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어디일까? 단연 청남대일 것이다. 사실은 대청호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대청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청남대라도 있으니까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청남대는 무슨 볼거리가 그리 많기에 청주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을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을 비롯한 통치자들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실제로 청남대를 개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청남대의 수도는 금으로 칠했다는 따위의 소문이 무성했다, 두 번째 이유는 청남대의 수려한 경관일 것이다. 바다처럼 넓은 대청호를 품고 있는 청남대는 호기심이 아니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청남대가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다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원리를 잘 알기 때문에 청남대에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세우고, 역사관도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것들만으로는 약했기 때문에 김영삼이 조깅했던 길을 보수하고, 김대중이 고향 바다를 생각하면서 사색에 잠겼던 초가선도 단장했던 게 아닌가. 요즘 청남대를 가보면 충청도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투박한 사투리가 판을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팬데믹(pandemic).' 예전에 학교 역학 수업시간에 들었던 학술적인 용어,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입에 올리는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감염병의 위험도 단계 중 최고 경고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특정권역 감염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된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월 11일 WHO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인류 역사에서 팬데믹이라 할 수 있는 질병은 페스트, 스페인독감, 홍콩독감이 있다. 중세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사람에게 옮기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감염 후 살이 썩어 검어지는 증상 때문에 흑사병으로도 불렸다. 1300년대 초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확산된 페스트는 유럽 전체 인구의 30~40%를 몰살시키면서 중세유럽을 초토화시켰다. 스페인독감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귀환 병사들을 통해 미국에서 전 세계로 전파돼 2년 동안 5천만
국민은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청렴한 정치인, 다시 말해 정치인이라 하면 정직하고 성실하며 국가와 국민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치인도 인간이라서 혹자는 정의롭지 못하고 청렴 따위는 나 몰라라 하고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며 좋은 음식이 있을때 배터지게 먹으려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정치인 그들 중엔 뛰어난 재능에 남다른 눈과 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임 있는 언행보다는 아니면 말고 하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자가 적지 않다. 그 점을 두고 위대하다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보통 비정치인 국민은 헷갈린다. 비정치인인 보통국민이 생각하는 정치인은 마치 장님으로 태어나 코끼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코끼리가 어떻게 생긴 줄 전혀 모르는 장님들과 같다. 코끼리를 보지 못했던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고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하자 머리를 만져 본 장님은 항아리라 하고, 귀를 만져 본 장님은 키질하는 바구니, 이빨을 만져 본 장님은 쟁기, 코를 만져 본 장님은 막대, 몸통을 만져 본 장님은 창고라, 다리를 만져 본 장님은 기둥, 허벅지를 만져 본 장님은 절구, 코를 만져 본 장님은 곤봉, 코끼리 숱을 만져 본 장님은 빗자루라 그렇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져 있다. 모든 것이 어지러운 상태이다. 혼란의 양상일수록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가 있다. 국민들이 기본을 잘 지켜야 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행위이다.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권리이다. 여기저기서 불법이라는 단어가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불법 행위가 마구잡이로 행해지고 있다. 불법인 줄 명백하게 인지하면서 행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더럽히는 행위가 되고 있다. 하지 말이야 하는 자각은 온데간데없다. 이는 우리 생활공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불법 주차, 불법 쓰레기 투기는 아주 흔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누군가가 지적하면 모르쇠로 대처하거나 오히려 상관하지 말라며 화를 낸다. 이미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좋은 나라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초질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초 질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길거리에 침 뱉고, 쓰레기 버리는 행동, 무단 횡단하는 행동 등은 어린이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어른들도
