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소중한 머리를 보호하는 목적과 함께 하늘을 이는 예절의 표시도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고구려인이 책 절풍 등 모자를 썼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검수적각(黔首赤脚)이라 하여 백정들이나 민머리였을 뿐 모두 모자를 썼으니 이제 그 신분의 방증도 된다. 샤를르 달레의 『조선천주교회사』에 의하면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이 조선인 집을 방문할 경우 어디가 주인의 아랫목인지를 빨리 살펴 주인의 심경을 거슬리지 않아야 하는데 방법은 갓 걸린 벽을 찾는 것이란다. 조선 사람들은 아랫목 쪽 벽에 갓을 모셔두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와 빈객 접대 시 의관 정제로 모자는 예와 의를 갖추는 으뜸 복식이었다. 여러 해 전 겨울에 프랑크푸르트의 지하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앞에 있는 체구 건실한 사람이 검정색 롱코트 어깨와 챙 넓은 중절모에 방금 내린 눈을 이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 어느 해인가 졸업식 뒤에 학부모가 아들의 진학 답례라며 선물을 내 민다. 이러실 필요 없다고 해도 교감선생님이 공부 안하던 우리 애한테 희망을 주신 보답이라 하여 하는 수 없이 받아보니 바로 내가 원하던 중절모이다.(해트보다 챙이 약간 좁은 페도라였다)
"퇴직금을 받았는데 세금을 왜 그렇게 많이 뗐죠. 700만 원을 넘게 떼더라고요?" 최근 어느 수강생에게서 받았던 질문이다. 퇴직금을 얼마나 받으셨는데요? "한 2억 정도 됩니다." 회사는 몇 년간이나 다니셨고요? "33년 정도 됩니다." 그럼 그 정도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바야흐로 퇴직의 전성시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즈음, 지난 연말에도 많은 분들이 퇴직을 했다. 정년퇴직,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명칭은 다양하지만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정년나이는 같더라도 퇴직하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호적상 생일을 기준으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퇴직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연말에 퇴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연초에 실업급여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에 가보면 자리가 꽉 차서 앉을 데가 없을 정도다. 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받게 된다. 퇴직금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모아온 돈이다. 퇴직을 하는 직장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퇴직으로 월급이 끊겨 서운하지만 퇴직금이라도 받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퇴직금은 은퇴 후 당분간의 생활비로 쏠쏠하게 쓸 수 있고, 자녀 결혼
사회에는 수많은 법과 규칙, 원칙, 권고사항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다 지키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운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규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는지를. 하지만 이것도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규칙이나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무시하면 사고가 날 상황에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무시해도 괜찮겠다 싶을 때 무시한다. 살면서 '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판단을 행동으로 옮긴 경험도 대부분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연하고 꼭 지켜야 된다고 알고 있는 규칙이 과연 당연하고 꼭 지켜야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사고방식 자체는 인류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대부분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개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서 규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의학영역, 그중에서도 특히 전염병 예방에 관련된 원칙이
업(業)이란 일을 말하며 직업의 준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자(者)는 ~하는 자로 사람을 낮추어 말할 때 쓰인다. '자'의 예사말은 '사람', 높임말은 '분'으로 표시한다. '지키는 자'의 예사말은 '지키는 사람'이며 높임말은 '지키는 분'이 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은 적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업'과 '자'로 합성된 '업자(業者)'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부동산업자, 목축업자, 사채업자 등등 무수히 많은데 하는 일인 업(業)에다 자(者)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업자'란 단어는 우리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업자와 결탁하여 공금을 빼돌린 공무원, 주택 알선업자에게 사례금을 지급하다 덜미 잡힌 브로커, 악덕 채권업자보다 더 악랄한 임대업자 등 언론을 통해서 나타난 '업자'란 용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업자'하면 다른 사람보다 자기 주머니만을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 같고, 공정하고 정직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士)'자는 어떤가. 선비 사로 불리는 이 '사'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공유경제'에 대해 알고 있는가?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한다. 