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한 선배로부터 책 선물을 받았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었다. 그 뒤로 1년쯤 지났을까? 다시 그 분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는데 같은 책이었다. 대체 얼마나 그 책이 좋았기에 그러신가 싶어 한 번 읽고 뒀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따뜻한 글들이 가득했다. 가족들이나 일상에서 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흔히 쓰던 단어나 문구들을 다시 새겨보게 됐다. 그 책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 저자의 모친 병문안을 갔을 때인데, 나이 지긋한 의사가 회진을 돌며 환자들을 '환자분'이 아니라 '박 원사님', '김 여사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시길래 그 이유를 물었단다. 의사의 대답은 이랬다. 환자에서 환(患)이 아플 '환'이라 자꾸 환자라고 부르면 더 아프다며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가 더 강해지시는 것 같다며,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고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혓바닥 때문에 죽는다'고도 한다. 하다못해 식물을 키우면서도 애정이 담긴 말을 해주는 경우와 듣기 거북한 말을 해주는 경우 성장속도가 다르다는 실험
세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추앙 받는다. 가장 큰 업적은 아무래도 한글 창제일 것이다. 세종이 없었다면, 아니 신하들의 극간과 저항에 굴복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우리민족은 언어도 없는 미개민족으로 현대에 와서도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됐을 게다. 세종은 충북출신 신료들을 유독 신임했다. 한글창제의 최고 공로자로 꼽히는 신미대사(信眉大師)와는 매우 가까웠다. 세종은 세상을 떠나면서 세자에게 유명으로 신미에게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祐國利世 圓融無碍 慧覺尊者)'로 존호할 것을 당부했다.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숭유억불이 시대적 사조였던 시기, 세종은 신하들의 벌떼 같은 반대에도 왜 신미를 최고의 국사로 추앙한 것인가. 승려에게 이 보다 더 높은 칭호를 내린 적이 없었다. 신미대사는 영산 김씨로 영동에서 태어난 고승이다. 친동생인 괴외 김수온(乖崖 金守溫)은 당대 최고의 학자였으며 세종의 두터운 심임을 받았다. 신미와 세종을 연결한 장본인이 괴외가 아니었나 싶다. 불교신자였던 세종이 신미에게 감명을 받은 것은 바로 능엄경(楞嚴經)이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안락하고 행복하게
3여 년 전이었다.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못 보던 한 고양이를 봤다. 밖에서는 흔치 않은 샴고양이 계열이어서 특히 기억이 또렷하다. 털이 윤기가 나고 사람이 지나가도 피하지 않았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집에서 키우다 길을 잃은 고양이가 아닐까 생각됐다. 2년간 타지에서 생활하다 다시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또다시 아파트에서 마주하게 됐다. 예전에 보았던 고양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앙상하게 마른 몸과 윤기를 잃은 털뿐만 아니라 한쪽 귀가 상처를 입어 반쯤 괴사 돼 있었고 입 주변도 몹시 지저분했다. 고양이 앞에는 아이들이 먹다 흘린 핫도그 조각이 놓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별안간 비둘기 떼 대여섯 마리가 고양이를 맹공격하듯 날아들었다. 비둘기가 가까이 오는데도 체념한 듯 피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결국 핫도그 조각은 비둘기의 몫이 되고 말았다. 며칠 후, 장을 보러 나가려다 또 그 고양이를 봤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먹을 것이라도 주기 위해 가방을 뒤져 과자를 찾아 고양이에게 꺼내줬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먹지 않았다. 사람이 앞에 있어 겁이 나서
옛 선조들은 여덟 가지 기준으로 물맛을 까다롭게 구별했는데 여덟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팔공덕수가 바로 충주의 달천수(達川水), 오대산의 우통수(于筒水), 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로서 조선 시대 3대 명수로 손꼽힌다. 충북의 지명을 산책하면서 가장 보람있고 뿌듯하게 생각됐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조선의 3대 명수 중 2개가 충북에 있다는 것이요, 그 중에 가장 좋은 물로 꼽는 것이 바로 충북을 굽이굽이 가로지르는 달천수라는 사실이다. 조선의 학자 성현(成俔)은 '용재총화'에서 고려 말 대제학을 지낸 이행(李行)의 말을 빌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은 물로 충주의 달천수를 꼽았고, 오대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우통수를 둘째로, 속리산에서 흐르는 삼타수를 셋째로 꼽았다. 그럼 왜 조선의 선비들은 달천수, 우통수, 삼타수를 3대 명수라고 했을까? 좋은 물이란 여덟 가지 공덕을 지닌 '팔공덕수(八功德水)'를 의미한다. 즉 가볍고(輕), 맑고(淸), 시원하고(冷), 부드럽고(軟), 아름답고(美), 냄새가 나지 않고(不臭), 비위에 맞고(調適), 먹어서 탈이 없는(無) 여덟 가지 물의 덕을 말하는데 달천수, 우통수, 삼타수는 이 여덟 가지 조
