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는 떡국을 먹는다. 차례가 끝나고 나면 아침식사를 하게 되는데 가지런히 썰어 낸 떡과 예쁘게 빚은 만두 위로 석이버섯과 실고추가 볼수록 정갈하다. 계란 지단에 김까지 어우러진 고명의 맵시도 먹기가 조심스럽다. 그 외에 강정과 전야 과일 등 푸짐했으나 떡국이 유독 돋보인다. 단지 한 그릇이지만 며칠 전부터 장만한 것을 생각하면 느낌이 많다. 설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쌀을 씻어서 가래떡을 뽑으셨다. 방앗간에서 가져오면 쟁반에 하나씩 펼쳐서 굳힌다. 아주 춥지 않은 경우 하룻밤 지나면 썰기 좋게 굳는다. 늦도록 썰고 난 후에는 함지 가득 포기 배추를 다진다. 준비할 동안에 식혜와 수정과를 달이고 쌀가루로 조청을 만든다. 석이버섯도 뜯어놓은 뒤 마른 고추를 살짝 불려 실고추를 저민다. 김을 구워 떡국 고명을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저고리와 마고자 등을 꿰매고 다림질을 하면서 손을 보기도 했다. 까치설이 되면 만두피에 쓸 반죽을 준비한다. 밀가루 서너 태는 뭉쳐야 만두소와 맞아떨어진다. 그 다음 다진 김치를 애벌 짜서 올려 두면 김치물이 얼추 빠진다. 함지에 쏟아 두부와 고추 다진 것과 양파 당면을 섞고 참기름과 깨소금에 무친다. 금방 시작하
이달부터 내구성과 보안 요소를 대폭 강화한 새로운 주민등록증이 도입됐다. 지난 2006년 위·변조 방지를 위한 형광인쇄기술을 추가 적용한 후 14년 만에 변경하는 것이다. 우선 주민등록증 연혁을 살펴보면 주민등록증의 근간인 시·도민증은 1950년대에 발급됐는데 이때는 본적, 출생지, 주소, 직업, 신장, 체중, 특징, 언어, 혈액형 등 개인 신상정보를 수록했다. 이어 1968년 1차 법 개정 때 새로 추가돼 1968년 10월 20일부터 발급됐으나 주민등록증 발급은 강제 규정은 아니었고, 18세 이상 주민에 대해서는 주민등록증이 발급됐으며 기존의 신분증명 방법이었던 시·도민증은 주민등록증으로 대체됐다. 1975년 3차 법 개정 때는 발급 대상자를 17세로 낮췄으며 발급의 의무를 규정했고 발급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3차 법 개정 때 일제 갱신이 이뤄졌다. 1983년 주소 변경 때 뒷면에 변경 내용만 바꿔 기재할 수 있도록 해 2차로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을 했으며 이때 주민등록증의 형태가 현재와 같은 가로 형태로 제작되기 시작됐다. 1999년 9월 10차 법 개정 때 종이 주민등록증을 홀로그램 등의 기술이 포함된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경찰이 마침내 숙원을 풀었다. 수사권을 독립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대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서다. 수사권을 독립한 경찰은 그것만으로도 권력기관이다.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에 착수해서 종결까지 할 수 있으니 검찰은 물론 청와대까지 수사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공약한 권력기관 개편에는 검찰개혁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정원의 일반 정보와 수사기능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은 어디로 갈까? 경찰로 가야할 것이다. 그래서 경찰 권력의 비대화 우려가 높은 것이다. 지금도 경찰이 정보를 독점하는데 따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그 인사를 하기 위해 청와대가 경찰에 검사 세평을 수집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경찰이 검사의 세평을 수집하는 게 정당한 업무인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경찰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무슨 일이든 독점하면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기능을 인수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노총각인 그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자동차 영업사원을 하였다.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힘든 시대, 청년들이 TWO job을 하는 거는 종종 보아 왔던 터. 그런데 그가 대청호 주변에 사놓은 땅에 대출을 받아 또 다른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우리는 참한 아가씨를 만나 장가를 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자본이 넉넉지 않고 연고지도 아니고, 농사 경험이라고는 고향인 청양에서 어머니가 하시던 일을 본 것이 전부라는 그에게 달리 도움 줄 말이 없었다. 며칠 뒤에 사무실에 온 그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했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살수작업도 하고 원목에 종균접종도 마쳤다고 했다. 완연한 봄볕이 창가에 와 앉아 있던 날, 출근하여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들어왔다.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하며 색안경을 낀 그녀의 눈매를 보다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볼도 부어 있었고 대단히 화가 나 있음이 분명했다. '무슨 일일까?, 어쩌면 나와 관계된 일이 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엊그제, 매도 계약서를 작성 한 것에 '문제가 있나?, 생각을 하며 속으로는 계약서의 내용을 더듬어 내려갔다. 