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길, 따가운 햇살을 집어삼킨 어둠이 짙게 내린 들판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개구리 합창소리에 벅차 오른 가슴은 빵빵해진 풍선처럼 터질 듯하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소리에 심취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어릴 적, 덕유리 새말을 향해 날아간다. 이제는 대청호에 잠겨 갈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린 할머니 댁 마을 어귀에 안착한다. 미루나무 신작로를 따라 작은 발걸음으로 한 참을 걸어가면 둥구나무 한 그루가 반갑게 맞아주던 곳이었다. 둥구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농사일로 흘린 비지땀을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씻어내기도 하고. 따끈하고 포실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할아버지들이 짚으로 새끼를 꽈가며 콧노래를 부르던 모습들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멍석 위에서 곤하게 잠든 손주를 위해 열심히 부채질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눈을 꽉 채운다. 주마등처럼 흘러간 지나간 추억들이 고향의 진한 그리움으로 밀려와 세차게 온몸을 감싸준다. 저녁나절 앞마당에 자리한 평상에 누우면 깜깜한 밤하늘에 빼곡히 박혀있던 별들이 내 얼굴로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었다. 반짝이는 별들을 세며 옥수수 하모니카를…
주둥이가 길고 날씬한 주전자로 가느다란 물줄기를 만들어 조심스레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맛있는 커피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설레게 된다. 의식을 치르는 듯 커피를 내리는 것은 사실 마음가짐을 가지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 추출을 '다도(Teaism)'와 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핸드드립(Hand drip)'이라고 부르는 일본식 커피추출 문화에서 비롯됐다. 커피를 맛있게 추출하려면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일본식 핸드드립을 일각에서 꽤 오랫동안 맹종(盲從)하는 바람에 커피 추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깊게 배이면서 고질병처럼 된 게 있다. 물을 붓는 방식이 커피의 맛을 좌우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이 그것이다. 커피 입문자들로 하여금 커피의 맛이 물을 어떻게 붓느냐에 따라 결판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앞선 세대의 잘못이다. 핸드드립에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마땅히 어떤 커피를 사용했느냐가 돼야 한다. 공들여 추출한 커피의 향미가 떨어지는 이유를 '물줄기가 굵었네' '주전자를 두 바퀴 덜 돌렸네' '물줄기가 갔던 길을 또 갔네'라는 식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잠은 시나브로 오고 배고픔은 눈 뜨면 달려온다"고 했다. 예로부터 햇보리가 나오기 전까지를 보릿고개라 불렀다. 이 고갯길[麥嶺]을 넘어야 보리쌀이나 햇감자를 먹을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개라 불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 배고픔이야말로 생사가 왔다 갔다고 한다. 보릿고개는 힘든 노동으로 '등골 빠진다'라는 말보다 더 무서울 정도였다. 햇감자는 음력 6월부터가 제철이다. 땅콩, 고구마 등과 마찬가지로 땅에서 얻는 구황(救荒)작물이다. 그야말로 배고픔을 이겨내는 식물이란 뜻이다. 1925년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감자》에서 감자는 가난의 상징, 굶주림을 면해주는 식량이었다. 중국 명나라 때 서광계가 1639년 편찬한《농정전서》에도 고구마와 함께 감자 등은 구민(救民)의 작물이라 했다. 그로부터 명과 청나라에 가는 사신, 역관 등에게 여러 차례 고구마 등을 가져오라고 부탁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인 옥수수 그리고 쌀과 밀, 그다음 순위가 감자(甘藷)일 정도다. 적응력이 뛰어난 재배식물인 감자는 해안가에서부터 히말라야나 안데스 고산지대에서까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연중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아침 다섯 시면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러한 버릇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몸에 익혀 온 것입니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든,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든 일어나는 시각은 항상 동일합니다. 일어나면 정신을 가다듬은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글을 만들거나 이미 쓴 글을 반복해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대개 서너 시간 이어집니다. 며칠 전에는 청탁받은 짧은 글을 쓰다 '목이 좋다'라는 구절에서 생각이 멈추었습니다. '몫이 좋다'와 '목이 좋다'를 두고 어느 쪽의 맞춤법이 맞는 것인지 뜬금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잠시 헷갈렸던 것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바로 관련 자료를 뒤졌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목이 좋다'가 표준말이더군요. 내친 김에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나온 내용들을 더듬었습니다. '수능 한국사 강의 1인자 고종훈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방송 한국사'라는 자료였는데, 고려 제6대 왕인 성종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목이 좋다'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과거 학창시절의 어느 시점엔가 배운 내용인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그것을 상기할 목적으로 내용을 자세히 훑었습니다
