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야산을 오르다가 야생벌과 마주쳤다. 묘지 옆, 아이 머리 크기만 한 벌집에 수많은 벌떼들이 배회하며 '웅웅' 거리고 있다. 가히 위압적이다. 그 위세에 소름마저 끼친다. 순간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머리에 떠올렸다. 다소 위안이 되었다. 음악 '왕벌의 비행'은 1분 17초 동안 날갯짓을 하는 벌을 묘사한 곡이다. 이 음악에 귀 기울여 보면 상당한 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벌들의 힘찬 날갯짓을 연상할 수 있다. 연주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해서인지 곡이 매우 역동적이다. 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노라니 어느 여인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녀는 얼마 전 남편을 잃었다. 슬하엔 어린 삼 남매와 병석에 있는 팔순(八旬)의 홀시어머니도 봉양하는 처지다. 생계를 위하여 새벽 일찍 우유 배달을 마치면 동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단한 식당 일이 끝나기 바쁘게 곧장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겨 새벽까지 일을 한다. 그야말로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벌처럼 일을 하여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토록 잠시도 쉴 틈 없이 발버둥치건만 그녀의 삶은 항상 궁색하다. 무엇보다 그녀를 옥죄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라고 실토한다. 아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였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다. 'The dog is faithful animal.(개는 충실한 동물이다)' 서서히 사내다움에 대한 갈망의 시절로 접어드는 소년들에게 개라는 동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상대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녔으면서도 주인에게는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개를 거느린다는 것, 그것은 어쩐지 어께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장년층들의 어린 시절에는 흔히'똥개'라 불리는 잡종견을 집집마다 가축처럼 키웠다. 우리 집 개의 이름은'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녀석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 던지고'쫑'에게 달려가 함께 놀았다. 들로 산으로 달리며 함께 자랐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제일 먼저 달려와야 할'쫑'이 보이질 않는 거였다. 불안한 마음이 드리울 즈음, 동네 친구 몇 명이 달려오면서 소리를 쳤다. "야, 너희 개 지금 냇가에서 사람들이 불에 태우고 있어." 어린 마음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냇가로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겨우 냇가에 이르러 숨을 고
대학시절 긴 방학을 이용해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반면 나는 '아직 우리나라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는데 해외는 무슨 해외'라는 생각에 해외여행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방학이라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늘어지게 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이상씩 집을 떠나 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내가 처음 해외 배낭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시간' 때문이었다. 공무원시험 합격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몇 달의 여유가 있었다. 홀가분한 마음을 만끽하던 중 이 때 아니면 언제 장기간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보겠느냐 싶어 무작정 언니와 동생을 꾀었다. 여행지는 태국, 기간은 열흘, 우리 세 자매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여행사와 함께하는 패키지여행도 아니고, 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딸 셋이 연고도 없는 나라에 간다는 상황에 부모님의 잔소리는 비행기 바퀴가 한국 땅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그칠 줄 몰랐다. 그래도 뭐 이미 출발은 했으니 우리는 전진할 수밖에.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태국 곳곳을 다녔지만, 그 시점으로부터 십 년이 넘게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
