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찬바람 속에 목화꽃을 들고 걸어왔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아직은 중학생인 제자가 꽃과 편지를 들고 찾아왔다. 제자는 수줍은 듯 꽃을 내밀며 작은 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꽃 속에 편지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별은 언제 맞닥뜨리더라도 참 어렵고 어색한 것 같다. 내가 아끼는 제자는 러시아가 고향이며 외가이기도 하다.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며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 것이다. 총명한 제자는 확고한 꿈이 있다. 소아암 전문의사가 되어 소아암 환자들을 돌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어 늘 정이 느껴지는 제자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선생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긴 시간 정성들여서 썼을 작고 예쁜 글씨의 편지에도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다소 어색한 표현도 있지만 참 기특하고 고마운 편지다. 편지를 그대로 옮겨 본다. 사랑하는 심재숙 선생님에게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친절합니다. 저는 한국어를 배울 때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심재숙…
'이렇게 감미롭고 명예롭고 숭고한 것들이 전부 거듭해서 흰색과 관련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색의 가장 깊은 관념 속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뭔가가 도사려서 두려움을 자아내는 피의 붉은 색보다 더 많은 공포를 영혼에 안겨준다'. 허먼 멜빌의 작품 〈모비딕〉의 한 구절이다. 화자가 모비딕이라는 고래를 왜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가. 이에 화자(話者)는 흰 고래가 단지 흰색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본인에게 공포를 안겨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흰색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공포를 안겨준다니. 내게도 흰색은 그냥 흰색이 아니다. 그만큼 겨울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이 흰색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흰색에 그치지 않는 대상이 흰 눈(雪)과 흰 손수건이다. 먼저 흰 눈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눈은 아주 단순하고 깨끗하다. 여기엔 유년의 기억 속의 흰색이 내게 건넸던 신성함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폭설은커녕 눈다운 눈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그 때는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겨울방학이면 어김없이 달려갔던 곳이 시골 외가댁이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을 헤치며 십 리가 넘는 눈길을 걸었다. 옛 시골 풍경이 그랬듯…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안기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이렇듯 자식에 관한 속담이 많은 것은 그만큼 부모에게 자식은 의미심장한 존재라는 것 아닐까. 군대 간 아들이 핸드폰을 보내 달라고 공중전화를 걸어왔다. 이젠 군에서도 핸드폰을 쓸 수 있다고. 주말에 면회를 하러 갈 계획이니 토요일에 갖다주겠다고 하자 택배로 보내 달란다. 전화기가 들어오면 내부에서 검사작업을 마친 후 본인에게 주기 때문에 우체국 택배로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다음날 나는 전화기를 들고 출근했다. 오후에 잠시 외출을 쓸 요량이었다. 아침 돌봄 선생님에게 무심코 그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그녀가 본인이 퇴근하면서 보내주겠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폰을 넘겼다. 다음날 그녀가 우체국 영수증을 줬다. 화요일에 보냈으니, 금요일이나 늦어도 토요일에는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토요일, 면회를 하러 갔다. 그런데 전화기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고 한다. 혹시 주소를 잘못 적은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런데 수요일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낸 지 열흘이 지난 금요일…
경자년 새해아침, 해돋이를 보기 어렵다는 일기 예보였지만 새해 첫날을 게으르게 맞이할 수가 없어 집을 나서기로 했다. 십 여 년 째 산성에서 해맞이를 해왔던 터.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가족의 건강과 가정의 무탈함을 기원하였다. 어둠도 깨지 않은 신새벽에 랜턴을 쓰고 아이젠을 덧신고 산을 오르면 눈과 콧등에 하얗게 서리가 맺혔다.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딸아이와 함께하는 나름의 연례행사 행사였다. 이번에는 해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산행은 뒤로 하고 먼저 떡국 행사장인 S컨벤션 센터를 찾기로 했다. 짙게 내려앉은 안개를 가르며 LG로를 지나 3순환 도로를 달렸다. 떡국 행사장에는 다른 해 보다 일찍 도착하였지만 이미 줄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 기업가의 자선으로 새해아침 오전 일곱 시에서 열시까지 세 시간 동안 팔천 명 분의 떡국을 준비한 베품. 올해로 16회 차라는 '새해 떡국 맞이 행사'이다. 지그재그 줄을 선 인파로 채워진 행사장에는 정치를 하는 이들의 행보도 빠르게 움직였다. 산행과는 무관하게 온 이들도 많아 보였는데 드디어 차례가 왔다. 떡국과 김치를 받고 자리에 앉았을 때 앞좌석에는 벌써 아이들과 함께 온 일가족이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저성장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회사 인근의 식당 폐업이 줄을 잇는다. IMF 시절처럼 도시 곳곳에 임대와 휴·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의 숫자가 늘어만 간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에 기업과 가계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탓에 경제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다. 