574돌 한글날이 금요일이라서 사흘의 연휴를 만들어주었다. 연휴가 끝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1단계로 낮춰져서 정말 다행이다. 코로나로 답답한 가운데 우리의 한글이 2회 세계문자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 문자 학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2회 세계문자 올림픽대회에서 한글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번 세계 문자올림픽 대회에는 한글, 영어, 러시아, 독일 등 27개국의 문자가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각국 학자들은 대회에서 30여분씩 자기나라 고유문자의 우수성을 발표했다. 문자 올림픽 심사기준은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 및 독자성, 문자의 실용성, 문자의 응용 개발성 등을 기초로 평가됐다고 한다. 세계 문자올림픽은 가장 쓰기 쉽고, 가장 배우기 쉽고,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기 위한 취지로 열린다고 한다. 한글은 16개국이 경쟁한 지난 2009년 대회에 이어 또 다시 1위를 차지하여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세계 문자올림픽에서 1위는 한국의 소리 문자 2위는 인도의 텔루구 문자,…
북한은 당 창건기념행사가 끝나자 이제 80일 전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5일에 열린 제7기 19차 정치국회의에서 내년 1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제8차 대회를 맞이하기 위해 80일 전투를 결의했다.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바로 앞둔 시점이었다. 내년 8차 당 대회에 모든 것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80일 전투는 일종의 대중운동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운동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활동하는 운동이다. 공동의 목적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어느 한 분야일 수 있고 복합적일 수도 있다. 장기간 지속성을 지닐 수도 있고 일시적인 경우도 있다. 단기간 대중운동을 북한은 종종 전투라고 표현했었다. 천리마운동, 만리마운동처럼 장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는 운동으로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운동은 대체로 경제성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를 통해 체제 내의 결속력을 다지는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 2차례 전투가 진행됐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가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0일 전투로 이어졌다. 이번에 80일 전투가 시작됐다. 지금 북한은 80일 전투의 목
많은 상처를 남기고 간 지난여름, 긴 장마와 폭우, 태풍 뒤에 맞은 가을이기에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그 어느 때 보다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에게 지난 시간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을 뜻하는 한자 추(秋)를 보면 벼(禾)가 불(火)타는 것을 의미한다. 농촌 들녘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이 마치 불에 타는 듯하여 붙여진 것으로서 가을 풍경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벼, 수수, 콩 등 곡식뿐만 아니라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가을의 정취를 더해 가고 있다. 조선 시대 4대 문장가의 한 분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은 인간삼락(人間三樂)을 이렇게 읊었다. "문을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어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閉門閱會心書 開門迎會心客 出門尋會心境 此乃人間三樂]." 문고리를 사이에 두고서 닫고, 열고, 나서는 것으로 삼락을 묘사한 뛰어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이 가을에 이런 육언절구(六言絶句)의 시가 마음에 더욱 와닿는 것은 독서와 벗, 경치를 즐기기에 지금이 더없이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몇 해…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지향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특례시 문제를 놓고 또 한번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례시 지정 인구기준을 50만으로 낮추면 수원, 창원을 포함한 100만 이상 4개 도시 외에 청주, 성남, 부천 등 12개 도시가 합류하게 된다. 특례시는 재정, 사무, 인력 면에서 추가지원과 혜택을 누리는 반면 재정감소와 박탈감에 시달리는 시·군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년 동안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자리와 경제가 코로나19로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균형발전은 더 멀리 달아나게 될 것이다. 청주시가 특례시가 되면 중심기능이 더욱 강화되면서 인구, 경제, 생활문화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기타 시·군의 인구유출과 경제쇠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국최초로 광역단위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만들어 도내 격차해소를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성과도 순식간에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타 광역시·도의 대도시와 경쟁하기 위해 특례시 청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개별도시 차원에서는 일면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북'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첼리스트 HAUSER가 'Alone, Together' 주제로 장소를 바꿔가며 연주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연이어 올라온다. 