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인 11월 어느 볕 고운 날이다. 하릴없이 시내 한적한 골목길을 지나치다가 상가 앞에 발길이 멈췄다. 상가 유리문에 '점포 임대'라고 쓴 큰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만하여도 이곳엔 번듯한 식당이 자리했었다. 식당 개업 당시 정경이 새삼 떠오른다. 점심시간이면 이 점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 씩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서 날아왔는지 빈 점포 앞에 바짝 마른 낙엽과 검은색 비닐봉지만 동장군을 재촉하는 삭풍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보자 수개월 전 일이 문득 생각난다. 저녁나절이었다.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이 식당 앞을 지나쳤다. 마침 시장기를 느껴 식당 안을 들어섰다. 식당 안 자리마다 불판이 놓여있고 이곳저곳서 삼겹살을 굽는 구수한 냄새와 많은 손님들로 왁자지껄하였다. 막상 들어와 보니 식당 주 메뉴가 삼겹살이라서 나가려고 하자, 종업원인 듯한 젊은 청년이 다가와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엉겁결에 자리에 앉자, 종업원은 메뉴판을 불쑥 내 앞에 내민다. 그 메뉴판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가 원하는 음식은 없었다. 곁에서 주문을 기다리던 종업원이 생
링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배추 주산지인 해남 등 남부 지역 농작물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농민들의 상심이 크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다. 벌써부터 겨울철 김장 준비를 걱정하면서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매년 김장철이 되면 배추, 무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들의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반대로 폭락하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농산물 생산량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농산물은 계절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져 특정 시기에 공급이 집중된다. 자연조건과 기후의 변화, 각종 병충해·질병에 직접 영향을 받아 생산량의 변동 폭이 크다. 직전년도에 어떤 품목의 가격이 높으면 이듬해 높은 가격을 기대해 재배면적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는 연중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시기별로 가격변동이 심하다. 둘째, 농산물은
옛말에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돈만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그 '돈'의 의미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권력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재물과 권력은 서로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어느 하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는 재물과 권력을 쥐고 나라를 쥐락펴락 하며 결국엔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읽었던 한 책에서는 옛날 돈 '엽전'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해놓았다. 엽전은 '공방'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모양이 겉은 둥글고 안은 네모로 뚫려있기 때문이다. 이 때 둥근 것은 우주를 상징하고, 네모진 것은 인간들이 사는 천하를 뜻한다고 했다. 엽전은 우주의 원리와 천하의 질서를 담고 있으니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을 재물과 권력의 총칭으로 본다면, 이것들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나 같이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모은 것은 그 결과 또한 깨끗함이 당연하고, 부정이…
2019년도 옥천군 농업인의 날 행사 안내 현수막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즐거워야 할 농업인의 날을 맞이 해 농민들의 마음은 오히려 무겁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말 대선후보 당시 농정공약을 발표하면서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대통령의 농업·농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농정공백이 유독 심했다. 이 정부 첫 농정수장이었던 김영록 전 장관은 새 정부 출범 34일 만인 2017년 6월 13일에서야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리고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2018년 6.13지방선거 전남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이후에는 5개월간이나 농정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졌다. 후임으로 지난해 8월 13일 취임한 이개호 전 장관도 내년도 총선 출마를 위해 1년 만에 장관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65대 김현수 장관이 취임하게 된다. 잦은 농정수장이 교체됨으로써 농정공백이 심히 우려된다. 어느 부서건 수장인 장관이 바뀔 때 업무 공백의 염려가 높아진다. 농식품부는 너무 심하다. 평균 임기가 1년 1개월에 불과하다.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생각