요즘 청주시의 최대 이슈를 뽑는다면 아마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시 관리 계획 결정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 이하 '장기 미집행 시설') 실효(失效) 문제일 것이다. 사유재산권의 제한이 과도해 헌법상 재산권의 침해가 있다는 헌법재판소 헌법 불합치 결정(1999. 10. 21. 97헌바26)에 따라 장기 미집행 시설 대지(垈地) 매수 청구제, 해제 신청제와 더불어 시행 중인 제도이다.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로, 공원, 주차장, 학교 등 46종의 기반 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 관리 계획 결정을 통해 도시계획시설로 관리하고 있다. 청주시의 도시계획시설은 총 7천323개이며, 이 중 장기 미집행 시설은 1천404개 이다. 문제는 이들 장기 미집행 시설 중 도시 관리 계획 결정 이후 20년이 경과되는 내년 7월 1일이면 543개가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도시 관리 계획을 담당하는 실무팀장으로서 시민 생활의 필수인 도시계획시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러나 요즈음은 당장 내년 7월 1일 실효 대상인 543개(11㎢) 중 절반의 면적을 차지하는 38개 공원시설(5.5
해방정국의 결정적인 판도를 가르는 것도 역시 하늘을 차지하는 깃발이었다. 일제가 패망하고 두 손 번쩍 들고 항복까지 했어도 일장기는 누구 한사람 손을 대지 못하고 일제의 횡포는 여전했다. 그날 36년을 뽐내던 일장기는 급기야 무참하게 찢어져 땅에 추락하고 그 자리를 보기 좋게 차지한 성조기의 나라 미국이 우리의 해방정국을 장악했다. 천지가 바뀐 것이었다. 악의 화신 침략자를 무찌르고 나타난 그 미국은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우리는 점령군으로 왔다. 우리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고 우리에게 엄포를 놓았다. "독립을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맥아더도 하지도. 그리고 점령군으로 사뭇 군림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실정에는 아주 무지해서 가해국(일본)과 피해국(한국)을 온전히 파악 하지도 못하는 형국이어서 한국은 뜻밖에도 많은 불이익과 심지어는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용광로 같이 들끓는 해방정국에는 한국인의 애타는 소망과 미국의 계획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어서 미상불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는 미국 본부로부터 세 가지 임무를 받았다 한다. 하나는 일본군 무기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신탁통치를 한
대학시절 책 보따리를 싸들고 찾았던 산골의 외딴집을 황혼녘에 다시 찾는 감회는 두 가지다. 우선은 산천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호기심이다. 그 다음은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이 적절했느냐는 반성이다. 만약 그때 그런 꿈을 꾸지 않고 다른 길을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최백수에게 속리산 묘봉은 이렇게 감회가 깊은 곳이다. 지난 5월 6일 40여 년 만에 이런 기분으로 묘봉을 찾았다. 사월 초파일을 일주일 앞두었지만 도무지 사람이 없었다. 등산객은 고사하고 절을 찾는 신자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속리산 상업지역에서 산촌길을 2km쯤 달리면 여적암이란 암자가 나타난다. 이곳이 묘봉을 오르는 초입이다. 국립공원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가 없을 만큼 원시적인 오솔길이 2km쯤 펼쳐진다. 묘봉을 가끔 생각나게 하고, 어떻게든 가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길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오솔길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푹신한 양탄자를 밞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이라는 유행가가 생각나게도 한다. 40여 년 전 쌀 서너 말을 메고 외딴집을 찾던 기억을 회상하며 걷다가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푸름이 더해가는 오월이다. 기념일이 넘쳐나는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비롯한 챙겨야 하는 날들이 달력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 있는 얇아진 지갑을 만지작거려본다. 기념일을 챙기느라 지갑은 얇아졌을지라도 마음은 풍요롭다. 뜻깊지 않은 날이 어디 있을까 마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첫 발을 디딘 날이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날이다. 어느 누구도 기억하고 알아주지는 않는 오월의 어느 날. 멋진 카페에 앉아, 조용히 그날을 추억하며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본다. 어릴 적 가슴에 품고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심훈의 상록수. 그 책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사람을 만나 여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아가길 기도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각오가 나를 무장시켰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어릴 적, 그 책을 읽고 그토록 주인공을 닮고 싶어 했을까· 상록수를 포함한 몇 권의 책.