운데서는 30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희망적인 측면이라면 2016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이후 꾸준히 청렴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 우리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한결같은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난 공직에 들어가 한탕 크게 하고 그만둘 거야'라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 인사권을 휘두르며 독재를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내가 맡은 역할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생활에 나태해져 초심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초심을 잃지 않기란 말처럼,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항상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유지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또 하나는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굳은 의지이다. 사회와 경제가…
한 여인이 아들을 앞에 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울먹이는 어머니의 어깨를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싼 아들도 그렁그렁한 눈물을 붉어진 콧잔등으로 삼키고 있다. 그 옆에는 다소 뻣뻣하게 서 있는 아들의 목을 한껏 껴안은 엄마가 활짝 웃고 있다. 하지만 눈가에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맺혔다. 조금 떨어진 저쪽에는 깔끔한 제복차림의 딸과 아빠가 서로 떨어질 줄 모르고 연인처럼 껴안고 있다. 그 옆에서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고 있고…. 엉엉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지만 주변이 온통 눈물바람이다. 특이한 것은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매달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엄마아빠인 어른들이고, 의젓한 자세로 어른들을 다독이는 건 아이들이다. 한 달간의 힘든 기본군사훈련을 마치고 정식으로 사관생도가 되는 입학식장에서 해마다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아이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해내었기에 저렇게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까 싶지만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자식들의 변화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첫돌 즈음 스스로 일어서서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을 땐 마치 지구를 들고 일어선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어리광을 부리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훌쩍 달라져버린 모습이 낯설어서…
미술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이지 않은 행위이며 시각으로 표현되는 미적 표현이다. 미술은 회화를 중심으로 조각, 건축, 사진, 영상과 같은 입체적 결과뿐만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하여 표현되는 표현물까지 시대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합의되어가며 범위가 넓어져왔다. 현대미술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범위를 넓혀 난해한 미술이 되기까지는 시대의 다양한 요구와 합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 과학 기술의 발달도 난해한 현대 미술 변화를 이끌었다. 사진은 1837년 다게르가 발명한 은판사진술을 완성하며 짧은 시간에 보이는 화면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되었다. 이 후 보다 쉽게 사용과 조작이 가능한 사진기술의 발전이 계속 되어왔으며 사용의 편리함은 사용자를 늘리는데 일조를 하며 대중화가 되었다. 1900년대 초반 사진술의 보급당시의 사진에 대한 미술인들은 푸념은 이러했다. "화가가 사진을 발명했으며, 사진은 화가를 실업자로 만들었고 그리고 그 화가는 사진사가 되었다." 사진이 미술 혹은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은 직업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 사진에 대한 미술인들의 푸념이 섞여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수년 전 '명화를 만나다' 한국 근현대 회화 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을 찾았다. 작가 유족, 소장자 특별 관람을 하고 명화100선에 핀 꽃들 앞에 섰다. 연일 추운날씨가 계속 되었지만 그림 속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에서 창가에 고개를 살짝 내민 매화가 팝콘 닮은 봄을 피우고 있고,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의 그림 '길례 언니, 가 쓴 모자 테두리에는 장미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회색빛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이 있는 '청춘의 문'에는 그림 아래쪽에 백합종류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에 달구지를 끌고 가는 황소 등에도 분홍색 꽃이 꽂혀 있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돌자 겨우내 꽃병에 있던 마른 꽃을 걷어 버리고 작은 화분 하나를 사왔다. 노란 바이덴스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이 온 집안에 그윽하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잘 가꾸지를 못하는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단체의 행사가 있을 때 선물로 들어온 마당 가득 했던 화분을 빈 화분으로 만들어 내어놓기를 몇 해, 이제는 두어 개 남은 화분에 남은 정을 붙여본다. 한번은 육묘 장을 지나다 쓰레기더미 위에 화분 채 버려진 동백 꽃나무를 주워
