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마을은 원래 조선 선조 때,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였다. 통영 시는 이 낙후된 마을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2007년 10월 '푸른 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공공미술의 기치를 들고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면서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동피랑 마을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변모하였다. 통영에서 일으킨 문화의 바람은 2천년대 들어 로 퍼져갔다. 서울 대학로 인근 이화마을은 수많은 포토존을 만들며 성공사업으로 손에 꼽혔다. 마을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몇 년 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마을주민들이 페인트와 붓을 들고나와 벽화를 지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작품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마을주민 몇 명은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왜 자랑으로 여겼던 마을의 상징을 스스로 지우기 시작했던 것일까. 애초 이화마을의 대다수 주민은 세입자였을 것이다. 실질적인 주인은 보다 좋은 환경의 자가주택에서 살았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열악한 환경 덕분에 그나마 낮은 월세로 살아가던 주민들은 나날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이화마을의
어린 시절 발가벗고 둠벙에 들어가 미꾸라지를 잡다 항문에 붙어있는 거머리를 간신히 떼어낸 적이 있다. 이놈은 잘 죽지도 않는다. 거머리를 마른 흙에 묻힌 다음 가느다란 꼬챙이로 홀라당 뒤집어 죽였던 기억이 난다. 거머리의 침에는 숙주의 상처 부위를 마취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다. 살아있는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먹기에 가장 적당한 형태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농약 허용기준(PLS) 위반, 농협도 문제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올해 1월 말 청성면에 한 농민이자 조합원이 미나리에 서식하는 거머리 방제 농약을 사러 농협에 갔다. 엉뚱하게 거세미 나방 방제용 살충제 '모캡'을 판매하였다. 잔류농약이 초과 검출되어 미나리 전량을 폐기 처분했다. 옥천군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은 물론, 경찰서에 고발되어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피해 금액이 무려 5천만 원 정도 추산되고 있다. 미나리 전업농가로서 생계 위협까지 받고 있다. 농민을 위해 존재 한다는 농협이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현재 거머리 방제 농약은 등록된 것이 없다. 그러면 판매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명
학교는 초~대가족이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한발 물러나야 전체의 윤곽이라도 보일 만큼 거대하다. 안을 보고 상호 연계성까지 보자면 날마다 새로운 날처럼 찾아가고, 찾아오고, 만나야 한다. 랜선 렌즈까지 밀고 당겨야 한다. '학교에는 누가 살고 있지? 오늘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러한 원론적 질문도 해야 한다. 2020년 8월 지금,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다. 5분 전의 통행로는 현재의 통행로가 아니다. 새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폭우, 폭염까지 겹친 까닭일까·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더 갖게 된다. 지금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처럼, 시시각각 여기저기서 들리는 변화의 외침에 둔감할까 두렵다. 어지러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내게 '내가 왜 여기 있지·' 이것부터 묻는 것, 이것이 깨어있기 위한 소통, 깨어있음을 위한 시작이 아닐까 싶다. 학교에 누가 살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다. 코로나19 이전의 많은 교장 선생님은 교내 방송을 통하여 학생들과 만났다. TV 화면 속에 지인이 등장한다는 것, 면대면이 일상인 상황에서는 조금은 낯설고 자극
최백수는 공포감을 느낀다. 하늘에서 비행기 소리 같은 괴성이 난다. 16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최백수는 거실을 서성거리다가 바람 소리가 좀 잦아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망을 보는 기분으로 살며시 창가로 간다. 설상가상이다. 바람은 좀 약해진 것 같은데 비가 쏟아진다.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다. 비행기 소리 같은 바람 소리가 사람을 질리게 한다면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은 폭우는 숨이 막히게 한다. 최백수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하늘이라도 순해야 사람이 살게 아닌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정치를 00같이 하면…." 