특히 지방과 비수도권, 서민과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물가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물가뿐이겠는가. 이미 각종 제세공과금과 보험료와 세금이 중과세되고 있다. 부디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계와 기업의 주름살이 활짝 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2018년 충북지역 기업경영분석'결과를 본다. 지역 신문이 인용한 바에 따르면, 도내 제조업체는 전국 평균보다 부채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비율은 낮단다. 쉽게 말해 '도산 우려'가 타 지역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로 우울한 연말연시이다. 잠시 종사하고 있는 건설 산업의 현 주소를 떠올려 본다. 조부 때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중소건설사 사업자로서의 감상이다. 대학과 대학원(석사과정) 졸업 후 지난…
"와 , 저것 좀 봐 " 아무래도 저수지 깊은곳에서 장작을 활활 지펴서 아침을 준비하나 보다. 저 산속의 새들과 굶주린 산짐승들을 위해서...아침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나의 상상을 이렇게 자극하고, 마치 신선이라도 된 것처럼 장찬리의 이른 아침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내가 장찬리와 인연이 된 것은 대학교 1학년때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마을을 걸어서 들어온 기억이 있다. 발뒷굼치에 물집이 생기는것도 모른채 , 길따라 그 길이 이뻐서 감탄을하며 걸었던 기억, 지금 생각해보니 조상님들이 나를 장찬리로 유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렇지않고서야 이 산중 장찬리를 어떻게 왔단 말인가! 미술을 전공한 나로써는 모든 것이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 나의 생각이 현실과 맞지 않을때도 있지만, 그런 갈등과 고민속에 마을 이장 이라는 역할로 삶을 엮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30년전 그때 지금의 시어머니는 빨간 홍시를 스테인레스 그릇에 소복히 담아 나에게 먹으라고 주셨다. 어찌나 색이 곱고 탐스럽던지 어쩌면 이렇게 친절하실까! 그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결국 고부간의 관계로 발전 되었다. 초기에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시고 밭에 풀을 메고, 나
모임도 취미활동도 늘 같이하는 우리 부부에게 참 다정해 보인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남편과 결혼한 거예요." 하면 "헉, 닭살부부일세. 서로 욕하는 것보다는 낫네."라고 반응한다. 우리는 지금도 작은 일로 다투고 삐지고 토라지곤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닭살표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큰 아이가 6학년 때, 1박 2일 캠프에 함께 참가했는데 거기서 한 엄마를 만났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조근조근 했던 말은 늘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박혀 있다. "저는 사랑한단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더 자주 해요, 전업주부라 집에만 있는데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을 저한테 다 갖다줍니다. 가장이니 당연하다고 하지만 안 주면 어떻게 하겠어요· 꼬박꼬박 성실하게 일하는 남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말, 행복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이 출근할 땐 설거지도 미뤄요. 엘리베이터 벨을 눌러주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죠. 퇴근시간이 되면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남편 차가 보이면 문밖에서 기다려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남편에게 맞이하며 수고하셨다고 하
이옥봉(李玉峯)은 조선 선조 때 여류시인으로 옥천 출신이다. 허난설헌 황진이와 더불어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녀의 '몽혼(夢魂)'은 남편을 그리는 간절함을 담은 최고의 명시다.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떻게 지내셨나요 / 달빛이 내려앉은 창가엔 그리움이 가득 합니다 / 꿈 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될 것입니다.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 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沙) 한 한시 연구가는 이 시를 최고의 명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왜 옥봉은 이처럼 슬프고 간절한 시를 썼을까. 그녀는 허난설헌이나 황진이 보다 더 기구한 운명을 살았다. 옥천군수 이봉(李逢)의 서녀로 태어난 그녀는 어려서부터 송나라 시인 소동파를 공부했다. 그녀는 당대의 촉망되는 사대부 조원(호 雲江. 趙瑗)의 첩이 되었는데 모함을 받은 백성들의 신원을 위해 씨를 쓴 것이 화근이 되어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 남편의 집근처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남편의 마음이 돌아설 것을 바랐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임진전쟁의 와중에서 죽었다는 설과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다 조난되어 죽었다는 설이 있다. 당시…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으로 쥐띠의 해가 된다. 쥐는 곡식을 축내는 동물이라서 예로부터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한 동물이었다. 