친구가 놀러 와도 데려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재미가 없는 도시를 '노잼 도시'라 부른다. 요즘 청주시가 노잼도시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부정할 논거가 궁색하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놀러 온 친구를 데리고 쉽게 갈 수 있는 곳, 시민들 스스로도 기분 좋게 찾을 수 있는 곳,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2014년 7월, 행정구역이 통합되고 통합청주시가 출범했다. 필자가 속한 풀꿈환경재단과 녹색청주협의회는 통합 시민들의 동질성 확대와 자긍심 고취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 선정사업을 추진했다. 청주시의 어메니티 자원을 잘 취합, 정리하는 일이었다. 최종결과물은 '청주에 반하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행됐고, e-북으로도 제작돼 청주시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자료 수집과 추천 방법도 그랬지만, 광범위한 후보군에서 100개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합당한 기준과 절차를 밟는 것을 중요하다도 생각했다. 청주시, 의회, 언론사, 각계 전문가 등 108명의 위원들이 심사에 참여했다. 선정된 명소는 자연환경 12건, 생물·서식지 15건, 역사유적 21건, 불교유적 11건, 문화·휴양공간 17건
최백수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코로나를 긴급체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직책이 필요하다. 놀고먹는 백수로는 말발이 서지 않을 것이다. 역사상 인류를 이렇게까지 괴롭힌 것은 없다. 그 정도로 잔학한 코로나를 체포하자면 그만큼 직책도 거창해야 한다. 최백수는 중얼거린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서울 중앙지검장이라고 할까? 그 보다는 공수처장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최백수는 일약 공수처장이 된다. 당장 코로나를 호출한다. 불호령이라도 칠 것 같은 표정이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나를 부르느냐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최백수는 당장 정체부터 밝히라고 호통 친다. 코로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우린 원래 숙주가 없으면 못 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침부터 이 난리를 치느냐는 표정이다. 최백수는 자신을 숨기고 비겁하게 인간을 못 살게 구는 게 가장 큰 죄라고 꾸짖는다. 두 번째는 그 야비함을 벌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몸에 붙어서 살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 할 텐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신세를 지면서 그 아내를 죽게 만드는 수법이 야비하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은 사회적
어느 날 직원이 이런 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과장님! 저는 오늘부터 직원들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과장님 우리가 많이 부족한데도 항상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린스턴 대학 조사 결과로 직장인의 81%는 감사를 잘 표현하는 상사 밑에서라면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응답했고, 직장인의 70%는 상사가 감사를 표현하면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과장님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감사일기를 써보시는 건 어떠실지 적극 추천드립니다."라는 메시지였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앞으로 잘하라는 이야기인가? 깊은 생각에 잠기며 관리자인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리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여를 해야 할까? ㈜우아한 형제들의 회사 공간에는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고 한다. 난 관리자란 "이끄는"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리더가 필요하다. 즉, 일을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 지금 당장은 지시에 따라 업무를…