이라는 말이 앞에 들어가야 문맥이 맞는다. 그런데 표현이 너무 거칠다. 최백수는 말을 고친다. "세상이 험하면 하늘이라도 순해야 살게 아닌가." 무난하다. 최백수는 이 말을 중얼거리면서 TV를 켠다. 흙탕물이 화면을 집어삼킬 듯이 넘실거린다. 남북은 자연재해 앞에서도 대치 중이다. 북한은 황강 댐을 방류하면서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돈을 달랄 때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수문을 열 때는 귀뜸조차 해주지 않는다. 북한도 쇠귀에 경 읽기지만 그런 북한에게 끊임없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소의'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Minimal)'과 '주의(主義)'라는 뜻의 '이즘(ism)'을 결합한 용어로, 주로 예술 분야에서 지난 19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는 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절제를 통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소수의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흔히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서 계속 보다가도 문득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일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활 속 미니멀리즘 추구는 현대 사회에서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현대사회는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의 혁명을 거쳐 이윽고 어떤 재화를 얻기 위해 직접 이동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손바닥 안에서 원하는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소비의 형태에서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소비가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소달구지를 끌고 냇가에 나가 각지고 평평한 돌을 실어 오셨다. 앞마당 햇볕이 잘 드는 곳, 2평정도 넓이에 1자(30cm) 높이로 반듯하게 쌓은 다음, 내가 냇물에서 미역을 감고 돌아올 때마다 주워온 동글동글한 하얀 자갈로 사이사이를 채우고 나니, 어머니가 그리도 고대하시던 새로운 장독대가 멋지게 완성되었다.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제일 좋은 항아리에 담겨져 내려오는 씨간장은 장독대의 정중앙에 신줏단지처럼 모셔졌다. 어머니는 장독대를 뺑 둘러 채송화와 봉선화 꽃씨를 뿌렸고, 인접한 담장 밑에는 향긋한 냄새가 일품인 더덕을 심으셨다. 장독이 깨끗해야 장맛이 좋고 장맛이 좋아야 복이 들어온다며 겨를이 있을 때마다 쇠솥을 닦듯 장독을 닦으셨다. 그리고 볕이 좋은 날은 소독도 되고 간도 맞추기 위해 하루 종일 장독 뚜껑을 열어 놓으셨다. 간장을 새로 담그고 나면 항아리에 새 옷을 입히듯이 장독의 윗부분에 금줄을 둘렀다. 아버지가 꼰 왠 새끼줄에다 검은 숯과 빨간 고추, 푸른 솔잎을 듬성듬성 꽂은 금줄은 장맛이 좋고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애틋한 정성이었다. 음력 4월이 되어 봉선화가 하늘하늘하면 봉숭아물들이기를 했다. 꽃과 함께…
우리는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다양하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사용과 잘못된 분리배출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은 점차 천천히 마모돼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가 많은 생물의 체내에 쌓여 그들이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나갈 획기적인 대안이 없을 경우 오는 2050년이 되면 바다에 플라스틱이 물고기 보다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나라가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전 세계에서 2∼3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너무나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뿐 아니라 지하수에도 있다. 바다와 지하수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면 우리의 몸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플랑크톤이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그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가 먹는다. 오염된 플랑크톤을 먹은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먹고 이 물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사람의 인체로 들어온 플라스틱은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바닷물로 만든 천일염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지하수의 경우 식수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