'우보(牛步)'라는 호를 쓰는 후배가 있다. 더불어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생각난다. 소의 걸음은 느리지만 한 걸음 두 걸음 성실하게 나아가면 결국 목적한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 갑자기 그 단어가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답답해서 일거다. 뜻한 바가 제대로 진척이 안 됨에 조바심이 일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름 아닌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관한 문제다. 왜 건립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미 답을 찾았다. 목적도 명확히 밝혔다.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여러 각도로 분석도 했다. 현실감이 넘치는 충북도와 충주시의 행정 차원에서도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도 발 벗고 나섰다. 그럼에도 넘치는 생기(生氣)를 막고, 미래에 후회되지 않을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위 힘 있는 자들의 펜 끝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의욕은 왕성하지만 막상 쓸 힘없는 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말 잘 듣는 시민들의 가슴에는 어리석음만 담겨 있지 않다. 무엇이 이롭고 어떠함이 해로운지 안다.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것이 세상에 필요한지 안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성격이란 게 있다. 흔히 까칠한 성격을 빗대 성질머리라고도 불리는데 나의 경우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이 있다. 한 박자 늦추자 늦추자 하면서도 못 고치는 급한 성격이다. 혹자는 수양을 하거나 노력을 하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걸 잘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거창한 것도 아닌 소소한 상황에서 조차 그러하니 나 같은 사람은 수양이 한참 필요한건 맞는 얘기인가 보다. 올 봄, 처음 키워보는 종류의 꽃 화분을 들였다. 그러고 바로 며칠 전이다. 아침에 화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활짝 피었던 네 송이의 꽃이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죽은 듯 누워있었다. 순간 "어떡해 웬일이야 죽었네"라는 말이 나왔다. 수분이 생명인 꽃이라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물도 아침에 흠뻑 주어서 말라 죽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상하다 죽을 이유가 없다 생각하니 더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아예 녀석들이 죽었다고 잠시나마 생각했다. 네 송이의 꽃은 그렇게 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이튿날 오후, 기척도 없던 녀석이 저녁 무렵 일어난 게 아닌가. 성급한 단정
벽이 있다. 어떤 사람은 벽을 넘고, 어떤 사람은 돌아서 다른 길을 가고 또 어떤 사람은 벽을 부순다고 했던가. 나는 과연 벽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란 게 있고, 나도 내 나름대로 사고를 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니까. 책 읽기 모임에서 만난 어떤 이가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나는 대답했다. "저는 양파에요." 그러자 그녀가 다시 묻는다. "까도 까도 또 뭔가가 있는 양파라는 말씀인가요·" 나는 답했다. "아니요 까도 까도 아무것도 없는 양파죠. 양파는 까면 깔수록 아무것도 없어요. 다 까고 나면 허공만 남지요. 저는 그런 양파입니다. 그래서 저는 알면 알수록 알아갈 게 없는 허무한 사람이지요." 그녀는 다행이라고 했다. 자신은 우파인데 내가 혹시 좌파이면 모임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정치는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이 나라에 발붙이고 사는 한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가 말할 때 마다 난 대답했다. 무관심도 관심중의 하나라고.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볼 때 마다 좌파라 했다. 난 그때마다 아무파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1991년 탄생된 지방의회가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다 돼 간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방의회는 그동안 나름대로 지방자치제 연착륙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지역 토호세력과의 각종 갑질과 부정부패 행위로 주민들의 불신을 적잖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갑질과 부정부패 행위는 굳이 많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지방의회 84%가 겸직금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부정부패 유발요인이 되고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제8조에 따라 모든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준수토록 돼 있다. 지방의회의원도 공무원 신분으로 이 행동강령 적용대상이다.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지방의원의 직무상·신분상 특수성을 반영한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운영해 온 지 10여년이 됐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은 제정목적에 나타나 있듯 기본적으로 의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제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날이 무더워지면서 여름 피서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네의 주변에 특별히 일어나는 심리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작은 기념품 하나가 첫 사랑 추억이 담겨있는 거라면 그 기념품은 다른 물건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 소중한 물건이 될 것이다. 예전 필자가 호텔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 직원들의 말과 행동을 담은 동영상필름을 직원식당에 틀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는데도 많은 직원들이 자기가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게 보고, 주위 동료의 말하는 모습, 실수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동영상화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는 주위 분들이 손자가 생기면 그 사진을 자기 폰 화면에 깔아놓고 신나하며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주제는 관광지 여행을 할 때 막연히 경관만 보는 것 말고 그 장소에 스토리를 부여한 나와 우리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내용을 알면서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관광'을 권해보기 위함이다. 소설과 영화로 널리 알려진 '남한산성'은 실제 역사와 문화적 경험 등으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선의 인조임금 시대 병자호란으로 청이 쳐들