매매 금액, 물건의 소재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특약사항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신이 있기는 하냐고? 왜 못된 사람은 놔두고 착한 사람만 데려가냐고? 그런데 그것은 신을 탓할게 아니다. 못된 사람은 이기적이라, 약삭빠르게 자기부터 챙기고 남 일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적어지고, 착한 사람은 이타적이라 열심히 일하고 고심하고 남 일까지 떠맡아 하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해 병에 걸릴 확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남가주 정신건강가족미션 김영철 소장의 말이다. "정신질환은 착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걸립니다. 남에게 스트레스나 미움, 분노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다 감당하고 참고 지내다가 뇌기능장애가 오는 겁니다. 악한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아요. 악한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다 떠넘겨 병들게하고 자신들은 살아남죠." 박지원의 소설 에서 창귀들은 범에게 선비를 잡아먹도록 부추긴다. 이들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혼(魂)으로,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예속되어 호랑이가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닐때 앞장서서 먹잇감을 찾아준다. 못된 짓을 하는데 앞장서는 사람을 가르켜 창귀라 한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중에 이 있다. 만무방은 예의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주야 8시간 전면 파업을 시작했으며, 한국GM 창원공장은 노조와 사측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자동차 산업분야의 노사 갈등은 결국 자동차 생산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동차산업 생태계 유지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는 연 400만대 생산까지도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해서다. 노조는 근로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기업의 성장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도모해 기업과 상생 발전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절벽이라는 위기 속에서 우리는 노조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충주에는 굴지의 자동차 기업인 현대모비스 생산공장이 2012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막대한 물류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공장(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250㎞나 떨어진 충주시에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공장 투자를 결정한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충주가 노사문제에서 자유로운 노사분규 청정지역이
북한이 너무 조용하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했다. 그런데 연말을 조용히 넘기고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레적으로 해오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조차 생략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연말에 3일 동안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북한의 의중을 어느 정도 엿볼 수는 있다. 이 회의의 첫 번째 의정인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에서 내린 결론은 경제발전과 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로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을 향상 시키고 공세적 조치를 위한 무장력 강화한다는 것이다. 전원회의 결정문으로만 본다면 북한이 내놓는 새로운 길은 자립경제와 무장력 강화로 보인다. 경제발전을 자립경제를 통해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경제발전5개년 전략이 올해가 마지막 해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어야 할 상황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간한 '세계경제상황과 전망 2020' 보고서를 보면…
