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이 해체되면서 낯설고 불편한 것들이 일상화되고, 뉴 노멀이 노멀로 빠르게 정착되는 시대다. 체육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존방식이나 틀에 대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방체육회가 민간회장체제로 출범한지 꼭 1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 속에 개점휴업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각종대회의 취소와 연기, 생활체육프로그램의 운영중단 등으로 체육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이런 가운데서도 충북체육회는 지역체육발전의 기반조성과 주민들의 체육복지서비스지원에 대한 구심체 역할 등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특히 임의단체 지위의 민간체육회장체제에서 가장 시급한 지방체육회의 법정법인화를 위한 법령마련에 충북체육회가 타시·도에 비해 주도적으로 앞장섰고, 결국 지방체육회의 법정법인화 등을 골자로 한 법률안을 이끌어냈다. 당초부터 지방체육회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체육시설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나 이런 조치가 전혀 없었고, 법안유예기간연장이나 회장선출방식변경 등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체육회의 기금 및 지방비 지원근거가 명확해져 안정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
퇴근 후 스타킹을 벗는데 발뒤꿈치가 까슬까슬하다. 어라! 다른 쪽을 문질러 봐도 똑같다.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바닥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니 가뭄에 메말라가는 흙길같이 거칠다. 엄지발가락은 딱딱해졌고 여기저기 작은 굳은살도 보였다. 쉰이 넘도록 나를 지탱하느라 애를 썼으니 멀쩡한 게 이상하지 위안하면서도 속상했다. 씻고 나서 얼굴에 바르던 로션을 발바닥에까지 발라주었다. 발은 내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대접을 덜 받은 것이 사실이다. 밖으로 보이는 얼굴이나 손에 찍어 바르는 고급 크림은 고사하고 온몸에 바르는 바디로션도 발바닥에는 생략했다. 가구나 옷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에까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명품이 되는 건데 내 발을 너무 홀대했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켜자마자 광고가 내 눈앞에 쑥 나타난다. 보송보송 아기 같은 발 이거 하나로 된다고 각질제거 크림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얘들은 내 발에 각질이 생긴 것을 어떻게 알았담!' 특별히 검색해보지도 않았는데 정보가 떡 하니 나타났다. 가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내 생각을 알고나 있는 듯 옷이며 신발이며 슬쩍 권하더니 오늘도 그런다. 빅데이터는 내 고민을 찰떡같이
소에게는 코뚜레가 있다. 인간이 소를 부리기 위해 발명한 대단한 장치다. 코뚜레가 없는 소는 사납고 저돌적이다. 그러나 코를 한번 뚫어 놓으면 매우 양순해 진다. 동물 가운데 인간과 가장 깊은 관계를 지닌 동물이 소다. 사람 보다 몇 십 배의 힘으로 밭을 갈고 짐을 나른다. 이런 이로운 짐승을 인간은 너무 비정해 농사일이 끝나면 잡거나 내다 파는 것이 상례였다. 몇 년전 소와 노인의 운명적인 삶을 그린 워낭소리가 영화팬들의 심금을 자극했다. 소는 말은 못하지만 주인과의 이별 앞에서는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은 죽음을 알고 버둥대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옛날에는 한국인들이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를 좋아했다. 유가에서 큰 제향 때는 대부분 소를 잡았다. 냉장고가 없던 시기 돼지고기는 쉽게 상해 식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 것도 이유일 것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고위관리들은 돼지고기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식성에 구역질이 나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고려 시대 청주 명문가였던 문신 곽예는 연꽃을 매우 사랑해 아호를 연담(蓮潭)이라고 자호했다. 인품이 훌륭해 당시
얼마 전 겨울맞이 옷장 정리를 하면서 엄청난 양의 옷과 이불을 버렸다. 내가 그동안 옷을 이렇게 많이 샀는지 놀랄 정도였다. 그나마 옷은 수거함이 따로 있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지는 않는다. 헌 옷은 재활용이 가능한 덕분이다. 그러나 두꺼운 이불이나 매트리스 등은 그냥 버릴 수가 없다. 폐기물 배출 신고를 하고 버려야 한다. 결국 돈 주고 산 물건을 돈 주고 버리는 것이다. 이불을 힘들게 버리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당분간 이불이 됐든 옷이 됐든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사지 않고 지내겠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필요해 산 물건들을 안 쓰게 되면 쓰레기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극단적이지만 나는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었다. 옷, 이불뿐만이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음식물 등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자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가전의 경우에는 계속 신제품의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그에 따라 교체 주기도 빨라지면서 폐가전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금속 폐기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는 토양·수질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폐가전 부품의 금속을 녹여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부