대량 생산, 대량소비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 요즘 조금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공유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의 예로는 요즘 뉴욕 등 대도시와 대학가에서 뜨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ZIPCAR가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아닌가 싶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고, 보험을 들 필요도 없고 심지어 차에 기름도 채워져 있다. 저렴한 차량 공유의 경우에 시간당 20달러 정도 또는 하루 100달러 정도의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물품 공유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다. 미국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물품 공유의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아이가 쓰던 물건을 물려받아 쓰는 것은 미국 사회의 중산층에서 흔한 일이다. 학교에 가면, 미국 학생들은 교과서를 사는 대신에 학교에 비치된 교과서를 1년만 쓰고 반납한다. 물론 책표지는 단단하게 싸고 낙서를 하지 않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은 성인이 돼서도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에 세금을 내고
내가 근무하는 곳 양지쪽 한 귀퉁이에 언제부턴가 노란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잎이 약간 마른 듯합니다. 그 앞을 수십 번 지나쳤을 텐데 지금껏 못 보고 살았습니다. 요즘 우리 사는 게 이렇듯 정신이 없습니다. 뭐에 홀렸는지 봄이 오는 줄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이렇게 봄이 와도 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자꾸만 거세어지는 것 같아 우려가 커지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그렇게도 염려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 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있습니다. 지역 간 감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는 확산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수천 명의 감염자와 수십 명의 죽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접촉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꺼리거나 격리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하늘길도 끊긴 채 혐오와 배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그 어느 곳도 안전
속없이 핀 동백이 요란하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영 고운 얼굴 보여주지 않을 것 같더니 바라봐 줄 사람도 없는데 반짝 고개를 들고 꽃망울을 터트린다. 우리 집으로 오고 처음 겨울을 지내신 엄마가 동백이 피기를 학수고대하셨다. 쟤가 피기는 하는 거냐고 묻고 또 물으셨다. 병원에서 열흘 쯤 지내고 집에 와보니 베란다가 환하다. 일반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엄마를 옮겨 입원을 시켰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밤 이슥하도록 걸어 다녔다. 오늘따라 봄은 언제나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듯 꽃샘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엄마가 때리는 매로 생각하고 달게 맞았다. 이어폰을 끼고 장사익의 음악을 틀었다. 바위 하나 들어앉은 가슴을 풀어줄 것은 그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통곡인 것 같았다. 언제나 슬픔이 턱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장사익의 음악을 듣는다. 피를 토하듯 슬픔을 토해내는 그의 음악을 몇 바퀴 듣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었다. 꽃구경 가지고 어머니를 등에 지고 가는데 어머니는 솔잎을 뜯어 길에 뿌리신다. 너 혼자 돌아가는 길에 길 잃고 헤매지 말고 가라고 뿌리셨다는 가사다. 이 무슨 지
겨울산은 황량하다. 산등성로 날리는 눈발이 잘다. 칼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더니 바위에 기대어 둥글게 굽은 채로 자란 한그루 소나무를 냅다 흔들어댄다. 바르르…. 춥다 못해 아프다는 듯 굽은 소나무가 길게 떤다. 눈이 아릿해진다. 어느 전설 같은 날, 친절한 바람의 손길이 척박한 바위 틈새에 소나무 씨앗을 날라다 주었을까. 믿음직 하려거든 저 바위만큼은 되어야지. 강인함을 말하려면 저 소나무만큼은 되어야지. 선鮮또한 곱게 굽은 저 정도는 되면서 말해야 어설픈 뽐냄이 아니지. 바위는 소나무 씨앗을 품고, 소나무는 바위를 의지하여 합방한 것이 의좋은 부부를 보는 것 같다. 땅을 가르고 뿌리를 뻗고 하늘 향하여 오르는 위용 당당 낙락장송은 아니지만, 높은 산꼭대기에서 유구한 시간을 두고 빚어낸 자연 분재를 한참 구경한다. 등이 굽었던 내 어머니를 닮은 소나무 표피를 만져본다. 어머니는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소나무 씨앗처럼, 무뚝뚝한 아버지 가슴에 뿌리내리고 의지하며 육 남매를 낳아 기르셨다. 아버진 잘 웃지 않으셨다. 함묵한 바위처럼 퉁소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분이셨다. 가난하면 살갑기라도 하실 것이지, 한미한 가산만큼이나 표정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으셨다. 어