여름 언저리에서 비를 기다린다. 남녘엔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갔다. 중부지역은 마른장마가 지나가고 무덥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유심히 일기예보를 보며 우산을 챙겨 들고 다녔지만 좀처럼 비가 내리질 않는다. 한국어교실에 나오는 초등학생들도 우산을 들고 왔다가 놓고 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일기예보는 빗나가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은근히 비를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 한국어교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선생님, 오늘 왜 비가 안 와요·"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들고 온 우산을 챙기며 묻는다. "엄마가 오늘 비 온다고 말했어요." 벌써 며칠째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니, 우산을 가져왔다가 교실에 두고 가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장마에 내 귓바퀴를 맴도는 말이 있다. '장미, 기분이 너무 아파요!' 얼마 전, 한국어교실에서 날씨에 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국적이 다양한 우리 친구들에게 사계절은 좀 낯설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3개월씩 나누어 알려주고 사계절 특징을 덧붙여 설명한다. 봄은 3월부터 5
음주운전은 범죄이다. 따라서 발생하여서는 안되는 것이고, 발생하기 전에 예방되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단속된 운전자가 20 만여 명이라고 한다. 음주운전을 하였으되 단속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여 역산을 해보면 더 많은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주운전은 아주 위험한 행위로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에 손상을 가져오게 되는데, 하루 평균 53.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그 사고로 1.2명이 사망을 하고, 92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행위로 인하여 행위자만이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고, 그래서 음주운전을 살인행위라고도 이야기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여서 형법에서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라 하여, 위험한 행위를 해서는 안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유용성과 사회생활상의 필요성으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되, 최상의 주의와 배려를 다하여 위험의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여야 하며, 신뢰의 원칙 상 허용된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도 최상의 주의의무를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으로 조나라에서 태어나 공자보다 연장자로 공자가 노자에게 예를 물었으며 매우 노자를 칭찬하였다고 한다. 그는 위대한 철학자요 도교의 시조이다. 그가 지은 책은 " 노자 " 또는 " 도덕경 "이라 부르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노자는 주나라 수장실의 사관을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일단의 오랜 시간을 지낸 다음 왕실이 쇠약해지자 그의 이상과 학설을 밀고 나갈 방법이 없게 되자 청우(靑牛)를 타고 은거하려 거용관을 지날 때 그곳을 지키던 윤희가 "그대는 어디로 숨으려 하시는구려. 나를 위하여 글이나 좀 써주시오." 하자 직접 그에게 오천 글자의 책 한 권을 써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 도덕경 "이다. 그 후 노자는 서쪽으로 가서 도를 깨우치고 신선이 되었으며 어떤 사람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 흐르는 물은 가두지 마라 " 의 책자도 이 오천 글자의 근원을 두고 쓰여졌다고 생각되며, 작은 한 권의 책이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고대 중국의 현명한 정부지도자 또는 정치지도자에게 가르쳐졌던 것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부드러움의 추구자로 "무지"와
"아빠 물놀이는 하는 거지?" "아빠 별은 무지하게 많아?" 얼마전 두 아이와 함께 화양동을 찾았다. 아침부터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옛사람들이 공부하던 곳이고 대금연주와 시조창, 판소리, 맑은 계곡, 흔들리는 별과 달 등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는데, 돌아오는 질문은 오직 물놀이과 흔들리는 별에 대한 것뿐이다. 화양동에서 진행된 인문여행에 참여한 것인데 두 아이의 끊임없는 요구와 칭얼거림에 왜 데려 왔을까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오랜만의 물놀이에 신나하는 모습과 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산지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자연공간에서 펼쳐진 일정은 경전읽기, 시조창, 판소리 등으로 진행되며 톤을 높이다 별빛 따라 걷기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깜깜한 밤 불하나 없는 산길을 걷는 야행은 밤하늘 가득 차 흔들리는 별빛과 대금연주에 이름 모를 벌레소리 새소리와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더해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내었다. 혹시나 해서 6살 큰아이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물놀이와 별빛, 그리고 판소리가 좋았지만 어둠 속 깜깜한 길을 걷는 건 무서웠다고 한다. 시골서 자라 깜깜한 밤이 정겨운 나와는
