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일본 제품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 운동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를 규탄하는 의미를 담아 작게는 펜 하나부터 크게는 대기업의 반도체 원료까지 일본산을 쓰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선거에 대해서도 불매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소 생소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정치 자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담아 선거일에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사람들에게 '투표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쳐 얻어낸 권리'라는 말이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선거 불매'로는 아무런 의사도 표시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각종 공직선거 때마다 선거통계시스템(info.nec.go.kr)을 통해 투표율을 포함한 각종 선거 관련 통계를 공시하고 있다. 여기서 기권은 투표율에 반영되지 않는다. 투표율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투표 행위가 꼭 필요하다. 여러분이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중에서 투표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의 눈치를 보겠는가. '아무도 뽑을 사람이 없으니 분발해라'라는 뜻을 전하려면, 일단 투표에는 참여해야 한다. 무거운…
사방이 고요하다. 차들이 빼곡히 차지하였던 너른 주차장이 텅 비었다. 배흘림기둥과 처마선이 외부 조명으로 그 멋들어짐을 더 뽐내고 있다. 산등성이처럼 유연하면서도 기품 있게 서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빼앗아간다. 예술의전당이라 쓰인 글씨가 오늘따라 더없이 선명하다. 대공연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웅장함과 안정감 있는 볼륨으로 곡선의 멋을 살린 배흘림기둥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에 다가가 본다. 맨얼굴에 살포시 화장을 드리운 새색시의 볼처럼 황홀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대공연장 앞에 서니, 정면 우측에는 우암산을 배경으로 화려한 단청 속에서 단아함을 뽐내고 있는 천년대종이 눈에 들어온다. 21세기 새천년을 우리 손으로 열어가기 위한 기상을 담아 청동 21톤으로 만들었다는 대종의 울림이 "둥~ 둥" 힘차게 들려오는 듯하다. 좌측으로 눈길을 돌리니 직지교 앞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의 모습이 보인다. 국보 제41호인 성안길에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의 모습을 복원한 철당간의 용두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하늘의 달빛과 용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비춰주는 직지교를 거닐면 어떤 감흥으로
강은 한 지역이나 나라 또는 국경을 뛰어넘는 장대함과 시간조차 넘어서는 영원성을 갖기 일쑤다. 그런 강을 사랑하고 가장 잘 활용하는 민족은 생활의 풍요함은 물론이고 문화의 눈부신 발전과 국가의 강대함 그리고 역사의 화려함을 온 천하에 꽃피운다. 내가 독일 라인강 크루즈여행을 하면서 온몸으로 겪은 것은 그러한 찬란함이었다. 흔히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인구에 회자된 놀라운 전후(戰後) 독일 경제성장의 영광을 강에 바치는 것은 그러므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도 경제의 큰 도약을 '한강의 기적'이라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도 모두 강이었다.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총길이 1천320km, 유역면적이 22만㎢의 라인 강변의 도시 쾰른에서 출발, 거대한 배를 띄워 놓고 4박 5일이나 몸을 내맡긴 채 독일의 속살을 샅샅이 살피는 감회는 매우 감동이었다. 그 강과 강마을과 강 주변은 모두 한 결 같이 그림 같은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낭만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빨간 지붕들이 불타고 강 양쪽으로 기찻길과 육로가 강물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그 위로 기차가 힘차게 달리고 수많은 자동차들도 한껏 속력을 내고 있었다. 산자락에는 햇빛을 잔뜩 머
북핵 문제를 푸는 방법 중에서 금기시되는 게 있다. 한국의 핵무장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이 들고 일어나날 것이고, 대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요즘 이런 금기가 깨지고 있다. 미국이 먼저 한일 핵무장론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일반시민들이 주장하는 것이라면 흘려들을 수도 있다. 미국 국방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주장하고 있다. 맨 처음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가 '핵태세 검토'란 보고서를 통해 한일 등 동맹국들과 비전략적 핵능력을 공유하는 태세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런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일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협정부터 체결해야 할 것이다. 얼마 후 미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도 한미일 핵 공유 협정 체결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국방대 제안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제안이 현실화되면 주한미군이 91년 전면 철수한 전술핵을 한국에 다시 배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비핵화를 추진하는 미국 입장에서 핵 공유도 이례적인 발언인데 요즘은 이보다 더 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월 6일…
