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있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회용품 등 재활용 쓰레기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 가는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쇼핑 대신 택배를 이용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은 코로나19 사태 전후의 차이가 확연하다. 한 소셜커머스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하루 주문량은 220만~230만 개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주문량이 계속 300만 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재활용 가능한 택배용 상자가 최대 100만 개 늘었다는 얘기다. 음식물을 담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도 재활용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배달 앱에 따르면 누적 주문 건수가 지난 1월 100만 건에서 2개월 만에 2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는 최근 실내 이용객에게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제공되고 있다. 매장 내 다회용 컵만 이용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확진자가 썼던 머그컵을 내가 사용할 수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회용 컵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일회용 컵 제공이 가
이파리가 금세 잘 자라서 봄부터 가을까지 길러 먹을 수 있는 근대(莙薘)는 기원전 4세기부터 유럽에서 먼저 식용한 채소이다. 한마디로 토종식물 같지만, 15세기에 수입한 채소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근대는 유럽 원산지의 원래 종으로부터 생야채를 얻을 수 있도록 개량한 작물이다. 유럽의 지중해 연안 지방에서 근대가 처음 재배됐다. 짙은 녹색의 이파리인 근대는 두꺼우면서 부드럽고 두툼한 줄기가 선명하다. 줄기의 색깔에 따라 청근대와 적근대로 나눈다. 성장이 왕성해서 많은 잎이 연달아 나고 잎을 떼어도 이파리가 다시 자라기에 한 번의 재배로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에는 샐러드와 파스타 등의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국거리나 쌈 등의 재료로 사용한다. 흔히 근댓국으로 잘 알려진 근대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성장 발육에 좋은 채소다. 또 무기질과 식이섬유 함유량이 많아서 소화 기능과 혈액순환을 이롭게 하여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라고 한다. 전쟁 시기에 궁핍함을 이겨낼 수 있도록 풍성했던 아침맞이 음식은 근대 국밥이었다. 70~80년대에는 콩나물과 함께 해장국의 으뜸으로 된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 궁합
마스크에 관한 첫 칼럼을 쓴지 3달이 지났다. 전 국민을 생활방역으로 이끌었던 전염병이 어느새 국내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역체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감염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감염 경로 불명 환자의 비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숨겨진 감염자의 수도 적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이는 분명 멋진 의료진의 노고와 희생, 소명의식과 멋진 국민들의 봉사와 배려,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여러 기업들 또한 이 기간 중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근래 들어 이렇게 많은 국민들에게 이정도로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 일이 있었을까 싶은 정도다. 지금 여러모로 대한민국이 멋지다. 다만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모든 전염병은 최초 극소수의 인원에서 출발한다. 최초부터 대규모 인원이 감염되어 시작되는 것은 생화학무기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는 없을 것이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도 최초에는 극소수 인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3개월 전만 해도 국내에 확인된 확진자가 20여명에 불과했다. 며칠 만에 한두 명씩 확진자가 확인되곤 하였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연일 코로나 현
조선시대에는 청백리라 하여 청렴(淸廉)하고 도덕(道德)적인 관료를 뽑아 포상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부정부패에 빠지기 쉬운 관료의 본보기로 삼았다. 청백리(淸白吏)란 이름은 맑은 물처럼 티 없이 깨끗하다는 뜻의 '청', 다른 빛깔에 전혀 물들지 않은 흰색으로 때 묻지 않았다는 의미인 '백'자를 사용해 맑고 깨끗한 물처럼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관리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는 청렴은 공직자가 갖추어야할 기본 덕목으로 꼽히고 있다. 오늘날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고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시행하고 대한민국 청렴로드맵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공직자의 청렴도를 높이고자 정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가 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부패했을 때 국민과 국가에 끼치는 손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청렴과 더불어 공직자의 기본 덕목으로 '적극 행정'을 꼽을 수 있다. 적극행정이란 공직자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태도로 공직자의 무사안일(
