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띄운 오이냉채에 국수를 말아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후끈한 열대야를 피해 개울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린 시절의 고향은 대부분 청정지역으로 '반딧불이'라는 별들이 날아다녔다. 어린애들은 이것을 잡아 호박꽃에 넣어 초롱불을 만들고 사정없이 꼬리를 떼어내 이마나 눈두덩에 붙여 도깨비놀이를 했다. 더위에 지친 청춘들은 야음을 틈타 사내들은 마을 앞개울에서, 계집애들은 동네 우물가에는 멱 감으며 유쾌하게 깔깔대기도 했으며 교모(校帽)를 삐딱하게 쓴 뜨거운 심장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순이에게 만년필로 눌러쓴 김소월의 시 한편을 어두운 밤의 힘을 빌려 전달하는 등 여름밤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밤이 부정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어둠이 사람들에게 익명성을 보장해 평소 주저하던 비상식적 행동으로 파괴적 공격적 비도덕적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즉 익명성은 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어 범죄와 연결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국고사에 모야무지(暮夜無知)라는 성어가 있다. "어두운 밤이어서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는 뜻으로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후한(後漢) 때의 양진(楊震)
살며 잊고 사는 것이 한두 가지인가. 팍팍하고 촉박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기껏 여유를 찾는다는 것이 친구와 차를 한잔 마시거나 옷을 하나 산다거나 접시 하나 사들고 들어오는 것이 멋을 부리는 전부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니 경제니 선거니 하는 일들은 먼 남의 얘기로 여기며 귀를 닫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복잡하고 머리를 써야하는 것으로부터 피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많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휴대폰이 수명을 다해가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휴대폰 하나 살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새 기능을 익혀야 하는 것이 막막해서다. 이렇게 세상일에 귀 닫고 사는 내게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것이 있었다. 국민들 대부분이 분개하고 있는 일본의 거만 무도한 태도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서 'NO Japan'을 외치자 가슴이 뭉클했다. 무엇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인지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우리에게 정치 잘 해서 훌륭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머리 깊숙이 숙이며 한 표 달라던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3·1만세운동을 벌이던 민초의 후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부모를 괴
어느 것으로 입을까…. 즐비한 웨딩드레스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도와 드릴게요." 스튜디오 여직원이 내 체형엔 이거라면서 그 중 하나를 벗겨 옆방에 내려놓는다. 하얀 눈이 방안에 소복이 내려앉는다. 아니, 하얀 물보라 파문이 이는 연못이다. 못 가운데 동그란 방바닥 섬이 떴다. 그 섬으로 들어서자 여직원이 물결자락을 끌어올려 등 뒤에 단단히 고정해준다. 애드벌룬 같이 크고 방방한 속치마 위로 얹힌 흰 물결자락이 내 몸에 매달려 방안가득 퍼진다. 36년 전에도 그랬던가? 그 세월 지나오면서 덕지덕지 시간의 무게가 보태진 겐가? 드레스부피가 만만치 않다. 웨딩드레스 품은 넓기도 하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다 가려준다. H자허리라인도 울퉁불퉁 뱃살도 숨어버렸다. 마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평균치보다 작은 내 키를 한껏 늘려 공중으로 띄워 놓았다. 헐렁이는 브래지어 빈 공간 왼쪽에는 방금 벗은 내 브래지어를 뭉쳐 넣고, 오른쪽에는 손수건을 뭉쳐 넣어 요술을 부렸다. 기장은 얼마든지 길어도 상관없다. 길면 긴대로 땅바닥을 휩쓸면 되니까. 웨딩드레스가 왜 하얀색이냐고 묻는다면, 그냥 하얀색이어야 한다고 대답할거다. 그냥이란 말처럼 절대적인…
올해도 여느 해 못지않게 뜨거운 폭염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7월 말에서 8월까지 대부분의 가정과 직장에서는 무더위를 식하고 가정과 직장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가족, 연인과 함께 계곡, 바다등지로 휴가를 떠나곤 한다. 즐거워야 할 여름휴가에 한 순간의 부주의로 안전사고와 심지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쉽사리 접하곤 한다.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곤 한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14~18년)간 6월에서 8월의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기간 중 총 1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휴가 기간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사고가 집중 발생했고, 전체 사망자의 75%(123명)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원인별로 살펴보면 수영미숙이 31%(51명)으로 가장 많고 안전부주의 22%(36명), 음주수영 17%(28명) 등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북에서도 매년 물놀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19구조·구급대와 119시민수상구조대를 물놀이 현장에 배치해 사고예방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물놀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31개소에 대해 928명이 현장 배치돼 인명