3월, 시든 사물에 생명력이 다시 깃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강변북로를 따라 달리는 우리 일행의 승용차 밖으로 보여지는 노란 개나리꽃은 초미세먼지를 핑계로 외부활동을 꺼리는 사람들을 소심하다고 비웃는 듯하다. 국회도서관과 지방의회 사이에 의정정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3월 초부터 시작한 다섯 번째 출장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서울시의회나 경기도의회, 꽤 멀리 떨어진 안동, 홍성에 있는 경북도의회, 충남도의회까지 몇 차례 출장을 다니면서 매번 떠오른 것은 '왜 이제야 찾아왔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이번 출장지인 춘천에 있는 강원도의회까지도 100km 남짓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 내 머리 속에는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친숙한 춘천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리거나 작년 가을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한 것이 내가 춘천을 방문한 전부다. 나의 무심함과 게으름을 탓하게 된다. 요즘 운전자라면 대부분 그러하듯이 네비게이션 목소리를 따라 북한강 옆 나지막한 봉의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강원도의회에 도착하니 의회사무처 처장님과 의정관님, 의사관님 등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처장님, 환대해주
한겨울의 끝자락에 있던 지난 1월의 어느날, 한 분이 제적등본을 발급하기 위해 광혜원면 민원실을 방문했다.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낯익은 이름이 들려왔다. 조부인 '박도철'과 그의 모친이 나오는 제적등본을 발급해 달라고 했다. 누구지· 곰곰이 생각하니 얼마 전 월성마을 노인회장이자 향토사학자인 오인근 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광혜원 4•3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 인물 중 거론했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도철'과 그의 모친의 제적부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아들이 호주로 돼 있는 제적부의 전호주란에 기재되어 있는 '박도철(朴道哲)'이라는 성명과 '대정8년(1919) 4월 3일 전호주 박도철 사망으로 인하여 호주상속'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그 해 1919년 4월 3일, 진천에서도 대규모 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당시 '만승면'이던 '광혜원면'에서도 격렬한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독립운동가 윤병한(1873~1932)의 지휘하에 1919년 4월 2일 식수 작업 중인 광혜원면 회죽리 산중에서 정운화, 남계홍, 백선옥, 이영호, 유치선 등 200
3월 어느 날, 퇴근하려는데 운동장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온다더니 벌써 시작됐나 보다. 차로 걸어가다 뒤돌아서서 학교 숲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때 이르게 돋아난 새싹들이 내일까지 잘 버텨주려나! 밤사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고 눈비가 오락가락했다. 걱정스러워 다음 날 출근하면서 바로 학교 숲으로 달려갔다. 탐스럽게 돋아난 원추리 잎들이 알알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슬방울이면 좋으련만 영롱하게 빛나는 것은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었다. 이파리가 다칠세라 작은 붓으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떨어주었다. 지난 가을 구근을 캐서 보관하려고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았던 튤립들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겹겹이 포개진 넓은 잎들 사이에 물이 고여 아예 속에까지 얼음이 박혀 있었다. 냉해를 입을까봐 뾰족한 나뭇가지를 찾아 하나하나 빼내어 주었다. 가방도 내팽개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2층에서 교감선생님이 소리쳐 부른다. "교장선생님, 추워요 어서 들어오세요. 꽃들도 스스로 이겨내게 해야 해요." 맞는 말이다. 사람들도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이겨내는 작은 경험들을 해봐야 큰 어려움 앞에서 의연