얼마 전 청와대에 대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야당의원으로부터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가장 잘한 일로 전쟁 직전의 남북관계를 평화 분위기로 반전시킨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가장 잘못한 일은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얼핏 생각나는 게 있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사자성어였다. 노영민 실장은 중국대사로 있다가 2019년 1월 8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취임하였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등에 춘풍추상이란 글귀를 내걸었다. 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지만 자신은 서릿발처럼 혹독하게 대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만약 이 날 노영민 실장이 춘풍추상이란 말처럼 답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노 실장의 답변이 내로남불에 가까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권이 가장 잘한 일로 꼽은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고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위험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왕의 반대편에 설지라도 절대로 진리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베토벤(1770-1827)의 이 결기 있는 말은 우리를 감동 시킨다. 왕조시대 왕의 반대 편에 선다는 것은 곧 바로 죽음을 뜻한다. 진실 내지 진리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고 끝까지 주장하고 싸운다는 결의는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대단한 배포였다. 그리하여 베토벤은 그런 예술가로 특이한 존재감을 나타냈고 본격적인 예술적 업적에 관해서는 그를 악성樂聖이라는 존칭을 받칠 정도였다. 「베토벤의 생애」를 쓴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로망로랑은 그를 「영웅」이라 명명했던 것은 그의 올곧고 꿋꿋하고 씩씩한 삶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 즉 언행일치한 삶과 인격을 칭송한 말이었다. 그 예를 들겠다. 첫째 괴테와 어느 날 함께 길을 걸으며 예술에 관한 대화를 엮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한 귀족이 거들먹거리며 나타나서 서로 마주쳤다. 순간 베토벤은 비켜주지 않은 채 꼿꼿한 자세로 당당하게 계속 앞만 보고 지나쳤으나 괴테는 길 아래로 내려가 허리를 굽히고 귀족에 대한 깍듯한 예를 표했다. 베토벤은 괴테에게 그 무슨 비굴한 짓이냐고 나무랬다고 했다. 그 후 그들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둘째 나폴레옹이 프랑
가을이 깊어 간다. 노란 은행잎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길을 걷고 싶다. 산길을 걸으며 울긋불긋 물든 단풍에 흠뻑 취해보고도 싶다. 무심히 걷던 길에서 정갈하게 가꾼 한옥에 감을 깎아 걸어 놓은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가을이면 더없이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도 황금물결이 사라진 논에서 친구들과 벼이삭을 줍고 뛰놀던 어린 나를 그리며 심한 가을 몸살을 앓는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을 타며 술렁이는 마음을 부여안고 공연장을 향한다. 우리의 멋들어진 가락은 언제나 들어도 흥겹다. 온몸으로 신명 나게 장고 치는 모습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머리를 흔들며 두 팔을 휘젓는 소리에 절로 몸이 움직인다. 가을 몸살에 열이 끓던 몸은 어느새 흥에 취해 들썩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은 피리와 기타의 만남이다. 국악과 양악의 만남. 한복을 곱게 입고 피리를 든 연주자와 기타를 메고 앉은 연주자의 모습은 눈에 익지 않다.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낼까 조바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피리를 부는 소리에 살며시 뜯어주는 기타 줄 소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너무 튀지 않게 뜯어내는 소리는 거문고를 뜯는 소리와는 색다른
2019년 3월 말 기준 총인구 5천183만3천 명 중 노인 인구는 774만8천 명(14.9%)으로, 노인 10명 중 3명은 노후준비 부족으로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를 보면 경제활동 참가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가 73.0%(충북 68.7%)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일자리는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질은 오히려 악화됐으며, 노인일자리의 70% 정도가 월 27만 원을 지급하는 공익형에 집중돼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정한 표준화된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이고도 양적인 단순 일자리 전달은 참여자의 만족도도 낮을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사업들은 시니어클럽, 복지관, 노인회, 그 외 문화원 YWCA, 군청 등에서 파편화돼 실시되고 있다. 공익형 사업들이라 1년 단기 재계약직 전담인력 1명당 200명의 참여자 관리로 인력충원이 없는 한 수행기관의 입장에서는 사업에 메리트를 가질 수 없는 부담일 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 아래로 뿌려주는 방식이기에 사업이 지역의 수요와는 거리가 있으며 지자체에 할당된 인원수는 채워야 하므로 지자체가 수행기관에 물량을 떠넘기는 격이다. 민