동물은 자신의 몸을 보호할 보금자리며 새끼를 낳아 기르는 집을 짓고 살아간다. 나뭇가지나 풀, 흙 등 자연물을 재료로 집을 짓고 자연동굴이나 토굴을 파서 살아간다. 인간도 원시시대부터 집을 짓고 살아왔는데, 선사시대 유적을 보면 나뭇가지로 원뿔 모양을 만들고 풀로 둘러싸서 만든 움집에서 살았다. 또는 절벽에 굴을 파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토굴도 있고 귀틀집, 초가집으로 발전해 왔다. 인간이 기록으로 남길 글자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집을 나타내는 상형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한자에 집 가(家)자를 보면 그 시대의 생활모습을 짐작 할 수 있다. 우리가 갓머리라고 알고 있는 집 면(·)은 집을 의미하는 뜻을 가지고 있어 부수자로 쓰고 있다. 즉 집 면(·)자가 들어간 한자는 대부분 집을 뜻하는 글자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집안에 돼지 시(豕)자가 왜, 들어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집 가(家)자는 집이라는 의미를 넘어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을 표현 할 때 소설가, 전문가, 발명가, 미술가, 성악가 등으로 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쓰이고 있는데 집 가(家)자의 자원을 풀어보면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 어째서 豕(돼지시)자가 들어가 있는지 아는 사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 오월은 수식어가 유난히 많은 달이다. 민주화의 열망으로 아픈 역사를 품은 오월이지만 장미의 계절, 감사의 계절,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달이다. 그렇지만 올 오월은 이러한 아름다운 수식어가 무색하리만치 기억하기 싫고 쓸쓸하기만 하다. 지난해 연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사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는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을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했고 새롭게 변화된 일상을 만들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원격교육과 의료, 비말감염, 팬데믹 등과 같은 낯설고 몰랐던 용어들을 접해야 했다. 이러한 용어들을 접하면서 격리되고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 집콕생활 등은 우리들의 일상을 불편하게 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와 생활시스템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K-방역은 해외로부터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뿌듯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정부와 의료진, 전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감염병 바이러스 예방과 퇴치에 다함께 동
태초에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폭발이 있은 후 흩어졌던 성운이 모여 별이 되었다. 영원할 줄 알았지만 수천 억 배 밝아진 초신성이 어둠의 공간으로 생명의 물질을 뿌린다. 그 물질이 다시 모여 꽃이 되었고 사람이 되어 밤하늘의 북극성을 바라본다. 지금 보고 있는 빛은 660년 전 과거의 것이지만 이 계절에 꽃으로 수놓아져 역사로 인도한다. 번뇌의 불꽃을 멸절하는 길을 인도한 석가는 봄에 태어났다.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을 지나 토함산의 석불까지 오는데 1,3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외부의 폭력과 지배층의 탐욕적 권력에 맞서 민초를 지켜주는 별이 되었다. 다윗의 별 예수가 태어난 날이 겨울인지 몰라도 다시 태어난 날은 봄이다.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죽어 불멸의 별로 부활한 후 그 빛이 한반도의 이승훈과 김대건으로 다가오는 데는 1,8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계몽 사업에 뛰어들은 김구와 이승만에게 건국의 기초를 다지게 했다. 대학(大學)의 도(道)를 실천하는 유학은 성웅(4월28일)과 성군(5월15일)에 의해 한반도를 더욱 밝힌다. 두 영웅은 세종로와 전국의 초등학교 교정을 지키고 있다. 우리에게는 공맹보다 더 밝게 빛나는 여민동락(與民
대기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반짝이는 봄날에 무심천변에서 공무(公務)를 봤다. 사람들이 만개한 꽃을 구경한다. 그런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는 일행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한 방향으로만 산책하라고 끝없이 안내한다. 마스크를 썼지만 평화로운 사람들의 모습과 경계를 놓치지 않은 우리가 대비돼 그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생필품을 사재기해 텅 빈 마트의 진열장이나 둘 곳이 없어 냉동 창고나 길거리에 시체를 쌓아둔 모습,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게 군인들이 총을 들고 통제하는 세계 뉴스를 보면 아포칼립스가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어 등골이 오싹해진다. 