남인도가 원산지인 동아호박(White gourd) 또는 동과(冬瓜)는 오늘날에 잊혀진 채소이지만, 조선 초기부터 널리 재배하고 이용한 채소이다. 동화·압과·한과 등으로 불린 동아는 박과 식물의 열매이다. 박보다도 더 크고 길쭉하다. 대개 길이가 지름의 2배는 넘으며, 큰 것은 길이가 1m를 넘는다. 겨울 수박으로 불리는 동아는 "하얀 눈 속의 겨울 아이를 닮았다"라고 하여 동아(冬兒)라고 불린다. 동아는 저장성이 좋아서 "통째로 저장하면 겨울까지 먹을 수 있다"라고 동과란 이름을 얻었다. 기다란 원형으로 베개 모양이기에 침과라고 부른다. 하얀 호박이란 이름은 열매가 익을 때쯤, 그 표면에 서리와 같은 하얀 분(粉)이 덮이기 때문이다. 서리를 맞으면서 겉에 흰 분이 생겨나고, 씨도 하얀색이기에 백과라고 한다. 4~6월 호박꽃 같은 노란 꽃이 피고, 어린 열매는 호박과 같이 녹색이지만 하얀 털북숭이의 모습이다. 결실과 제철 시기는 7~8월이다. 95% 이상이 수분인 동아는 몸을 차게 하고, 붓기를 해소하는 등 여름 채소의 특성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여름철의 갈증 해소와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많이 먹던 채소였다. 단단한 껍질 속에 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나이 탓일까, 점점 더 토속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에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아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면 이방인 취급을 받긴 했었습니다. 바뀐 식성 탓인지 올해의 봄날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산나물에 부쩍 탐닉했습니다. 7천 평이 넘는 필자의 농장은 주종을 이루는 것은 밤나무와 매실이지만 산속이다 보니 이곳저곳에 각종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특히 귀히 여기는 것은 두릅입니다. 집의 좌우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두릅나무들은 봄이 되면 보기만 해도 탐스럽고 튼실한 새순을 앞 다투어 쑥쑥 밀어 올립니다. 머리 부분의 첫 순을 따면 기다렸다는 듯 곁순이 머리를 쏘옥 내밀곤 하지요. 우리 가족이 먹다 남을 정도의 여유 있는 생산량이어서 예년에는 일정량을 주변의 지인들과 나누어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욕심이 생겨 가까운 친척에게만 조금씩을 나누어 돌리고는 많은 양을 장아찌로 담갔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별미라기에 욕심을 낸 것이지요. 농장 주변의 봄나물은 주말이면 도시의 사람들이 욕심을 내며 우르르 몰려들 정도로 풍성합니다
커피는 손님을 맞이하기에 좋다. 품위 있는 음료라는 인식 덕분에 상대가 대체로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다. 내놓는 측도 비용 부담을 덜면서도 간편하게 정성을 표현할 수 있다. 커피 값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음에도 이런 공감대는 여전하다. 커피의 진가를 처음으로 알아본 인물은 에티오피아의 정교회 또는 유대교 수도승이었다. 이들은 커피 각성효과의 힘을 빌어 밤새 기도하고 명상에 잠겼다. 이들을 존경하던 사람들도 고행자들에게 도움을 준 커피를 소중하게 여겼다. 커피가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 전해진 7세기 초, 동굴수행으로 죽음에 처했던 무함마드를 구해냈다는 소문이 퍼져 이슬람교도들에게 커피는 '신의 음료'가 됐다. 수행자들 사이에서 커피가 입맛을 떨어지게 함으로써 금욕주의를 실천하는데 유익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따라 메카를 성지 순례하는 무슬림들을 통해 커피는 아랍 전역에 급속하게 확산됐다. 거의 1000년 동안 커피는 아랍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철저히 제한됐다. 예멘 고산지대에 농장을 만들어 커피를 본격적으로 재배를 했지만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아울러 11세기 십자군전쟁을 겪으면서 집중력과 에너지를 높여주는 커피가 유럽 그리스
필자는 동반자와 함께 살아오면서 간직했던 테마들이 한순간 사라져 버린 경험을 했다. 이것들은 수많은 기억을 만들어 냈고 그 기억은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주되면서 "문(門)간" 밖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지만 눈을 뜨면 아무런 의미 없는 컴퓨터를 켜고, 출근하고, 출강 나가고, 인식할 대상 없는 취함과 함께 뒹굴고 있다. 이렇게 시간마다 부딪치면서 만들어 내는 복합적인 필자 감정을 정리하고 이제는 다른 길을 가야겠기에 최근 누이라 호칭하는 여인이 있는 SNS 대화방 "문(門)간"을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 "문(門)간"은 대문이나 중문(重門) 등 출입문이 있는 곳에 있으며, 대문을 통해 외부로 열려있다. 외부와 연결되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용하는 "문(門)간"은 내부를 외부세계로, 외부세계를 내부로 끌어들여 서로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밖으로 향한 열림은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행동으로 옮겨지게 만든다.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영원한 님, 또는 神을 향해 모든 것을 개방한 문으로, 오직 님이나 신에게 향하는 기다림에 대한 상징으로 "문(門)간"이다. 이러한 "