지난겨울 초입, 모처럼 만의 외유가 고되었는지 감기 몸살로 며칠 앓았다. 입맛을 잃어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은데, 딱 한 가지 생각나는 음식이 있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정구지 죽'의 알싸한 향기가 새삼 입안을 계속 감도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시름시름 아프거나 입맛 없어하면 할머니는 텃밭의 부추를 뜯어다 흰쌀로 죽을 쑤어 주셨다. 그 단순한 식재료로 어찌 그리도 향긋하고 구수한 맛을 낼 수 있었을까. 서기(瑞氣)라도 서린 듯 그 푸릇한 죽을 한 술 한 술 떠먹을 때마다 혀끝에서부터 기운이 일던 기억이 새로워 아내에게 부추로 죽을 쑤어 달라고 청했다. 아내의 '정구지 죽'은 외양은 비슷했으나 예상했던 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맛은 아니었다. 부추와 쌀의 종류도 달랐을 것이고 첨가된 들기름의 맛도 달랐을 터였다. 그런데도 먹고 나자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앓고 나서 회복되는 몸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는 듯 심신이 더욱 맑고 고요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온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침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몸이 낫지 않았다면 여행지에서 스쳤던 중국인들을 의심하며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중동과 유럽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활, 지역사회의 전반적 경기침체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만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며, 재난피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의 재난관리는 재난관리체계의 구축, 법제도 정비, 조직과 예산 등 정부의 역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참여와 주민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도시화·산업화, 세계화, 이동의 편이 등 현재사회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재난의 복잡화,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사회의 재난관리 역량강화를 위해 재난회복력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위험요인과 취약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난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지역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난회복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회복력(resilience)은 라틴어인 "resi-lire"가 어원으로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능력(to jump back)"을 의미하며, 회
요즘 흙바람을 맞받아가며 허허로운 들판을 거닐 듯 가슴 한구석이 텁텁하다. 아니 답답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이라는 끈을 부여잡으려고 안간힘 써도 그 끈은 날마다 시피 곁에서 멀어지곤 한다. 인생살이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게 있을까. 난데없이 ‘신종 코로나 19’라는 역병이 지난 1월 20일 첫 확진 자를 발생시켜 온 국민들이 마스크 한 장에 의지 한 채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흔히 태어나고 죽는 게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지만 고귀한 생명을 한낱 미세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운명에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별다른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철저한 예방 수칙과 마스크 착용으로 적으나마 ‘신종 코로나 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만은 이젠 상식화 된 일이다. 항간엔 홍삼 및 꽃 버섯 추출물 등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 보조 기능 식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건강 기능 식품을 섭취하여 면역력이 향상 된다면 무시무시한 신종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사멸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역병의 근원지가 중
깃발들이 힘차게 펄럭인다. 며칠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같은 높이로 서 있어야 할 게양대가 어느 한쪽이 낮아 보였다. 많은 날들을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있었을 텐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지나갔을 텐데. 왜 그냥 두었을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생각에 동료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내 눈에는 저 게양대 높이가 다르게 보이는데 동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게 크게 웃으면서 내 팔을 잡고 게양대 정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높이가 똑같았다. 옆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어느 한쪽이 높아 보였지만 정면에서 바라보니 같게 보였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직접 사물을 보고 느끼는 눈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잊고 살았다. 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왜곡된 눈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오해를 하며 살아왔을까. 진실을 외면하고 나 편한 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등줄기에서
1963년 어느 겨울날 아침. 청주 출신 시인이며 경향신문 특집부장인 신동문은 서울행 경부선 열차에서 민망한 광경을 목도한다. 헌병 장교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서른 살 전후의 두 여인에 추근대는 것이었다. 참다못해 "당신 때문에 60만 국군이 욕먹어야 쓰겠소!" 크게 꾸짖고 정중히 사과토록 했다. 서울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 쓰러져 안긴 여인은 다름아닌, 필화사건으로 2년 7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막 서대문 형무소를 나온 부산 국제신보 주필 이병주의 아내였다. 3년 전 4ㆍ19가 나던 1960년. 종합교양지 《새벽》의 주간이었던 신동문은 여름 특집 의 필자로 일면식도 없는 이병주를 추천받았고 그가 보내온 를 실었다. 