한 여인에게 질문을 했다. 어른이 되고서 가장 좋았던 점을. 여인이 대답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재미있는 대답이었다. 그녀가 유쾌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고교 졸업 후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다 학업을 접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한 남성을 만나 사랑하게 됐고 결혼이야기가 오가는 사이가 됐다. 이 남성은 변변치 못한 직업을 가졌고 왜소했으며 나이 차이도 아주 많이 나는 남성이었다. 대부분 이 결혼을 만류했지만 그녀는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 보고자 했다. 결국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다. 남성의 좋지 못한 행동 때문이었다. 사랑의 상처를 받은 그녀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일정 금액으로 한동안 타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영어실력을 키워 명문대에 가까운 원하는 대학에 편입을 하게 됐다. 졸업 후 주위에서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고대했지만 군대를 택했다. 장교로도 지원 자격이 가능했지만 일정계급 승진을 하지 못하면 전역해야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안정적인 부사관을 택했다. 그녀는 우수한 실력으로 부사관 시험에 통과했다. 직업을 갖게 되자 이제 가정
여성학자 정희진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 문화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희진의 말대로 여성혐오 현상은 공기와 같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불편함을 인지하지도 분석하지도 못했다. 가장 오래된 사회현상인 타자화된 여성존재, 성차별적인 문화와 언어를 여성혐오라고 명명하지도 못했다. 김치녀 된장녀 등 언어를 통해 규정당하고 비하당하는 것에 대해 부담과 모순을 느꼈지만 거기에 맞설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언어철학자 린 티렐에 따르면 우리의 언어적인 범주가 우리의 사회적인 범주를 반영하기 때문에 언어는 곧 정치적인 투쟁의 무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자는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혐오발언은 여성과 남성 똑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게다. 똑같은 말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말의 무게와 권력이 부재한 소수자들의 말의 무게는 다르다. 남성의 말과 여성의 말은 다르다. 이제껏 남성들의 언어는 여성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여성은 침묵당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가 울면 3년간 재수가 없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등 말하는 여
예로부터 미인의 칭송으로 삼상(三上), 삼중(三中), 삼하(三下)를 손꼽았다고 한다. 마상(馬上), 장상(墻上), 누상(樓上)을 일컫는 게 삼상이라고 했다. 마상은 말 위에 앉은 여인의 자태, 장상은 담장 위로 살짝 내민 여인의 얼굴, 누상은 누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했다. 삼중은 여중(旅中), 취중(醉中), 일중(日中)으로써, 여중은 여행 중인 여인, 취중은 술에 취해 있는 여인, 일중은 햇살에 뽀얀 살결이 드러나는 여인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삼하는 월하(月下), 촉하(燭下), 염하(簾下)를 뜻한단다. 월하는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받으며 거니는 여인의 자태를 말하며, 촉하는 촛불 아래 은은히 비치는 여인의 수줍은 듯한 얼굴을, 염하는 주렴 아래로 얼비쳐 보이는 여인을 이른다고 했다. 이런 옛 여인의 모습은 당시 남정네들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을 법하다. 요즘은 어떤가. 영상 매체에 노출된 여인들 모습에서 식상함마저 느낀다. 무엇보다 성형 술과 진한 화장술에 의존한 외양은 인위적이어서 별다른 매력이 없다. 쪽진 머리의 반듯한 가르마, 가늘고 긴 눈, 도톰한 입술이 자아내는 단아함이 표출된 미인도이다. 이것
'바둑 한 판에 묘수 세 번 나오면 진다.' 바둑의 승부에 곧잘 비유되는 명언이다. 묘수(妙手)의 의미는 위기에 처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절묘한 해결책을 말한다. 그런데 묘수를 세 번이나 두었는데 진다는 말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묘수를 한 번만 두어도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을 터인데, 세 번을 두었음에도 진다는 말의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옛날 일본의 바둑 최고수인 명인 죠와(丈和)가 라이벌 가문의 제자 인데쓰를 이겼다. 명인이었던 죠와가 묘수를 두어 승리했다. 바둑에서 진 인데쓰는 얼마 후, 피를 토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만큼 당시의 바둑은 목숨을 거는 치열한 반상의 전투였다. 그때 남긴 바둑의 기보(棋譜)는 죠와의 제자들이 보물처럼 받들며 복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린 막내 제자가 스승 죠와가 둔 묘수를 보고 말했다. "스승님이 묘수를 두어 승리했지만, 애초에 잘 두셨으면 굳이 묘수를 두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제자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스승의 묘수를 두고 어린 제자가 비판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스승인 죠와가 들어섰다. 불호령이 떨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일본에서 열렸던 한일 정부 관계자의 실무회의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국내 여론을 들끓게 했다. 