스위스 쥬리히시의 최고 아름다움은 리마트강이다. 옥수처럼 맑은 강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변에는 스위스의 자랑인 고색창연한 정밀 가공 점포가 즐비하다. 2백년이 넘게 대를 이은 장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 시계, 공구, 공예품등을 판매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마인강이 있어 더 아름답다. 강변 주위에는 공원과 개인컬렉션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 박물관들은 독일 역사와 산업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유물을 전시한다. 마인강이 없다면 삭막한 도시처럼 느껴질 것이다. 교토등 일본 대도시를 포용하고 있는 시가현의 비와호(琵琶湖)는 수백만명의 젖줄이다. 비와호는 30년 전만 해도 죽음의 호수였다. 온갖 생활하수 공장 폐수로 물은 흑색이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호수가 썩었다고 허물지 않았다. 푸른 물이 가득한 생명력 있는 호수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매년 봄만 되면 호수는 푸른 녹조로 몸살을 앓았다. 비와호의 오염은 인근 도시에서 흘려보낸 생활 하수등이 주범이었던 것이다. 시가현에 근무하는 한 여성공무원이 앞장서 화학제품 안 쓰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인물을 가지고 집집마마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비누를 적게 쓰
미원(米院)은 청주에 가까이 있지만 우암산과 상당산성, 것대산, 선도산으로 가로 막힌 낭성을 지나야 하며 청주에서 보은을 가는 25번 국도가 피반령을 넘어 회인을 거쳐 가므로 사방의 교통로가 막힌 가깝고도 먼 지역이다. 그런데 가덕에서 미원까지 가는 32번 지방도를 4차선으로 확포장하면서 청주에서 미원을 거쳐 보은과 속리산을 갈 수 있게 되더니 미원에서 보은까지 19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되었으며 상당 산성의 터널이 뚫리고 낭성을 거쳐 미원까지 4차선 도로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등 이제 미원이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로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가을에 미원을 지나다 보면 쌀안 축제라 하여 면민 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보이고, 지역 주민들이 미원을 쌀안골이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이 쌀이 많이 나는 평야 지대를 연상하게 되는데 사실은 산으로 둘러 싸인 산골마을이며 쌀이 많이 나지 않는 지역임을 알고는 쌀안골이라는 지명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원면은 본래 상당산의 안쪽이 되므로 산내일면(山內一面)이라 하였는데 1914년 군면폐합에 따라 산내이상면(山內二一面)과 보은군 주성면의 봉황리 일부를 병합하여 중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의지가 집요하다. 정상적으로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자 비상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두 가지를 묶어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얻는 실익이 야당보다는 많지 않다. 반면 정의당 바른 미래당 등 군소 야당은 활로를 틀 수도 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미끼를 쓰는 전략과 비슷하다. 이렇게까지 해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게 문제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특징은 친북정책과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순전히 검찰의 힘을 빌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는 등 비리로 처벌받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의 실패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고위 공직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이것은 검찰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검찰이 정권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 정권이 검찰개혁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아버지를 지칭하는 한자 '父(부)' 자의 상형 해석은, 도끼를 들고 짐승을 잡는 모양이라고 풀이하기도 하고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한다. 도끼든 회초리든 사사로운 자애보다는 법이나 공권력 같은 엄한 질서의 이미지를 띤다. 어느 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우리 집에서 아버님의 말씀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아버님 생신은 온 동네가 함께하는 잔치였고 아버님 기일은 40주기가 지나도록 집안의 가장 큰 행사로 모셔지고 있다. 이 봄에도 아버님 기일을 준비하며 가신 분을 향한 연민에 울컥한다. 우리 아버님은 누구보다 농사를 잘 지으시는 근면한 농부이셨다. 일찍이 비닐하우스 작물을 재배하여 알찬 수확으로 해마다 땅을 늘리는 분이셨다. 그러자니, 자식들도 빈둥거리며 노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꼴이라도 한 망태 베어다 놓아야 하고 방과 후에도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니 한창 놀고 싶은 자식들은 아버지와 마주치는 게 싫었을 것이다. 나 역시 아버님과 마주치면 가슴이 털컥 내려앉곤 했다. 아버님의 권위로도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은 어머님의 건강이어서 내가 결혼하자 부모님이 앞마을로 분가를 하시게 되었다. 효를 주요 덕목으로 아시는 분이 새…