공무원으로서의 첫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해 민원대에 앉았다. 그날 이후로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나의 천방지축 공무원 생활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출근 첫날을 회상한다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업무 시작 준비부터 민원 응대, 여러 가지 제증명(증명서 신청), 전화 응대, 복사, 팩스 송신 등 모두 처음이었다. 신규 직원이라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나의 실수는 감출 수가 없었다. 첫 출근 날 내 자리에 앉아 민원을 보는데 내 옆에 있는 팩스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이다. 왜 아무도 받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전화응대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민원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 했나 다시 한 번 전화 응대 방법을 생각하고 들어보려 했지만 왜 이렇게 민원인이 과묵한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나를 쳐다보는 공익근무요원을 쳐다보면서 "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공익근무요원은 나에게 팩스 전화기 받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해주며 팩스 전화는 안 받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그
흔히 돼지풀 또는 도둑풀·말비름·쐬비눔·씨엄씨풀·마치현(馬齒莧)·오행초·마치채(馬齒寀)·장명채(長命寀)라 부르는 쇠비름은 전국의 산과 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중세 아랍에서는 워낙 잘 자라서 '미친 풀'이라고 부를 만큼 끝없이 자기 영역을 잘 넓히고 생명력을 가진 풀이다. 한국과 중국보다 서양에서 더 잘 알려진 쇠비름은 1만6천 년 전 그리스의 한 구석기 시대의 동굴에서 쇠비름의 씨가 발견되어 뉴스로 알려지면서 인류가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한 식물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주 무대였던 지중해의 크레타섬에 사는 사람들은 4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식을 먹는 습관이 똑같다고 한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심장병이나 관상동맥질병으로 인하여 죽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 하는데, 크레타섬의 주민들이 밭에 잡초로 자라는 쇠비름을 늘 먹는다는데서 원인을 찾았다고 한다. 쇠비름을 나물로 한 끼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E, C 베타카로틴, 글루틴 같은 것이 충분하다고 한다. 암브로시아(ἀμβροσία)을 먹고, 넥타(nectar)를 마시던 그리스 올림포스산의 신들과 같이 영원한 생명
미국의 어느 전화 회사에서 골치 아픈 고객을 하나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걸핏하면 고객 상담실로 전화를 걸어 핏대를 세우며 시비를 걸곤 했지요. 요금이 지나치게 부과되었다고, 안내전화에 대한 응대가 늦다고, 계약서에 명시된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수시로 시비를 걸었던 것입니다. 상담원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 해 줄수록 더욱 흥분할 뿐이었습니다. 상담원과의 말싸움에서 밀리면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리기도 했고요. 그것에 그치지 않고 몇몇 신문의 독자란에 투고를 했는가 하면 법원에 고소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견디다 못한 회사는 능숙한 상담 전문가 한 명을 고용해 그 고객을 만나도록 했습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수시로 트집을 잡던 고객의 항의 전화가 뜸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는 사라진 것입니다. 상담실 직원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 전문가를 초대해 비결을 물었습니다. "비결이요· 글쎄요. 고객이 끊임없이 불만을 말할 때 그저 공손히 들었을 뿐입니다. 세 시간 이상을." 머리를 절레절레 내두를 정도로 골치 아픈 고객을 세 시간 이상 인내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해결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참을성을 강조하는 예화는 주변에 참으로 많습니다. 어떤 상인이…