이제 김장철이다. 통배추를 절임하고 무와 갓 등 갖은 채소를 다듬어 준비하고, 고춧가루와 젓갈, 소금 등을 마련해 김장김치를 담근다. 이처럼 김장에는 뭐니해도 주인공이 배추라고 할 수 있다. 숭, 백숭, 백채(白菜) 등으로 기록된 배추는 고려시대부터 먹던 채소이다.《중종실록》과《선조실록》에서도 중국 명나라와의 무역품으로 배추 종자(씨)를 수입해 재배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까지는 대부분이 비결구성 즉, 이파리가 둥글게 말리지 않고 길게 뻗어난 형태의 '얼갈이' 배추를 먹는 데 만족했었다. 현재와 같은 길쭉한 잎이 안으로 둥글게 말려 있는 결구성 배추는 1906년에 권업모범장이 설립되면서 배추의 육종 연구가 시행되고, 우장춘 박사의 노력으로 1954년부터 배추씨의 자급 생산으로 시작됐다. 그 당시 중국에만 의지하던 배추 종자를 일본에서도 수입하면서 본격적인 통배추의 시대는 무(蕪)를 넘어 겨울 김장김치의 주재료로 부상했다. 더위를 싫어하고 추워야만 잘 자라는 속성뿐만 아니라, 생육 기간이 긴 통배추는 배추김치로, 김장김치의 주종을 이루면서 한식 100년의 역사를 채우고 있다. 또한 식물의 낱개를 세는 단위인 포기는 통배추에만 쓰이는데, 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밤, 온 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방 한가운데에서 파다닥하고 날아가는 비행체가 보입니다. 모습이 시커먼 '강구'입니다. 어린 손자가 놀라 이불 속으로 숨자 할머니가 웃으시며 "괜찮다. 돈벌레네. 집에 돈이 들어오려나 보다" 하십니다. '돈벌레'라 불리던 '강구',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였습니다. 바퀴벌레는 바퀴라고도 합니다. 바퀴와 바퀴벌레, 두 단어 모두 표준어입니다. 반면 '강구' '돈 강구'는 사투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코가 길어서 코끼리, 귀뚤뀌뚤 울어서 귀뚜라미라고 하는데, 바퀴벌레는 도대체 어디에 바퀴가 달려있기에, 아니면 어떤 모습이 굴러가는 바퀴를 닮았기에 바퀴벌레라고 명명했을까요? 궁금해졌습니다.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리니, 조선 후기 헌종 때 이규경이 라는 사람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바퀴벌레를 '우리나라에서는 박회라고 부르기도 하고 강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볶아서 먹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회'가 바퀴나 바퀴벌레로 바뀐 것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굴러가는 바퀴의 옛말이 '박회'라고 합니다. '강괴'는 '강구'를 이르는 말
의학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커피와 관련해 가끔 통념을 뒤집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주목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와 심장 건강과의 연관성이다.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심장의 빠른 떨림이나 불규칙적인 박동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므로 환자들은 마시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듯한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서 브라질 리오그란두술 연방대학팀은 "적당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심장병 환자들의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 5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카페인 섭취를 달리한 결과, 카페인은 심장박동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부정맥 발병 위험이 커지지 않았고 심장기능도 위약군과 유사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구가 커피생산 대국인 브라질에서 나왔다는 점을 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1970~1980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 와인생산국에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이 쏟아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미국…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베스트 소설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슈를 낳은 것에 이어 여성 감독이 영화화하여 소설보다 더욱 부드럽고 편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짧은 분량이지만 시각화하여 영화로 만들어지면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대부분은 소설보다 편리하게 접하는 장점이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였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는 관객 각자의 생각이나 삶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영화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결국 개인 김지영의 노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성에게 주어진 출구가 막막한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로,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묵인되어 오고 있던 것들이 이런 계기로 겨우 말해지기 시작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영화는 전하고 있다. 특히 지금 이 시대는 여성도 대부분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어 '워킹맘'에 대해 심도 있게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처음 행정복지센터에 발령 받던 날, 그 생경했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소란스러운 실내, 분주한 직원들, 낯선 내 자리.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내가 아닌 민원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낯선 기분도 잠시, 나의 발령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 전임자의 인수인계가 정신없이 이뤄졌고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 바로 민원을 받아야 한다는 팀장님의 말씀에 그동안의 노력이고 뭐고 그냥 멀리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오는 강박 때문인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때문인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첫 단추를 잘 끼워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장에서 분명, 다양한 사회 경험과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던 나였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나였다. 일신의 안위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런 내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원을 받은 첫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에게 삿대질하는 민원인을 맞닥뜨렸고, 거기에는 일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내가…