어느 지인의 말이다. 언젠가부터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 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에 일백 번 이상 틈틈이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며 산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꾸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 했다. 2019년 85세 된 노인이다. 그 분이 경상북도 의성출신 조원칠 안산고용노동연구원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은 90대를 눈앞에 두고 80대 중반까지도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 즐겁다고 했다. 그게 "감사합니다"가 가져다 준 기적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며 여러분도 삶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살아 보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착하고 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행운이 온다고 했다. 미국인 실업가며 자선사업가로 전설적인 인물 록펠러가 50대 초에 중병을 앓았다. 그 때 병원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병원을 한 동안 드나들었다. 그런 어느 날 하루는 병원현관에 걸린 '베푸는 자의 삶이 복되도다.' 라는 글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 글을 읽고 죽기 전에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실천을 했다. 재산 중 상당액을 가지고 불우한 사람들을 돕
나는 '부럽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이나 물건을 보고 나 자신도 그런 일을 이루거나 그런 물건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부럽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란다. 여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누군가에게 부럽다는 말을 전할 때의 뉘앙스는 '너의 그 상황이 좋아 보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또는 '나도 그렇게 되어야겠어!'라는 강한 의지가 따라붙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오히려 '부럽다'는 단어 뒤에 울음을 표시하는 채팅어 'ㅠㅠ'가 붙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너처럼 못할 것 같아'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출발점이 되면서 말이다. '부럽다'는 단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쓰던 독자분들이 이 글을 읽고 나서 '부럽다'는 말을 쓸 때마다 나의 좌절감을 드러내는 단어가 아닌가 싶은 괜한 고민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싶다. 하지만 내가 '부럽다'는 단어를 꺼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송도와 판교를 부러워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시장에서도 바이오산업의 성장세에 따라 정부 주도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충북 오송과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한 것 외에도 전국 대부분의
지난 2017년 8월 대통령께서는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선언하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완성하기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문재인 케어'라고 불렀고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정책의 의의와 성과를 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해 본다. 우리나라는 1977년 7월 의료보험을 시작한지 12년 만인 1989년 7월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전국민 의료보장을 달성했고 올해는 전국민 의료보장 3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현해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국민건강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 시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의 롤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1989년의 개혁은 불완전한 의료보장이었다. 모든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에 넣지 못하고 비급여를 남겨두어 보험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부담금은 부담스러웠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진료비는 중산층을 위협하고 있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정책은 이러한 '전국민의료보장'의 불완전성에서 시작됐다. 건
돌돌 말아진 작은 편지봉투를 노란 고무줄로 튕긴 하얀 뭉치가 교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이게 뭘까·' 엄지와 검지로 누르며 비벼보니 작은 씨앗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반대쪽으로 돌려보니 편지 봉투에는 서투르고 투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관기교장님, 학교 옆 할머니네 꽃씨" 봉투를 펼쳐 안을 들여다보니 좁쌀보다 작은 까만 씨앗들이 한 움큼이나 들어 있었다. 그제야 학교 옆 할머니가 떠올랐다. 6학년 여학생들이 교육감기 동아리 축구 군대표로 선발되어 도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중간놀이 시간이면 학교에서 그리 멀리 않은 동네 풋살 경기장에 달려가서 연습을 하곤 했다. 그 날은 학교 숲에서 풀도 뽑고 나뭇가지도 정리하다가 나도 따라 나섰다. 아이들은 쏜살같이 달려가 금방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따라 붙으려는데 학교 운동장 옆 아담한 집 텃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는 제법 연세가 있어보였는데 텃밭 울타리 여기저기에 소담스럽게 꽃을 심어놓으셨다. 석죽 패랭이였다. 흰색, 분홍, 진분홍, 빨강 등 다양한 빛깔의 석죽패랭이는 흰머리의 할머니를 볼 빨간 소녀같이 보이게 했다. "할머니, 꽃을