커피의 맛을 알아보고 표현하는 능력은 누구나 타고 난다. "커피 맛을 잘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던 대학생들에게서도 이런 면모는 어김없이 관찰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양과목으로 서원대학교에 개설된 커피인문학(Coffee Humanities)에서는 이채로운 과제가 부여된다. 학생들은 10분 가량 한 잔에 담긴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고 묘사하는 법을 배운 뒤 카페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카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서민이 홀로 운영하는 작은 커피전문점, 이른바 '원맨카페(One Man Caf·)이어야 한다. 학생들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강의실에서 배운 대로 맛을 본 뒤 느낌을 적고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눈다. 질문은 미리 준비되는데, "아메리카노의 맛이 이채롭네요, 이런 맛은 어떠하다고 표현하나요·" "이 커피는 한 종류로 만든 것인가요, 여러 산지의 것을 섞은 건가요·" "매장에서 제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이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등이다. 학생들은 아메리카노의 맛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적고 10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해 제출해야 한다. 대체로 스무 살 안팎인 학생들은 그 동안 커피를 습관처럼 마셔왔지, 굳이 맛을 따지거나 더욱이
머무는 것은 잠시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던가. 그녀를 천안 터미널에 내려 줬다. 인파 속에 섞이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가슴이 둔탁한 무엇인가로 짓눌려 으깨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신음을 토했다. "이제 다시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네요. 교장 선생님도 안 계시니. 선생님 건강하게 잘 살아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내 눈 속에 물이 차올랐다. 그녀와 나는 만리포에서 처음 만났다. 25년 만에 복직한 그녀와 신규 발령 난 나는 삼 년 동안 시골 관사에서 함께 살았다. 첫 발령 당시 내 나이 삼십 중반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니 난 신규가 아니라 그야말로 쉰규였다. 25년 만에 복직을 한 그녀나 뒤늦게 신규로 발령이 난 나나 업무가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는 컴퓨터를 그녀보다 조금 더 잘 다루었고, 그녀는 학부모와 직원들 간에 소통법을 나보다 더 잘 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보완해 가면서 낯선 타지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그런 우리가 안쓰러웠던지 당시 교감 선생님은 둘을 불러 닭백숙도 사주시고 오리 훈제도 사주시면서 격려를 해 주셨다. 업무적으로 부족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는 2015년 영국 대중매체 이코노미스트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Home Sapiens)'에 비유해 스마트폰에 의해 삶이 변화될 인류를 표현한다. 2007년 스티븐 잡스가 스마트폰(iPhone)을 출시한 후 세상은 급속도로 변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70억 인구중 40억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2000년대 초반 집집마다 가지고 있던 비디오카메라, 디지털카메라, 비디오플레이어, 내비게이션 이제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전화기도 사라지고 있다. 1인 1대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전화기가 필요 없다. 요즘 아이들은 전화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 자신부터 살펴보겠다. 10년전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기저귀, 분유, 화장지와 식료품을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 "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지금은 모든 생활용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아침이면 현관 앞에 와 있다. 의류와 과일도 댓글 꼼꼼히 확인하고 주문하면 실패확률 제로다. 오프라인 매
동양화에 물고기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 삼여도(三餘圖)라고 하는 그림이다. 무릇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그림의 소재들이 의미하는 바가 있어 지조와 절개를 나타내는 대나무 그림이나, 벼슬이나 관직과 연관되어 입신출세를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인 학, 청춘을 나타내는 장미 등 저마다 뜻이 있는데 이 중 물고기 세 마리는 학문에의 정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니 삼여도(三餘圖)는 자식의 공부방이나 서당 등 글을 읽는 선비 방에 걸려 있다. 본디 물고기는 유유자적 노니는 생물이라 세 마리의 물고기 그림인 삼여(三餘)란 세 가지 여유를 말한다. 전시장에서 동양화를 관람하다 보면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 조상 중 유명한 여러 화가들이 그린 수많은 삼여도(三餘圖)를 만날 수 있다. 삼여도(三餘圖)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동우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비록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책 읽기를 좋아하여 늘 책을 끼고 살았다. 학문이 날로 발전하여 경서를 강의할 수준에 이르렀고, '대사농'이라는 오늘날로 하면 장관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을 지냈다. 이렇게 되자 그에게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는데