'재임 중 쿠바 문제와 관련해 전쟁을 피하기 위한 각종 외교적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페인과의 사이에 전쟁이 발발함. 그 결과, 스페인령이었던 필리핀과 푸에르토리코·괌을 획득하였고, 쿠바의 독립을 쟁취함. 또한 그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하와이를 합병하였음. 재선 후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무정부주의자가 쏜 총을 맞고 사망함.' 미국의 제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가 하원의원이던 시절의 일입니다.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그는 그 어느 날도 의회 사무실로 향하기 위해 전차에 오릅니다. 전차 안은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병색이 완연한 나이 많은 여성 하나가 오릅니다. 여인은 힘든 걸음으로 앉아있는 승객들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손잡이에 의지한 채 몸을 기우뚱거립니다. 마침 여성의 앞좌석에는 매킨리의 동료 하원의원이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원은 자리를 양보하기는커녕 신문을 보는 척하며 얼굴을 가립니다. 이를 보다 못해 서너 자리 떨어져 있던 매킨리가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몇 년 후, 매킨리는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해 무난히 당선됩니다. 취임 후, 집무실에 앉아
뽀빠이의 시금치가 잘못 알려진 데는, 1870년 독일의 과학자가 소수점 하나를 잘못 찍어 생겨난 웃음거리다. 실제 함량보다 10배나 부풀려진 것은 1930년대 다른 과학자에 의해 바로 잡혔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시금치=철분의 왕이란 등식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또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E.C 세가가 1929년에 만든 만화캐릭터 뽀빠이가 등장하면서 시금치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켰다. 1980년대 유명 만화영화였던 뽀빠이는 명대사와 함께 시금치를 섭취하고, 악당 블루토를 날려버리는 만화영화의 시금치 파위를 통해 잘 먹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야채를 먹어야 한다는 교육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또 20세기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먹어봤을 뽀빠이 과자류가 출시됐고, 또 뽀빠이란 별명을 가진 방송 MC까지 등장했다. 녹색 채소가 귀한 겨울철의 채소인 시금치는 단백질과 여러 가지 비타민과 광물질을 함유하지만,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가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18세기 청나라 건륭황제는 순두부 시금치 찌개를 맛있게 먹었지만, 칼슘 부족 현상을 겪었다. 요리할 때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나면, 시금치의 수산(蓚酸)이 거의 다 빠져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면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필자도 첫인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할 때가 많다. 운영하고 있는 청주 디자인회사 플러그미디어웍스에서는 웹사이트, 앱(어플)개발, 영상제작을 하는 회사로써 매년 또는 수시로 직원을 채용한다. 벌써 10년 넘게 리쿠르팅을 하지만 채용 지역, 직무내용, 성별, 나이에 따라 판단하는 기준 등이 어렵다. 회사 입장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 심사하고, 2차로 1대1면접을 한다. 운영하고 있는 플러그미디어웍스는 디자인회사다보니 1차 서류에는 포트폴리오가 첨부되어있다. 물론 포트폴리오에는 공동작업물도 함께 있어 본인의 참여율을 표기해줘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면 마치 100%본인의 작업물처럼 표기가 안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랜시간 디자인 일을 하다보면 한 사람의 작업물인지 함께 작업한 것인지 교육기관에 과제물인지 정도는 구분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마주했을 때 채용을 해보면 포트폴리오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직원들도 꽤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실력을 판단하기란 쉽지가 않다. 작업물을 접하다 보면
얼마 전 일이다. 친한 대학 동기가 드디어 지방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며 반가운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로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마치 면접 준비 스타강사처럼 답했다. "'청렴'이 제일 중요해. 무조건 '청렴'에 중점을 두고 답변을 준비해." 그러나 친구의 다음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 '청렴'이 제일 중요한데?" 내가 누군가에게 물었고, 누군가에게 답을 들었듯 그저 '청렴'이라고 답을 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의 반문을 듣고 정작 나도 왜 '청렴'이 중요한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내가 청렴을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은 영어 단어 외우듯 청렴을 단어로 외워버린 까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 없는 암기는 실천이 어렵다. 내 생각이 아니라 여러 행동 변화 이론의 핵심이다. 