명색이 한국과 일본을 대표해 통상을 담당하는 이들의 만남임에도 사진 속 구석에 쌓인 의자들을 볼 때 회의장이라기보다 창고에 가까웠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장면이었다. 참 이상하다.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지인들은 일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친절했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친절한 일본인들로 구성돼 있는 일본 정부는 왜 요즘 부쩍 친절하지 않은 걸까. 미국 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는 개개인이 도덕적이라도 그런 개인들이 모인 집단은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가'라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제 관계가 이렇게 힘의 논리로 얼룩진 배경도 위와 같은 니부어의 통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한국은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빅데이터 서비스인 '구글 트렌드'에서 찾아보면 일본의 규제 발표가 있던 7월 1일부터 '일본', '불매'가 포함된 검색어 빈도가 급상승해
삼 년 전에 맛있게 잘 익었다고 선물로 건네준 매실청을 냉장고에 보물처럼 보관해 두었다. 나물을 무친다거나 음식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속이 더부룩할 땐 따듯하게 차로 마시기도 한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이면 시원하게 얼음도 동동 띄워 마시곤 한다. 올해는 지인의 밭에서 푸릇푸릇 색깔도 고운 청매실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무에 매달려 수확을 돕는 일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거기다가 내가 딴 매실을 덤으로 얻는 횡재도 얻었다. 집에서 매실청을 직접 담갔다는 지인들을 보면 '나는 언제 그런 걸 해보나'라고 생각만 하며 부러워했었다. 어쩌면 그만큼 삶의 여유를 맛보고 싶다는 반증은 아니었을까. 매실을 담그며,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갈증을 풀어볼 생각으로 가슴은 설렜다. 인터넷 검색으로 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대로 한 보따리 얻어 온 매실을 깨끗이 씻고 밤새 말렸다. 사용되는 설탕의 분량이 매실과 같은 양이라 '이렇게 많은 설탕을 부어도 몸에 좋은 걸까?'라는 의구심이 슬며시 고개를 들며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까지 됐다. 새벽이 돼서야 보송보송…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커피는 이제 한국인들에게 없으면 금방이라도 난리가 날 것 같다는 말을 입증할 만 한 두 가지 예를 들어 본다. 하나는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귀화한 스스로 툭하면 순천 촌놈이라고 자랑스럽게 유머를 쓰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말했다. "미국가서 공부하는 동안 자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 아주 환장하겠더리닝께 하하하." 다른 하나는 1년에 한국인이 마시는 커피가 무려 25만 잔 이라는 통계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1년에 몇 잔씩이나 마실까. 그 또한 무려 500잔 씩이라 한다. 참으로 놀라운 숫자가 아닌가. 본래 커피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커피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 즉 커피콩을 주워다 끓여 먹은 것이 출발이었다. 향기가 매우 좋고 자극적이어서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마시기 시작 한 것이 첫 단계였다. 그것이 아랍문화원으로 들어가 확산된 이유는 그들의 종교가 술을 금지하기 때문에 커피를 애용한 것이었다. 아랍의 한 나그네가 모닥불을 피워 놓은 채 깜빡 잠든 사이 무심코 커피통을 발로 차서 모닥불에 쏟아졌다. 그가 잠을 깨니 조금 탄 커피에서 썩 맛있는 냄새가 풀풀 나서 그 뒤로 커피를 볶아 먹는 방법을…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청주 공군기지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청주 공군기지에 F-35A 최신예 전투기가 주둔하기 때문이다. 그 전투기는 탁월한 스텔스 기능으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은 물론 참수작전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는 수시로 보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경고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무엇보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해도 그것이 우리를 콕 짚어서 겨냥하지 않으면 막연한 불안감만 느낄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게 한국을 겨냥한다고 하면 실제적인 위기감을 느껴야하고, 구체적인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만약 청주를 겨냥한다고 특정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청주 사람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청주는 인구가 83만 명에 달하는 도시인데다 인접 지역엔 세종 진천 증평과 같은 중소도시도 산재해 있다. 북한이 아무리 정밀공격을 한다고 해도 직선거리 10㎞ 내외의 인근도시에 피해가 전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청주와 주변 중소도시들은 청주 공군기지의 F-35A 때문