갑자기 한국어 교실이 조용해졌다. 대신 손놀림이 바빠졌다. 방금 전까지 소란스럽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간간이 "학교 그려도 돼요?", "아파트 그려도 돼요?", "선생님, 병원 그려도 괜찮아요?" 등 질문이 들릴 뿐이다. 한국어 교실에서 이번에 배우는 단원이 '우리가 사는 곳'이다. 한국어 교재에서 비교적 어려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지구본을 놓고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찾아보며 궁금증을 갖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향을 찾게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흥미로운 출발이었지만 우리 고장의 모습과 환경에 대한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등장하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교재에는 위치와 자연환경, 인문 환경 등 평소 자주 접하지 않던 어휘가 등장하고 문장도 길며 내용도 길게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 교실 친구들은 한국어 수준에 따라 편성 되었으며,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어울려 한국어 공부를 한다. 한국어 수준도 수준이지만 가끔 전반적으로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이 이해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럴…
너무 높이, 멀리 있어 반드시 올려 볼 수밖에 없는 게 구름이다. 구름을 직접 만져 보았다거나 냄새를 맡아 본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다. 구름을 숭배한다거나 일생을 구름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헤르만 헤세는 수많은 작품에서 구름을 예찬했고 불교에선 구름을 덧없는 인생으로 비유하면서 자연 자체보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해마다 추석 성묫길에서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먼 집안 뻘 가족이 있다. 우연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올해도 역시나 또 만나게 되었다. 형님은 다리가 아파서 못 오고 두 부자(父子)만 왔는데 유난히 얼굴이 밝아보였다. 노총각인 조카가 다음 달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싱글 벙글 입을 다물지 못하신다. 딸 다섯 낳고 막내로 태어난 아들이 결혼을 하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모두 축하의 말을 건네며 각자의 산소를 향해 오른다. 잠시 서서 두 부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평생을 구름 아래에서 방황하던 아주버님의 굽은 등이다. 아내인 형님은 그 먹구름을 이고 수시로 불어오는 찬바람과 서리속에서도 절뚝거리며 살아야했고 그렇게 늙었다. 어찌 생각하면 방황의 밑바닥에 한과 울음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하는 짐작 뿐. 운명
지난밤에 내린 비는 단비였다. 이제 산과 들은 날이 갈수록 짙푸른 정경을 펼쳐 보이리라. 오늘처럼 무성한 나뭇잎들이 피고 지듯이 하루해가 뜨고 지기는 다름이 없고, 내일도 오면 지나갈 시간이 분명하다. 소소하지만 매일 다르게 일어나는 일상 속에 둔덕이라고 여겨졌던 날들이, 돌아보니 강물에 소 지나간 자리처럼 흔적이 없다. 나는 팔월이 오면 다시 둔덕 앞에 서게 된다. 생전 경험하지 못한 공동주택 건물인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사는 왜 이런지, 겨울에 집 앞 인도와 주차장에 쌓인 눈을 쓸 때 면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는데 막상 이사계획을 한 날로부터는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엮고 있다. 정월에 장을 담으며 사방이 트이고 햇볕 바른 옥상에서 '언제 또 장을 담으랴' 마당의 돌나물을 뜯으면서도 '내년 봄에는 즐겨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진한 나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키다리 꽃, 옥상의 텃밭, 가뭄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던 수고로움으로 얻어지던 토마토와 상추 싱싱한 고추 몇 개를 따서 유기농이라고 강조하며 식탁에 올려놓았다. 구석구석 나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는 집. 인생이 연극처럼 일, 이, 삼 막으로…