친구의 물음에 답하고자,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청렴 실천을 위해 청렴의 중요성을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부패지수 상승이나 국가의 신뢰도 하락 등으로 접근하면 이해력이 낮은 나는 너무 어려워서 실천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청렴 실천의 중요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도로 한 가운데 까치 한 마리가 앉아있다. 찻소리가 들릴 텐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움직여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귀엽고 예뻐보여 넋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한참 후에야 제 갈곳으로 기야겠다는 듯 후르륵 날아갔다. 날아가는 까치를 보며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를 흥얼댔다. 그리고 보니 까치설날을 정해준 조상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까치는 아이큐 60~70정도의 지능으로 영리하고 눈이 밝으며 후각도 발달되어 냄새도 잘 맡는다. 우리나라의 텃새로서 예로부터 어느 마을이고 간에 마을입구에 있는 높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그 까치가 외지인이 마을로 들어오면 얼굴도 낯설고 냄새도 다르게 느껴 경계의 의미로 울어댄다고 한다. 그에 대한 전설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라시대에 계림동쪽 바닷가에서 까치소리가 들려 가 보았더니 배에 실려 온 상자 안에 잘 생긴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는 자라서 신라의 네 번째 탈 해왕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 후부터 까치가 울면…
대상과 친밀할 때가 있고, 때론 대상이 나를 가혹하게 대할 때가 있다. 마음에 탐탁지 않아 관심 없는 대상이 있는가 하면, 열정을 가지고 대상을 사랑할 때가 있다. 이 모두는 하루를 살아내면서 겪어야 할 일상이다. 시, 음악, 사진, 드론촬영을 공부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주변 사물들은 끊임없이 이미지화하여 내면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때론 낯선 모습으로 내면에 쌓여 가면서 지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층을 만들면서 움직이는 마음 상태 또는 정서적인 상태를 지속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살아있다는 기적에 답함이다. 햇살 좋은 지난 6월 동해안 자전거 라이딩 중 묵호 등대 문화공간에 올라 하얀 등대를 보면서 등대처럼 젊고 푸른, 젊은 영혼이 가지고 있는 싱그러운 신선함을 그려봤다. 소동파가 세월을 "마치 구렁으로 들어가는 뱀과 같아 미처 잡을 수 없다" 했듯 (有似赴壑蛇유사부학사) 소년이 가지고 있는 동심은 사라졌고, 청년이었던 청춘은 세월에 빼앗겨 어느덧 하얀 눈이 많이 내린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라이딩 내내 너울성 파도로 동해바다는 일렁거렸다. 해가 떨어지는 모습
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당시 학력고사 기출문제에 우정과 관련된 고사성어가 많이 나왔다. 관포지교, 수어지교, 죽마고우, 막역지우, 금란지교, 단금지교, 문경지교, 지음 등이 그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는 분명 친구와의 우정을 귀하게 생각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고교 시절 그 귀중한 뜻을 마음에 새기기보다는 암기에만 급급했다. 그런 와중에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나에게 울림을 주는 고사성어가 바로 관포지교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용주의 정치가였던 관중에게는 포숙아라는 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 관중은 어려운 시절 포숙아와 함께 동업을 했다. 친구 포숙아는 관중이 이익을 편취해도 탐욕스럽다고 하지 않았다. 관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중 탓에 일이 더 난관에 봉착할 때도 그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일을 하다보면 잘될 때도 있고 꼬일 때도 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함께 하던 곳에서 ㅤ쫓겨나도 모자라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받아들여질 만큼 좋은 관계가 아직 이루어질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움터에서 비겁하게 도망쳐 와도 그를 비겁자라고 탓하지 않았다. 관중에게는 살아서 봉양해야야 할 노모가 있음