1967년 3월 3일은 우리나라가 '공원법'을 공포하면서,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한 역사적인 날이다. 52년이 지난 올해, 이날을 기념해 '국립공원의 날'을 지정했다. 국민들에게 국립공원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의미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생활하고 생산활동을 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지난 50여 년간 국립공원은 국민과 자연과의 다양한 창구로서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속리산은 설악산, 한라산과 함께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올해로 49주년을 맞이했다. 국토 중심부에 위치한 속리산은 충북 보은·괴산, 경북 문경·상주에 속해 있으며,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핵심 생태 축을 이루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명소로 연간 약 250만 명 이상 방문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여행 활성화, 수학여행지 다양화로 탐방객 수가 급감해 현재는 120만∼130만 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탐방객 수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탐방객 수 조사에 따르면, 속리산 문장대, 천왕봉 등 산 정상까지의 등산보다는 법주사∼세심정까지의 저지대 구간을 걷기 위해 속리산을 찾
꽃 소식에 이끌려 남쪽으로 여행을떠났다 남해에서 그 동안 쫓기듯 살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향기를 가슴에 가득 안게 됐습니다. 남해섬의 관문, 남해대교를 건너서니 줄지어선 벚꽃나무가지엔 만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꽃망울이 가지마다 가득히 매달려 있습니다. 차창밖에 보이는 들녘엔 새파랗게 올라온 마늘과 노랗게 된 장다리꽃들이 매화와 함께 봄이 왔음을 확인해 줍니다. 더구나 엊그제 내린 단비로 희망의 새싹들은 생기를 더해갑니다. 남해섬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쪽빛바다와 둥실둥실 떠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고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는 계절에 붉은 불을 켜는 동백과 순백의 매화가 조화롭게 분포돼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수고가 빛나는 정원이 곳곳에 있고 해안마다 우뚝 솟아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산들이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유서 깊은 유적들이 있고 먹거리를 풍성하게 공급해주는 비옥한 농지들이 있습니다.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으면서 하늘을 이고 있는 보리암은 언제나 응어리진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언제나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자신을 맡깁니다. 특히 올해처럼 저마다 차갑고 엄혹한 춘삼월을 맞을 때
봄이 오는 소식을 알리는 남쪽지방의 섬진강줄기를 따라 벚꽃보다 먼저 피는 매화(梅花)가 절정을 이룬 광양매화축제장을 지난 16일에 찾아갔다. 모처럼만에 코레일(E-Train)관광열차를 타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충주 역을 출발하였다. 주덕을 지나니 먼 산과 들판에는 하얀 눈이 덥혀있어서 마음이 들뜬 관광객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반객차와는 달리 관광용으로 꾸며진 열차를 타고 여덟 명 일행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17일에는 괌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꽃구경을 하기위해 당일로 국내여행을 하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새벽 일찍 나오며 준비해온 먹을거리로 아침을 때웠다. 김밥과 기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은 계란, 쑥 절편, 사과, 딸기, 과일, 냉동옥수수 등으로 조반(朝飯)을 해결하고 따끈한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달만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직장동료로 20여년 넘게 모임을 이어오며 국내여행도 많이 다녔고, 베트남 캄보디아, 터키, 대만, 곤명, 괌 등 해외여행도 여러 곳을 다녀왔다. 은퇴 후에도 모임을 이어온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일정안내에 이어 레크리에이션으
처음 업무를 맡아 들뜬 마음으로 민원 현장을 가게 된 날이 생각이 난다. 적극행정으로 누구보다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공직자가 되리라. 구청을 나서 처음으로 가게 된 민원 현장은 상상 외로 놀라운 곳이었다. 가정집에 배수가 안 된다는 민원이었고, 현장에는 이미 오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더 놀란 사실은 이 오물들 사이에는 우리가 쉽게 쓰는 물티슈, 요리하고 남은 기름으로 인한 응고 덩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본 현장 상황으로 정신이 없었고 그 사이 현장기동반은 근처 도로 내 맨홀 뚜껑을 열어 이상 없이 배수됨을 확인하고 민원인에게 개인 배수시설로 배수시설 신고자가 유지 보수를 해야 함을 전하고 구청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나의 첫 업무이자 잊을 수 없는 황당한 기억으로 남았다. 배수 불량으로 인한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는 현장을 출동해 도로 내 공공 오수 맨홀 뚜껑을 열어보면 별다른 이상 없이 오수가 잘 흐르고 있다. 그다음 개인하수도 오수관을 확인해보면 생활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 기름, 슬러지(하수 배출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등으로 막혀 있음을 발견할 때 개인하수도의 관리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우리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고, 흙과 함께 자라며,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여기서 흙토(土)자가 3번 나온다. 