재앙 같은 이 전염병이 잠잠해지면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는지. 그날을 대비해 우리는 무얼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를 극복한 후 전문가들은 교육·문화·경제·사회 등 모든 전반이 급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자가 더욱 많아지고 배달, 온라인 거래 등의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된다. 그러므로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는 직업군들이 생겨 사회경제적으로 큰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잘 싸워 세계적으로 칭찬받고 있지만 공공의료기관과 의료물품, 그리고 방역…
올해 봄날은 다 갔다. 신종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봄날에는 "꽃피는 봄날은 왔는데"라는 탄식 말투가 귓가에 맴돌았다. 시인 이상화는 란 시를 1926년《개벽》에 발표했다. 그는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라며, 봄날의 민들레(蒲公英)를 노래했다. 이상화 시인이 쓴 '맨드라미'는 그 맨드라미꽃이 아니라 실은 토종 민들레인 하얀 민들레를 가리킨다. 민달래 또는 맨드레미라 부르는 경상도 방언을 그의 시에 적은 것이다. 지역마다 따로 멈들레ㆍ무슨들레ㆍ둥글레ㆍ문들네ㆍ외음들레ㆍ무운들레라 부른다. 특히 옛날 사립문 안팎에 많이 자라나서 '문 둘레'라 부르던 말이 민들레가 되었다는 속설까지 생겼다. 〈고향의 봄〉가사를 쓴 이원수가 1926년에 발간한《민들레의 노래》창작집을 필두로, 1976년 이해인 수녀의《민들레 영토》시집에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이라 표현하면서 국토와 같은 '영토'란 의미까지 덧붙여졌다. 아무래도 민들레의 대중적 인기는 가수 조용필에 의해서다. 1979년 3월 출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보면 중국의 천문역법이 조선과 맞지 않아 백성들이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은 장영실에게 농업 발전에 중요한 조선의 날씨와 계절을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자격루', 조선 천문대의 가장 중요한 관측기기 '간의' 등이 탄생하게 된다. 만약 오늘날 두 사람이 살아있다면, 최첨단 기상관측 장비인 기상위성을 개발했을 것이다. 기상위성은 구름·태풍·황사·안개와 같은 기상현상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으로, 그 성능이 탁월하며 활용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날씨 예보에 위성자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30분마다 제공하는 외국의 자료를 사용하다 보니, 관측영역과 주기가 맞지 않아 한반도 주변의 정확한 기상정보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독자적인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를 개발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일기예보를 비롯한 기후·수문·방재 등 위성자료의 활용분야를 넓혀 왔다. 2019년부터는 천리안위성 2A호의 고해상도 위성정보를 정식으로 서비스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용자에게 제공
여름이 되면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갈수록 무더워지는 5월, 초여름 신록은 간 데 없이 진초록 일변도가 된다. 이팝꽃과 조팝꽃은 진즉에 떨어지고 송화꽃에 이어서 아카시아가 뽀얗게 피었다. 그 다음 곳곳에 새하얀 망초대가 구슬픈 느낌으로 망울이 벌어지곤 했다. 자연은 위대한 화가였다. 밤으로 지웠다가 아침이면 색다른 배경을 그려 넣는다. 언제 데생을 하고 채색하는지 알 수 없으나 날마다 바뀌고 철철이 달라진다. 봄이 떨어뜨린 바톤이 있어 여름에도 이따금 보리누름 추위가 온다. 그런 식으로 가을이지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도 비슷한 유형이다. 구름이 두터워지면 장마가 시작되었다. 천둥이 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쏟아진다. 무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금방 가을이 되고 잠깐 새 겨울로 접어든다. 풍경에 비해 계절의 구분은 애매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나중에는 쥐어짜야 될 정도로 뚜렷해진다. 어느 날은 화필을 놓은 듯 무료한 풍경이 전개되고 마음까지 우울해진다. 괜히 짜증이 나고 답답해지는 날씨가 있다. 똑같은 풍경이라면 싫증이 나게 된다. 구색이나 맞추듯, 가끔은 흐리거나 계속 비가 오거나 무덥기도 하지만 그래서 변덕맞은 날씨도 필요
