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보면 고등학생 때 처음 발급받고 어른이 된 느낌에 설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2015년 1월부터는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도 국내에 입국하면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있다. 재외국민들은 해외로 출국할 때 주민등록증을 갖고 나가면서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다시 한 번 새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주민등록증이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은 우리나라 국민임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신분증으로 통용되고 있다. 현재의 주민등록증은 지난 1999년 종이 주민등록증을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변경하여 발급한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1998년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의무가 폐지되고 최근에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국민편의를 위해 운전면허증, 여권 등 다른 신분확인수단도 인정하고 있어서 주민등록증을 휴대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사용 중인 주민등록증은 4천220만 매에 이르며, 지난해에만 새로 271만 매가 발급되었다
어린 날 외할머니의 밥상머리 교육을 잊을 수 없다. 평소 그분의 격대 교육은 매우 지엄했다. 밥상 앞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엔 먼저 들지 말며, 음식을 씹을 때 소리 내지 말 것과 자신이 먹은 그릇들은 스스로 설거지를 하라는 기본적인 것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껏 나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르침은, "남이 안 봐도 보는 것처럼 행동하라"였다. 즉 이 말씀은 언행에 주의하라는 의미기도 했다. 어렸을 땐 할머니의 언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의 그 가르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일이다. 아파트를 청소하는 아주머니 몇 분이 그곳 동 대표한테 호되게 질책을 받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을 때 일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동 쓰레기장 앞에 서,너 명의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고 그 앞엔 아파트 동 대표 남자가 크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연신 두 손을 모은 채 안절부절 하는 표정이다. 귀담아 들어보니, 청소를 소홀히 했다는 동대표의 말이었다. 그 말 중엔 이번 실수가 한번만 더 눈에 띠면 전원 해고를 시키겠다는 으름장도 들렸다.
이번 겨울은 참 겨울 답지 않게 포근했던 것 같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된다고 하지만, 추위를 잘 타는 사람으로서 따뜻했던 겨울이 좋았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체질이 바뀌고 여러 가지가 변한 것 같다. 어릴 적 여름이면 물놀이도 좋고, 겨울이면 눈싸움과 포대자루를 눈썰매처럼 모든 곳이 놀이터였다. 미세먼지와 황사, 코로나19 등 어른들이 책임지어야할 여러 가지의 이유로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가 없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울 수가 없다. 키즈박람회 '키젝스'를 기획한 의도 또한 그런 이유 중 하나이다. 모든 어린이와 부모들의 마음을 100% 만족시킬 수 없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계속 보완하여 충북에서 전국으로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행사가 되기를 감히 희망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으로 포털사이트의 뉴스를 찾아보곤 한다. 며칠 전 본 내용 중 '가난과 범죄, 외줄타기하는 장발장들' 이라는 참 안타까운 사연과 뉴스의 내용을 보았다. 아들과 단둘이 사는 40대 여성이 거의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울 정도의 생활고로 전전긍긍 하던 중 우연히 체크카드를 주워 쌀과 통조림 등 의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만큼의 약 4만 9천원어치를 결제한 후 약식기소
Parasite!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작이 발표 되는 순간, 봉준호 감독은 물론 세계 영화팬들이 환호했다. 한국영화가 세계영화 역사를 새로 쓰며 그는 세계 거장으로 우뚝 섰다. 겸손과 유머가 담긴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은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다시 한 번 감동을 주었다. 온, 오프라인의 전파력은 지구촌 곳곳 인종이 다른 문화권까지 '기생충 신드롬' 으로 열광하고 있다. 외국의 어느 영화감독은 자기보다 젊은 감독이지만 존경스럽다고까지 말했다. 우리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고지에 오른 이의 포효 같은 말과 소리가 익숙한데 신세대 젊은이의 기백은 자연스럽고 자신감이 있었다. 삼 개월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이 붙었다. '선거 관리위원을 공모하오니 봉사에 뜻이 있는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자격과 결격사유 몇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자는 구비서류를 제출하란다. 아파트 생활의 새로운 환경을 알고 싶은 마음에 서류를 갖추어 냈는데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아 추첨방식을 통해 선출되었다. 아침이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쫒기 듯이 하루를 시작하고 별로 한일이 없는데도 저녁이면 물먹은 솜처럼 피곤했던 날들에는 할 수 없던 일이었다. 하던 일에서…