나이가 들면서 한번쯤은 마당 있는 주택에서도 살아보고 싶었다. 산책 길에 이따금 보이는 마당 파아란 집들은 낭만과 여유 자체로 보여 날이 갈수록 단독주택에의 열망이 커져갔다. 꿈이 생생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드디어 고즈넉한 외양에 마당의 반송도 훌륭한 집이 나타났다. 『5백년 명문가의 내력』에서 명문가는 문필봉을 대하고 마당에 너른 바위가 있다던데 파란 잔디에 놓여있는 마당바위에 다른 것은 더 볼 것도 없다. 저 바위 위에서 아내랑 차도 마시고 앉아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보면 좋겠다 여겼다. 실상 극성스러운 모기가 훼방을 놓기는 하나 이따금 마당의 잡초를 뽑느라 아픈 허리를 바위에 누이고 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유럽을 서너 번 다녀본 뒤에 지었다더니 내장재도 잘 썼고 마감도 훌륭하다. 한 여름 더위에 창문 활짝 열고 자면 원두막 같고, 창문으로 가을 달빛을 한 아름 들이고 잠들면 광한루가 되는 이 기쁨. 그런데 옷방 구석에 놓인 금고가 전혀 안 어울린다. 평생 책만 가까이 하며 理財에는 문외한인 백면서생에게 금고는 도대체 어불성설이요 몸 하나에 달랑 가방 하나로 장가들어 예까지 온 사람에게 사치품일 뿐이다. 크기는 성인 하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은퇴 후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에 재취업하게 된 주인공이 겪는 힘겨운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비인격적인 대우 등을 세세하게 녹여내고 있었다. 여기서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그 의미를 풀어보면 임시직이라 언제든지 자를 수 있고, 계약직이라 맘에 안 들면 재계약을 안 하면 되고, 노인용 일자리라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 빈자리가 생겨도 쉽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 시대의 은퇴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공기업에서 38년간의 직장생활을 하고 정년퇴직했다고 한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안정된 직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급여를 받아가며 장기근속해온 사람이다. 고용이 불안정하여 수시로 이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경기침체의 골을 건너야 했던 사람도 아니다. 그런 만큼 자산축적과 노후준비도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연금도 장기간 가입했으니 적어도 월 15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은퇴하면서 받는 퇴직금과 절세를 위해 가입한 개인연금도…
엊그제 모임에서 원목 조각품 전시장을 구경했다. 곳곳에 오래 묵은 나무를 베어 만든 장식품이 많은데 그 중 통짜로 다듬은 원목 탁자가 눈에 띄었다. 둥글넓적한 판에 새겨진 나이테가 유리 테이블 속에서 얼마나 고풍스러운지 몰랐다. 밖에 나와서 뜰을 걸었다. 나무토막을 잘라 만든 의자가 곳곳에 늘어서 있다. 특별히 나무의 상징이라고 할 나이테가 돋보인다. 똑같이 둥근 토막에서 나온 무늬였건만 그 많은 나이테가 하나도 같지 않다. 우리들 표정이 다양한 것처럼 자라온 내력도 각자 다른 것일까. 나이테 하면 나무의 연륜이 생각난다. 켜켜로 뻗은 원형의 고리마다 한 점 씨앗에서 발원된 나무의 일생이 펼쳐진다. 떡잎이 나고 가지를 늘려온 과정을 그려 보던 중 나이테 없는 나무가 스쳐갔다. 지난 해 캘리포니아에서 본 야자수가 떠오른 거다. 야자수는 우리나라의 플라타너스처럼 흔한 나무이다. 특징이라면 나이테가 없는 거였다. 일 년 내 덥기만 해서 쑥쑥 잘 크는데 나이테가 없다고· 그늘은 물론 경관도 좋은데 나무에서 나이테를 빼면 뭐가 남을지. 1년만 자라도 나이테가 생기는 나무에 비해 키는 커서 하늘을 찌를 듯 장해도 나이테가 생기지 않으니 묘한 기분이다.…
5월 달력에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부부의 날(21일)이 쓰여있다. 모든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가정(家庭)이란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혈연공동체를 말한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점차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많아졌지만, 가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근본이 되고 있다.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작은 의미로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을 말한다. 그만큼 집은 한 가족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건이 된다. 바꿔 말하면 가족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거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정적인 주거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지 못한 가정도 많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20.01.08., 인권위, "적정한 주거에서 살 권리"보장을 위한 권고)에 따르면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2005년 5만 4천 가구에서 2015년 36만 가구로 급속히 증가했다. 주택 중에서도 반지하, 지하, 옥탑방과 같이 주거에 대한
고향을 떠난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향에 가보고 싶어 한다.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는 5월로 접어 들었다. 봄은 바람을 타고 온다고 하는데 연이어 꽃바람이 기승을 부린다. 내 고향은 괴산군 감물면에 있는 잉어수(鯉潭里)마을이다. 항상 가슴속에 깊이 묻어두고 아련한 고향 생각을 하나 둘씩 끄집어내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할 나위가 없이 고향 생각이 심금을 울린다. 마을 옆으로는 남한강 줄기인 목도 강이 흐르고 김별산과 상봉산 정기 아래 넓은 평야가 이루워 진 곳에 위치한 농촌 마을인데도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문화, 교육 마을로 손꼽혀온 고장이다. 마을 영산인 상봉산 기슭아래 강이 제일 깊었는데, 물속에 큰 바위 2개가 있고 그 주변에는 항상 수 없이 많은 잉어 떼 들이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있다고 하여 잉어수 마을이라 하였다 한다. 