시궁창이나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기에 늘 지저분하고, 앞니로 문틈이나 곡식 저장 용기를 갉아서 구멍을 내기 일쑤이며, 특히 옛날에 방에서 잠을 자노라면 천장에서 운동회라도 여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통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지라 쥐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그러나 쥐의 생태를 살펴보면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으로서 예민하고 부지런하다 못해 바지런하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쥐띠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도 감수성이 좋고 성격이 예민하며 경계심이 많아 신중하고 과묵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띠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많아진다. 수많은 동물 중 왜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의 열 두 동물만이 선택됐을까· 또 그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 쥐가 수많은 동물들의
초심(初心). 말 그대로 '첫 마음, 처음에 품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그 사전적 정의는 간단하다. 임용 전 면접시험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첫 마음을 잃지 말자"라고 했을 만큼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치고 있었다. 그리고 약 11개월 정도 통합민원 업무를 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단어(초심)의 무게감과 책임감이 주는 메시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이 마음가짐은 시간이 흐르면 지키기가 힘들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원대에 있으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 본인의 인생사를 읊으시는 어르신, 규정상 불가한 사항을 계속 요구하는 민원인, 더 나아가 융통성이 없다고 다그치는 민원인 등. 특히나 동 민원실에만 가면 알 수 있다고 해서 방문한 민원인도 적잖이 있어 가끔씩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평소 눈썰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를 통해 민원인들을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동에는 비교적 중장년층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지난 2019년 9월, 올해도 끊이지 않았던 아동학대 사건 중 계부의 폭행으로 인해 아동이 사망한 이른 바 ‘인천 계부 아동학대 사망사건’ 으로 우린 더욱 가슴 아팠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아동학대 뉴스들은 매년 아동학대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통계를 보더라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행하는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이후 최근 5년 간 아동학대 신고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6,417건에 달했다. 또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학대 행위자의 76.9%는 부모이며, 발견 장소는 80.3%가 가정이고 아동학대로 판단된 24,604건의 사례 중 10.3%에 해당하는 2,543건이 재학대로 신고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는 훈육이 아닌 범죄라는 것을 인식과 공공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증가하는 아동학대 사건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확정'이란 환영 현수막이 기해년 막바지에 충주시민들의 가슴속에 희망의 빛으로 다가 오고 있다. 5대 문화권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는 중원문화권의 중심인 충주에 오랜 염원인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이 내년부터 본 궤도(軌道)에 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국회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올해도 기재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제돼 2년째 무산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3억 원이 반영되면서 건립이 확정되었다. 돌이켜 보면 2016년 7월26일에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손 창일 위원장(충주문화원장)이 앞장서 실현을 위한 활동을 범도민 운동으로 확대하여 추진해 왔다. "충북 북부와 강원, 경기 이천·여주 등 중원문화권에서 출토돼 청주국립박물관 등이 보관 중인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1천100여점을 전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고구려비를 찾은 충주는 중원 문화를 담을 박물관 건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시민 5만 여명의 청원서를 청와대 등에 보냈으며, 토론회와 서명운동, 시민결의대회 국회정책토론회 등을 잇 따라 개최하며 국립박물관 유치에 공을 들여온 건립추진위원회는…
인간은 홀로 살지 못한다.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게 되어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길동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길동무를 찾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관계에 의한 만남이 되면 멋진 여행, 멋진 시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다. 배신은 가장 무서운 손해이며, 이별은 만남을 허망하게 만든다. 이처럼 관계는 중요하다. 삶은 나 이외 다른 대상, 즉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으로, 나 이외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 소유하게 된다는 것 역시 나 이외 다른 대상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맺음을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관계 맺음 중심에 집이 있으며, 집을 중심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내 골방 커-텐을 걷고/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바다 흰 갈매기들 같이도/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저-십이성좌(十二星座) 반짝이는 별들에게도/종소리 저문 삼림(