대한민국 면적의 12%도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만약 5천100만 명이 전국에 골고루 산다고 하면 수도권의 적정 인구는 610만 명 정도일 것이다. 적정인구의 4배가 넘는 2천600만 명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것이다. 마치 방 3칸짜리 집에 6식구가 살고 있는데 안방에만 4명이 몰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불균형이고 대단한 비효율이다. 안방은 사람이 많아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나머지 두 방은 사람이 없어서 방을 없애야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서울에선 아파트 한 채 값이 20~30억을 호가하지만 지방에선 공짜로 살라고 해도 오지 않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선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사방에 신도시를 짓는다고 난리지만 지방에선 몇 년 후에 닥쳐올 소멸시대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이런 불균형을 방치하면서 어떻게 같은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나. 이런 비효율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운운할 수 있는가. 역대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외쳐왔는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국가의 균형발전을 중시하기보다는 자기 고장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저는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58년 개띠'입니다. 1958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80달러로 북한(280달러)의 30%에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6·25가 끝난 1955년부터 1957년까지 80만 명대에 머물렀던 출생 인구가 1958년을 기점으로 90만 명대로 급상승했으며, 그 후부터 출생 인구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58년생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주류를 이뤘습니다. 58년 개띠들은 국민학교에서부터 반공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장공비 앞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는 반공소년 이승복도 1959년생이었고, 경찰 지서장이셨던 저의 국민학교때 친구 아버님도 공비의 총탄에돌아가셨습니다. 58년생들은 미성년 시절인 10대에는 지역에 따라 중학교는 무시험으로, 고등학교는 평준화를 통해 중등교육을 받았습니다. 사교육비 해소와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명분하에 선택의 자유도 잃은 채 실험실의 모르모트 신세가 되어야 했습니다. 1970년 시작된 '잘살아 보자'는 새마을운동에도 학생의 신분으로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성년이 되어 20대에는 대학이나 군에서 '10·26', '12·12', '5·18'을 겪었고, 30세
공무원이 지켜야 할 덕목으로 최우선 되는 것은 바로 '청렴(淸廉)'이다. 국어사전에는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으로 정의돼 있다.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에게 특히나 강조되는 중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난해 7월 발령받은 신규 공무원이다. 신규 공무원으로서 현재 나에게 민원인을 응대하는 바른 자세, 봉사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청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하는 게 청렴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는 뜻의 탐욕을 없앤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의 감정과 그에 따르는 욕심이라는 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즉 자발적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야만 지킬 수 있는 청렴이기 때문에 그만큼 나 자신에게 엄격해질 때 비로소 청렴의 의미에 한 발 다가가는 것이지 않을까. 언론에서 보도되는 공직사회의 부패 사건을 들었을 때 나를 대입해본 적이 종종 있다. 나라면 단칼에 거절할 수 있을까· 물론 당연히 머릿속으로는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럴 것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사진을 정리하다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둘과 필자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의 친구 두 명 모두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인물이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 명은 결혼 후 무슨 연유에서인지 부인과 자녀를 이끌고 미국 동부의 어느 도시로 이민을 갔고, 다른 한 명은 채 서른을 넘기지 못한 아까운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특히, 간암으로 세상을 등진 친구에게 깊은 연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시절, 그가 보였던 비범한 행동들 때문이랍니다. 사진을 찍었을 당시, 우리는 라디오를 통해 해외에서 중계되는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건아들이 지금 적군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습니다" 하는 유(類)의, 애국심을 충동질하는 흥분조의 스포츠 중계를 즐겨 들었는데, 그즈음에 우리의 인기를 가장 끌었던 것은 축구 경기였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적인 대회에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메르데카배 대회라든지 킹스컵 대회 정도에서 강호로서의 면모를 보이던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이었습니다. 대회가 열릴 때면 친구와