남한강 물줄기 마을로 한때는 댐건설을 한다고 해서 약 500년 전 순흥順興 安氏 선조님이 낙향해서 이곳에 터를 잡아 15代를 이어오고 있는 터이니 댐건설로 마을이 수몰된다면 이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더구나 종손으로서 마을 뒷산 선영에 6대조부터 안장安葬된 산소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 고향 농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초록 잔디 위를 걷는다. 걸음걸이와 뒷모습이 닮았다. 파란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있다. 초록과 파랑, 하얀 구름, 완벽한 어울림이다. 태양마저 뒤로 물러나 엷은 오렌지 빛 하나도 끼어들지 않은 극치의 황금비율 세상이다. "아빠, 저기 구름이 내 팔뚝 같아요." "우리 아들 히틀러가 시인 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버지가 아들을 안고 빙빙 돈다. 까르르~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청량하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집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크게 들린다. 피아노소리가 그치더니 에이프런을 두른 어머니가 나오고 아들이 뛰어가자 안아주며 입 맞춘다. 영화 같은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런 그림과는 상관없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다 복제해도 히틀러는 안 된다, 그는 사랑할 능력이 없는 인간이었다." 히틀러에 대한 평이다. 세상에 이보다 끔찍한 악담이 있을까. 하지만 그가 행한 일들에 비하면 이정도 평이 오히려 약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찌 이런 평을 듣는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생애를 해적이하여 보았더니 악마에게도 꿈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부모가 죽자 꿈을…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내 어머니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육류나 생선을 밥상에 올려두고는 당신은 그런 건 칙칙해서 싫다고 하셨다. 우리 5남매가 맹렬하게 덤벼들어 밥을 먹고 물린 상엔 생선 기시만 수북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발라먹은 생선 가시와 대가리로 식사를 끝내셨다. 어제는 시장을 다녀오는데 좌판에 꽃바구니가 수북했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주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작은 꽃바구니로 바뀌었다. 색종이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니기엔 쑥스럽기도 했지만 자랑스럽게 종일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들은 지난 주말에 미리 다녀갔다. 색종이 꽃도 꽃바구니도 없이 무통장 입금으로 어버이날 행사가 간단히 끝났다. 시대가 속성으로 처리되는 세상이고 보니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올해 미수이신 어머니의 신발을 찾기 위해 시장과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당뇨합병증인지 오른발이 많이 부어서 웬만한 신발은 맞질 않는다. 겨울에 구두를 하나 사드렸는데 날이 더워지고 나니 여름 신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것을 보고 의료 선진
바람이 분다. 바람의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는다. 이렇게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던 날들이 언제였던가. 새소리와 바람의 냄새를 느끼는 내가 새삼 놀랍다. 먼 산과 바다를 넘어오는 바람을 가슴 열어 맘껏 들이마신다. 바람 안에 잘게 부서진 파도의 냄새와 푸른 나무의 두툼한 등걸을 느낀다. 이슬 젖은 별빛과 바람에 펄떡이는 물고기들과 풀꽃의 흔들리는 냄새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참 좋은 날씨다. 지구가 잠시나마 이렇게 맑게 살게 된 날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온 덕분이라는 것이 왠지 새삼스럽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바람 속에 파도와 해일의 거품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 바람 안에 내재해 있는 깊은 숨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하늘의 구름이 심상치 않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땅이 속으로부터 울컥 기침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그제야 이리저리 흔들리며 머리를 감싼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파도가 넘실대고 해일이 인다.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온통 세상을 흔든다. 바람은 그저 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큰 파도가 곧 도래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이던 때 화마는 연이어 찾아왔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안동과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수천 배의 면적이 잿더미가 되었다.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 시인의 시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는 나무들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검게 그을린 나목들이 그간 살아온 삶의 지혜를 또렷이 드러냈을 것이다. 자신들의 몸을 불태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인간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숲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무의 간격은 마음의 거리가 아니라 사랑의 거리다. 나무들은 이 간격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 그것이 바로 균형의 절대공간이다. 그 공간은 생명의 영역인 것이다. 