이번 장마는 꽤나 길다. 코로나19, 수해로 인해 여러 가지 국민들이 기운이 빠지고 휴가를 앞두거나 다녀온 분들 역시 휴가철 다운 즐거움이 충분치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신용카드 및 여러 형태의 바우처 서비스를 결합하여 제주도로 때아닌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성수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어찌나 사람들이 많았는지 꼭 성수기 휴가철을 연상케 하듯 공항을 비롯한 관광지에는 코로나19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해외여행이 발이 묶여서인지 유독 제주도로 움직이는 인파가 많았다. 휴가철이 시작되고 SNS에서 지인들이 휴가지를 선택하는 것을 보면 많이 다양해진 것을 알 수가 있다. 충북은 내륙지방이다 보니 어릴 적 바다를 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교통도 불편하고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셨던 부모님과 함께 바다까지 멀리 휴가를 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휴가라고 하면 아버지의 고향인 청천으로 텐트를 가지고 많이 갔던 기억이 있다. 어린나이에 자세히 몰라 괴산군 청천 방면이면 다 청천이라고 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금관숲, 옥화대, 쌍곡, 송면 등 충북에 있는 하천과 계곡을 다양하게 다녔던 것 같다. 휴가철하면 충북
딱 30년 전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왔다. 30년 전 신혼시절처럼 우리 부부 둘만 살게 되었다. 작은 아들이 지난주에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큰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나갔고, 작은 아들과 함께 살았었는데 작은 아들마저 이번에 분가를 한 것이다. 취업한 직장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함에도 기어코 나갔다. 하긴 집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던 녀석이다. 도로 신혼시절로 돌아오니 마치 한동안 치열한 게임을 하다가 리셋된 느낌, 오랫동안 멀리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느낌, 어느 SF영화에서 본 것처럼 잠깐 외계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그 사이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깐인 것 같지만 그 사이 변한 것들이 너무 많다. 가족구조는 신혼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부부의 몸과 마음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30년 전 우리는 젊고 풋풋했었다. 아이도 없던 신혼시절이었기에 사랑도 넘쳐나고 날마다 달달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간 겪어온 세월과 갈등의 흔적들을 몸과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 놓고 있다. 부부 사이 사랑은 식은 지 오래고 가느다란 정 한 가닥으로 버티고 있어 금
내 고향 진천은 살기 좋은 동네다. 진천은 자연 재해가 적고 물이 풍부하며 토질이 비옥하고 풍광이 유려한 곳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출발한 한남금북정맥이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지고, 금북정맥은 광혜원 덕성산에서 시작하여 서해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뻗어간다. 이렇듯 진천은 우리나라 산줄기의 근본이 호위하는 지역이다. 진천의 산들은 부드럽고 보기 좋다. 만뢰산, 무제산, 두타산, 환희산 등 해발 400m에서 600m의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고 한 눈에 보기 좋은 산들로 둘러싸인 침식분지 지형이다. 예로부터 동쪽으로 하천이 흐르는 지역은 길지라고 했다. 진천읍을 가로지르는 백사천(백곡천)이 동으로 흘러, 남으로 흐르는 미호천과 만나고 초평천과 합류하여 세종시 합강리에서 금강 본류와 만나 서해로 간다. 진천은 들이 넓고, 토양이 비옥해 산물이 풍성하다. 오래전에 저수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 등 치수와 이수를 잘하여 한해와 수해도 별로 없다. 진천은 충적평야로 토질이 비옥하여 조선시대 단보당 평균 쌀 수확량이 타 지역에 비해 20%가 많았다는 기록이 있는 유명한 곡창지다. 그 명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진천 쌀의 품질은 전국 최고로 대통령상까지 수상
지난 달 청주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2단계 심사에서 노르웨이 건축사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 되었다. 몇 년 전 본관 건물의 보존 여부를 두고 공청회를 할 때 참관하고 국제설계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잊고 있다가 당선작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알았다. 청주시 신청사 건립은 7년에 걸쳐 지난한 과정을 걸어 왔다. 부지 위치, 건립방식(신축 혹은 리모델링), 기존 청사의 보존 여부, 부지 확장 등의 쟁점이 추진을 더디게 했다. 남북으로 긴 부지의 중앙에 보존되는 본관 건물과 부지 북쪽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49층 주상복합건물 사이에 끼일 수밖에 없는 신축건물의 한계, 즉 부지의 핸디캡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국제설계공모를 진행 했다. 부지 서쪽에 인접한 땅을 매입하여 부지를 확장했어야 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리모델링을 하여 ‘시(市)의 건전 재정을 통해 청주시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청사 건립비용을 아껴 성장 동력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대의명분을 따르는 것이 좋았다. 시청을 내려다보고 있는 49층 앞의 신축 15층이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4~5층이나 모양새가 구겨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충북