유채(油菜)는 새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봄을 알리는 꽃 중의 하나로 꼽힌다. 어떤 이는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겨울꽃이라 부른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나물 해 먹는다고 겨울초 또는 삼동추, 한채ㆍ월동초라 한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 여린 잎은 쌈채소, 국, 무침, 겉절이 등으로 먹지만 유채꽃은 식용하지 않는 편이다. 유럽 지중해가 원산지인 유채는 야생종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교잡 종인데, 1935년 우장춘의 논문에서 '종의 합성'이 밝혀졌다. 노란색 꽃이 피며, 종자는 기름으로 짜 쓰면서 유채란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말로 '평지'라 하는데, 1610년 허준의《동의보감》에 '운대'라 적고, 한자의 음훈 그대로 평지나물이라 부르고 쓴 것이다. 제주에서는 씨에서 기름이 난다하여 지름나물, 특히 경북에서는 시나나빠라 부르기도 하지만, 경상도 방언이 아니라 일본어를 무작위로 쓰면서 생긴 말이다. 꽃말이 쾌활, 명량, 희망을 뜻하는 유채는 1830년대 최한기의《농정회요》에서 운대라 적고, 일명 유채라는 이름이 처음 기록됐다. 그는 당나라 소경의《당본초》를 인용하여, "운대는 일명 한채, 일명 호채, 일명 대채, 일명 대개, 일명 유채이다. 줄기가 하나인데 둥글
북한은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이하면서 무력도발 등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않았다. 의례적인 행사로 마무리했다. 북한으로서는 지금 현재 국내외적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임에도 그렇다. 대북제재는 지속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작년 말 북한 식당, 박물관 등을 폐쇄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북한으로 보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은 관광을 금지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경제적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은 자력갱생을 주장하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소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는 외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마크 에스프 미 국무장관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 중, 1순위를 중국과 러시아, 2순위를 북한과 이란을 지목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101차 미재향군인단 총회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자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아내와 함께 시내 마트를 들렀다. 과일 채소 코너를 지나다 내 눈을 의심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제주산 봄 무 20kg 한 자루에 9천900원에 세일을 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세척한 무가 먹음직스럽고 싱싱해 보였다. 망설일 것도 없이 한 자루 샀다. 아내는 깍두기 담느라 분주하다. 지난 5일 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유통인들을 탄식하게 만드는 광경이 벌어졌다. "9천57원" 제주산 무 20㎏들이 상품 상자당 경락값이 급락했다. 평년보다 25%나 떨어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병이 보름을 넘기면서 화훼·채소·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값이 줄줄이 폭락했다. 소비자들이 다중 이용시설을 기피하는 데다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기존 주류 유통망에서 거래되던 농축산물들이 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농산물가격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사과도 평년대비 약 40% 가격이 떨어졌고 인삼도 소비위축으로 평년 시세를 밑돌고 있다. 농촌에서 출하되는 농축산물 중에서 한우를 제외한 모든 것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까지 한몫 거들어 농민들의 한숨이…
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종교인들의 성지순례에 빗대어'빵지순례'라고 한다. 맛있는 빵집을 찾아가고 그것을 SNS에 올리고 공유하는 빵집투어가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빵순이, 빵돌이가 인기 유튜버가 된 지도 한참이다. 빵지순례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부산, 군산, 인천, 강릉, 전주, 제주 등의 도시다. 과거 청주가 유명 빵지순례지로 될 기회가 있었다. 청주에서 촬영하여 2010년에 방영된 드라마'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이 최고조였을 때다. 그때 청주가 지역빵에 대해서 특화하여 개발하고, 스토리텔링화하는 등의 홍보 노력을 좀 더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유명 빵집들의 인기는 불황이 없다. 최근 빵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빵을 사기 위한 줄은 줄지 않고 늘어나니 경제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하다. 빵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찾아가고, 또 몇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 사는 빵 맛에 보람과 행복을 그것도 진하게 느끼니 말이다. 우리나라 전국 빵집은 1만7천여 개라고 통계청은 집계한다. 이중, 오늘 폐업하는 빵집도 있고, 개업하는 빵집도 상존하고 있다. 이 많은 빵집 중 70%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라는 사실에 놀랍다. 동네 빵집을
어디고 떠나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이다. 마침 동아리 총무가 경주남산 트레킹을 가자는 말에 이유 불문하고 좋다고 했다. 그곳은 몇 해 전 TV를 통해 유홍준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시청하면서 호기심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귀중한 문화유산이 보존된 국립공원을 향해 설레는 마음으로 3시간을 달려갔다. 출발할 때 구름만 끼었던 청주와는 달리 도착할 때는 가랑비가 솔솔 내렸다. 차에서 내린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숲길로 향했다. 숲 입구에 '선덕여왕' 드라마 촬영지라는 간판이 보인다. 마치 길손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듯하다. 거대하고 우람한 소나무숲 사이로 들어서는 순간 짙은 솔 향이 폐속 깊이 채워지는 듯하여 심호흡이 저절로 되었다. 삼릉(사적 제219호)에 대한 산악대장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 동아리 팀은 갖은 폼 다 잡고 인증 샷을 했다. 몸이 불편해서 도저히 못가겠다는 후배만 두고 다섯 명이 일행들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걸었다. 데크길로 오르니 길가에 가지런히 진열된 제1사지 탑재와 4개의 불상이 눈에 띈다. 목이 잘려나간 모습과 몸체의 일부가 훼손된 불상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남산 곳곳에…