요즈음 자유 한국당 단합대회에서 '엉덩이춤'을 추었다고 여론이 난리다. 엉덩이를 흔든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바지를 내리고 내년 총선 승리 문구를 넣은 것이 문제가 됐다. 엉덩이 춤은 유죄일까, 아님 퍼포먼스에 불과한 것일까. 중국 측 문헌에 보면 적군에 대한 최고의 모욕은 엉덩이를 까고 치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 태종이 안시성(安市城)을 공격할 때 고구려 군사들은 이 같은 행동을 했다. 적군을 약 올리는 행위였다. 극도로 약이 오른 당나라 군사들은 총 공격 명령을 하달하면서 성안의 남자들을 한사람도 살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당군은 안시성을 끝내 점령하지 못하고 통한의 퇴각을 한다. 전쟁에서는 먼저 화내는 측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한국영화에서도 소재로 삼았다. '거시기'를 주제로 한 황산벌(이준익 감독)에서 백제군은 엉덩이를 보여주며 신라군을 약 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배우 이문식이 신라군을 향해 퍼부었던 욕지거리가 웃음을 주었다. 이 같은 모욕적인 표현은 상대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려는 심리전의 양상으로 이용됐을 것으로 상정된다. 이미 고인이 되신 공옥진의 장애인 춤은…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지역은 본래 청주군(淸州郡) 산외일면(山外一面)과 북강내일면(北江內一面) 지역으로 청주군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청주 읍내의 북쪽 지역을 북일면(北一面)과 북이면(北二面)으로 나누면서 내수 지역은 북일면이 되었다. 그후 북일면이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로 발전하면서 2000년 1월 1일 내수읍(內秀邑)으로 승격되고 2014년 7월 1일에는 청주 청원이 통합되면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으로 행정 구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청원군이라는 이름은 자연지명을 근거로 만들어진 명칭이 아니라 원래 청주군이었는데 청주시가 승격되면서 청주시 외의 청주군 지역을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라 하여 청원군이라 한 것이다. 따라서 청주와 청원의 통합은 통합이라기보다는 원래의 명칭으로 되돌린 것인데도 청주와 청원이 하나로 통합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옛 청원군 지역이 청주시의 어느 구에 속하는지를 알기가 어려워 지도를 찾아 확인하게 되니 습관이란 참으로 고치기가 어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청주 지역은 고종(高宗) 33년(1896)에 지방 제도의 개정으로 전국을 13도(道)로 개편하면서 충청북도(忠淸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빈 점포 광고다. 아무리 선전을 해도 나가지 않으면 파격 임대란 광고가 나붙는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일부 임대되는 건물은 대부분 노인보호시설로 나간다는 점이다. 그런 간판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보면 노인보호시설도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흔한 게 노인요양원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건 노인주간보호센터다. 특히 요즘 갑자기 증가하는 게 주간보호센터다. 이런 것들만큼은 흔치 않지만 간간히 눈에 뜨이는 게 노인요양병원이다. 눈만 뜨면 늘어나는 게 빈 점포인데, 그 중에서 몫이 좋은 곳은 대부분 노인보호시설이 들어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것일까? 예로부터 고아나 노인을 돌보는 사회사업은 돈이 많은 부자들이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그만큼 사회봉사를 하는 부자들이 많다는 뜻일까? 문제는 그와 정 반대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2,3년만 운영을 잘하면 임대한 건물을 통째로 살 수 있는 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00병상 규모의 노인요양원을 1,2년 운영하면 5,6억 원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아들
"우산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왜 우산을 만들었을까·" 어떤 이가 대답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사람들은 가끔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가끔은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예닐곱 개의 가느다란 살이 모여 둥그런 지붕이 된다. 엄지로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비와 바람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까지 막아주는 아치 모양의 아늑한 공간이 하늘로 두둥! 펼쳐진다. 우산은 비 오는 거리를 이리저리 떠돌며 유영하는 길 잃은 큐피트의 화살이다. 뼈대 사이 지느러미를 너풀거리며 하늘을 떠다니다 갑작스러운 빗방울에 운명처럼 뛰어드는 빗물 냄새 풀풀 나는 사랑을 꿈꾼다. 한쪽 어깨가 젖어 휘감기고 축축해지더라도 기꺼이 좁디좁은, 좁아서 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눈물이 비처럼 흐르던 젊었던 날, 세상을 모두 잃은 듯한 상실감은 무시로 아프게 했었다. 온몸으로 비를 철철 맞아도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덧나기를 반복하던 때 자연스레 검은 우산을 펼쳐 들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할 공간이, 몸을 숨기고 마음을 숨길 곳이 필요했다. 그 지붕 아래서 여름이 다 지나도록 비를 가렸고, 해를 가렸고, 눈물을 가렸고,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오송 바이오헬스산업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강호축 발전을 언급했다. 