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책들. 세월이 흐른 탓인지 책 내용도 가물가물하건만.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다. 아직도 독일의 뮌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피눈물로 전한 전역사(轉役辭)가 화제입니다. 그는 '후배 장교 및 장성들에게 전하는 당부'에서 '지난 40년간 저에게는 지켜야 할 조국이 있고, 생사를 함께할 전우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늘 힘의 원천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다'며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져라. 군대의 매력을 증진시켜라. 정치지도자들에게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라'는 네 가지 당부를 남겼더군요. 그는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정권이 능력을 상실하면 다른 정당에서 정권을 인수하면 되지만 군을 대신해 나라를 지켜줄 존재는 없다. 정치지도자들이 상대편의 선의(善意)를 믿더라도 군사지도자들은 선의나 설마를 믿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과 태세를 믿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각오하면 오히려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충고를 했습니다. 박찬주가 누구입니까. 40년 넘는 세월을 군에서 보내며 대장 계급장까지 달았는데, 재작년 7월 '군인권센터'라는 단체가 갑질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어 부인과 함께 국민의 공적(公敵)이
민초들은 어느 때나 국가에서도 삶이 고단했다. 전쟁과 시련이 많았던 우리 민족에게 겨울보다 봄 보릿고개가 더 무서웠다. 추위보다 배고픔이 더한 고통이었다. 이처럼 고통을 이겨내는 풀, 쓰디쓴 쓸개의 맛을 지닌 풀이 씀바귀다. 먹을 때 고통을 주는 채소란 뜻의 고채(苦菜)이다. 배고픈 세상은 아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배고픔은 민초들의 일상이었다.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을 앞뒤로 한 보릿고개는 보리가 익는 망종 때까지 보름 동안인데, 먹을거리가 모두 동이 났을 이맘때 먹던 씀바귀가 더 쓰게 여겨졌던 셈이다. 주린 배를 채워야만 했던 이 시기에 웬만한 풀, 뿌리, 나무껍질 등 먹을 수 있던 것은 거의 다 먹어치운 데다, 입하를 지나면서 나물거리가 되는 식물들은 억세지고 독성이 생겨나서 먹기도 어렵다. '햇볕이 더해지고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 무렵에는 쓴맛이 나는 씀바귀가 꽃이 피는 시절이다. 이즈음에 쓴맛이 나는 나물의 특징은 꺾으면 줄기에서 하얀 진액이 나온다. 특유의 쓴맛을 가진 씀바귀는 이른 봄 채취한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성숙한 것은 한방에서 지정제로 쓴다. 한
내가 매일 출근하며 직접 부딪쳐 느낀 직장은 한 가족같이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었다. 처음 낯을 가려 인사를 잘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고, 업무를 잘 몰라 헤매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 알려주는 선배들, 본인 업무가 아님에도 여기저기 직접 알아봐 주며 도와주는 선배들까지. 모두 본인의 업무로 바쁜 와중에 신입이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참 많이 도와줬다. 뿐만 아니라 민원인 한 명, 한 명 모두 웃으며 진심으로 대해주는 모습, 설맞이·봄맞이 때에 시민을 위해 동네 대청소 봉사를 할 때에도 과장님, 팀장님들께서 먼저 집 청소하듯 두 손, 두 발 걷고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런 모습을 보며 평소 나의 좌우명이며,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평생 신념인 아프리카 인사말 '우분투(ubuntu·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가 떠올랐다. '우분투'의 뜻을 잘 담고 있는 일화가 있다. 한 학자가 음식을 차려놓고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일제히 출발시켰지만 학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린아이 모두 누구 하나 앞서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걸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가장 큰 화두는 단연코 미세먼지다. 농촌과 농업 분야에도 적지 않은 미세먼지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업부분 피해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일반노지 작물은 물론이고 하우스 시설에 미세먼지가 쌓이면서 광 투과율이 떨어지고 작물의 생육이 불량해진다. 따라서 생산량이 줄고 색깔 등 품질도 떨어지게 된다. 가축도 호흡기질병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한숨만 쉬고 있다. 국가농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도 아직 이에 대한 조사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농작물 피해 대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3년이 걸린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아울러 장시간 야외 활동이 불가피한 농작업 특성을 참작해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 농민 건강 대책도 함께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 경영주의 평균연령이 67세이고 대다수 농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지고 있어 농민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얼