사람은 땅 위에 두 발을 디디고 산다. 누군가는 새싹을 뿌리고 밭을 일구고 하루를 시작하며, 반대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들기도 한다. 이처럼 보금자리인 땅 위에서 삶을 보내는 우리는 땅과 떨어지기가 어렵다. 이렇게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땅에 있어서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될까· 토지의 등록 단위를 필지(筆地)라고 하는데 한 필지를 개인 한 명이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다면 괜찮지만 두 명, 세 명이 한 필지를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다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각각의 필지로 분할하려 하지만 건축법 등 분할제한 규정에 저촉돼 분할은 할 수 없고 아쉬운 대로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특례법이 있다. 지난 2012년 시행에 들어가 오는 5월 22일 만료되는 공유토지분할에 관한 특례법이 바로 그것이다. 분할의 대상이 되는 토지는 공유 토지로서 공유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그 지상에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으로 1년 이상 자기 지분에 상당하는 토지 지분을 특정해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 분할과는 다르게 무허가 건물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적용에서 제외되는 대상으로는 공유물…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꿈이며, 허깨비이며, 그림자와 이슬 같고 또한 번개 같다"(금강경 사구게)라고 하지만 인간은 욕망 없이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 스피노자는 "욕망은 주어진 정서에 따라 어떤 것을 할 수 있도록 결정된다고 파악되는 한에서 인간 본질" 그 자체라 했다. 욕망은 본질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시작점이며, 고통과 쾌락, 슬픔과 기쁨 사이에서 삶을 지탱시키는 동력과 근원으로 욕망을 욕망하면서 시작된다. 통제할 수도 벗어날 수 없는,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다가서면 저만치 도망가는 욕망, 사막에 있는 신기루와 같은 욕망과 함께 지내고 있다. 욕망을 갖고 있는 '나'(주체)와 관계 맺고 있는 욕망인 '너'(대상)를 분리해 나가면서 주체인 '나'라는 자아를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인식된 자아는 욕망이 욕망하는 욕망으로 다양하게 외부세계와 반응한다.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욕망을 빌헬름 분트나 윌리엄 맥도갈은 식욕·성욕·무리 지어 살아가는 군거(群居)·모방·호기심·투쟁·도피로, 마르크스는 식욕, 프로이트는 성욕, 니체와 아들러는 권세욕으로 구분했다. 이 욕망을 풍선에 비유해볼 수 있다. 헬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자격을 취득하고 직업 활동하는 사람. 우리는 이들을 전문자격사라 부른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법무사, 건축사, 그리고 필자가 속한 감정평가사 등이 이에 속한다. 전문자격사는 전문성을 검증받고, 국민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 이를 믿고 관련 업무를 맡긴다. 국가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국민은 전문영역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는 사회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전문자격사의 근본적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민이다. 전문자격사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존재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결국은 전문자격사제도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자격사제도의 본질은 전문성, 독립성, 공익성, 단체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체계화된 학문에 따른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 즉,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전문자격사 스스로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자격사는 특정
현대 사회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으로도 하루 평균 200개의 선택과 결정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선택과 결정은 늘 눈만 뜨면 매일 생겨난다. 2004년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우리에게 '선택의 역설'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옵션 선택이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시하는 실험을 하였다. 실험자들은 선택이 많아질수록 많은 고민이 발생하였고 실험자는 많은 고민 상황에 불만을 제시하였고 이를 정리한 것이 선택의 역설이다.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은 선택 사항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선택 피로(choice fatigu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선택에 대한 강요는 선택에 대한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피로하고 쇠약하게 한다. 산업사회가 다양해지고 수많은 산업품들이 발달된 정보통신을 통해 계속해서 광고가 되어가고 또 판매되고 있다. 