의사 친구에게서 자기의 병을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여겨 의사의 말을 들으려고도 안하고 고집만 피우는 환자를 만났던 경험담을 들었다. 이런 사람은 주변의 말이나 인터넷 웹핑으로 얻은 지식만 믿고 전문가인 의사의 말도 안 듣고 심지어 처방도 자기가 내려 통고하기도 한단다. 정도가 심한 환자는 차트 한 구석에 조그맣게 mcn이라 적어서 조심하라 이르는데 그 뜻은 '미친년'이다. mcn들은 간호사에게 무례하기 일쑤이며 의사의 말도 자기 편한 대로만 골라 들으니 병도 쉽게 낳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도 열의는 고사하고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워 제멋대로 살도록 두어 버린다하니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무시한 섬뜩한 결과라 하겠다. 한의원을 하는 제자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온갖 풍월을 다 익힌 환자는 처음 내방 문진에서 벌써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을 옹골지게 먹고 온 이런 부류의 환자에게는 이상하게 침도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란다. 어떤 때는 침을 놓은 뒤에 몸의 기운이 빠지는 듯 피로감까지 느낄 때도 있어 이 같은 환자를 여러 명 진료라도 하는 날은 퇴근 후에 그냥 쉬어야 하니, 당연히 치료도 쉽게 되지 않을뿐더러 진료…
겨울나무를 본 것은 숲 속 어름을 지날 때였다. 12월도 딱 하루 남은 오늘 눈보라 치는 언덕에서 앙상한 가지로 바람을 맞고 있다. 겨울만 되면 허허별판에서 해마다 그런 모습이었을 텐데 새삼 눈에 띄었던 거다. 참으로 이상한 게 나는 그 때 눈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기슭을 돌아가니 올라간 자국은 있는데 돌아온 자취가 없었다. 잠깐 당혹스러웠다가 보이지는 않아도 꿈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마음을 접은 채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길 끝에서 만난 겨울나무의 환상 때문에 지금 이렇게 눈물겨운 일대기를 적는지 모르겠다. 가끔 그렇게 바람교향곡을 듣는다. 언제부턴가 나도 내 안에 겨울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앙상한 멜로디가 기억의 후미를 돌아갈 때 우듬지에서는 휘파람 같은 소리가 떠돌았다. 봄 여름 가을의 징검다리를 건너 올 동안 붉은 잎 떨구며 계절을 노래했겠지. 윙윙대는 높새의 몸부림과 모진 바람에도 눈 질끈 감은 채 연주하는 겨울 소나타. 하필 그래서 겨울나무였는지 어느 날은 바람의 현으로 눈물을 쏟는 겨울 악기처럼 어느 날은 또 기도하는 손마디처럼 아련해 보였다. 겨울 강 언덕에서 수많은 가지를 풀어헤치고 끝없는 허공을 저어가던 구슬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나는 엉엉 울었고, 남편도 눈물이 좀 났다고 했다. 영화 내용에 반감을 갖는 남자들이 많다고 해서 보러 가기 전부터 남편의 반응이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카페에 앉아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땠어? 어떤 생각이 들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저런 상황이라면 매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영화에 나오는 내용들은 한 번쯤 뉴스에 나왔던 이야기다. 진짜 '맘충'이라는 말이 있고, '화장실 몰카'는 실제 일어나고 있다. 커피 한잔하면서 나눈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대화 주제였다. 영화를 보지 않은 남자들은 그냥 페미니즘 영화라 싫다고도 하고, 왜 72년생이 아니고 82년생이냐 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적어도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남편들은 영화 속 나쁜 남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내 직장 동료들만 봐도 영화에 나오는 이기적인 남자들과는 다르다. 남편 말대로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표현된 남자들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다. 단지 그 일부의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고, 원래 나쁘고 아픈 게…
물이 생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지혜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 물이 대기 중에도 지구표면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땅을 파면 깨끗하게 정화 된 물이 솟는다. 마찬가지로 책속에는 선인들이 겪은 탁월한 지혜가 담겨있어 책을 읽어야 또 다른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과 햇볕 그리고 공기가 반드시 있어야하듯,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탁월한 지혜로 그 지혜를 깨우치게 한 것이 책이다. 공기나 햇볕은 존재 형태가 다양하지 않다. 공기와 햇볕을 피하고 싶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지 못 한다. 그렇다고 공기와 햇볕을 붙잡아 놓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물론 여타 생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기와 햇볕 앞에 순응한다. 물 또한 가까이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필요로 한다. 물이 지구표면의 70%를 덥고 있다. 물은 액체형태로 태평양을 포함한 오대양 그리고 강과 하천 등에 존재한다. 때로는 얼음이나 눈 또는 동물 그리고 식물체 내에, 대기 중에 기체로도 존재한다. 물은 땅속 깊은 곳에도 낮은 곳에도 존재한다. 오랜 세월 잠겨 있는 심층수도 있다. 그래서 땅을 파면 물이 나온다.