근엄한 얼굴표정으로 턱을 치켜세우고 눈을 아래로 하는, 전형적 고압 자세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던 사람이 높은 사람을 만나면 허리를 크게 굽고 산듯한 표정을 지으며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한다. 이렇듯 얼굴 근육은 전혀 다른 얼굴을 만드는데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오랜 기억에 남는 이미지일 텐데 산뜻 발랄하게 웃는 모습의 여운은 오래간다. 물론 안 좋은 인상은 그것보다도 더 오래간다. 사람의 얼굴은 크고 작은 근육 80개로 되어 있다. 그 80개의 근육으로 7천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웃고, 화내고, 말하고, 감정의 표현도 다양하게 하는, 바쁘게 움직이며 자신의 상황을 얼굴 근육을 통해 나타낸다. 이렇게 다른 근육보다도 더 세밀하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방향의 진화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물의 종류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대를 이어 가면서 변화해 온 과정을 '진화'라고 한다. 생물이 일정한 조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도태된 것을 포함하여 점차 간단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하등한 것으로부터 고등한 것으로 발전하는 것을 두루 일컫는 것이 진화다. 진화의 특징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며 안 사용하거나 필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함은 물론 죄를 지은 자는 어떤 경우라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20년 7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일흔 여덟 살 된 한 노인이 2019년 11월 1만7천원상당 라면 커피 율무차 등 식료품을 훔치고 또 올해 4월에는 2만 원 상당의 시금치, 단무지, 반찬통 등과 40만 원 상당의 페인트 솔이 담긴 등산 가방을 훔친 죄로 재판이 있었다. 그 노인은 가난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남의 물건을 훔쳤다고 했다. 그 노인은 2005년 이후 19회에 걸쳐 남의 물건을 훔쳐 징역을 살았던 전과자로 정상참작가치가 없다며 징역 8월의 실형이 떨어져 구속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에서 19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때 빵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잡혀 즉결재판에 넘겨져 재판을 받은 한 노파가 있었다. 빵을 훔친 절도범은 사위가 가출하고 딸이 병들어 눕고 어린 아이들을 딸이 돌볼 수 없게 되자 노파가 병든 딸을 돌보고 손자들을 키우게 됐다. 노파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가진 돈마저 바닥이 나 손자들을 굶기게 됐다. 더 이상 손자들을 굶길 수가 없어 빵집에서 빵을 훔쳤다. 그 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 속에 두 사람이 있다. 남자와 여자인데, 남자는 널찍한 바위에 누워 있고 여자는 비스듬한 자세로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허연 다리를 내놓은 여자는 반바지를 입었다. 남자 발밑으로 하얀 포말이 소용돌이치는 것으로 보아 깊은 계곡이지 싶다. 보라색 모자를 베고 누운 남자 머리맡에는 바위틈을 비집고 초록색 잡풀이 올라왔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투명한 사각 플라스틱 통에 노랑 귤이 몇 개 있다. 귤을 까서 그대 하나 나하나 했는지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에 껍질이 쌓여 있다. 이렇게 설명이 되는 사진 한 장이 단체 카톡 방에 올라왔다. 금시 방안이 시끌벅적하다. 남녀가 계곡에 갈수도 있잖은가 이 더위에. 문제는 부부가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한 사람은 단체를 만든 선생이고 여자는 제자다. 흥미를 끌만하겠다. 청춘은 아니지만, 팔순 넘긴 스승과, 이순 넘긴 여성 제자가 한적한 계곡에서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고, 요상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혔으니 말이다. '대낮에 남녀가 이런 야스런…' '이제 두 집안 작살났다' 사진 올린 이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았다. 그러자 단체에 도움 안 되니 게시물 내리라고 누군가 놀라서 정색하는 글이 올라왔