악기를 들고 텅 빈 객석을 향한 정중한 인사로 연주를 시작하는데 처연하기가 마치 이 외로운 사회를 두드리는 듯하다. 청중이 모일 수 없는 사정에서 음악가는 혼자 연주를 하지만 언택트로 관중을 대하므로 함께로 여기고 있다. 비대면 사회가 장기화되면서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강요되니 마음 편히 지냈던 예전이 그야말로 옛날이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부부조차 배우자랑 같이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평소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하지 않거나 혼자 시간 보냄을 부끄럽게 여겼던 사람들은 더 힘들 것이다. 몇 해 전 서울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려 4인용 식탁에 앉았더니 혼자냐며 1인용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란다. 아줌마의 말 품새도 공손하지 않아 기분은 상했지만 도리 없다. 계산할 때 주인아줌마가 양해해 달라기에 다음에 다시 올 일 없으니 괜찮다 했는데 이른 저녁부터 만석을 바라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서도 올 사람 때문에 온 손님이 배려 받지 못함에 대한 속 좁은 응대였다. 요즘이야 카페는 물론 음식점에…
버섯찌개가 참 맛있다. 송이와 느타리 싸리버섯을 넣고 끓였다는데 독특한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도토리 줍는다고 갔다가 따 온 거란다. 요즈음 버섯이 제 철이다. 버섯볶음도 어찌나 향긋한지 입에 딱 붙는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는 말 그대로 어떻게 요리해도 괜찮은 맛이다. 버섯은 종류가 다양하다. 나무토막이나 그루터기에 종균을 심어 키우지만 땅속에서도 큰다. 바로 그 유명한 검은 다이아몬드 송로버섯인데 돌덩이 같이 까맣고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이름처럼 소나무는 아니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지의 떡갈나무와 헤이즐럿 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땅 속에 묻혀 있어 후각이 발달한 돼지와 개를 훈련시켜 찾는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특별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 거위의 간 프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의 하나다. kg당 몇 백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고급 한정식 요리에 고명으로나 들어갈 만치 귀하고 풍미와 향이 뛰어나다.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 역시 버섯이었다. 쉽게 말하면 영지버섯으로, 서복을 시켜 온 나라를 뒤지며 찾았으나 허사였다. 서복은 제주도에까지 와서도 구하지 못하자 영지버섯을 내놓으며 불로초라고 둘러대었다. 그
흙빛은 얼른 보면 과하게 수수하고 너무 평범해 보인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무덤덤한 표정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따듯해진다. 아주 검지도 밝지도 않은 그냥 있어왔고 보았던 익숙함 때문일까, 어쩌면 이 익숙함 당연함 때문에 흙색은 사람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흙빛으로 만든 인간상은 바빌론부처 이슬람 까지 많은 종교 문화권에서 영감의 상징이었다. 성경에서도 "흙에서 온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했을 정도로 흙빛은 인간과 뗄 수 없는 산소와 같은 색이지만 현실에선 그보다는 진흙 먼지 거절의 색으로 받아들였었다. 심지어 빨강이나 노랑 파랑과 같은 색보다 훨씬 대접을 못 받았다. 왜 일까 이 역시 늘 인간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그런 당연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기가 당연한 것처럼 땅도 당연히 있어온 있는 자체만으로 귀하게 생각지 못하는 불찰 때문일 게다. 변덕스런 사람들은 자주 보지 않은 특별한 것에 더 관심을 쏟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르네상스가 지나고 나서야 갈색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는 걸 봐도 갈색 계통의 흙빛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이 간다. 카라
우리는 1월부터 코로나19(COVID-19)와의 참으로 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면서 하루를 살고 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무의식중의 재채기, 헛기침도 주위를 살펴 참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와 닿으면 약간의 한기를 느낄 정도로 온도가 내려갔고, 이로 인해 감기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코로나 공포로 인해 가정에서는 감기와 관련 있는 해열제, 종합감기약 등 상비 용도로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의약품이 구입됐고 앞으로 구입 또는 처방이 증가할 것이며, 복용 후 남은 의약품은 그대로 남아 불용의약품으로 가정 내 어디인가 방치될 것으로 생각된다. 의약품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질병을 치료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도와줄 수 있지만 불용의약품으로 전환돼 아무런 조치 없이 자연으로 배출된다면 독성물질로 작용해 우리 몸에 그대로 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정 내 불용의약품의 발생 원인은 처방의 변화에 따른 기존 처방약의 사용중지, 건강호전에 따른 잉여분,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는 경우 발생되며 장기간