이 글에 대한 독자의 반향은 대단히 열광적이었으나 5ㆍ16군사정부는 즉각 이병주를 체포했다. 10년 선고를 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한 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날 서울역에서, 충북인 신동문과 경남인 이병주의 첫 대면은 이렇게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후 신동문은 이병주에게 소설 쓰기를 적극 권했고 그가 써 온 '옥중기'에 란 제목을 붙여 발표함으로써 소설가 이병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좋은 글은 힘 있고 돈 있는 이들의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우암산을 오르는데 카톡 소리가 났다. '청주 상당 맹주 정우택 의원 청주 흥덕행 시사'라는 제목이었다. 윤갑근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캠프에서 운영하는 밴드 회원이 보낸 것이었다. "정우택 의원은 29일 청주지역 미래통합당 4.15 총선 주자들과의 회동에서 당 공천관리위가 청주 흥덕으로 출마해 청주에 미래통합당의 붐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청주 흥덕 선거구에 공을 들이던 당내 주자들에게 미안하지만 양보해 달라는 호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구 변경은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뉴스를 읽으면서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윤갑근 후보였다. 정우택이 윤갑근에게 밀린다는 생각과 함께 윤갑근이 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에게 승산이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윤갑근이란 이름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몇 년쯤 되었지만 그의 얼굴을 대면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정정순, 김형근 후보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였다. 청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가 정치활동을 시
코로나 19 발생으로 위축된 것이 어디 소비뿐이랴, 봄이 왔는데도 꽃소식보다는 지역에 확진환자가 새로 발생했는지, 이동 동선과 혹시 겹쳐지지나 않는지, 마스크를 어디서 빨리 구입할 수 있는지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공무원이 감염돼 기관이 폐쇄되기도 하는 실정이니 그동안 주말이면 도깨비처럼 동분서주하던 나도 혹여 조직에 누를 끼칠까 두려워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군내 시장을 이용한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대신하고 있다. 일단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고 옷을 사며 기분을 내본다. 약국과 마트로 이동해 영양제를 구입하고 기존에 관심 없었던 의약외품도 사게 된다. 1주일 분량의 식재료를 사서 쟁여놓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저녁을 지어먹는 횟수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50만 원 충전한 음성 행복 페이는 금세 바닥이 나고 3월 다시 50만 원을 충전했다. 10% 인센티브 혜택이 결제 즉시 확인되니 소비로 인한 만족감으로 충만해진다. 지난 2월 17일 출시된 음성 행복 페이는 출시 2주 만에 음성군민 3천209명이 회원 가입해 7억 3천만 원이 충전되고 3억 4천만 원이 결제돼 음성군민들에게 3천400만 원
우리 사회는 사회 구성원에게 청렴하라고 호소한다. 사회 구성원이 청렴해야 공정한 사회가 되고, 강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렴해야 하는 이유(Why)도 잘 알아야 하지만 어떻게(How) 청렴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떠한 상황과 유혹이 내 앞에 놓이더라도 나는 청렴할 수 있을까? 청렴하지 않은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그뿐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사회규범을 준수하자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청렴한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제도를 보완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 각자의 노력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는 어떻게 청렴한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떳떳한 청렴한 사람이 되려는 우리는 '내 인생을 자기가 주도하는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100여 년 전 유럽 사회의 정형화된 교육 틀 속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답안대로 살아가길 강요하며 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살피지 않았기에 촉망받던 한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불행한 결말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입시지옥이라 불릴
동서양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근심·걱정 없이 살기는 마찬가지다. 시대를 초월해서도 똑같은 일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사람들을 근심 없애기에 골몰했었나 보다. 옛사람이 삶에서도 자연에서도 음식에서도 근심을 없앨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드디어 한 식물에서 그 방안을 찾았다. 그 풀이 바로 원추리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망각이란 신이 준 선물이 있어서 생기는 이로움도 있다. 일정한 시간과 계기로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것을 말한다. 근심을 떨쳐버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여 '망우초'라 하는데, 원추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진 원추리꽃은 활짝 핀 다음 저녁이면 금세 시들어버릴 만큼 짧고, 지고 나면 전체가 오므라져 붙어버리기에 '합환화'라 했다. 예로부터 '득남초'로 불린 원추리의 꽃잎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또 임신부가 꽃다발을 차고 다니면 아들 낳는다고 하여 '의남초'라 불렀다. 원추리 싹이 사람 인자를 거꾸로 한 것과 같은 모습 때문에 생겨난 속설이다. 지방에 따라 언추리나물, 오로리나물, 가스락풀이라 한다. 봄에는 새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 나물로 무쳐 먹는데, 원추리에는 콜히친 성분이 함유되어 있