가정의 달 5월입니다. 혹시 5월에 기념일이 몇 개인지 한 번 세보셨나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에 부부의 날, 성년의 날까지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린이날 대체공휴일까지 3일간의 연휴였기 때문에 어린이를 둔 가정이나 모처럼 연휴를 이용하여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등 행사를 치르느라 전국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출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 직장인들 한숨 소리가 무척 커지고 심지어는 메이포비아, 5월 공포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메이포비아는 5월인 메이(May)와 병적인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성한 용어입니다. 다른 달에 비해 날씨도 화창하고 휴일이 무척 많은 5월에 기념일까지 많다보니 기념일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적자가 되기 쉬운 달이어서, 그만큼 지출이 많아지니 이런 상황이 공포를 넘어 혐오스럽다는 과장된 표현일겁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가장 부담스러운 날로 68.8%가 어버이날을 꼽았습니다. 사실 잘 아시겠지만 1973년에 원래 어버이날이 제정됐고, 그때는 부모님들 모시고 이분들의 사랑에 치하를 보내자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등'을 생각하니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수업 시간에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그림처럼 펼쳐지는 주인공들이 웃음을 선사해준다. '등' 하면 연상되는 것이 참 많다. 사람과 동물의 몸통에서 가슴과 배의 반대쪽 부분을 가리키기도 하며, 관용구나 속담에서도 등이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등을 떠밀다', '등을 벗겨 먹다', '등 치고 배 만진다'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며 자주 들을 수 있다. 한국어 교실에서 예시하기에 대한 수업을 할 때였다. 어려운 말을 설명할 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쉽게 예를 들어 보이는 것이라고 알려주며 실제적인 예를 들어 보였다. 예를 들어 보일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해요. 동물의 예를 들면 개, 고양이, 닭, 호랑이 등이 있습니다. 동물에는 개, 고양이, 닭, 호랑이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며 칠판에 판서를 했다. 그리고 따라 읽도록 했다. 그 때였다. 질문이 하나 날아왔다. 문장을 따라 읽던 러시아에서 온 2학년 친구의 질문이다. "선생님, 등이 뭐예요· 등이 무슨 동물이에요·" 여러 동물의 이름이 나열 되다가 끝에 등이 나오니까 동물이라고 생각했던지 질문을 한 것이다. 내가 대
출구는 있다는데 돌고 돌아도 제자리였다. 막혀 있으니 돌아서 다른 길로 가야한다. 천년 고찰 직지사에서였다. 국화가 심겨져 있어서 그냥 화단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미로(迷路)화단이다. 미로에서는 나가고 싶다고 원해도 바로 나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쉽게 나가는 길을 가르쳐줘도 말로는 알 수가 없다. 그날 우리 일행은 한참을 미로(迷路)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오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었다. 그 중에서도 맥 빠지는 것은 기껏 밖으로 나가나 하면 제자리이기 일쑤다. 설마하고 들어왔던 사람들은 되풀이 되는 실패로 각양각색의 표정이다. 숫한 반복에 지친 얼굴, 포기할까 망설이는 이들, 굳은 표정으로 참는 이들, 지루함을 참지 못해 짜증내며 화단 위로 올라타는 막무가내 청년들, 그래도 경건하게 조심조심 걷는 노인들 정말 다양하다. 반면 다른 부류도 있었다. 스님 일행과 아이들이다. 스님 일행은 집 마당을 걷듯 평온해 보이고 아이들은 미로 자체에 호기심이 돋는 듯 신나 보인다. 어찌 보면 스님과 아이들은 미로 자체를 그저 즐기는 것 같다. 어찌어찌 밖으로 나와 안내문을 본다. 어쩌면 이 길은 그 자체로 미로이며 입구와 출