필요로 의해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통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TV홈 쇼핑의 모습을 보면 확신에 차있는 눈빛과 몸짓으로 물건을 팔고 있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은 부지기수다. 예로부터 사람은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라는 말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는 충고의 말이다. 특히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공직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질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환경부장관이 한 말을 두고 해당지역주민들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일예로 행정자치부장관이 특정지역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군부대시설을 훼손한다고 했을 때 국방부장관이 행정자치부가 하는 일을 잘 한다고 방관할 수는 없다. 국방부장관입장에서는 국방을 위해 군부대시설훼손은 잘 못됐다고 말하고 저지해야 한다. 그런 행위를 두고 저지하지 않는다면 국방부장관으로서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무유기가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환경부장관은 한반도내 대한민국정부의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의 자연환경을 비롯한 대기, 수질, 토양, 소음진동 등 생활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함은 물론 생태계보존을 위한 제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하는 최고 책임자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런 환경부장관이 2020년 2월 6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
중국 동북부 지린성에 있는 차간호(査干湖)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들은 한겨울 호수의 두꺼운 얼음판에 수백 개의 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는다. 얼음 아래 2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그물을 펼치는 기술도 대단하지만 많을 땐 4톤이나 되는 물고기를 한꺼번에 잡을 때도 있다니 관광객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였다. 서서 누는 오줌줄기가 얼어붙는다는 맹추위 속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는 과정은 극한의 고된 작업이었다. 그러면서도 오직 사람과 말의 힘에만 의지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과 행동, 어디에서도 삶에 찌든 면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내가 간 날은 그물에 걸려 얼음 위로 올라온 고기가 대여섯 마리 밖에 되지 않았다. 30여 명이 매달려 한 사람 몫도 안 되는 빈 그물을 끌어올리면서도 그들의 팔뚝에는 힘이 남아 있었다. 그물에 걸린 고기가 몇 마리밖에 되지 않자 구경하던 사람에게 그냥 나누어 주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그들의 삶에 동참하고 같이 안타까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업 도중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인해 적잖이 방해가 되었을 터인데 그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귀찮아하는 표정은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공무원들의 출장여비 부당 수령, 시간 외 근무수당 부당 수령 행태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중앙정부, 지자체, 학교까지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등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공무원의 모습은 국민들의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와 연결된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묵묵히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하고 있지만 소수의 청렴하지 않은 공무원들로 인해 모든 공무원이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공직사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출장비 부당 수령 관행을 없애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출장여비 부당 수령 관행을 근절하고자 나선 것이다. 주요 개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방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출장여비 부당 수령 시 가산 징수 금액을 현행 '2배'에서 최대 '5배'로 확대했다. 또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통해 자치단체별 연 1회 이상 근무 실태를 반드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감사 부서에서 징계 요구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하며, 근무 실태 점검 결과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징계 요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출장 공무원들은…
지난 1월, 제98회 졸업식을 했다. 그야말로 빛났던 하루였다. 졸업생도 재학생도 울다가 웃다가 또 울었고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눈시울이 글썽했다. 참석했던 내빈들은 길었는데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참 따뜻하고 감동적인 졸업식이었다고 했다. 선생님들과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빛나는 졸업식을 해보자고 계획했다. 졸업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교장이 자꾸 재촉하거나 보고를 강요하면 일이 더 힘들까봐 말없이 기다렸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가장 고생하는 6학년 혜정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웃으며 "우리 어차피 잘할 거잖아."라고 했을 때부터는 걱정을 모두 내려놓았다. 작년까지 식장이 좁아서 5학년만 참석했었는데 올해는 1~4학년들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OK다. 아무리 식장이 좁다지만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싶다는데 반대할 수 있는가. 계획을 바꾸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 원탁에 가족이 함께 앉기로 했던 것도 포기해야 했고 집중력이 짧은 어린 학생들이 긴 시간을 어떻게 잘 버틸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결론은 기특하게도 격식을 갖춘 행사에 너무나