2월말, 청주와 창원을 오르내리며 행하던 손주의 육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육백여리 길을 달려오며 아내와 필자는 그동안의 생활을 곰곰 되짚으며 시원함과 섭섭함을 번차례로 맛보았습니다. 그동안 거의 영어(囹圄)의 몸으로 지내며 육아에 시달렸기에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생활을 되찾게 되었다는 후련함과 함께 1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품에 안은 채 함께 뒹굴었던 손주를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처음 손주의 육아를 맡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난 지 14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빠른 걸음을 걸을라치면 넘어질 듯 뒤뚱거려 양팔을 벌리고는 보호벽을 만들며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 녀석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27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했습니다.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발음하지 못해 우리를 부를 때면 '할'이라고 통칭(統稱)하던 녀석이 호칭은 물론 일상적인 일들을 문장으로 꾸며 능숙하게 말함으로써 제 부모는 물론 어린이집의 교직원들 모두가 빠른 언어능력에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로 자랐습니다. 가끔은 제 또래의 아이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차원
오늘 둘째 아들이 전역하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탈하게 돌아와 감사하는 마음의 합장(合掌)기도를 올렸습니다. 큰 아들이 2010년 간성 G.O.P 근무를 끝으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였고, 오늘 둘째가 철원 기계화사단 포병대대에서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하였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네 살적이라는 1964년 여름, 좌하지 소아마비가 발병하여 군역을 면제받은 저로서는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우며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을 갚은 듯하여 다행스럽기도 하며 두 아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기저기 모임을 할 때마다, 군 입대한 아이들을 "어찌 어찌하여 편한 보직을 받게 했느니... 누구 누구에게 부탁을 하여 후방으로 전출을 시켰느니" 등등의 말들이 심심치 않게·대수롭지 않게 일상의 이야기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와 아내는, 그런 것들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바른 길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가끔씩은 잠시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부질없는 과잉 보호라는 것을 알기에 이내 중심을 잡곤 했었습니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아내와 나에게 작은 격려를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또한 남·
루소는 사회가 형성되기 이전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였다고 말한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 상태는 인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자율과 능동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연에서 사회관계라는 것은 고작해야 가족으로 한정되고, 당연히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고 선언하면서 평등은 깨지고 끔찍한 무질서가 생겨났다고 루소는 『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힌다. 영화 〈기생충〉은 루소가 언급한 불평등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가족 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된 삶을 살아가는 두 가족을 중심으로 빈부격차에 의한 계급·계층 간 단절을 다뤄낸 영화이다. 기생충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우식은 극빈층이다. 친구 박서준이 넘겨준 부잣집 이선균 딸 과외를 맡게 된다. 이후 최우식 가족은 모두 이선균 집에 취직하게 된다. 알고 보니 전 가정부 남편은 이선균의 숨겨진 지하에서 기생충처럼 살고 있었다. 최우식 가족과 전 가정부와 남편 모두 이선균 집에 기생하여 살게 되는 상황이 만들
대한민국은 전쟁 후 반세기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국내총생산(GDP) 1조 7천억 원을 넘어선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성장과 시민들의 항쟁으로 이루어낸 민주화,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치열하게 극복했다. 1954년 2월,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의뢰로 한국 경제 전반을 현지 조사해 '네이선 보고서'를 발표한 미국 경제 전문가 로버트 네이선은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견디기 힘든 곤경 속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용기와 인내심'은 '장래 대한민국 경제 번영의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우리 국민의 투지와 집념의 뿌리에는 3·1운동이 있다. 우리 손으로 조국광복을 이뤄낸 민족적 자긍심은 100년이 넘은 시간에 걸쳐 세대와 세대를 이어 내려와 지금의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다. 3·1운동 정신은 심지어 일제가 축소해 기록한 문건에도 총 1천542회, 당시 인구의 10%를 넘는 202만 3천289명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됨에 그 기상은 감히 축소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개는 3·1운동 과정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다. 살해당한 인원만 7천500여 명, 부상자 1만6천여 명에 달했다