1948년 심리학자인 비넘 포러는 학생들에게 성격검사를 실시한다. 학생들 각자에 대한 고유한 성격을 분석한다는 명분으로 실시 된 성격 분석이었지만 실제로는 모든 학생은 동일한 실험 결과를 통지 받았다. 학생들이 선택한 결과에 상관없는 동일한 가짜 평가서였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또 다른 실험은 정확한 평가 결과와 모호한 가짜 평가 두 가지를 평가 결과로 제시했다. 그중 어떤 것이 본인을 잘 평가한 결과인가를 뽑으라 하니 오히려 59%의 학생이 가짜 평가를 잘된 평가로 선택을 하였다. 가짜평가서에는 '원래는 정확한 성격이지만 상대방에 따라 우유부단한 성격이다.'와같은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막연한 평가를 제공한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함을 스스로 정확하다 믿는 효과를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 부른다. 모호한 결과를 나타내는 별자리점, 혈액형 성격 테스트나 띠별 운세와 같은 것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넘효과의 결과물이지만 나름 신념을 가지고 믿는 사람도 많다. 보통사람들은 사실을 근거로 무엇을 믿는 것이 아닌 주관적 상황에 따라 믿는 폭을 정해놓으며 지속될 경우 사고가 더 견고해지며 자신과 무관한 사건임에도 연관성이 있다고 믿
들녘으로 나가면 저절로 배가 부른 수확의 계절이다. 하늘 천정이 한껏 높아져 숨 쉬는 공간, 생각하는 공간마저 넓어졌다. 그리고 선남선녀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행진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렇게 하늘 푸르고 볕 좋은 시기를 놓칠 새라 이곳저곳에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한동안 소식이 감감하던 친구의 전화는 대개 자녀의 결혼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아야 할 반가운 소식이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올봄에 날짜를 잡았다가 코로나상황을 살피며 미루어 왔는데 이젠 더 이상 전전긍긍할 수 없다는 절박한 친구도 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체온을 재는 것은 기본이고 뒤풀이 연회를 할 수 없어 간단한 답례품으로 대신한다. 인원이 제한되어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곧바로 돌아갈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서운하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동안 결혼식을 집안세력 과시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계기로 삼는 폐단도 없지 않았다. 지나치게 호화로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 순간에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 추석을 앞둔 주말에 아끼던 제자가 결혼할 여자 친구와 함께 찾아왔다. 주례를 부탁하려나보다 생각했는데 그냥 결
우리나라에는 각종 단체가 많다. 대표적으로 '협회'가 있다. 국어사전은 협회(協會)를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설립하여 유지해 나가는 모임'이라고 적고 있다. 협회라는 틀 안에 모여 있는 회원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회합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런 협회는 법적 근거가 있는 협회도 있고, 임의단체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협회도 있다. 협회가 회원들과 함께 같은 목적을 이유로 뭉쳐있으니 이익집단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독립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독립협회를 비롯하여 대한축구협회, 대한공증인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전국화장품협회 등 다양하며,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도 감정평가사들의 집합체다. 공공기관은 어떤가. 공공기관이란 '국가의 감독 아래 일반 사회의 여러 사람과 관계있는 일들을 처리하는 기관'으로 국어사전은 표기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관공서는 물론 공기업·준정부기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단체가 공공기관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른 요건이 충
지금부터 10여 년 전 선양업무를 하면서 정부기념 및 계기 행사 등 다양한 보훈 사업을 수행하던 때가 있었다.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는 사업발굴에 대해 고민하던 중 롯데마트에서 대형태극기를 보았고 "그동안 보훈 사업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이 태극기에 함축되어 있구나. 전국 보훈청에도 대형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나라의 국기는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국민을 하나가 되게 한다. 3·1만세운동에서 손과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불렀고 6·25전쟁 중 서울을 수복했을 때 중앙청 청사에 태극기를 게양했으며, 광복절 기념식 등 각종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의례를 식순에 넣고 있다. 하지만 요즘 '태극기 부대'라는 말을 각종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태극기가 일부 정치 성향의 단체나 사람들을 대표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때 태극기의 유래 및 변천 과정에 대하여 알아봄으로써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겨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세계 각국이 국기를 제정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 국가가 발전하면서부터였고 조선은 1875년 운요호 사건 이후 서양…
높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 덩이가 여러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한기와는 다르게 낮 햇살이 따갑다. 온통 녹색이던 들녘이 어느 사이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가로수 은행나무 우듬지에도 노란모자 처럼 가을이 성큼 내려 와 있다. 청주 농업 기술원의 도시민을 위한 주말 농장을 분양 받은 후, 봄에는 어린 싹이 자라나는 생명의 기쁨을 느끼며 보낸 날 들이었다. 초보 농군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매일 매일이 새로웠다. 예전, 주택에 모아 두었던 오래 묵은 나뭇잎을 옮겨 와 밑거름으로 쓰고 두둑을 고르며 모종을 하였다. 뜨거운 햇볕 아래 가물세라 물을 열심으로 주며. 쌀 씻은 물이 작물 성장에 좋다고 하여 뜨물을 모아 pt병에 담아뿌려 주기도 하고. 아침 일찍 밭에 나가 풀을 뽑고 김을 매었다. '들에 나는 곡식 남이 먼저 안다'고 행여 나의 게으름이 남의 눈에 뜨일까 보아 부지런하게 땀을 흘렸다. 그런데 심지 않은 잡초는 왜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이웃한 텃밭 주인은 얼굴을 한번도 본적 없는데 풀은 우북하게 자라서 우리 밭으로 넘어 왔다. 회원 오십여명의 모양과 품성이 다르듯이 밭 가꿈의 모양새도 제 각각이다. 알뜰주부 한사람은 E