어린이 날이다. 나는 종일 텔레비전을 보다가 낮잠을 자며 하루를 보냈다. 어린이 공원에 놀러가자고 보채는 아이도 없고 외식을 시켜 달라는 아기도 없다. 거리에 나가봐도 조용하다. 손자가 없는 나는 요즘 아이들이 뭐를 원하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몇 푼의 돈을 쥐고 문방구로 달려가 장난감을 사거나 문방구 구석에서 오락을 하곤 했던 것 같다. 우리 동네는 문방구점도 사라진 터이니 더더욱 아이들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는 서른이 넘은 두 아들은 어린이날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지도 못했고 장난감을 사러 손잡고 나가보지도 못했다. 맛난 것을 먹으러 나가는 대신 늘 배달 음식을 시켜주고 일하러 나갔다. 조금만 아이들에게 마음을 기울였으면 그런 시간쯤은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3일의 연휴라서 해외로 섬으로 여행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날 전날은 아버지 제삿날이다. 가족들은 어린이날을 축제처럼 즐기기 이전에 아버지를 추모하는 조용하고 엄숙한 시간을 거쳐야한다. 제사가 끝나기 무섭게 형제들은 뿔뿔이 내일 있을 어린이날을 즐기러 제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 아버지 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약속들은 대부분 언약으로 이루어진다. 그 언약들은 가볍게 오가는 대화 속에서 하기도 하지만, 때론 계약서 못지않은 무게를 담고 예를 갖추어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나는 어떤 일을 부탁받았다.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한 행사를 좌우하는 부담이 따르는지라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수락했다.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이 어디 있나. 이왕 맡았으므로 시간을 투자하고 머리를 짜내 준비했다. 그리고 시행 일자가 다가와서 추가 자료수집 등으로 연락했다. 그랬더니 다른 이가 진행하기로 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한다. '알겠습니다.' 나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여행 중에 수북이 쌓인 자물쇠 더미를 본적이 있다. 자물쇠들에는 알록달록한 하트모양 메모지들이 달려있었다. 코팅까지 입힌 메모지들에는 변치 않는 사랑이나 우정을 맹세한 글들이 쓰여 있었다. 연인들이나 친구들이 메모지를 자물쇠에 매달고 고리에 굳게 채워버린 거다. 사람들은 이곳이 약속의 성지라도 되는 양 그 앞에서 언약을 하며 자물쇠 숫자를 보태고 있다. '저 자물통에 묶인 사랑과 우정들이 지금도 변치 않고 있을까.…
오월이다. 꽃들이 빠르게 피고 진다. 어디든 지천으로 꽃이 핀다. 그중에 나는 하얀 이팝꽃이 제일 좋다. 이 꽃을 보면 우리네 어머니 젖무덤 같은 이야기가 나를 아리게 한다. 배가 고파 고봉으로 쌓아올린 이팝나무에 핀 꽃이 무겁다. 이맘때면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아우성으로 진다. 광주의 하얀 기억들이 살 떨리게 나에게 난사한다. 오월은 그렇게 나를 아프게 한다. 광주 5.18이 일어나던 해 나는 재수를 하고 있었다. 나만 불행하다는 자괴감 속에 살아왔다. 그렇게 봄날이 지던 5월 어느 날 재수학원이 있던 대교 인근에서 수천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밀려들었고 그날의 수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저들이 외치는 구호와 스크럼에 나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너무 부끄러웠고 두려웠다. 그리고 그 해 가을 광주학살에 관한 비디오를 보게 된다.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내내 절망의 울음을 울었다. 80년 한 해를 그렇게 죄진 사람처럼 보냈다. 그 날 이후 광주는 나에게 두려운 아픔의 이름이자 미안함 그것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에 대한 부끄러움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와 민주
꽃보다 아름다운 5월의 신록이 눈부시다. 푸른 하늘에 어버이날 효(孝) 잔치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너풀거린다. 오월의 사과밭은 연분홍빛 감도는 하얀 사과 꽃 향이 은근하다. 아버지 생각이 난다. 옛날 60년대, 아버지는 사과농사를 하셨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일손이 필요 했다. 당시는 과수원이 흔치 않았고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아 수확기가 가까워 오면 아버지는 사과를 지키러 과수원의 작은 농막에서 주무셨다. 5남 1녀의 가장이신 아버지는 법무사사무실을 운영하며 논, 밭, 사과농사까지 지으셨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아침저녁으로 농사일을 보시고 일요일에도 일을 하셨다. 아버지의 그런 근면함으로 우리 집은 궁핍하지 않게 지냈다.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를 크게 도와드리지는 못했지만 덩달아 바쁘고, 쉰다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더듬어본다. 중 3때 일이다. 영어참고서를 사려고 아버지 사무실을 찾았다. 돈을 타러 아버지 사무실에 가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아버지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입시가 코앞인데 이제 참고서를 사느냐, 혹시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냐·'