수업 중에 슬며시 뒤늦게 나타나는 녀석들이 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 장난기가 그득한 웃음 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의 힘은 대단한 긍정에너지가 된다. 등이 흠뻑 젖도록 한국어교실에 걸어서 오는 녀석들에게 즐거움이 되고, 행복한 기다림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러시아에서 온 2학년 친구가 수업이 시작 된 후 살짝 문을 열고 얼굴 먼저 내밀며 싱글벙글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한 손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들려져 있었다. 내미는 은행잎을 받으려는 순간, 녀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반대쪽 손에 숨겨진 막대기를 잽싸게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놀라는 나의 표정을 보며 아주 통쾌하게 웃는다. 교실 가득 웃음꽃이 피고 다음 날에는 다른 아이들도 즐거운 비밀을 만들어 행복한 표정으로 달려온다. 얼마 전 지나간 핼러윈 파티도 아이들 스스로 만든 설렘 가득한 비밀 파티였다. 핼러윈 데이는 10월 31일이며 새해와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는 날이다. 아일랜드 켈트 민족의 풍습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얼굴에 무섭게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호박등이 켜진 집에 들어가 사탕 등…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오직 인간만이 지닌 말을 통해서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가장 가까이 하고 있는 가족부터 이웃, 스승과 제자, 학교 친구, 사회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동료, 각종 동아리나 단체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 관계속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것이 말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귀한 언어를 통해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정의를 위한 소통에 앞장서기도 한다. 오늘날은 문명 발달의 산물인 디지털로 인한 장벽에 가로막혀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면 문이 닫히고 개인용 컴퓨터에 스마트 폰에 텔레비전에 눈앞의 기기에 열중이다 보면 가족 간의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도 모르고 산다. 눈만 뜨면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자기의 주장만 내세울 때는 서로 상처를 입거나 관계가 멀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 또 위층과 아래층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조차 알지
"삐악삐악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 흥겹게 노래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평소에도 질문이 많은 아이다. 질문들이 다채롭고 독특해서 아이에게 귀를 열어놓는 일은 내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오빠와 형으로 부른다. 발달 지체가 있는 아이는 일 년을 유예했다. 한 살이 많지만, 보통의 아이들하고 다른 사고를 하므로 가끔은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oo가 참 좋은 생각을 했다며 일부러 칭찬해 주곤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손을 치켜든 것이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내게 던지면 입을 연다. "선생님, 사냥꾼도 동물인가요·" 작은 동물원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있었으니, 노래 안에 등장한 사냥꾼이 동물인지 아닌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응 사냥꾼도 동물이에요. 사냥꾼은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동물의 분류에 속해요. 그런데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는 조금 달라요. 왜냐하면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거든요."라고 말해놓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사람이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라고· 그럼 다른 동물은 생각을 못 한다는 말인가· 그건 너무나 인간적인 발상이 아닐
좀체 맑은 날 보기 힘들다는 유럽 날씨가 그날 아침엔 화창도 했다. 비엔나거리를 걷다 한 카페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시는 어제의 그 낭만이라니…. 그 여운을 다시 불러 모닝커피 마시듯 한 모금씩 음미하며 슬로베니아로 가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호주머니 속에서 미끄러지는 익숙한 감촉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만지작거렸다. 차창밖엔 오색 애드벌룬이 난다. 우리도 저처럼 어디론가 흘러가지…. 드넓은 녹색초장들과 목가적인 갈색 집들, 초록과 갈색, 황금 비율 색상에 취하여 내 마음도 동동 날았다. 멀리 만년설을 덮은 알프스 한 자락이 그림인 듯 왔다 멀어지곤 했다. 어느 별나라인가. 신이 숨긴 파라다이스인가. 알프스의 눈동자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서 뱉은 말이다. 깎아지른 수변 절벽위에 세워진 성벽에서 내려다보니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이 새처럼 앉아있다. 앙증맞은 초록섬 안에 빨간 뾰족지붕 예배당이 있다. 저 섬을 어찌할꼬! 하늘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섬을 품고, 섬은 예배당을 품고 있는 것이, 포개짐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세상에 다시없을 것 같은 극한 몽환적 풍경도 호주머니 속에 있는 네가 없으면 무슨 의미겠니. 네가 있어서 순간의 추억으로…