너무 촘촘하면 영양분도 부족하며 광합성작용에 필요한 햇살도 나누기 어렵다. 또한 통기를 위한 바람의 길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들이 개체성을 무시하면서 나와 똑같은 나무가 되라고 옆에 바짝 붙어서 한 몸이 되기를 종용했다면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이 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느 청년이 내 앞에 불쑥 고무장갑을 내민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자 그 청년은 눈웃음을 치며 말을 건네어온다. " 아주머니! 이 아파트 이십 층에서 아파트 내부 공사를 낼부터 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은 붙였지만, 왠지 주민들에게 소음으로 인한 민폐를 끼치게 돼 죄송한 마음에 준비했습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종전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여겨보았던 공지문 문구가 떠올랐다. '시끄러운 날'이라는 글제 하에 친정집 아파트 이웃에서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소음이 발생한다는 공사 안내 문구가 붙여진 게 그것이다. 친정집을 찾았던 나는 이곳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고 청년이 권하는 고무장갑을 거절하자, 그 청년은 친정어머니를 갖다드리라며 한사코 떠맡긴다. 그가 건넨 고무장갑을 자세히 살펴본 나는 새삼 그의 반듯한 태도에 깊은 감흥을 받았다. 자신의 업체를 광고하는 명함 정도쯤은 고무장갑 포장지 속에 끼워 넣었을 법한데,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짤막한 메모만 그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 주민 여러분!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합니다. 공사 날짜에 맞추어 최대한
서울의 위상과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구매력환산 GDP로 볼 때 서울은 도쿄, 뉴욕, LA에 이은 세계 4번째 큰 도시다. 서울과 수도권 발전 결과는 대한민국이 GDP 규모 세계 11위, 무역 세계 6위, 제조업 세계 5대 강국에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음은 당연하다. 또한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강국이며, 최근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방역과 민주주의 체제에서 전 세계 민주진영의 자존심을 지켜준 국가로 칭찬받고 있다. 자원과 자본 모두 부족했던 우리나라가 수도권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국토 면적이 12%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는 작년 말 전체 인구 50%를 초과하였다. 경제와 관련된 모든 부문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명문대학과 의료기관, 문화 콘텐츠 산업 등은 80% 이상 집중되어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과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서울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대도시의 국가 GDP 비중을 보면, 서울은 51.5%로 50%를 넘는 세계 유일의 주요 대도시이다. 뉴욕은 8.3%,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조직생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에 따른 상호의존적 행동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특히, 자연재난이나 사건·사고, 감염병, 가축질병 등 위기상황에서 갈등은 쉽게 발생하거나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 시설 결정과정에서 정부는 당초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과 국립중앙청소련수련 등 2곳에 수용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천안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였으며, 결국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에 분산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진천군과 지역단체들은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정과 불투명성, 미흡한 감염예방 대책 등으로 초기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정부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하였다. 우한교민의 시설 입소 후 2020년 2월 9일 대통령이 진천군에 방문하여,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하였으며, 지역주민들이 느낀 불안, 긴장 등은 정부가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대통령의 진천방문은 위기관리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정부차원에서 해결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갈등이 발생하는 관계나 상황은 매
큰일 났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어도 부족했을 텐데 몇 년 동안 선거에 팔려있었다. 아무리 선거가 경제를 망쳤다고 해도 코로나만 아니면 이 지경은 안됐을 것이다. 원래 경제는 병이 들어있었다. 온실에 있던 화초를 갑자기 밖에 내놓은 것처럼 적응을 못했다. 경제도 벅찬데 코로나에다 선거까지 겹쳤으니 삼재(三災)가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삼재란 무엇인가? 하늘 땅 사람이 힘을 합쳐서 못 살게 군다는 뜻이다. 하늘만 훼방을 놔도 못살 텐데 땅까지 난리를 치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웃이라도 도와줘야 살길이 열릴 게 아닌가. 이웃사촌까지 합세해 못살게 구니 어떻게 살 수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처지가 이렇다는 뜻이다. 문제는 삼재 중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극성스럽다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람만 만나면 병이 들거나 죽으니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오죽하겠는가. 절간의 스님처럼 혼자 살다가 우연히 접한 게 바로 김동인의 소설 '감자'였다. 남편은 38살이고 아