어머닌 홧김에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 힘껏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럼에도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이에 어머닌 지쳤는가보다. 물끄러미 나를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마침 시험 기간이었다. 하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몇날 며칠을 책상 앞에 앉아서 한 권의 책에만 집중 했다. 어머니 보기엔 이런 내가 매우 못마땅했을 것이다. 더구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읽으니 어머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매우 성숙하고 한편 조숙하다. 일예로 초등학생이 어른들이나 도전할 법한 트로트 가수 선발 대회도 참가하곤 한다. 이 때 수많은 대중 앞에서 조금치도 수줍어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이것만 살펴봐도 예전 우리 세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수십 년 전 아이들은 마냥 순진하고 천진난만 하여 정녕 동심을 지닌 어린이다웠다. 그 시절 어린이들은 기껏해야 만화책 및 동화책이나 읽곤 하였다. 이와 달리 책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 못할, 『인생론』을 읽으니 어머니로선 어이가 없었을 법 하다. 돌이켜 보건대 그때는 책 내용이 재미있어서 읽은 게 아닌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대하는 어렵고 생소한 내용 그 자체가 나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어회화를 꼭 배워야지.' 외국 여행을 하게 될 때마다 다지게 되는 결심이다. 여행사의 단체여행에서도 이런 각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행한 가이드가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주어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불편은 여기저기 산재하기 마련이다. 밤늦게 숙소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불편이나 요구사항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길든 짧든 외국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타 언어권에서 순식간에 멍청이가 되는 느낌을 한 번쯤은 맛봤을 것이다. 그럴 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의 국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런 마음은 영미권 사람들의 우월한 문화적 지위로 인한 모종의 피해의식일 것이다. 오지(奧地)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 작가는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주제의 명확성보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주눅 드는 모습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했다. 토론에서 건방진 일본인을 눌러주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 유창한 영어로 빠르게 떠들어대면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겸손해지더라는 것이었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투수 봉중근 선수가 일본팀과 경기 도중, 애매한 판정이 나오자 미국인 심판에게 다가가…
하루, 하루,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잦아들고, 다시 새날이 일어나고……. 일상이 된다. 토막~토막~ 기억의 봇짐들이 커지고 깊어지는 무게감도 생겨난다. 기억이 오늘의 나를 탄생시키는 것인지, 오늘의 내가 기억의 나를 품어가는 것인지. 나는 둘이 되어 기억의 토막을, 오늘의 일상을 조금은 타인의 일처럼 나누는 시간을 나눈다. 삶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 하나, 운동장 동쪽 담벼락에는 동화 속 바다가 벽화로 산뜻하다. 그 앞에는 30살쯤 되었을 청년의 느티나무가 나란히 줄지어 산다. 나는 교실에서 창문을 사이로 그들과 하루를 마주한다. 남쪽으로 해가 높게 솟을 때면 그들은 운동장 바닥에 닻을 내린다. 그들 속으로 아이들이 찾아들면 그들은 커다란 풍경이 된다. 아이들 세상으로 살아난다. 서녘 햇살이 길어지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오후, 나무는 조용히 모습을 담벼락에 담는다. 담벼락은 거울이 된다.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자랐는지 그들만의 마무리와 고독이 시작된다. 날마다 똑같은 모습인 듯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10월의 오늘, 새삼 변해감이 보인다. 햇살을 가장 처음으로, 온 잎 가득 뜨겁게 받는 가
추석 며칠 전 산책 중에 가지가 길 위로 휘어 나온 두 그루의 밤나무를 보았다. 아이 주먹만한 밤송이들이 만삭의 산모처럼 오늘내일 오늘내일 하는 것 같았다. 석류 붉게 익어 새빨간 알을 토해내듯 내일쯤에는 저놈들도 네 갈래로 쩍쩍 벌어질 것이다. 임자있는 나무가 아닌가 하고 주위를 살폈으나 국유림의 자생 밤나무였다. 장대를 가지고 터는 것도 아니고 도로에 떨어진 밤을 줍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산림자원법'에 의해 임산물 무단채취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에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담을 넘어 남의 집으로 휘어 들어간 가지에 달린 감과, 문창호지를 뚫고 들어간 주먹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쾌하게 정리했던 조선의 청백리 백사 이항복의 일화가 생각났다. 다음날, 밤송이침을 대비하여 모자를 챙겨 쓰고, 꼭두새벽 송이밭을 오르는 사람처럼 동트기 전에 밤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간밤에 분 바람 탓에 밤송이와 알밤 들이 길위에 널렸다. 밤송이를 두 발로 벌리고 밤을 빼내다 가시에 찔리는 따끔함이 토종벌 치셨던 아버님을 그립게 한다. "꿀을 따 먹으려면 벌에 쏘이는 것 쯤은 각오해야 하느니라"…