참은 고통과 시련 앞에 멸하지 않고 잠시 몸을 움츠려 숨을 고른 뒤 우뚝 일어선다. 결코 멸하지 않는다. 그것 진실이 지닌 속성이다. 이를 지난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인간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정치지도자들 대부분은 거짓으로 포장해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며 그 꿈을 향해 쫓고 있다. 시·군민을, 시·도민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해서 시장,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 시·도의회의원, 대통령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겠다며. 그런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포장은 믿을 수가 없다. 대부분 말과 행동이 다르다. 진정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던 사람들 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지 무엇을 하겠다고 무엇인가를 시켜달라고 시끄럽게 나서지 않았다. 시켜달라고, 하겠다고 하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드라이든은 '모든 나쁜 일은 거짓말에서 시작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 변명의 여지가 없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 삼척동자도 안 다. 그렇지만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할 때가 있다. 악의 없는 거짓말은 필요하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
학창시절, 역사시간을 기다렸다.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까마득한 옛 선조의 삶과 생각이 시대를 넘어 흥미로웠다. 고조선의 8조법, 고구려 무용총벽화의 호방한 수렵도, 태정태세문단세 .. 이씨 왕조의 순서를 외웠고 근·현대사 일제강점기를 배울 때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교차했다. 역사를 가리켜 흔히 '승자의 기록',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하고 '역사는 반복 된다'라고들 한다. 역사 속 수많은 이야기 중 '개혁'에 초점을 맞춰 본다. 개혁이라 하면 사람들은 우선 조광조를 떠 올린다. 조광조는 조선 중종 때 젊은 나이에 발탁되어 중종의 비호아래 훈구파를 몰아내는 개혁에 성공했으나 결국에는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중종은 연산군을 몰아낸 훈구파의 도움으로 왕이 되었기에 한동안 그들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광조를 앞세워 이른바 권력기관인 사헌부와 사간원의 인적청산을 단행한다. 이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재야 선비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개혁의지가 강한 조광조로 하여금 훈구파가 미처 대응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한데 있었다. 그 후 조광조에 부담을 느낀 중종은 훈구파의 모함으로 반역에 몰린 조광조를 처형함
가을 산이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 지난해 또 그 지난해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단풍은 곱게 물드는 것이겠지 하고 시간의 흐름만을 생각한다. 내게는 그냥 흐르는 일상인 것이다. 주말에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서 가까운 산으로 계곡으로 다녀오면 가을의 풍경은 훌쩍 시간을 넘어 은백의 겨울 풍경화를 펼쳐 놓는다. 금년의 단풍은 날씨 탓인지 빛깔이 곱지 않다고 한다. 때 아닌 태풍으로 일찌감치 낙엽이 된 곳도 많다고도 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단풍은 해마다 아름답다. 한해의 절정이다. 단풍구경 놓치면 가을을 놓친 거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을 놓치고 지나는 적이 많았다. 요즘은 한해 한 계절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가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산에 자주 가는 편이다. 아직 나는 지리산을 가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향일암에 다녀오고 나서는 여행에 자신감이 좀 붙은 것 같다. 금년에는 난생처음 지리산을 가볼 요량이다. 무심히 어머니께 지리산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했던 것 같다. 정신이 맑지는 않으신 분이라 무심히 흘렸는데 어머니가 여행 언제 가느냐고 자꾸 물으신다. 내가 여행을 가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자꾸 물으시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올 여름 내내 잘 넘어갔는가 싶었던 태풍이 가을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중형급 태풍으로 한반도를 몇 차례 지나갔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인명과 재산상의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수재민을 위로하고 시설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또 다시 커다란 피해가 없도록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리는 항상 사전에 다양한 대비를 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최근 우리 경제사회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 불확실성 팽배로 인하여 소상공인의 3명중 1명이 휴·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큰 고충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창업지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되었지 소상공인의 폐업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지원은 부족한 실정인데 소상공인의 사업실패 시 사회보장체계 열악으로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하는 인재를 만들고 이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수반하는 것이다. 노란우산공제는 폐업, 노령, 사망 등의 생계위험으로부터 생활의 안정을 기하고 사업재기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어 소기업