2018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왔다. 푸시킨의 단골 마지막 카페가 있고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무대가 된 넵스키 대로를 걷고,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감상한 추억보다 더 기억에 남는 한 여인이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같은 날씬한 몸매에 잘생긴 얼굴, 도도함마저 느껴지는 자신감, 신비한 매력이 묻어나는 29세의 현지 가이드 미세스 김이다. 머무는 동안 살갑지가 않아서 조금은 서운했었는데 이별하는 공항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20대 초반에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무작정 러시아에 왔단다. 돈도 없고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동토(凍土)의 땅에서, 죽기 살기로 하여 예쁜 딸도 낳아 유치원에 보내고 남편의 공부(핵물리학)도 마무리 단계로,3학위 받는대로 귀국하여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다정도 병이라 했듯 돌아와서 원자력 관련 서적을 틈나는 대로 찾아 읽었다. 먼저,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쓴 《가이아의 복수》다. 영국 출신 과학자이며 가이아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섣부른 환경
일 년 동안 줄곧 들고 다녔던 가방을 들여다본다. 작년 이맘때부터 넣고 다녔던, 때 묻은 자료들을 꺼내 책꽂이로 자리를 옮긴다. 묵직하게 눌렸던 체증이 없어진 듯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그런데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무슨 일이든 끝나고 나면 '좀 더 열심히 할걸'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미련 때문인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그 어느 해보다도 무겁다. 건강검진 결과 여기저기 좋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이유라고 답하기엔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으름을 탓해야겠지. 땀 흘려 운동을 하지 않고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는 약해지는 뼈와 늘어지는 살과 높아만 가는 체지방 수치이다. 나 혼자만의 약속이라서 지켜나가지 못하는 걸까.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작심삼일이다. 많은 버킷리스트가 있으면 뭐 하나. 건강이 무너지면 이룰 수 없는 것을. 올 한 해 목표 중 첫 번째는 운동과 식이조절로 체중 감량하기이다.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목적을 달성하기가 더 수월하다 하니 공개적으로 올해 이뤄야 할 첫 번째는 체중 감량이라고 말해야겠다. 나 혼자 살 빼야지 하면 또 하루 이틀 지나 공염불이 되겠지만 공표한 약속이니 결승
"콰이 칠라이바" 아내는 가끔 중국말을 한다. 중국어 배우기에 빠진 아내가 최백수를 깨우는 소리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요즘은 얼른 일어나라는 소리로 들린다. 벌써 7시 30분이다. 일어날 시간이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수저를 드는 순간 '톡' 소리가 난다. 밥이나 먹고 확인하자고 하면서도 그게 안 된다. 혹시 그 사람일까· 아니다. 기다리는 톡은 오지 않고 엉뚱한 것만 온다. 그런데 귀찮지가 않다. 어디서 구했는지 주옥같은 내용만 보낸다. 언뜻 보니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엡스키에 관한 일화를 보낸 것 같다. 언론으로 치면 문학잡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막 첫술을 뜨려고 할 때 또 소리가 난다. 이건 보지 않아도 뻔하다. 바로 그 친구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정작 학교 다닐 땐 보질 못했다. 정확히 하루에 5번씩 보낸다. 건강정보에서부터 시사 문제는 물론 음악까지 취급하지 않는 게 없다. 종합언론이다. 일간신문과 같은 역할이다. 최백수는 운전을 하고 있다. 앞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만으로도 힘든데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린다. 미세먼지가 코로나보
2010년 방영된 SBS 드라마 '대물'에서 차인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을 남긴다. 극 중에서 차인표는 비를 맞은 채 격분하며 "쓰레기들아, 쓰레기들아"라고 고함을 치고 절규한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인터넷상에서 많은 네티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차인표 분노 시리즈' 중 하나인데 네티즌들은 이것을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사건에 많이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쓸모없는 물건이나 상황, 심지어 사람을 비난하거나 폄훼할 때 사용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중에서 이제 쓸모가 다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도 처음에는 소중한 자원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가치가 있지만 잘 관리되지 못하고 쉽게 버려진다면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 대부분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 나라의 소중한 외화로 자원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버리는 쓰레기조차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우리는 '쓰레기'를 그냥 '쓰레기'로 여기며 이를 분리해 버리는 일을 하찮게 여기고 있으며 필자 역시 솔직히 고백하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것을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사회규범이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원활하게 이끌기 위한 관습, 도덕, 법규 등을 이른다. 