요즘 청주에서는 정정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는 뜻이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는데, 제대로 일도 못 해보고 위기를 맞은 모습이 애처롭기 때문이다. 그것도 외부에서 고발한 것도 아니다. 회계책임자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까발린 것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지역사회 입장은 더욱 착잡하다. 어떻게 조직을 관리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면서도, 설마 의원직이야 잃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선거캠프 관계자가 구속·기소됐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자칫 의원직도 잃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았다. 정 의원이 검찰소환에 불응한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뉴스가 터졌다. 검찰이 8번이나 불렀는데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바람에 부득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해 국회에 체포동의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고민정 이수진 등 여당 의원에게 줄줄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유독 정 의원에겐 체포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며 체념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오늘도 부스스한 머리와 지친 눈의 후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했다. 후배가 쪽잠이 들면 방해되지 않게 핸드폰 불빛으로 엑셀 작업을 하고, 선배가 새벽녘에 잠이 들면 후배는 조용히 실험 데이터를 정리한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보건환경연구원'코로나19'TF 진단검사팀은 선별진료소에서 의뢰한 검체를 접수 및 검사로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검사는 밤늦도록 끝나지 않고, 결과 통보는 새벽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으니 연구사들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단검사팀이 편성되어 24시간 교대로 근무한 지 어느덧 9개월째 접어든다. 담당 부서 연구사 3명으로 시작했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검사량으로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은 보건연구사 전체가 조 편성되어 휴일과 야간근무를 지원하게 되었다. 주간에는 청주농산물검사소에서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하고, 오후 6시부터는 코로나19 검사실로 출근해서 검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코로나19와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 및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RNA바이러스로 그 중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바이러스는 6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종은…
쓰레기 문제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자 일회용 컵의 사용을 자제하는 정책으로 얼마 전까지 잠잠해 보였던 버려진 일회용 컵들이,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시금 사용·권장되면서 자주 목격되는 것 같다.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것 중에 또 하나는 담배꽁초이다. 담뱃값 인상 등 담배 정책으로 인해 담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주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여전히 많이 보인다.(버려진 꽁초 옆에 입에서 나오는 침은 덤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나 주변 화초, 화단, 가로수에 버려진 꽁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에도 꽁초들이 떨어져 있다. 또한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설치된 하수관에는 마치 담배꽁초의 전용(?) 쓰레기 통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진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이런저런 쓰레기로 인해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꽁초를 버리면 버려도 된다는 생각인지, 여러 개의 꽁초가 같은 장소에 버려지는 것도 자주 목격된다. 그런 분들 중 몇몇은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버릴 곳
책을 읽다 번역가 박여진 씨의 글을 만났습니다. 경남 하동을 거닐다 박경리 작가를 생각하며 대하소설 '토지' 속에 얽혀 있는 무수한 인연들을 떠올리게 된 그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인연에 대한 생각을 나직하게 읊조렸더군요. '인연은 흔적을 남긴다. 어떤 인연은 사소하고 작게 시작했다가 무럭무럭 자라 굳건한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상처를 내고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껌이 엉겨 붙은 머리칼처럼 가망 없이 얽힌 인연도 있고, 유쾌하고 반짝였지만 별것 아닌 이유로 빛이 바랜 인연도 있으며 실망과 지겨움에 구겨진 인연도 있고, 너무 당연해 함부로 대했다가 후회로 멍든 인연도 있다. 더러는 소중하고 애틋하게 지키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내 시간과 공간에 머물지 않게 된 인연도 있다. 연(緣)은 마음먹은 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탄탄하게 맺어지기도 하고, 애를 쓸수록 지치고 복잡하게 얽히기도 하며, 너무 엉성해서 조금만 당겨도 툭 끊어지기도 한다.' 찰진 묘사 때문에 잠시 책에서 시선을 떼어냅니다. 책을 읽다 느닷없이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인연하면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이 생각나기 마련이지요. 과거 교과서 속에서 만났던 작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