매일 지면을 장식하는 뉴스 중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며칠 전만 해도 돈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을 숨지게 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훈훈하고 정이 담겨있는 기부의 아름다운 얘기도 들려온다. 오월을 시작하는 첫날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 언론을 지배했다. 그에 따른 경제의 득실을 따지는 강국의 손놀림 또한 빨랐으리라. 그동안 방에서만 지내던 사람들이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의 문이 열리자마자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외출로 한껏 들뜬 목소리는 거리에 활기를 넣고 있다. 손님이 없던 상점에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코로나 19 감염병 안전에 대해서는 촉각을 더 세울 수밖에 없다. 오월은 어느 달보다도 주머니를 풀어야 하는 날이 많다. 아이들이 생일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어버이날. 언제나 불러도 마냥 좋은 단어 어머니인데. 서로 얼굴 맞대고 밥 한 끼 같이 할 기회조차 자주 갖지 못함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스승의 날도 다가오지만, 올해는 아직도 선생님과 대면하지 못한 학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고 일상의 변
"미스김 라일락!" "어머! 저 미스 아니에요, 미시즈에요." 자료실 데스크의 김선생에게 라일락 한송이를 내밀었더니 얼굴을 붉히며 향기를 맡는다. 도서관 정원의 커다란 라일락이 연보라로 곱게 단장하고 매혹의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봄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을 가진 저 꽃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이다. 1947년 엘윈(미)이라는 식물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국산 토종식물인 '수수꽃다리'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가 품종개량했는데, 꽃 이름은 당시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여직원의 이름을 땄고,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역수입하고 있다. 그때 그 미스김은 분명 여사(女士 : 학덕이 높고 어진 여자)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본다. 라일락과 매우 비숫한 우리꽃 '수수꽃다리 '는 아쉽게도 아직은 황해도, 평안남도, 함경남도에 분포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남쪽으로 내려와 고혹의 향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문세의 노래 을 틀어본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 중에 이팝나무가 있다. 쌀밥처럼 생긴 나무꽃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하루 평균 버리는 생활쓰레기의 양이 930g이라고 한다. 많은 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니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의 총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쓰레기로 인한 대기오염, 수질오염 같은 부수적인 것도 쓰레기의 양만큼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말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분리배출을 하고, 음식은 먹을 만큼만 먹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랐다면 모두가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를 잘 실천해온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부터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 보면 늘 느끼는데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플라스틱 용기, 나무젓가락, 비닐봉지…. 얼마 전까지는 나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왔던 것들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무분별하게 사용했는데, 어느 날 분리배출을 하다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것들이 정말 꼭 필요해서 쓰인 걸까? 대체할 만한 것들은 없을까? 이런 생
오늘 아침, 너는 또 기습 폭설처럼 내 머릿속에 내린다.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뾰족하게 나를 후려친다.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외로울까. 그 허허벌판 낯선 곳에서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어떻게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모질 수가 있을까. 내 마음속 어디에 이런 야멸참이 숨어있었을까. 이 느닷없는 이별을 너는 잘 견디고 있을까. 너를 그 찬바람 속에 버려두고도 나는 여전히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하루를 산다. 너는 속절없이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 긴 기다림이 미움으로 변했겠지. 이렇게 모진 나를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말아라. 난 너에게 죄인이다. 다음 생엔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그래서 나 같은 것은 무참히 버리고 짓밟거라. 나 기꺼이 너의 단죄를 달게 받으리라. 미안하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미안해서 입을 뗄 수가 없다. 눈송이 같은 하얀 꽃잎이 지붕 위로 분분히 떨어진다. 다시 나부끼는 꽃을 보고 있자니 걱정과 불안이 또 꽃잎을 타고 일렁인다. 그날 이후 너는 지는 꽃잎처럼 바람을 타고 수시로 내 머릿속에 나부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너의 얼굴이 떠오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까지 내 머릿속을 점령