사람이란 너나없이 나름대로 잠재된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은 비옥한 땅과도 같다. 아무리 비옥한 땅이라도 씨앗을 뿌리지 않고 두면 잡초만 무성해 진다. 잠재된 재능도 마찬가지다. 비옥한 땅에 씨앗을 뿌리듯 잠재된 재능도 갈고 닦아야 한다. 재능을 타고 났다는 것은 가능성만을 말할 뿐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해도 갈고 닦지 않으면 그 재능은 쓸모가 없이 된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는 뛰어 난 재능, 잠재적재능이 남다른 다시 말해 천재라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아이들을 일명 신동이라고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열악해 그 신동이라는 아이들을 가르칠만한 환경을 국가가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 여건이 녹녹하지 못해 그만 잡초 밭이 되고 말았다. 이 세상의 주인은 탁월한 잠재적 재능을 갖고 그 잠재적 재능을 잘 갈고 닦은 자들의 것이다. 그런 잠재능력은 곧 마음의 변화다. 마음의 변화를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첫 단추가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진심으로 성공을 바란다면 잔머리를 굴리지 말고 잠재적 재능을 깨우치는 것이다. 잠재능력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소망을 적어 놓고 매일같이 때때로 읽
2018학년도의 마지막 날인 2월 28일, 퇴근길에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포물선을 그리며 푹 패여 있는 자동차바퀴 자국이 눈에 거슬렸다. 2월 어느 날 출근하니 눈이 녹아 젖어있는 학교 운동장에 누가 차를 몰고 와서 운전연습이라도 했는지 선명한 상채기를 내놓았다. 아이들이 쓰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이렇게 해놓고 간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얼어붙어 고르기도 못하는데 말이다. 속상해서 투덜대어 봤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흘간의 연휴가 끝나고 시업식, 입학식이 있는 3월 4일 아침, 출근하니 운동장이 말끔해져 있었다. 2월 마지막 날까지도 흉터 같았던 바퀴자국이 사라지고 새살 돋은 피부처럼 깨끗하다. '고주무관님이 새벽 일찍 오셔서 정리하셨나 보다' 했더니 사실은 3월 1일에 오셨단다. 우렁각시가 와서 밥을 차려놓으면 이렇게 고마울까·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공휴일에 개인트럭까지 가져오셔서 강철 빔을 매달고 운동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싹~~정리해 놓으셨다. "와! 고주무관님, 공휴일에 오셨다면서요·" "예, 삼일절에 왔어유." 대답도 간단하다. 더 이상의 설명도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책임감 강한 고주무관님에게는
맹무백(孟武伯)이 스승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이시여 도대체 효가 무엇입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부모는 네가 아프지 않는 것이다' 제자는 이 뜻을 금방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맹무백은 몸이 건강치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자는 '네가 건강해지는 것이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며 그게 바로 효'라고 정의 한 것이다. 불가에 '부모은중경'이 있다. 부모의 한량없는 은혜를 기록한 경전인데 오히려 유가에서 중시했다. 유가에서 최고 이상은 '인(仁)'이다. 인의 최고 실천 덕목을 '효'에 둔 때문이다. 이 경에는 기막힌 기록이 나온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3말 8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하였다.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 수미산(須彌山)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갚을 수 없다고 설하였다. 수미산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나온 상상의 산이다. 수미산을 구산(九山)과 팔해(八海)가 둘러싸고 있다고 한다. 이 수미산의 하계(下界)에는 지옥이 있으며 가장 낮은 곳에는 인간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선 영조가 붕어하고 정조가 왕위에 오르자 조정은 잔뜩
낭성면 관정리의 자연지명으로 '활미'라는 곳이 있는데 주민들은 이곳을 활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 활산(活山)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미, 뫼'는 '산(山)'의 의미임을 알 수가 있는데 산(山)을 수식하고 있는 '활'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한자로 표기할 당시에도 '활'의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음차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활'의 음으로만 보면 사냥과 전쟁의 무기인 '궁(弓)'이 연상되므로 지명에서 '궁'을 '활(弓)'과 연관짓고 있는 곳을 많이 찾아 볼 수가 있다. 