며칠 전 강제북송 된 탈북자 2인이 북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더니 탈북자단체에서 커다란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강제로 북송되는 과정도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보내려다가 판문점의 책임자가 문자로 보고를 한 것이 기자들에게 찍히면서 보도가 되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들이 10여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서 난민의 자격을 잃었다고 발표를 한 통일부는 북송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아리송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들이 탈북하는 순간부터 우리국민의 지위를 얻으며 우리 국가법의 심판이 적용되는 것이 정당한대도 난민으로 치부하는 통일부의 시각부터 커다란 문제점으로 부각 되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망명을 하려고 난민 신청을 하면 그것을 심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법이 북한의 주민들도 우리국민으로 규정을 해놓고 있는 현실에서 난민으로 지목하는 것 자체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을 이루어 보겠다는 통일부가 우리 국민들을 보는 시각이 저리 비뚫어 져 있는데 과연 통일이 될까 의심스럽다. 중국에서 탈북하여 떠도는 탈북자들을 강제로 체포하여 송환하는 경우도 인권적인 차원에서 중지하라는 운동을 펼
머리 희끗한 반백의 남자가 내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고상한 직업을 가진 것 같지도 않고 부자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어느새 그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도 모자라 그의 대화까지 몰래 듣고 있었다. 그는 연실 노모의 손을 잡고 싱글거린다. 초로의 남자가 늙은 어머니와 나눌 말이 뭐 그리 많을까. 보기 드문 광경이다. 몇 해 전에 아들과 말레이시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딸과 함께 여행을 온 사람은 있어도 아들과 단 둘이 여행 온 사람은 보기 어렵다고 다들 신기해 한 적이 있었다. 아들 녀석이 딸처럼 곰살궂은 면이 있어서 나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데 주위 사람들이 재미없지 않느냐고 자꾸만 물었었다. 더더욱 어머니를 간병하고 운동치료를 돕는 아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기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듣지 않는 척, 관심 없는 척 하느라 공연히 이어폰도 끼고 운동하는 척 상체를 흔들며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아마도 예전에 살던 동네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누구는 지금 뭘 하고, 누구는 부자가 됐다는 얘기, 누구는 손자가 몇 명이라는 얘기, 누구는 벌써 세상을 떠서 아깝다는 둥의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대도 그들의 대화가 즐거워 보
현대사회를 이르러 위험사회라고 한다. 많은 위험이 여러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새로운 위험이 출현하고 있고, 미처 위험을 인식하기도 전에 초래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있어 안전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일 정도로 중요한 본능이다. 안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아실현이나 사회기여는 물론이고 생존의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개인들의 안전욕구는 1차적으로 각 개인들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활용해 불안을 제거하고 안전을 확보해 안전한 사화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기초적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의 첫 번째 관건은 무엇보다 사건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범죄로부터 안전을 확보해 사람들이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하고 행복을 추구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범죄는 cctv의 보급이나 과학적 수사방법의 발전 등으로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성폭력범죄 등 일부의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에 대한 더욱 엄정한 처벌을 예고하고, 위반시 단속을 확실하게 하여 처벌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적 범죄예방활동 등을 포함해 다양
아침 6시에 맞춰진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해 밥을 짓고, 아이들 반찬거리를 찾느라 냉장고 문을 열어 채소와 재워놓은 고기를 꺼내 냄비에 볶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날이어서 더 긴장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부리나케 아침을 준비해놓고 출근을 준비하던 중 둘째 딸의 어린이집 수첩이 눈에 띈다. 벌써 세 권 째. 아이의 하원 후의 생활과 등원 전까지의 일상을 적는 작은 수첩이지만 그 수첩을 적어간 1년 반의 시간 동안 아이가 큰 탈 없이 잘 자라줘서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내의 회사 복귀에 맞춰 무작정 시작한 육아휴직.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13개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걱정이 많았지만, 순하고 순한 둘째 녀석은 내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잘 먹고 아빠 품 안에서도 잘 자고 해줬다. 그 아이가 벌써 네 살, 세 돌이다. 무사히 휴직 기간 동안 내 역할을 다 해 낸 것 같고, 품 안에 폭 안겨지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잘 자라줘서 감사할 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 급여자 5만 3494명 중 남성 휴직자는 1만 1080명으로, 전체의 2