강호축은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축으로 경부축과 X자로 교차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토 발전이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강호축과 균형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충북을 찾아 대통령이 인사치례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발언 전에 충북도가 중앙정부에 제안한 호남고속철도와 충북선 연결 고속화사업이 예타(예비타당성조사)면제사업으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충북선이 호남고속철과 이어지면 목포에서 오송을 거쳐 충북을 관통해 강릉까지 이어지는 강호축 철도 동맥이 완성된다. 통일이 되면 목포에서 청주를 지나 강릉과 원산을 지나 청진과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되는 철로가 개통된다. 강호축 개발이 진전되면 그야말로 충북은 X자 발전 동맥의 중심에 놓여 교통과 물류 등에서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인으로서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시야를 충북 내로 좁혀 우리 고장 옥천을 중심으로 영동·옥천·보은 등 남부3군에 주목하면 결코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개발과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상황에서 충북 도내에서도 '내놓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종합 평가에서 청주시가 4등급을 받았다. 칼을 빼 들었다. 비위 공무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고 비리 없는 청주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직원 서로가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를 국가 청렴도 아시아 1위로 만든 리콴유 총리가 생각났다. 리콴유 총리는 인구 300만의 작은 나라였던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작은 용으로 만든 인물이며 냉철한 현실 감각과 능수능란한 정치술을 가진 20세기 뛰어난 세계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총리 직속으로 부패행위 조사국(CPIB)을 설치하고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 공직자의 부정을 엄단했다. 당시 국가개발부의 장관이 건설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이 부패행위 조사국에 포착됐고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관이 리콴유 총리에게 구명을 요청했으나 총리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싱가포르 공직사회에서 뇌물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을 실시해 오고 있다. 제안부터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조금씩 개정을 하면서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비록 싱가포르에 비해 급진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주말 저녁을 혼자 보내고 있다. 집이 적막강산이다. 남편과 아들은 친구를 만나고 내일 오겠다며 대문을 나섰다. 종일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정적을 깨는 중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설다. 그 낯섦이 외롭고 허전하다고 가슴이 전한다. 내 마음은 곧바로 시골에서 홀로 사시는 시어머님을 소환(召還)한다. 사슴 같은 눈망울이 떠오른다.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어머님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지난주에는 시댁의 조부모님과 큰아버님의 산소를 이장하였다. 요즘은 이장 업체에서 모든 절차를 진행해 준다. 가족들은 조상님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할 일에 대해 은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참석하는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시동생과 동서와 함께 장지가 있는 선산으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선산에서는 벌써 포크레인 작업이 끝나고 몇 명의 인부들은 묫자리를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편을 포함하여 시댁의 친척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계시는 시어머니와 시 큰어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갔다. 왔느냐며 맞아주시는 두 분의 얼굴이 어둡다.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산거청쇄(山居淸洒)라는 문장은 "산중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다."라는 내용이다. 봄철 내내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미세먼지를 피해 숲이 우거진 산중으로 들어가면 정말로 가슴이 맑아지고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명문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산중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여 접촉하는 사람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에 나는 학(鶴)을 보면 속세를 초탈한 생각이 일어나고 돌 틈으로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씻어버릴 생각이 든다. 늙은 향나무와 매화나무를 어루만지면 굳은 절개가 치솟고, 백사장의 갈매기와 사슴을 벗하면, 번거로운 이름을 다 잊게 된다. 만일 한번 속세로 뛰어들면 사물과 상관하지 않는다 하여도 곧 이 몸도 무용지물에 속하리라"(山居,胸次淸洒,觸物皆有佳思。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遇石澗流泉,而動澡愛吃·,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麋·,而機心頓忘 若一走入塵寰,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이 문장의 요점은 자연 속에서 참된 삶을 모색(摸索)하라는 내용의 글이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가 수시로 요동치는 뉴스를 보다가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가슴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