오랜 시간이다. 베트남의 바깥 문은 아직 닫혀있다. 이 나라에서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들어오기는 힘들다. 격리과정이 있기에 실제로 정상적인 휴가는 불가능하다.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밤은 깊어가고 오랜 시간 동안 휴가를 가지 못한 동료가 아이들과 화상통화를 한다. 떨어져 있다는 것, 만나고 싶지만 갈 수 없다는 것, 생존이란 때론 아픈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 누적환자의 수는 500만 명이 넘었고, 30만 명이 넘게 사망했다. 이 세계적 팬데믹 현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죽음이 가까워져 오면 삶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해진다. 역사적으로 흑사병, 말라리아, 천연두,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지나갔지만, 인간은 치료제를 개발하여 그것들을 극복했다. 토인비의 말대로 인간의 역사는 의 역사인 것이다. 죽어가는 동물은 두려움도 희망도 없다 인간은 두려워하며 모든 것을 희망하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린다 ......(중략)...... 그는 죽음을 뼛속까지 알고 있다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이다 ― 죽음, W.B. 예이츠 예이츠의 시는 죽음에…
동료 교사의 워크맨으로 수제천을 듣자마자 국악이 좋아져 김중섭 선생의 카세트테이프가 너덜해지도록 단소를 독학하곤 고불 맹사성께서 평생 즐겼던 대금을 잡게 되었다. 이후 기회 될 때마다 국악 공연을 보러 다녔고 혹 서울에 1박2일 출장이라도 있으면 국립국악원 공연 일정을 살펴 예술의 전당을 기웃거렸다. 전문역량 강화 1주일 연수는 국악원의 입맛 당기는 프로그램과 일정을 조율하여 다른 연수생들은 저녁에 술잔 기울일 때 나는 연주회 관람석에서 정신을 모았다. 한번은 국악원 가는 시내버스에서 지갑에 차비 천 원짜리가 한 장도 없다. 기사가 문을 안 열어주어 승객들에게 천 원짜리 열장 있는 분계시냐 다급히 묻자 마음씨 착한 어느 아주머니가 한 장을 주어 간신히 내린 일도 있었다. 국악의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를 이룬 사람에게 명인·명창이라 부르며 관람 능력이 뛰어난 아마추어를 귀명창이라고 한다. 열심히 공연장을 드나들다보니 나도 어느새 국악기의 음색 구분을 넘어서 악사의 연주 기량까지 살피고 있다. 어느 악사가 박을 잘못 짚어 조금 일찍 나오는지 아니면 뒤늦게 허겁지겁 판을 따라가는지도 보인다. 이게 오히려 음악 흐름에 몰두를 방해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들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질병 단일의 문제 해결을 뛰어 넘어 가정,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에 이르기 까지 국제적으로 인류 사회 전반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시대로 구분 지어 사회변혁을 설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면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업과 농촌사회도 큰 변동 속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과 러시아 등 많은 국가에서 부족한 농촌일손을 채우기 위해 자국민의 영농 참여를 독려하는'귀농작전'을 펴고 있다.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식량위기가 촉발될 조짐이 있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으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말까지 세계 30여 국가가 기근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코로나가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농업의 틀을 바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국의 토지에서 자국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형태가 가속화되고 식량주권이 강조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로써 세계화가 후퇴하고
15년 전쯤에 부산에서 종합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하는 친구와 저녁을 같이 먹을때였다. 나에게 충청도에 있는 어느 병원의 척추수술로 유명한 과장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 후배의 이야기는 '그 동네에 가서 등을 보이면 큰일 난다.'라는 것이 자기네 업계(?)에서 유명하게 회자되는 말이라고 하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과장님에게 허리가 아프다고 가면 무조건 허리수술을 받는다는 것인데, 작은 수술도 아니고 척추뼈 3개를 붙여버리는 큰 수술을 20대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다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에 이렇게 척추뼈 3개를 융합시켜버리면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군대도 면제가 되는 수술법이었다. 아니 어떻게 전국적으로 유명한지 내가 물었더니, 그 과장님이 학회나 세미나에 와서 이렇게 자기가 수술한 사례를 자랑하고 다녀서 유명해졌다는 것이었다.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의 척추수술하는 의사들 내에서 그 분은 수술을 잘하는 손재주는 있지만, 과연 수술이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양심은 의심이 든다고 하였다. 몇 년뒤 다른 정형외과 친구도 같은 말을 하였다. 술자리에서는 정말 좋은 선배의사지만, 약간의 디스크라 몇