어린 날 어렵사리 신문을 구했다. 세태를 꼬집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인 신문 만평에 홀려서다. 그것 하단엔 예쁜 여배우, 미남인 남자 배우 사진이 흑백으로 인쇄 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제목은 기억 없지만 당시 그 사진을 보며 나도 훗날 자라서 영화배우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던 기억도 새롭다. 또한 신문 일면 전체에 큼지막하게 실린 안데르센 동화 전집에 관한 광고 사진을 본 후 동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키웠다. 돌이켜보니 그 때 꿈이 어쩌면 현재 수필을 창작하도록 이끈 듯하다. 하지만 배우가 되겠다던 꿈은 좌절 되고 말았다. 배우 학원을 몰래 일 년 가까이 다닐 즈음 어머니께 들켰다. 어머닌 이 사실을 알고 연예인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완강히 반대를 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었다. 배우 학원 연기 수업이었던 팬터마임은 지금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고 생생히 기억될 정도다. 어린 시절 나에게 꿈을 안겨줬던 신문이다. 요즘은 영상매체 발달 탓인지 시중에서 신문을 구입하기가 전과 같지 않은가보다. 얼마 전 지인이 신문 한 부를 구하려고 고속터미널, 시외버스 터미널 등 판매대를 찾아다녔단다. 그러나 신문 판매하는 곳이 없어 하는 수없이 신문사를 직접 방문
겨울이 되면서 뜨개질을 취미 삼아 배우고 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배우는 것을 즐긴다. 어떠한 요행이 없이 순전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솔직하고 매력적이다. 또 배우다 보면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도 있다. 실을 떠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시간과 정성을 많이 투자 하지만 그에 따른 보람도 매우 큰 편이다. 더불어 뜨개질을 하는 동안 무념무상에 잠겨 여러 잡념이 없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가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정성을 오롯이 쏟고 집중을 하는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뜨개질의 기초인 코 잡는 법과 겉뜨기를 반복하는 방법을 배워 인근 학교에 뜨개질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넥워머를 떠서 본인이 하거나 저체온증 아이를 위한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여성적인 취미 생활이나 남학생들도 잘 따라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서투른 솜씨지만 이내 익숙해지니 담소를 나누며 뜨개질을 할 정도로 숙달되었다. 반복적인 작업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뜰수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드라마에서 아픈 아버지와 자식 간의 다툼 끝에 자식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아버지의 한 마디로 한 때 자주 등장했던 대사다. 이 말이 나온지 얼마 안되어 아버지는 중병에 걸려 쓰러지고 죽기 전 마지막 한 마디에 '너는 내 친자식이 아니다'라든지 '네 진짜 엄마는 누구'라든지 등등 막장드라마를 장식하기도 한다. 나름 드라마에서 반전을 일으키기도 하는 저 대사가 내 인생에서도 위기, 반전, 전환점 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은 최근 일이다. 잘 아프지도 않지만 아파도 얼굴에 티가 잘 나지 않다보니 아무도 아픈 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나로서는 어린 시절에는 내 건강을 '남이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때도 있었다. 일부러 콜록콜록 소리를 더 내기도 하고, 게슴츠레 눈을 뜨고 엄마 앞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부터는 오히려 반대로 안 아픈 척 하기에 바빠졌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온갖 견과류, 건강기능식품 등을 한 주먹씩 먹으면서 오늘도 나를 잘 챙기고 있음을 혼자 자신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 가족이나 친척, 직장 동료들이 이런저런 병들로 병원을 오가는
청렴과 친절은 공무원의 6대 의무에도 포함되는, 공무원으로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자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공무원이 많아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에 큰 교훈을 줄 수 있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준 이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김수팽으로, 조선 영조 때 호조 서리로 일했다. 서리라는 자리는 실무자를 말하는 것이니 지위가 높은 벼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호조나 내수사 서리들은 직책의 특성상 사대부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팽은 사사로이 개인의 이익을 탐하지 않아 청백리로서의 많은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어느 날 김수팽이 선혜청의 아전으로 일하고 있는 동생의 집을 방문했는데 동생의 아내가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부업으로 염색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를 본 김수팽은 크게 노해 형제가 나라의 녹을 넉넉하게 받고 있는데 백성들의 생업마저 빼앗아서는 안 되니 그만두라고 동생을 꾸짖었다고 한다. 관리로서 백성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익히 알 수 있는 대목이 다. 오늘날 공무원에게는 영리 업무 및 겸직금지의 의무가 있다. 나는 이 공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