나이가 들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당연하게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갑자기 삶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전조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심리적으로 쫓기는 이유가 된다. 가족만 빼고 다 바꾸라고 강요하는 요즘 세태에서 관혼상제의 관습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도 나이든 어르신들의 오랜 경험이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바꿔야 한다는 젊은 세대와 이에 저항하는 기성세대간의 갈등은 인류의 집단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 계속되어 왔으리라. 처갓집 제사상에는 좀 색다른 관습이 있다. 조상 신위(神位)가 있고 그 옆에 나란하게 성주님(집을 보호해 준다는 신령)을 위한 밥과 국, 수저가 올라간다. 그 뿐만 아니다. 제사상 옆에는 별도의 작은 소반에 밥과 국, 정안수와 수저 한 벌이 놓여진다. 장모님의 말로는 삼신(三神)을 위한 상이란다. 이러한 상차림을 두고 제사를 지낼 때마다 장모님과 아들·며느리들 사이에 작은 다툼이 일어난다. 아들은 아버지 제사이니 다른 신들은 모시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장모님은 남편 제사이지만 남편 옆에는 다른 신들도 같이 있으니 그들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
사람이 살면서 나이 먹는 것을 빼놓고는 보통 앞으로만 가지 않는다. 때로는 물러서기도,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물러서는 것이 마치 패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아쉬워 머뭇거린다. 물러서야 할 땐 과감히 멋지게 물러서야 한다. 영국 유니레버사 콜사장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영에 대한 특별한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체면에 연연하지 말고 상호 이익을 전제조건으로 삼으라.' 했다. 그는 자신의 신조에 따라 기업경영은 물론 사업협상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해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 등의 재산을 모두 몰수했다. 유니레버사 콜사장은 아프리카국가들이 토지 등 재산을 몰수하기 전에 아프리카 각지에 있는 자회사 경영을 아프리카현지인으로 교체하고, 아프리카 흑인과 유럽에서 간 백인 간의 임금 차이를 해소했다. 또 나이지리아에 경영간부양성소를 설립해 아프리카현지인 간부를 양성하고,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채택했다. 체면에 연연해하지 말고 최대이익을 창조, 점진적으로 생존방법을 모색하는 등 여섯 가지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다.뿐만 아니라 가나에 유니레버사가 소유하고 있는 적지 않은 토지 모두를 가나정부에 제공해 가나정
부동산 문제는 다양하다. 부동산가격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만큼 문제가 많은 나라도 드문 것 같다. 정부는 들썩이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을 발표하고, 약효가 떨어지면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 현 정부 들어 18번의 대책이 나왔다. 정부의 고민과 어려움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모두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한 정책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필자와 같은 감정평가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공시가격도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4가지의 공시가격이 있다. 구분하자면 토지는 공시지가,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라 하며,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최근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현실화율 제고를 통해 공시가격 균형성을 유지하려 했다. 공시가격이 현실화율이 낮고, 지역별로 불균형하며, 유형별 형평성이 맞지 않아 결국 조세의 불공평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점을 인식하면서 지난해 추진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내용은 부동산
대부분의 공직자가 청렴하려 노력하지만 일부 잠깐의 그릇된 판단으로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어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청렴을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선조들 중 선초삼청(조선 초기 세 명의 청백리)이라 일컬어지는 류관, 맹사성, 황희의 청렴함을 본받으면 좋을 것 같다. 류관은 정승이 된 지 30년이었으나 사방에 논이나 별장이라고는 없었으며, 단지 나무로 가로지른 문과 울타리에 꽃나무 몇 그루가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담을 쌓고 대문을 만들도록 권하면 "지금 정승이 돼 갑자기 지난날의 문을 고치면 될 것인가? 베옷에 쑥대 집도 황량하지 않으며, 홀과 인끈 수레와 높은 관도 영광스럽고 빛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세종대왕은 류관이 대감 벼슬자리에 있는 동안에도 그를 위해 자주 음식과 물건을 보내어 그의 공을 치하했으나 임금이 보내는 맛있는 음식과 귀한 재물은 하루를 넘기기 힘들었다. 임금이 어찬을 내리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열었고, 아무리 귀한 임금의 하사품일지라도 어려운 사람이 있으며 언제나 무엇이나 가리지 않고 내줬다고 한다. 두 번째로 맹사성은 청백 간결한 성품으로 치산에 힘쓰지 않고 음식물은 항상