나는 종갓집의 대종손으로 태어났다. 내 나이 30세란 젊은 나이에 가정 살림의 모든 책임을 맡게 되니 앞날이 막막했다. 아직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들의 학업 문제와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도 큰 걱정이지만, 종갓집의 대종손의 역할에다 건강이 쇠약하신 어머님을 모셔야 하고 거기에다 아내와 내 자식까지 도맡아 살아갈 생각을 하니 어깨가 무겁고 앞이 캄캄했다. 매월 받는 교사의 월급으로 많은 식솔들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사는 동안 산도 만나고 파도도 만나는 험한 길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꽃길을 만나는 순탄하고 행복한 길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집안 전체를 살피다 보니 우리 가족은 항상 셋방살이 신세를 벗어날 기회가 없었다. 단 칸 방에서 두 칸 방으로 몇 번을 옮겨 다니며 살다보니 내 집 한 채 장만한다는 것은 아주 포기한 채 내 평생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때 당시 얼마나 경제 형편이 어려웠으면, 나는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남동생 대학 수업료가 없어 아내의 결혼 패물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고, 힘겨운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경험한 뒤에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비록 마음 한편에 아팠던 상처의 흔적이 평생토록 남게 됐지만, 이후 인생을 살아가면서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처음과는 달리 어렵지 않게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 신체 기관의 세포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뼈가 부러진 경우, 분리된 골절 단의 양 끝으로 가골(假骨, callus)이 형성되면서 골유합(骨癒合)이 진행되는데, 우리 몸은 골절 부위에 손상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끔 스스로 골절이 있기 전보다 더욱더 튼튼하고 두텁게 가골을 만들어 그 자리에 재골절을 예방하게 된다. 또한 수술 창이나 피부 연부조직의 열상(裂傷)이 회복되면서 찢어졌던 부위가 반흔조직으로 채워져 딱딱하게 그 성상이 변한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이처럼 신체 상처의 정상적인 치유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반흔조직이 손상 이전 조직 상태보다 더 튼튼해진다는 사실에 입각한 치료 방법들이 있는데, 체외충격파치료(ESWT)가 그중 하나다. 체외충격파치료 도입 초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혹시 술한잔 먹고 실수가 있더라도 곧바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면 상대방이 수긍을 하고 용서를 해주고 관계를 원점으로 돌리는 일이 종종 있다. 이렇듯 실수를 범했을 때 빠른 사과는 실수를 덮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요즈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사과의 시간을 놓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인 사람이 있어 보기가 민망스럽다. 보통 고위급 인사청문회를 열면 위장전입이나 직불금 불법수령, 논문표절, 재산 미등록 등 소소한(?) 문제가 청문위원들에게 걸려 혼쭐이 나고 미안하다며 사퇴하는 사람도 있고 버티며 임명장을 받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욕을 먹고 임명되어도 일단 임명이 되면 조용해 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인사청문회의 관행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조국 법무부장관은 임명 되기 전부터 논란이 시작 되더니 청문회 내내 시끄러웠고 임명이 되고난 지금까지 온 나라가 들먹거릴정도로 논란거리는 점점 더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많지만 그중에 온 국민들의 화를 돋운 일은 딸에게 가짜 스펙을 쌓아서 시험 한번 안 보고 의대 대학원까지 보내고 장학금까지 독식을 취해서 상대적으로 피해자를 양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했다. 다음날 파주농장에서 30㎞ 떨어진 연천에서도 추가 발생하여 방역 당국을 초긴장시키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조사 결과 두 곳 모두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9월 16일 오후, 파주농장에서 어미돼지 5두가 폐사 신고되었다. 즉시 경기도 가축위생시험소가 시료를 채취하여 농림축산검역본부로 보냈다. 정밀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진되어 발생 원인과 경로를 파악 중이다. 방역 당국에서는 즉시 가축 질병 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신속한 초동조치를 완료했다. 가축위생방역 지원본부에서는 2개 팀 6명을 초동방역 현장에 즉시 투입했다. 우선 발병 농장의 농장주, 가축, 가축차량,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발생농장 돼지 3천900여 두를 즉시 살처분했다. 48시간 전국 일시 가축이동 중지명령을 내리고 축산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의 이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국의 지자체와 농가들에 신속한 현장 방역 조치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필자가 옥천군 농정을 책임지고 있던 2014년