인간의 일생을 두고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눈다면 봄은 유년기와 소년기, 여름은 청년기요, 가을 장년기, 겨울은 노년기다. 자연의 봄여름 가을 겨울은 365일을 일 년을 두고 오고 간다. 하지만 인간에겐 봄여름 가을 겨울이 단 한번 뿐이다. 2020년 1월의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추웠다. 사람들 너나없이 날씨가 춥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경기가 좋지 못해 먹고살기가 어려워 마음이 그리 춥다고들 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지난 가을 감나무에 붉게 물든 탐스러운 감을 사람들이 몽땅 따버리고 잎마저 찬바람이 쓸어 가버린 앙상한 나무를 보며 그래그래도 감나무 너는 봄이 오면 또 다시 새순을 돋고 잎을 달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풍성한 감을 대롱대롱 달고 사람들을 불러들이겠지만 인간에겐 그런 봄여름 가을 겨울이 오직 한번 뿐이니 너희들이 부럽구나· 한 번뿐인 희망과 절망 그 틀 속에 갇힌 인생의 삶을 새삼스럽게 떠올려 본다. 봄여름 가을 겨울 한해를 보내는 감나무 그 모습이 어쩌면 인간의 한 생애 삶을 단편으로 보여주는 것 같구나. 어쩌면 겨울의 중턱에서 거센 비바
인도의 보도블록 틈새에 홀씨를 다 날려 보낸 민들레가 용케도 잘 버티고 있다. 봄이 시작 되면서 아파트 뒷산으로 민들레를 캐기 위해 쏘다니던 생각이 난다. 길을 가다가 보도블록 틈사위에 솟아난 민들레는 눈에 잘 띄고 알아보기도 쉽지만 풀이 잔뜩 있는 벌판에서 민들레를 찾는 일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민들레가 알레르기나 아토피에 좋다는 말을 들은 듯해서 봄이면 심한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나와 아들을 위해 사용해 보고 싶었는데 포기하고 말았다. 낮은 산을 뒤지다 잔뜩 손발이 얼어서 그냥 내려와서는 쉽게 양약을 사먹기로 했다. 민들레는 아주 납작하게 자리를 틀고 앉는다. 동의보감에 '므온드레' 또는 '안즌방이'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안즌방이'라는 말이 정겹게 다가왔다. 납작하게 땅에 붙어서 피는 모양을 잘 나타내준 것 같다. 이문재 시인은 민들레 압정이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이고 보면 아주 낮게 피는 식물이다. 민들레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요즘 보이는 민들레는 다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민들레는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얀 민들레가 우리 토종이고 노란 민들레가 서양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닌
어떤 선비 하나가 절의 뜰을 걷다가 불상의 머리 위에 참새 똥이 떨어진 것을 보고 곁에 서 있던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참새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는 모양이지요" 스님은 참새에게도 물론 불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참새에게 불성이 있다면 어떻게 부처의 머리 위에 똥을 쌀 수 있느냐고 선비가 다시 묻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부처가 자비로워서 살생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새가 솔개 머리에 똥을 싸는 것을 보셨습니까" 송(宋)나라 때의 승려였던 도원(道源)이라는 사람이 지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신성(神聖)한 부처의 머리에 새 똥이 묻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수모(受侮)를 당하거나 깨끗한 것에 오물이 묻는 것을 이르는 '불두착분(佛頭着糞)'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자비로운 부처는 두려워하지 않고 무서운 솔개만 두려워하는 '참새' 같은 것들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요. 주변에 그런 '새'들이 적지 않은데 착하고 깨끗한 사람이 그것들과 어울려 살려면 '불두착분'은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새겨집니다. 정당 또는 관료나 기업조직 심지어 학교에서조차도 줄서고 윗사람 눈치만 보려는 참새들이 많습니다. 젊은 시절 가
1968년 11월 2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주민등록증을 공개하였다.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는 110101-100001번, 당시의 주민등록번호는 12자리로 앞에는 지역별 번호 여섯자리, 뒤는 성별과 일련번호의 여섯자리로 되어있었다. 박 대통령은 110101지역(종로구 청운동)에서 남자 중 첫 번째로 등록한 주민임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과는 달리 당시에는 대통령에게 가장 쉬운 번호를 부여하고 모든 신문에 공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등록번호는 국민이 그 지자체의 주민임을 구분하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후, 1975년 주민등록번호가 13자리로 개편되면서 생년월일, 성별, 지역번호, 일련번호 순으로 바뀌었고 지역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부여규칙은 비공개로 전환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13자리 주민등록번호로 개편 당시 모든 민원서류에 생년월일, 성별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서류 작성 편의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에 이를 포함시켰고 주민등록번호 개편 이후 운전면허증, 주민등록 등·초본 등 각종 민원서류에 생년월일과 성별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만 표시되는 방향으로…