언어와 문자를 부여잡고 또 고심하고 있다. 말과 글의 기원에 관한 것인데, 영화 '말모이'를 보면서 생긴 병(病)이라면 병이다. 며칠 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를 감상한 뒤 병이 도지고 더 깊어졌다. '우리말을 모아 놓는 사전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은, 말이 인간의 신념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지 그 메커니즘을 좇는 것으로 이어졌다. 답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난 '번민의 시간'이 기억에서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을 때 '나랏말싸미'가 들어와 의문의 꼬리를 물게 했다. 한글이 '산스크리트(Sanskrit)어'의 발음구조를 빌려와 만든 소리글자라는 영화의 설정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 어족(語族)은 언어학에서 하나의 공통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추정되는 여러 언어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한국어족(Koreanic languages)은 알타이어족의 하위 계통이라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글을 우리 겨레의 독창적인 산물로 보는 관점에서 한국어의 뿌리가 인도유럽어족이라거나 알타이어족에 있다는 주장은 반갑지 않을 것이
인간과 동·식물에게 중요한 물질인 소금은 약 45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구의 역사와 함께 했다. 소금은 모든 생물이 목숨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염분 물질이지만, 소금을 주된 영양소로 삼고 있는 생물은 없다. 바닷물 속에서 일생을 보내는 물고기나 해초도 매우 적은 양의 소금을 몸 안에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함초(鹹草)란 식물은 예외다. 짠물이 드나드는 갯벌에서 소금기를 먹고 사는 염생식물인데, 열대지방의 맹그로브 나무와 함께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소금을 흡수하며 자라는 풀이다. 함초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소금을 비롯해 칼륨·칼슘·마그네슘·철·인 등 갖가지 미네랄을 흡수하면서 자라는 생리를 지닌 갯벌 식물이다. 맛은 짜고 지구상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식물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개펄이나 염전 주변에 무리를 지어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전체 모양이 산호를 닮았다고 해 산호초라 한다. 순우리말로는 '퉁퉁마디'라고 하는데 퉁퉁하고 마디가 있는 풀이다. 또 울퉁불퉁하게 생긴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염전주인들은 소금 생산에 있어 방해되므로 몹시 귀찮게 여기는 풀이다. 사람들이 함초를 이용한 첫 기록은 3천 년
다산 정약용이 지은 '하피첩(霞帔帖)'은 '노을빛 치마로 만든 소책자' 입니다. 지난 2005년, 수원의 어느 건물 주인이 파지를 마당에 내놓았는데, 폐품을 모으는 할머니가 지나가다 그 파지를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은 그때 할머니의 수레에 있던 서첩(書帖)에 눈이 갔고, 그는 책과 파지를 맞바꾸었습니다. 그리고는 혹시나 싶어 KBS의 '진품명품'에 내놓았습니다. 감정위원은 '책을 보는 순간 덜덜 떨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감정가 1억 원을 매겼고, 주인 없이 떠돌던 그 보물은 후일 경매에서 7억5천만 원에 국립민속박물관에 팔렸습니다. 하피(霞帔)는 옛날 예복(禮服)의 하나입니다. '붉은 노을빛 치마'를 말합니다. 다산은 천주교를 믿은 죄로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었습니다. 그러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마재에 남아 있었던 아내 홍 씨는 남편의 귀양살이가 10년째 되던 해에 남편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시집올 때 입었던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다산에게 보냈습니다. 부인의 그리움을 전달받은 다산은 치마에 두 아들에게 주는 당부의 말을 써 책자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하피첩인 것입니다. 다시 다산은 치마의 한 조각을 남겨 매화와 새를 그려 족자
그동안 고령화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생산연령 인구 역시 지난해 첫 감소세를 보이며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들은 시설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신체적인 약자이므로 우리의 배려가 절실하다. 비단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임산부 등은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을 더욱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4조에 따르면 장애인 등은 장애인 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으나 실상은 장애인 뿐 아닌 노인, 임산부,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도 어렵고 개선해 나가야 할 시설물들이 많이 있다. '편의증진법'에 의거해 도로에 설치되는 안전시설은 첫째로 보도가 있다. 보도는 휠체어 사용자나 유모차 이용자가 장애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교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유효 폭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0년부터 각 종목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승부 조작이 바로 그것이다. 승부 조작이란 선수 및 감독·심판 등 경기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경기 결과나 점수 등을 조작하는 것으로, 승부 조작이 가장 먼저 적발된 곳은 'E-스포츠'의 스타크래프트 종목이었다. 1대 1로 경기로 하는 종목 특성상 한 명만 매수하면 조작이 손쉬워 승부 조작 브로커들의 좋은 표적이 됐다. 이를 시작으로 야구나 축구 같은 메이저 스포츠 종목으로도 승부조작 파문은 확산됐다. 승부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불법 사설 베팅업체의 브로커가 먼저 선수나 관계자에게 접근해 호의를 베풀어 친분을 쌓은 다음, 초구에 볼을 던져 달라는 부탁을 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선수를 설득해 승부 조작에 참여시킨다. 일단 선수가 한 번이라도 승부 조작에 참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멈출 수가 없다. 선수가 승부 조작이 범죄임을 깨닫고 그만두려고 해도 브로커는 지금까지의 승부 조작 사실 공개하겠다고 역으로 협박해 승부 조작을 그만 둘 수 없게 만들고, 선수는 이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받으며 승부 조작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