텅 빈 캠퍼스를 걸으며 중얼거려본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소란스럽다. 올해는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한창 들뜬 분위기에 설렘 가득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아쉬움에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교정을 걷는데 여느 때와 다르게 모든 것들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있어야 할 사람들, 들려야 할 웃음소리, 왁자지껄 주고받는 말소리 등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들이 간절하다. 가만가만 걷다보니 어느새 정원에 초록빛 기운이 돈다. 양지쪽 산수유나무도 볼록볼록 봄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없으니, 봄맞이 나온 사람들이 없으니 그저 적막하고 더디고 싱거워 보인다. 키가 큰 소나무 뒤에 숨은 수양버들도 늘어진 가지에 연둣빛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까치가 둥지를 튼 튤립나무도 아무렇지 않게 흔들리다가 멈췄다가 봄맞이에 묵묵히 차분하면서도 분주한 눈치다. 저마다 나름대로 자기 위치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에도 인적이 끊기고 상가들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흐르지 않는 물처럼 답답하다. 종일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긴장 속에서 움츠리며 지내다 보니, 우울감에 서로를 경계하듯 마주침이 반갑지 않은 나날들이다. 막
파랑 색을 콕 찍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시작부터 '파란나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그곳은 꿈과 사랑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이며 맑은 강물이 흐르고 울타리도 없단다. 파랑새도 있고 안데르센 동화도 무지개도 있단다. 꿈같지만 누구나 가보고 싶은 나라 그러나 현실에선 생각만 하게 되는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 가슴속엔 꿈과 사랑이 가득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8살이 된 손녀는 요즘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빨리 3월이 왔으면 좋겠고 자신이 고른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고 싶단다. 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단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빼는 말을 하는 사람은 5학년인 제 오빠다. "얘가 몰라도 한참 모르네, 너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동생도 이에 지지 않는다. "오빠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하는 말이지· 입학 축하기념으로 가방을 사러 손녀와 매장에 들렀다. 무슨 색 가방을 사고 싶으냐 물었더니 민트 블루란다. 블루면 블루지 민트블루가 뭐냐고 하니 파랑계열인 하늘색에 가까운 색이란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민트 블루 색 가방을 발견하고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처음엔 "할머니, 이거야…
어쩌면 우리는 지구라는 주전자 안에 담겨있는 작은 차 조각은 아닐까. 하늘에서 시간이라는 찻물을 내리면 작았던 아이들이 시간 속에 점점 자라고 어른이 되어 주변을 향으로 물들이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떤 향을 갖고 있을까. 어떤 향으로 시간 속에 부풀어서 주변을 물들일 수 있을까.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차를 우린다. 포트에 물을 붓고 끓이는 동안 다기를 준비한다. 차호를 꺼내 뚜껑을 연다. 잘 마른 찻잎이 나를 보고 있다. 차시로 찻잎을 덜어서 찻주전자에 담는다. 물을 주전자에 넣고 6분을 기다린다. 말랐던 찻잎에 물기가 돌고 쪼그라들었던 잎이 활짝 열린다. 부풀어가는 찻잎을 보며 문득 생각을 부풀린다. 신탄진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 년 만의 해후였다. 소도시라 그런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찻집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커피숍을 발견했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의 여지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나를 보며 던진 첫마디는 "똑같다 하나도 안 변했어!"였다. 난 그녀를 보며 "넌 벤자민 버튼 같아.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은데!"라고 하자 그녀는 염색을 했다고 했다. 문득
바깥에서의 저녁약속이 줄어들며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을 만들어준 코로나를 남의 일인 양 웃으며 떠들던 저녁식사자리는, 하루 종일 들려오는 관련 뉴스와 SNS 알림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자리로 변하였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코로나 이전의 일터와 가정, 어린이집을 그리워하는 것이 역력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는 다양하다. 직접적으로 감염된 사람의 현실적인 문제, 비감염자 및 확산방지를 위한 검역과 폐쇄의 문제는 당연한 것이지만, 감염자의 정보유출로 인한 2차적인 문제와 감염과 특정이슈를 연결하려는 정치적인 문제는 선공후사를 분별하지 못하는 처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정말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집의 폐쇄로 인한 아이들의 심심함을 달래는 것이다. 두 아이를 둔 아빠로써 느끼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하루를 온전히 집에서 보내며 지쳐가는 아이들 입장에서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 현 상황에서 가족중심의 실내생활시간이 늘어난 만큼 우리는 새롭게 해야 할 것들을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바야흐로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