공룡이 날씬한 몸매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공룡이 우연히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의 기어 다니는 먹이를 발견하곤 뛰어내려 그 먹이를 잡아먹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공룡은 땅 위를 뛰어다니는 것보다, 공중에서 뛰어내려 먹이를 잡는 게 훨씬 수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혁신적인 공룡의 먹이 사냥 법은 그때부터 그들이 보다 멀리 뛰어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터이다. 이 때 활공에 적합한 깃털과 날개는 물론 빈 파이프 같은 가벼운 뼈도 자연 갖추었으리라. 이렇듯 동물들은 먹잇감을 사냥하고 생존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를 끊임없이 거듭했다. 지금으로부터 일억 삼천 만 년 전에는 공룡은 이빨 대신 딱딱한 부리를 갖게 되고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 가벼운 날개를 갖춘 본격적인 새로 탈바꿈한 게 이를 증명한다. 그 후 공룡이 지구상에서 멸종되었다. 새의 다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파충류의 흔적인 비늘로 뒤덮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한낱 미물인 조류들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건만 인간은 온갖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이나 바이러스 공격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오
사회 초년생으로 설렘과 긴장을 안고 공직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지 3개월이 지났다. 첫 발령지가 서원구청 건축과이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돌아보면 내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 시간이며 공직생활을 시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생소한 현장 민원업무를 맡게 돼 업무 매뉴얼과 법규 등을 틈틈이 공부하면서 업무를 처리해 가던 어느 날 집 앞에 적치된 물건을 치우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시는 민원인을 만났다. 전화 상이라 무척 당황스럽고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경험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로 인해 민원 처리 과정에서 불친절한 말씨나 응대는 없었는지 또는 민원인의 의향이나 요구 사항을 잘 모르고 불필요한 시간을 소비해 민원인에게 불편을 드리진 않았는지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부족한 점은 개선해 공무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규 교육 과정과 연속되는 민원 업무처리, 또 각종 행사에 따른 단속 업무와 전 세계를 엄습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예방 업무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책임감과 무게가 밖에서 생각한 것보다 훨
최백수는 재난 지원금 30만 원을 받고도 기쁘지가 않다. 빚을 내서 산 차를 타고 다니는 기분이다. 가족은 굶기면서 혼자 양주를 마시는 기분이기도 하다. 최백수는 금방 받은 돈이 무슨 돈인가를 따져본다. 긴급 재난지원금이다. 너무 거창하다. 내가 무슨 재난을 당했느냐고 자문해 본다. 재난은 무슨 뜻일까? 최백수는 인터넷을 뒤진다. 뜻하지 않게 불행한 사고나 변고를 당한 것이라고 되어있다. 사지가 멀쩡하다, 근근이 밥은 먹고살지만 특별한 사고는 없다. 아무런 재난도 당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나. 최백수는 거리를 다니면서 큰일 났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손님이 줄을 서던 식당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도 보았다. 직장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재난을 당한 게 아닐까? 그들에게 급히 돈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질 것이다. 자칫 낙담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줘야하는 게 바로 긴급재난 지원금일 것이다. 최백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다. 만약 재난지원금 대상을 반으로 줄이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0만 원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