초급장교 시절 군사 훈련을 받을 때 전쟁학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상대국보다 최소 약 3배 정도 강한 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상대국을 침공한다는 얘기이다. 실제 공격을 할 때는 방어를 하는 곳보다 화력 등이 3배 쯤 강해야 상대를 함락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습 공격의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이 난다. 이는 상대가 준비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기습공격을 해 초반에 상대에 치명상 등을 가하고 방어사기를 꺾어 버린다는 전술이다.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나 어느 한 시절 편안할 때 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나라들과의 관계가 구한말과 같은 격변기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오가고 있다. 벌어진 사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차가 뚜렷해 정리가 안 되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조폭영화에서 어떤 싸움꾼은 기습을 당해 한 대 세게 맞았는데도 전혀 타격을 안 입는 것처럼 툭 툭 털며 '너 나 건드렸냐?' 하며 서서히 몸을 풀고 반격 태세를 가한다. 이런 대응은 초반 기습공격은 당했지만 그 공격이 별 거 아니고 '너 오늘 임자 만났다'라는 대사와 함께 천천히 몸
후텁지근하다. 8월이 되니 더위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삼복 중 중복을 지나고 말복을 앞두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과 대비책을 구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 한가운데에 이르니 연일 일기예보에서 열대야, 폭염주의보, 폭염경보 등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단어들을 장맛비처럼 쏟아놓는다. 어찌된 일인지 해마다 맞이하는 여름이고 더위지만 건강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 보양식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추어탕 등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나면 더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삼복에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서로 만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은 아닐까 하는 따뜻한 정이 먼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위를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 등이 만나 서로를 위할 수 있는 시간이 되니 말이다. 지난 초복에는 특별한 음식으로 복달임을 했다. 출산을 앞 둔 중국인 유학생이 만두를 가져온 것이다. 중국에서 어머니가 오셨는데, 중국에서는 초복에 만두를 먹는다며 직접 만두를 만드셨다는 것
여름 한낮, 숲이 우거진 밀림을 보면 잠깐이라도 더위를 쫓을 수 있다. 오랜만에 '동물의 세계'라는 TV 프로가 재방송을 한다.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다. 공감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냉혹함도 읽을 수 있다. 때론 그들의 세계에서 또 하나의 인간세상을 보는 듯 빠져든다. 그런가 하면 공동체 삶의 야생동물에게서 배우는 교훈도 있다. 이에 반해 인간세계는 어떤가. 작가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에서 인간을 동물은 동물인데 자유를 사랑하는 엄청난 동물이라고 인간의 우월함을 치켜세운다. 정말 자유를 사랑하고 언어가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모두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역으로 언어가 없고 생각이 없으면 동물이라 단언할 수 있는가. 사실 모든 동물에게 언어가 없는 건 아니다. 개미들의 페르몬을 통한 의사소통, 돌고래들의 초음파를 통한 의사소통 박테리아가 화합물질 교환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니 동물이라고 아무생각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단 인간은 동물과는 달라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동물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동물은 자유를 뜻하니까. 자유가 통제되고 힘의 논리가 위인 사회
무더운 날씨를 피해 호이안의 투본강으로 향한다. 강어귀에 이르자 개미 떼처럼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바구니 배(퉁바이)를 타기 위해 줄을 선 것이다. 나도 슬쩍 그들 속에 발을 끼워 넣는다. 익숙한 한국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도를 보는 듯 작고 검은 청년이 한국 노래에 맞춰 연신 몸을 뒤튼다. '오빠 한번 믿어봐~. 너만 바라보리라~. 평생토록 내가 안아줄 게~.' 청년의 목소리가 강의 수면위로 툭툭 떨어진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말로만 듣던 바구니 배가 내 앞에 멈췄다. 어릴 적 들판에서 나물을 캐 담던 소쿠리를 닮았다. 봄볕이 마당 가득 펼쳐지는 날이면 난 소쿠리를 허리에 끼고 찬칼을 들고 논둑으로 밭둑으로 흘러 다니곤 했다. 공 벌레처럼 몸을 들에 말아 넣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물을 소쿠리에 채웠다. 등위로 따듯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고 간간이 찬 기운을 품은 바람이 귓불을 스치고 갔다. 한나절을 그렇게 나물을 캐고 나면 바구니 안에 티끌 반 나물 반이 찼다. 그것을 집에 갖고 가면 엄마는 티끌을 골라내고 나물을 분류했다. 망초순은 된장 고추장을 넣어 나물 반찬을 해 주셨고, 캐온 쑥으로는 쑥버무리와 쑥국을 끓여주시곤 했다. 둥그런 바구니 배