흙의 날 유래는 바로 이 3토(三土)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한 것이다. 농업인의 날은 1996년도 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하여 흙토(土)자가 2개인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6년부터 정부에서 법정 기념일로 정했으나 벌써 4회째가 된다. 농민신문사 주관으로 기념식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특히, 지난 2월 22일에는 건강한 흙과 깨끗한 농촌 가꾸기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토양생태계 유지와 흙의 공익적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옥천군에서는 그동안 대청호 상류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근 보은, 영동보다는 물론이고 충북 도내에서도 앞서가는 지자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선 7기 대표 공약이 친환경 농업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한 흙 가꾸기가 기본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양검정을 반드시하고, 그 처방전대로 하면 된다,…
다시 부르다 책 표지에 실린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단발머리를 한 세 여자가 개울물에 발을 담근 채 웃고 있다. '20세기의 봄'이라는 부제만 아니라면 한 세기 전이라는 시대 배경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밝고 화사한 풍경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녀들을 몰랐다. 그네들이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무슨 일을 한 여자들이기에 장편 소설 앞장에 턱 하니 사진이 실렸는지 더 궁금했다.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들은 조선 독립과 조국 해방을 위해 불꽃처럼 몸을 던진 여성 혁명가였다. '그들 부류의 삶 전체가 하나의 실수로 취급되었고, 뒷날의 사람들은 그 얼룩을 지우고 싶어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 여자의 이름은 어두운 과거 어디쯤에 오랫동안 묻혀있었다. 그녀들이 부활했다. 붉은 깃발 아래 있던 세 여자는 부르면 안 되는 금단의 이름이었다. 하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던 이유가 비단 불온한 사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역사에 그녀들의 이름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네들의 남편 혹은 연인이었던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의 거창한 이름과 스펙터클한 투쟁사에 그녀들의 활약상은 적히지 않았다. 생사를 함께한…
해거름 난데없는 폭설이 내렸다. 깜짝 놀라 나와 보니 펄펄 함박눈이다. 눈보라 속의 함박눈은 가지가 꺾인 채 흩날리는 매화꽃이다. 동매화도 그 새 도드라지기는 했는데 겨울이 불쑥 뛰어들었다. 봄으로 가는 길목에 비상이 걸렸다. 혹은 뒤죽박죽 날씨에 봄이 착각을 일으키면서 그리 야단법석이었다. 가끔 그렇게 추돌사고가 일어난다. 열흘 전의 일이다. 봄은 절기에 맞춰 오는 중인데 퇴각해 있던 겨울이 뒤를 돌아보았다. 자운영과 유채꽃은 핀 지 벌써 오래고 갯버들까지 푸르러졌다. 얼마 후에는 벚꽃이 피고 살구꽃에 산도화까지 만발할 테니 꽃사태가 날 지경이다. 울화가 치밀었다. 잰걸음에 달려와 폭설을 뿌렸다. 봄이라고 받아놓은 밥상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분이 좀 풀렸을까. 그러고도 한 이틀은 바람이 불고 쌀쌀했다. 올해도 예의 꽃샘추위가 지나간 거다. 따스해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춘설이 날리는 게 봄의 속내다. 가끔은 겨울보다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바람 끝이 차다. 오죽하면 겨울바람이 봄바람 보고 춥다고 할까. 3월이라 그 정도 바람은 물러갔지만 어쨌든 허울뿐이다. 그 때의 폭설도 기세등등했던 것과는 달리 금방 녹아 버렸다. 극성을 떨어봤자 봄에 대한 까탈이고
살면서 고마운 분이 한 두 분이 아니랴만 나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 가운데 한 분이 이해준 교수님이시다. 이 분은 고등학교와 대학 선배에다 대학 때 은사이나 배움이 큰 때문에 선배라기보다는 은사님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역사과 4년 선배로 이미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고도 나에게 부러 찾아와 고등학교 후배가 역사과에 들어와 반갑다 인사하여 첫 만남으로 뵈었다. 얼빵한 신입생의 눈에 비친 모습은 훤칠한 키에 활달하며 매사에 자신이 있었고 특히 배구를 잘 하여 약간의 짬이면 코트에서 후배들과 같이 운동을 하는 소탈한 성격이셨다. 후일 교사가 되어 학교 대표로 배구대회에서 뛸 수 있었고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된 것은 선생에게 배운 바였다. 사실 전에는 배구에 어줍었는데 이 선배에게 교사들이 직원체육시간에 배구를 많이 한다는 말을 듣고는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체육과 동기들에게 배구를 배웠더랬다. 그 결과 이 친구들에게 배운 스파이크와 더불어 블로킹을 체육 전공자만큼 잘 하게 되었다. 초임지인 괴산중에서 괴산여중고와 괴산고 3개교가 친선 체육대회를 돌아가며 하는데, 젊고 빠른지라 수비 범위도 넓고 스파이크 포지션으로 괴산고 처녀 선생의 눈에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