[충북일보] 국가가 성숙해질수록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복지이다. 문화와 여유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늘어나며 국가는 복지에 힘써 나가기 시작한다. 단순히 복지를 누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누리는 사람과 국가와의 상호 협력을 통해 더욱 성숙한 수준의 복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가장 근처에서 접하기 쉽고 누리기 쉬운 복지가 바로 공공시설일 것이다. 여러 시설이나 기관들은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 더욱 선진국으로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시설들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누리는 우리들의 인식 역시 발전해 나가고 있을까? 윤리학자 한스 요나스는 '윤리적 공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사람들의 윤리적 의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많은 사람이 권리를 찾으려 하지만 그에 대한 의무를 지는 것을 기피한다. 또한 권리를 남용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자신이 이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가령 대표적인 공공시설인 공원을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제들인 쓰레기 문제가 있다. 이는 너무나도 진부한 문제이지
최근 몇몇 나라들은 카페에서 파는 음료에 쓰이는 빨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물건의 과대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이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권고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자연에서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제품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배달 음식이 복병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음식 업계도 날로 성장하지만 그만큼 재활용이 잘되지 않고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어만 간다. 세계에서도 순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그마저도 업체 비용 문제로 생분해 플라스틱은 잘 쓰이지 않는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쓰레기와 분리배출에 대한 윤리 의식이 비교적 높은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나도 모르게 인지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지구라든가 하는 이야기는 잘 와닿지 않는다. 쓰레기에 고통스러워하는 동물 사진은 그나마 조금 뜨끔거릴 뿐 실천으로까지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실천은 별나 보이고 귀찮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다 우연히 한 기사를 보게…
살아온 순간순간 "그래. 세상사 다 새옹지마잖아!" 이 말만큼 많이 사용한 사자성어가 또 있을까 싶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으로 인해 나쁜 일이 생길까 경계하여 조심하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후에 다른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위안 삼으며 견디게 한 말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의 문이 닫혀버리기 시작한 2월부터 우리는 절망의 숲에서 헤매야 했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있다는 뉴스가 그저 먼 일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일이 되었을 때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다. 겨울방학 동안 엄마의 나라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5월 중순에서야 겨우 돌아올 때까지 가슴을 졸였다. 처음에는 한국이 더 위험하다고 베트남에 가기를 잘했다며 얼마간 더 머물겠다고 했다. 금방 전세는 바뀌어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이라 알려졌을 때는 하늘길이 막혀버렸다. 돌아오고 싶어도 항공료도 천정부지로 올라 버렸고 그나마 항공권을 구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돌아와서는 외가에서 친척들과 처음으로 긴 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딱 새옹지마다. 코로나는 세상과 우리의 일상을 달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게 바꿔 버렸
'만학'이란 늦은 나이에도 공부한다는 뜻이다. 이는 조선 유학사회 선비들의 전통적인 학문 습관으로 일생 책을 벗 삼고 사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겼다. 공자도 논어 첫 머리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맞추어 그것을 복습한다면 역시 기쁘지 않겠느냐)라고 하여 독서를 최고의 즐거움으로 쳤다. 조선 중종 때 설옹 양연(雪翁 梁淵)은 젊은 시절에는 놀다가 40세에 북한산 중흥사에 들어가 과거 준비를 했다. 당시 이 나이면 만학이었는데 그가 장인에게 문방사우를 보내달라고 한 시가 재미있다. '책상의 불빛은 어둡고 물빛은 깨끗하네. 관성(管城, 붓)은 내가 바라는 바요, 더불어 저선생(楮先生)을 기다리네' 조선 효종 때 증평출신으로 임금한테도 칭찬받았던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 회갑이 가까운 59세에 과거에 급제한 노력파다. 그가 죽을 때 까지 읽은 책은 기록적이다. 사기(史記) 백이전만 1억3천번이나 읽었다니 혀를 내두를 만하다. 백곡은 늦은 나이에도 책을 사랑하여 80세까지 살았다. 증평군은 백곡 문학관을 지어 불굴의 만학정신을 기리고 있는데 '조선 최고의 독서광'이란 별칭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언론계의…