크로아티아 조선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신동 모호로비치치(Mohorovicic Andrija)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언어를 구사 할 줄 알았다. 다양한 언어 구사능력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력이 높으며 문화를 다양하게 수용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학습에 대한 지적 호기심 없이는 생겨나기 힘든 기능이다. 모호로비치치는 수학 및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1887년 자그레브에 기상관측소를 설립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지진을 관측 하는데 성공했다. 1909년 모호로비치치는 발칸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을 연구했다. 연구하다보니 지하 30-60km되는 곳에서 지진파의 전파가 증가하는 구간을 발견하게 된다. 불연속면으로 불리우는 그 면은 지진에서 나오는 4개의 파중 P파로 불리는 압축파(종파)를 이용하여 새로운 중간 경계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모호로비치치경계면의 지진파 측정으로 진앙지를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진앙의 위치는 물론 지진파의 진행시간까지 계산해냈다. 우리가 두발로 딛고 있으며 500미터,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도 세워놓은 지구 지표면은 단단하고 절대 불변의 지표 같지만 지각의 두께는 생각보다 두껍지 않다. 계란의 껍질과 같이
"지구는 어떤 한 종(種)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최근 출간한 소설 '고양이'의 한 구절이다. 다른 생명체와 동행자로서 공존하고 싶은 작가의 소망을 나타낸 구절이다. 고양이라고 하면 인간이 '소유'한 애완동물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작가에겐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만났던 고양이, 아니 다른 모든 동물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중학교 때 읽은 '나무'라는 책 이후로 오랜만인데,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상상력에 감탄한다. 소설 '고양이' 역시 베르베르의 출세작인 '개미'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할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로 필자를 매료시켰다. 작가는 주인공을 암고양이로 설정해 인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고양이가 쓴 책'이라고 할 만큼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안락한 삶을 살던 주인공 바스테트는 테러와 전쟁으로 인한 공포를 감지한다. 그러던 중 머리에 USB 칩을 단 옆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의 운신 폭은 좁다. 청와대가 권력을 움켜쥐고 직접적인 권한을 주지 않는다. 각료 임명 제청권도 형식적이고 대통령의 오더를 받는다. 만약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다면 조국 같은 위선적 인물이 법무장관에 임명되어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이낙연 총리는 역대총리 가운데 제일 장수했다. 그러나 이총리는 문재인의 등 뒤에 숨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무능력의 상징이 된 것은 아닌가. 굳이 국민들에게 어필 했다면 국회 대정부 질의가 있을 때 마다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조심스럽고 굵직한 목소리로 개그와 같은 멘트를 날린 것뿐이다. 자천타천 차기 대권 잠룡에 거명 되면서 여론조사 1,2등을 달리고 있지만 영혼이 없는 달변자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호되게 언론의 비판을 받았던 최저임금인상, 탈원전과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 주 52시간 근무제 등 봇물처럼 쏟아진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았다. 말을 아낀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조신을 떤 것인가. 대통령 다음의 국정 책임자는 국무총리다. 실패한 정책이나 국민들의 고통이 따르는 문제라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개선을 건의해야 하는 자리다
퇴근하려는데 연구부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교장실로 들어왔다. 지난 해 구입한 디지털피아노가 고장이 났단다. 80만원으로 구입했는데 고치는데 50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를 물었다. 1년도 안된 피아노가 고장 났으니 AS를 신청하면 무료 서비스가 될 텐데 왜 걱정을 하나 물었다. 연구부장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사연이 있었다. 방과후학교 설문에서 매년 피아노 교실을 열어달라는데 피아노를 둘 공간도 가르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민 끝에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사택을 활용하기로 하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여름 내내 유치원 어린이들과 1학년들 방과후 피아노수업을 거기서 받았다. 겨울이 되자 추워서 수업이 어렵다고 했다. 