어릴 적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동생을 돌보는 일은 나에게 늘 하기 싫은 숙제였다. 그러다보니 한참 어린 동생은 호기심이 샘솟을 시기로 뭐든 새롭고 해보고 싶은 일이 천지였는데, 나는 늘 그 앞을 가로막으며 "하지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야 내 몸이 편하고 신경 쓸 일이 줄어들테니. 그날도 평소처럼 동생이 뭔가 작당을 꾸미는 눈치라 당당하게 그 앞에서 "너 그거 하면 혼난다. 하지마!"를 외치는 순간,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신 아버지께서 나를 안방으로 부르셨다. 그러시고는 하신 첫마디가 "이제부터 '하지마'는 우리집에서는 없는 말이다!"였다. 지금도 막내가 언니들 눈치 보느라 아무 것도 못하는데 더 커서 너희가 동생의 인생 곳곳을 매번 결정해줄 수 있냐는 꾸중도 함께였다. 그때 생각해보니 동생은 늘 망설이고 쉽게 포기하는 게 일상이었다. 저 녀석은 왜 저럴까 답답해했던 부분이 언니들의 무서운 '하지마' 한 마디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왜 나는 몰랐을까 하는 충격과 미안함에 사로잡힌 밤이었다. '하지마'라는 말로 다른 사람의 발목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그럴싸한 이유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상대방
조선 유교 사회에서 추상같은 정신을 소유한 관리들을 보면 대개는 사헌부(司憲府) 출신들이었다. 사헌부는 오늘날 검찰로서 당시에도 긍지가 높았으며 권한도 막강했다. 기강도 엄격했고 선후배에 대한 예우도 깍듯했다. 태종 때 공신 조준(趙浚)은 사헌부 감찰을 정의하여 '이목지신(耳目之臣)'이라고 했다. 임금의 눈과 귀라는 뜻이다. 임금도 사헌부 관리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잘못하면 사정의 칼날이 총애하는 권속들을 겨눴기 때문이다. 연려실기술을 보면 사헌부에는 임금이 자주 주식을 하사했으며 풍악이 그치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날마다 술이 취하게 하여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려 한 의도였다. 사헌부 관리들의 신입관원 환영회였던 신래(新來)는 조정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이 풍속은 지금까지도 명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가운데 애주가는 물론 말술도 마다 않는 이들이 많은데 그 전통이 내려온 것인가. 사헌부 관리들이 입는 관복의 흉배도 달랐다. 문관은 학, 무관이 호랑이 흉배를 사용한 대신 감찰들은 해태 흉배를 착용했다. 해태는 궁성에서 불을 진화한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궁궐문을 통과할 때도 다른 관리들은 쪽문을 이용하였지만 사헌부 관
그동안 우리가 창지개명의 청산을 위해 전혀 노력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전 국민의 호응으로 정부에서 적극 나선 것이 아니라 일부 단체에서 호소하거나 일회성에 그치고 말아서 그 결과가 아주 미미하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울의 인왕산은 창지개명의 피해자다. 인왕산(仁王山)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서울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명산이므로 일제 강점기에, 가운데 있는 '왕(王)'자를 '일본(日)의 왕(王)'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하여 인왕산(仁旺山)으로 쓰다가, 창지개명의 청산을 위한 노력으로 1995년에 인왕산(仁王山)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도 그 최고봉이 장군봉인데 일제가 대정 일왕의 재위기간에 사용했던 연호인 대정(大正)을 사용하여 대정봉(大正峰)으로 변경하였으나 해방후 북한측에서 해석은 달리 했더라도 하여튼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남대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남대문은 일제가 붙인 이름이고 본래의 이름은 '숭례문'이며 보물 제1호인 동대문도 마찬가지로 '흥인지문'이 본래의 이름이었다. 남대문, 동대문이 우리 고유의 이름이 아니라 일제가 사용하던 이름이므로 조선시대에
"어? 교장선생님, 왜 하얀 옷을 입으셨어요!" 계단으로 올라서는데 2학년 지환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때서야 어제 현서와 지환이가 교장실 앞에 멈춰 서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교장선생님, 내일은 까만색 옷을 입고 오셔야 해요. 왜냐하면 자장면 먹는 날이니까요. 흰색 옷을 입으면 안돼요." 아무 생각 없이 골라서 입고 온 옷이 하필이면 흰색이었다. "아이쿠! 잊어버렸어. 어떡하지? 큰일 났네." 난처한 얼굴을 했더니 지환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날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으면서 흰옷에 까만 점이 튈까봐 온통 신경을 써야 했다. 급식식단표를 다 꿰고 있는 학생들의 배려 깊은 말을 까먹은 죄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과 교직원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럴 줄 알고 나는 까만 색 옷을 입었지요." 라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어떡해! 난 밝은 색 옷을 입었어."라며 아이들의 충고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탄식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그런 반응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웃으며 한 마디 더한다. "오늘은 조심해서 드세요. 다음엔 꼭 까만색 옷을 입으셔야 해요." "그래, 그래. 알았어.