음성군 대소면의 옛 지명인 '대조곡(大鳥谷)'이 '큰 산줄기의 사이에 있는 땅'의 의미이며 여기에서 '조곡(鳥谷)'은 '샛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면 한자로 표기되기 전의 지명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을 하면서 '샛골', 또는 '사이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니 보은군 내북면 화전리의 '샛골', 내북면 두평리의 '샛골', 회남면 광포리의 '샛골'을 비롯하여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경기 이천시 안흥동,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지구리,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학담리,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신대리,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등에 '샛골'이 있으며, '사이 ㅅ'이 없는 '새말'도 결국 같은 이름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삼산리, 청원구 외남동, 청원구 북이면 화하리 등의 '새말'을 비롯하여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옥천군 안내면 동대리,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회남면 사음리, 수한면 노성리, 산외면 원평리, 보은읍 강신리, 산외면 장갑리, 탄부면 사직리의 '새말' 등 충북 지역만 찾아보아도 많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샛골'이라는 지명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말과…
지난 7월 23일 부산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는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대전, 세종, 경기 남부지역, 충북 북부지역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8월 1일부터 4일(오전 10시 30분 기준)까지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면, 인명 피해는 사망 13명, 실종 13명, 부상자 7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전국적으로 629가구 1천2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으며, 임시시설로 대피한 사람은 2천228명으로 집계되었다. 시설피해는 주택 815건, 도로와 교량 728건, 철도 등 403건, 산사태 224건 등으로 집계되었다. 이번 집중호우의 특징은 장마전선의 폭이 좁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밤과 새벽사이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으며, 긴 장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집중호우로 많은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국지적 집중호우는 최근에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번 장마기간은 예년에 비해 더욱 길어져 2013년 최장 장마기간인 49일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장마와 집중호우 패턴은 과거의 패턴과 매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10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아이가 태어나 100일이 되면 탈 없이 자란 것을 축복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백일 상을 차렸고, 어머니는 자식의 합격과 성공을 기원하며 정화수를 떠 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 또한 100년 묵은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고 100년 묵은 여우가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오랜 전설이 있듯이 우리 민족에게 100은 단순히 꽉 찬 숫자가 아니라 '온(百)'으로 완전하고 충족한 것, 전부이고 전체인 것, 진실과 가득 참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수를 의미하고 있다. 인류는 역사를 100년 단위의 세기로 기록한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있던 그다음 해인 1920년 10월 2일 강서보통학교로 출범한 강서초등학교가 10월 3일이면 개교 100주년이 된다. 그 1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모산 아래 반송벌에서 1923년 3월 25일 1회 졸업생을 시작으로 97회 졸업, 1만2천689명의 인재를 배출하여 인재양성의 요람으로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워 왔다. 일생을 살면서 바꿀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요, 두 번째는 나를 키워준…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