많은 사람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 보건복지부 통계 '장애 원인별 분포도'에 의하면 후천적 질환인 질병 55.1%, 후천적 사고인 상해 35.4%, 선천적 원인 4.6%, 원인불명 4%, 출산 원인 0.9% 등이 장애의 원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위험한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며, 나를 비롯한 내 가족도 언제든지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와 내 가족이 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사회에는 여전히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도 배려의 대상도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하나만 봐도 그렇다. 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장애인을 위해 비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양보하고 배려해 비워둬야 하는 공간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법으로 인정된 그들의 권리이다.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의미의 '당연'이란 단어가 있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비장애를 정상이나 당연으로 여기는 우월적인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냥 서로 다른 것을 이
'올드보이(old boy)'는 늙은 사람이란 뜻이다. 지난 2003년 박찬욱 감독은 최민식을 주연으로 기용, 영화 올드보이를 제작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난해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을 가둔 남자를 찾아가면서 벌이는 숨 막히는 추적과 특히 클라이막스가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가 히트한 이후 언론에서 올드보이란 말이 부쩍 유행이 됐다. 색깔이 어둔 영화라 올드보이가 일반에게는 부정적이며 침울하게 느껴졌던 것인가. 하여튼 이 용어가 노인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올드보이란 말이 나쁜 뜻은 아니다. 성경에서는 '올드보이'를 장로나 지도자로 표현하고 있다. 잠언서에는 노인이 되는 것을 일종의 복으로 간주했다. 옛날 동양에서는 40대를 '초로'(初老), 50대를 '중로'(中老), 60대를 '기로'(耆老)라고 했다. 수명이 짧은 것도 이유였지만 40대부터 노인 행세를 한 셈이다. 고대 사회에서도 치자(治者)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신라 유리왕 5년 11월 왕이 순행 중 얼어 죽을 지경에 처한 한 노인을 발견하고 '이는 나의 죄다' 라고 하며 옷을 벗어 덮어주고 음식을 먹여주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일제의 자원 침탈을 위한 지질구조도를 가지고 교육을 받아온 우리는 일제가 물러가고 해방이 된지 7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제가 만든 산맥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얼마나 한심하고 업신여길 대상으로 보이겠는가· 한일 갈등이 심해질 때는 일본을 욕하면서 일제 청산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사그러지는 우리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일제 청산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산맥도가 조선의 지하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작성한 지질구조도라는 의미에서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산경도가 우리나라의 지형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산경도가 산맥도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훌륭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는 1980년에 인사동 한 고서책방에서 발견되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2004년에는 를 들고 산하를 누비던 '박성태'라는 사람이 의 오류를 수정하고 자신의 견해를 추가하여 라는 책을 냈고 2010년에는 북한의 모든 산줄기를 포함한 완전한 산경표와 산경도를 작성하여 개정증보판을 내기도
교장실에 손가락만한 도토리 다람쥐가 한 마리 있다. 작년 초록학교 페스티벌에서 자연물을 활용한 동물 만들기 체험 활동으로 만든 것이다. 도토리 뚜껑을 뒤집어 받침으로 깔고 크고 동그란 도토리는 몸통으로 하고 길쭉한 도토리를 위에 얹어 머리로 했다. 눈은 까만 쥐눈이콩으로 붙이고 귀는 호박씨로 만든 것이다. 길쭉한 강아지풀로 만든 꼬리까지 보면 영락없이 쪼르르 달려가는 아기 다람쥐 같다. 교장실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나무 조각 받침대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는 귀여운 도토리 다람쥐를 보면 "아이! 귀여워라." 하며 톡 건드려 보거나 한참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고 관심을 보인다. 난 그런 모습을 보며 '예쁜 것을 보고 예뻐할 줄 아는 너희들이 더 귀엽단다.' 생각하며 웃곤 했다. 작년에 몇 번 아이들의 시간이 날 때 학교장과 함께하는 예술교육 시간을 운영했다. 생활 속의 물건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나만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학교 숲과 텃밭 활동을 할 때 신는 장화에 스폰지로 모양을 내어 다양한 꽃을 찍었더니 평범한 장화가 자기만의 명품 장화가 되었다. 장화를 신은 아이들의 발걸음이 더 발랄해 보이는 것은 기분…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