얼마 전 배우 김의성이 자신의 SNS 계정에 "○○○방송국 지하 주차장의 토요일 풍경은 불편하다. 토요일은 일반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지만, 그래도 장애인 주차구역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덧붙여 "다음주부터는 차량번호를 공개하고 신고 조치하겠다"라며 일침을 가했고, 일주일 뒤 같은 장소에 텅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 사진을 다시 게재하며 일침의 효과를 증명했다. 김의성의 일침이 없었다면 이 방송국 지하 주차장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토요일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점령되지 않았을까. 아직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있고, 잘못된 정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보행상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운영된다. '임산부'라는 문구 때문에 임산부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본인 또는 보호자 운전용 주차 가능 표지를 부착한 차량만이 주차할 수
태어나는 일 못지않게 존엄이 지켜져야 하는 일이 죽는 일이건만 요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의되지 않은 용어 '고.독.사' 글자로 써 놓고 보아도 외롭고 아픈 단어이다. 죽는다는 것, 말끝마다 '죽어야지'를 달고 살아도 죽는다는 일은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려운 일. 더구나 혼자서 죽어가는 일이란, 생각만 해도 빈들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어르신들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여쭙는 중에 한 어르신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셨다. 그 어르신은 처음 뵈었을 때 옛날 집 대청마루에 늘 자리 잡고 있던 맷돌같이 단단한 느낌이 들었던 분이다. 외모만큼 마음도 단단했던 분이시다. 그래서인지 어르신과 라포(Rapport)가 형성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늘 큰 목소리로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기운 없이 숨어들던 어르신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건강문제든지 자녀 문제일 것이다. 말씀한다고 해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히 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슬프다고, 마음 아프다고 내가 먼저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보이거나 흥분하면 안 된다. 그런데도 눈물이 많은 나에게는 늘…
서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당연히 시중 화제도 경제를 살리는 문제에 집중해야 마땅하다. 이상하게 세상은 온통 검찰과 조국 얘기로 들끓고 있다. 마치 검찰 공화국이라도 되는 것처럼. 검찰 개혁이란 글을 쓰는 필자는 검찰과의 인연이 거의 없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검찰 청사를 방문한 경험이 있고 검사들을 만난 적도 있다. 그때 만난 검사들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친절했고 겸손했다. 그런데 세상은 검찰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소불위의 상징처럼 생각한다. 검사 하나만 알고 있으면 도깨비방망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만사형통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검사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웬만한 검사 주변엔 스폰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따위의 보도도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수사권만 갖고 있어도 큰 소리를 칠 수 있는데, 그 수사권을 쥐고 있는 형사들을 지휘할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이 뿐만도 아니다. 기소권까지 갖고 있으니 무소불위란 말이 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집을 짓는 목수와 일꾼에 비유할 수 있다. 아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