시끄럽더라도 피아노를 옮겨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더니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신없이 바쁜 선생님들 도움 없이 시설주무관님 혼자 수레로 옮기다가 피아노 한 대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부서져서 건반 몇 개가 튀어나왔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속상했지만 실수한 주무관님을 생각하니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이걸 고쳐야 하나· 새로 사야 하나· 퇴근하는 차 안에서 혼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봐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에 '날근터'라 부르는 마을이 있다. '낡은'을 연음하여 소리내면 '날근'이 되므로 '날근터'라고 하면 '오래 되어서 못쓰게 된 땅'이란 의미로 생각되어 마을의 이름으로 삼기에 좋은 이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마을은 한자로 '낙은동(樂隱洞)'이라 표기하고 있다. '날근'은 '낡은'이 연음된 것으로 보면 결국 같은 말이므로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의 '날근이', 괴산군 불정면 앵천리의 '날근터(捺根垈)', 충남 청양군 청양읍 장승리의 '날근터', 전남 해남군 황산면 원호리의 '날근터',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의 '날근터들', 보은군 수한면 오정리의 '날근터골',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의 '날근터골', 충주시 주덕읍 대곡리의 '날근터골', 보은군 속리산면 하판리의 '낡은텃골', 괴산군 청천면 여사왕리의 '낡은직골',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의 '낡은터들', 음성군 원남면 주봉리의 '낡은터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용두리의 '낡은터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대서리의 '낡은터들',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부평리의 '낡은절골', 충남 공주시 동현동의 '낡은터지', 영동군 심천면의 '날근 소나무 밭' 등의 지명들은 모두 '낡다'는 의미를…
이순을 넘어 고희가 가까워 오니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자신감마저 위축되는 요즈음, 과연 나는 내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끝없는 회한과 허탈감이 찾아드는 첫 정월 저녁 지극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쫓으며 한없는 심연의 나락으로 빠져들 때면 으레껏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생각해 본다. 한 마리 평범한 갈매기에 불과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삶의 방식을 오늘 나의 삶 속에 재조명하여 보며 그처럼 자연스럽게, 아주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치 않은 가운데 비범의 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부단한 그의 신선한 욕구가 더없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의 가족과 동료들이 오로지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 헤매 일 때 조나단은 홀로 이탈하여 아무도 습득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비행 기술을 익히며 보다 큰 이상을 위해 안타까운 몸짓으로 창공을 박차고 날아오르곤 했을테니... 그가 추구했던 최대의 목표는 너무나 자명하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나는 것이 그의 생애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고의 것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기에는 엄청난 모험이자 아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 뒤에 더 큰 이상이…
차 한잔 마시려다 찬장 한쪽 쟁반에 널어둔 홍시와 눈이 마주쳤다. 한 개를 집어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이 말랑하고 붉은 형체는 막연한 그리움의 모양을 하고 있다. 한 손에 부듯하게 담길 만큼 탐스럽지만, 꼭 쥐어 마음을 전하기엔 너무 여린 말랑함이 애틋하고, 낯선 곳에서 마주한 저녁노을을 닮은 끝 모를 주황빛이 아련하기만 하다. 늦은 봄, 바람이라도 불면, 여리고도 노란 꽃들을 후두두 떨구던 감나무가 집 뒤에 있었다. 꿀단지 모양의 감꽃이 장독뚜껑에 오소소 모였다. 올망졸망한 나팔 같기도 하고 왕관 같기도 한 감꽃을 옷 앞자락에 담아 와 하나하나 세어가며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주렁주렁 걸고 다니다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감꽃 목걸이는 마루 위 한구석에서 누렇게 변해가거나 봉당 위 공깃돌 옆에서 아무렇게나 시들어갔다. 낮에 어르신들을 방문했다. 한 어르신 댁에서 터질 것 같은 홍시 하나를 얼떨결에 받아 들고 '홍시는 과일이라 말하기 힘든 그 무엇이 아닐까?' 생각했다. 숨어 잠자던 추억을 소환하는 체면 술사의 '레드~썬!"일지도, 혹은 눈앞에서 흔들리는 시계일지도 모른다. 이웃 동네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에서 뵙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