며칠 전, 책을 뒤적이다가 젊은 여류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제목이 핑크& 블루이다. 사진을 보면 작가는 아이들의 방을 방문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방에 한가득 채워놓았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의 물건들과 바비 인형을, 남자아이들은 푸른 망토를 두르거나 로봇장난감과 파란색이 가득한 물건들을 배치하고 냉소적인 표정의 아이들을 담아냈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게 뭐 특별한가라 생각했었다. 대개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핑크색을 얼마나 좋아하던가. 그런데 한참을 보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물건들이 많지? 왜 여자아이들은 분홍색물건들이 많을까. 작가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꾸준하게 주제로 삼아 독자에게 말을 건넬까. 핵심은 뭘까. 분명 작가의 의도가 있겠다 싶어 당연함을 내 입장에서 뒤집어 보았다. 분명 이제껏 내가 생각한 분홍색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다정한 색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핑크빛 무드니 사랑이니 하는 이미지와 연계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손자의 옷을 고를 때 어김없이 파랑계열의 진열장으로 다가가게 된다. 아니 분홍색을 남자 아이에게 입힐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평소 오월이라면 가정의 달이자 다양한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져 조금은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였겠지만 올해 오월은 다소 절제된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들만 묵묵히 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한껏 부풀었던 벚꽃 행렬이 지나고, 진달래, 개나리에 이어 보랏빛 박태기나무꽃도 지나간다. 이젠 수국이 필 차례다. 내려다보이는 정원에 어른 주먹 크기의 수국이 꽃잎을 부풀리는 중이다.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가. 마스크로 만든 사람들과의 경계와 지켜야 할 거리로 움츠러들었던 생활이 차츰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아직은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니 균형 잃은 생활의 조각들이 삐걱거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주인인 학교가 텅 비었다. 꽃다지꽃을 들고 와서 내밀던 러시아에서 온 아이, 알록달록 풀잎을 들고 와서 그림도 같이 그려주던 우크라이나에서 온 아이, 꽃을 따면 안 된다며 시들어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 오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이 등등 온라인수업 화면으로만 만날 수 있는 제자들이 보고 싶다. 재잘대는 녀석들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서서히 개학 시기가 거론되고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도시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아왔고 현재는 세계 10대 무역 강국 및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잿더미였던 상태에서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업으로 시작하여 기계·조선·화학공업 등의 중공업 분야 발전을 거쳐 2000년대부터는 기술집약적인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한 뒤 현재는 반도체를 포함한 ICT와 SW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메모리반도체분야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산업이면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현재 메모리반도체는 10nm(1nm는 10억분의 1m)급 소자를 양산 중이며 10nm급 이하의 극초미세 소자도 개발 중이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대만 TSMC社에서 7nm급을 양산하고 있으며 5nm·3nm급…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묶은 사람이 묶은 것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사건을 묶은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기에 풀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묶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왔고 다투어 피는 꽃들을 보고 꽃들아 미안하다, 춥고 아픈 겨울을 이겼으니 참 기특하구나 인사도 못하고, 봄비 주척주척 내리는 날 옛사랑을 불러내지 못하고, 새벽 세 시 홀로 일어나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할 대상이 없다면 이는 마음에 큰 병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結은 맺을 결로 묶다, 매다라는 뜻이다. 매다는 매임이다. 매여 있는 것은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브레이트 하트〉에서 스코틀랜드 영웅 윌리암 왈라스가 잉글랜드와 싸우다 패배하여 죽으면서 "자유Freedom!"을 외친 Freedom도 매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외침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매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매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일이 힘들어 한숨 쉬며,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고 싶음, 또는 슬픔을 벗어나고 싶음 등이 그것이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