우리 사서에는 가요의 효시를 고조선시대 공후인으로 기록한다. 뱃사공 곽리자고가 강가에서 한 노인이 물에 빠져 죽는 참상을 목격했다. 노인의 아내가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얘길 했다. 그녀가 공후를 타고 처연하게 노래를 불렀다. 공후는 고대 악기의 하나로 지금의 하프를 닮고 있다. 2천년이 훨씬 넘는 고조선시대 공후인이란 악기가 있었고 여인들이 작사하여 애가를 지어 불렀다는 기록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 부터 음악을 사랑한 민족이라는 점이다. 고구려인들의 음악사랑은 고분벽화에도 나오지만 신라인들은 특별히 향가를 앞 다투어 지어 불렀다. 향가를 잘 부른 당대의 음악인들이 많이 기록되지만 늠름한 화랑 가운데도 절창(絶唱)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향가를 잘 부르는 꽃미남 화랑들은 서라벌 귀녀들에게 선망의 아이돌이 아니었을까. 이런 음악사랑은 천 수 백년 연면히 내려온다. 현군 세종대왕도 음악 마니아 였다. 특히 음률을 알고 피리를 사랑했다. 세종임금이 피리를 잘 불렀던 영동출신 난계 박연을 총애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연을 궁중에 자주 불러 음악을 정리 하도록 했다. 없어진 편종(編鐘)등 악기도 만들고 가요는 채보(採譜)
뱀은 우리 조상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무섭고 힘센 대상이기에 오히려 집을 지키거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숭배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뱀과 관련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金寧蛇窟)은 자연 지명으로는 뱀굴이다. 이 뱀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어마어마하게 큰 뱀이 김녕 뱀굴이란 곳에 살았다. 이 뱀이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굴 밖으로 나와서 밭의 담도 무너뜨리고 곡식들도 휘저어 버려 흉년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선정하여 희생으로 바쳐 이 재앙을 모면해 왔다. 어느 날 제주에 부임한 판관이 활을 쏘아 뱀을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동원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에서 시뻘건 피가 비가 되어 내렸다. 판관은 미리 하인에게 동원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시켰는데, 하인이 피 비에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판관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천안시 적산읍 상덕리 덕령에도 뒷산에 굴이 있는데 옛날에 구렁이가 이곳에서 살면서 사람들에게 해를 많이 끼치는 것을 도승이 잡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신비롭다, 경이롭다, 그 속에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 가만히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그냥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 지는 것. 나에게는 이것이 학교이고 교육이다. 지역 사랑의 날, 동료들과 편안한 점심을 나눴다. 젊은 분들이 많아서 출산과 자녀, 육아로 설치는 밤잠, 대충대중 아침 식사, 점심이 최고의 만찬이라는 이야기까지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가 오간다. 첫 아기를 품에 안게 된 부부 이야기가 중심으로 왔다. 아빠가 된지 백일도 안 된 분의 말씀으로 유쾌한 웃음이 쏟아진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은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상을 주어야 할 것 같다며 특히 3명을 낳은 사람들에게는…. 미혼 청년의 침묵 기권을 제외하고는 만장일치. 여기가 의사봉 두드리는 결정의 장이라면 추호의 이견 없이 통과되는 법이 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둘째를 빨리 낳아서 첫째와 둘째를 같이 키우는 것이 좋다는 말까지 이르렀다. 월요일이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두 눈의 쌍꺼풀을 건강한 자녀와 놀아준 아빠의 지고지순한 노력의 댓가라는 동료의 한 마디, 낚싯대에 신호가 오듯 큰 의미로 꿈틀한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또 낳으란 이야기는 그렇게 좋게
조팝꽃 하얀 무더기 옆에 분홍 진달래, 그 뒤에 노란 개나리가 한꺼번에 피어 있는 그 짧은 봄의 어디쯤에서 여자는 결혼을 결심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서자마자 파스텔 그림처럼 펼쳐지던 연두색 산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는지도 모른다. 그날 나즈막히 엎드린 연두 산에는 군데군데 분홍이거나, 노랗거나 하얀색 봄들이 들어앉아 소곤대고 있었다. 남자의 치밀한 계획이었는지, 차창 안으로 들어온 봄볕에 취한 과잉된 감정 이입 덕분인지, 철없는 여자는 산이 이쁘고 동네도 이쁘다는 이유로 이 남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거창하거나 화려한 프러포즈를 받은 것도 아니다. 서너 번의 심심한 데이트를 했을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단정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여자와는 다르게 맏이처럼 듬직했다. 결혼하기 딱 좋은 남자였다. 결혼하고 보니 봄인줄 알았던 남자는 여름이었다. 그것도 한여름 활활 타는 삼복이었다. 여자는 짧은 봄을 스쳐 보내고, 삼복더위 같은 남자와 용암 같은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냈다. 찌는듯한 더위와 지난한 장마를 얼마나 겪어냈는지는 헤아려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