옥천군 청성면의 궁촌리(弓村里)는 마을 뒷산이 활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활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고,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던 궁촌도 활터마을이라고 불리었으며 조선시대에 활을 쏘던 활터가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충남 보령시 궁촌동(弓村洞),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강원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 등이 활처럼 굽은 지형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궁촌 이외에도 궁터(宮基)라는 지명도 많이 나타나는데 '궁터'는 '관터'와 마찬가지로 '관청, 궁(대궐), 왕' 등과 연관지어 '궁(弓)'이 아닌 '궁(宮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는 5월을 '계절의 여왕'으로 부르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일요일, 이렇게 좋은 날에 그냥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기 아까워 근교에 있는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올라보니 파릇파릇한 신록(新綠)의 기운을 맘껏 몸과 마음 속에 담아올 수 있었다. 지난 4월말까지 아마 모든 날씨예보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을 염려하는 장면이 빠진 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새삼 우리가 호흡할 수 있는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된다.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미세먼지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두고 중국과 우리나라가 일종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몇 차례 들려온 적이 있다.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올 것이라는 점은 상식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동차 매연이나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줄여야 한다는 것에 크게 이의(異議)를 제기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그리 훌륭한 환경론자가 아닌 것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왜 미세먼지 타령을 하고 있냐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청주 시내도 교통체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도로를…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가이념에는 우분투(UBUNTU) 정신이 있다. 이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반투어로 '우리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이 '우분투'는 공동체 정신, 인류애인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우분투' 정신을 통해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우분투'라는 자질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우리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우리', '화합', '하나'라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충북도립대학교도 우분투 정신으로 충청북도와 옥천군, 그리고 충북 도내 11개 시·군과 한 팀을 이뤄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역과 소통키로 했다. 과거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아쉬운 대학이었지만, 이제 기존에 미약했던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민과의 접점을 찾고 접촉빈도도 높여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오는 6월까지 '충청권 명문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대학 중장기발전계획(I-BRANDS 2023)을 수립하고 있다. 이 중장기 발전계획에는
모르면 두렵고 알면 사랑인가 보다. 기독교에서 죽음은 종말을 뜻하지 않는다. 흙으로 지은 육체와, 하나님의 영으로 된 인간의 영혼이 분리되는 것을 죽음으로 인식한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지어 온 업으로 인해 끊임 없는 태어남과 죽음이 이어진 삶을 산다고 한다. 이처럼 삶을 되풀이하는 존재자를 중생(衆生)이라고 한다. 죽음이 곧 끝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달 어느 봄날, 33세 꽃다운 청춘에 다섯 남매만 남겨놓고 저 세상으로 가신 나의 어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만져 보았다. 내나이 8살, 초등학교 1학년때 콧수건을 가슴에 채워주시고 입학 시켜주셨던 어머니가 그해 8월 어린 자녀들만 남겨두고 유명을 달리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누워계시다가 며칠후에 다시 오실것만 같았다. 내내 기다렸으나 영영 오시지 않았다. 소풍가던날 곱게 단장하고 바리바리 먹거리를 준비해온 친구들의 어머니. 운동회 하던날 코스모스 배경으로 사진찍어 주던 친구들의 어머니. 그건 나에게 하나의 희망이었다. 부러웠어도 보고 싶었어도 그리움에 더욱 목이 메었다. 사계절이 바뀔때마다 그분의 손길은 더욱 그리웠었다. 어머니 묘소가 위치한 곳으로 도로가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