빅 데이터는 기존 데이터보다 너무 방대해 기존의 방법이나 도구로 수집·저장·분석 등이 어려운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들을 의미한다. 빅 데이터는 현재는 물론 향후 미래 도시환경의 기초분야로 활용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그로 인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빅 데이터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폭넓게 이해하고 그 활용 방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빅 데이터 활용을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데이터의 형태 및 추출 과정, 분석 등 여러 가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은 물론이고 네트워크의 이해가 필요함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빅 데이터의 활용을 논한다는 것은 점점 다양해지는 도시 거주인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복잡한 도시체계의 정비에 대한 방향 설정 또한 힘들게 한다. 도시 데이터는 무수한 물리·시간적 규모로 볼 수 없는 차원을 담아내고 가능한 관계와 실행 가능한 결과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데이터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분석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빅 데이터를 관리하고자 할 때…
불법촬영범죄는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한 것을 유통시키는 행위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와, 이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이러한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범죄의 범인은 신상등록이 되거나 신상공개가 될 수 있으며, 취업에서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등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범죄는 일상생활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는 이 범죄가 전체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9%였으나, 2018년에는 20%나 될 정도로 급증하였으며, 금년 1분기 불법촬영범죄는 17년도 1분기 대비 10.1% 증가하였으며, 18년도 1분기보다는 14.8% 증가하였다. 계절적으로는 지금
임종을 지켜보고 있는 자식들에게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답을 들어야 편히 눈을 감을 것 같구나." 아버지는 눈물을 지르르 흘리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애들아 죽기 전에 마지막 효도하는 것 보고 싶다. 어서 효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렴" 그 말을 끝으로 숨을 멈췄다. 임종 직전 자식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형제들 간 원수처럼 지내는 자식을 둔 아버지가 죽기 전 자식들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형제자매들이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하찮은 일로도 걸핏하면 다투고 서로 대화는커녕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마저도 싫어 서로 피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들었던 부모의 심정을 털어 놓았다. 물질 만능인 세상, 부도덕이 도덕이 된 세상,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죽여 유기하는 세상, 이웃이 없는 세상이 돼 버린 이때 형제자매간 원수처럼 사는 것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식을 둔 부모는 가슴 아플 일이다. 예로부터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반면 자식의 불행은 곧 부모의 불행이라는 말도. 이 세상에 자식 아닌 사람은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부모로 살지 않은 사람 없다. 사람이면 너나없이 자식으로 또
흔히 지방자치를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로 구성된 양 수레바퀴에 비유하곤 한다.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 바퀴의 크기가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양 바퀴는 비대칭적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에 비하여 자치단체에 더 많은 권한을 집중시킨 '약의회 - 강집행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는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지방의회와 자치단체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은 지방의회 의장이 아닌 단체장에게 있다. 그러다보니 사무직원들이 지방의회의 일원으로서 소신 있게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근무성적평정이나 승진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집행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도의회 사무처 소속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의장에게 부여하여 지방의회의 인력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앞으로는 시‧도의회에 독립적인 인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사무직원의 채용부터 전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