그중에서도 관습과 도덕은 자율적 규범이며 법규는 강제적인 규범이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면 왜 인간사회에는 자율적인 규범인 관습과 도덕 외에 강제적인 규범인 법이 필요한 것일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엄격히 말하면 쌍둥이도 똑같지는 않다. 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내면의 모습도 제각기 다르다. 생각이나 감정이나 기호나 능력 등도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그 위에 교육을 포함한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이 가미되어 인간 형성이 이루어진다. 주위를 살펴보면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도 한때는 사회적으로 지위나 지식이 높은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 교수 사회에 몸담았을 때 지금까지 지녔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해, 새 마음으로 조선의 태조 이성계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내 첫 번째 처가 신의왕후(神懿王后) 한 씨지요, 한 씨는 다 청주가 본이니, 내가 충청도와 인연이 좀 있는 셈이지요." -젊어서 한 인기하셨지요? 신궁에, 격구 실력, 호랑이도 몇 마리 잡았다지요? "그럴 때도 있었지, 그렇지만 늘 불안했어요. 젊다는 게 불안 아닌가요" -의외네요. 잘 나갈 때도 불안하군요. 당시에 뭐가 걱정이었나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고 언제 버림받을지 모르잖아요?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니, 현실을 즐기지 못했어요." -전투에 거의 다 이겼어요, 칭송이 하늘을 찔렀겠어요? "특별히 진 기억은 없어요. 많이 이겼지요." -진주 청곡사에서 버들아씨 신덕왕후를 만나요. 첫눈에 반했나본데 어떤 면에끌렸어요? "여자 나이 20전후 꽃처럼 피어날 때니 눈이 부셨지요. 내 나이가 스물한 살 더 많은 탓도 있었고, 지혜로움에 완전히 꽂혔어요." -'이성계'하면 위화도 회군이잖아요? 정말 반역으로 왕이 되려 했었나요?" "왕과 조정이 현실을 너무 몰랐어요. 불가능한 일을 명한 게지요. 그래도 끝까지 충성하려 했는데 상황이 그럴 수 없었어요. 사
아이들의 싸움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욕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쉬는 시간에 욕한이와 때린이가 서로 엉켜 붙어 싸우고 있었다. 둘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때린이가 욕한이를 때렸다는 것이다. 먼저 때린이한테 물었다. "왜 욕한이를 때렸니." "저한테 욕을 했어요. 지난 번에도 우리 엄마 욕을 했어요. 그래서 때렸어요." "어디를 때렸는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 이제 욕한이한테 물었다. "왜 때린이한테 욕했니." "공부 시간에 지우개를 허락도 없이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아서 욕했어요." "지우개를 돌려달라고 말로 했어야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 지우개를 마음대로 가져가서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교실에서 흔히 발생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까. 서로 잘못을 했으니 사과하라고 하면 진심으로 그렇게 할까. 아니 서로 화해를 했더라도 그 앙금이 쉽게 사라질까. 책상 위에 사탕 한 봉지가 눈에 들어 왔다. 때린이한테 물었다. "이거 선생님 사탕인데, 너한테 선물로 줄까." "싫어요. 단 것은
통증의학과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질환 중에 디스크 관련 질환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질환이기 때문에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리가 아픈데 허리를 치료해야 한다고 하면 납득하지 못한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치료를 거부하곤 한다. 이런 경우 보통 이전에도 다리에만 치료를 받아왔었던 경우가 많다. 다리에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원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다리가 아니라 허리에 있다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나가버리기 일쑤다. 허리는 안 아프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허리는 멀쩡한데 허리가 문제라니 눈이 안 좋은 것이 간 때문이라는 말만큼이나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은 전신의 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고, 뇌가 각 신경에서 보내온 신호를 분석하여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중 머리와 얼굴을 제외한 사지와 몸통의 감각 신경은 등에 있는 척수로 모이게 되고, 이 척수를 통해 뇌까지 올라간다. 신경이란 일종의 전깃줄 같은 것으로 수십 개의 전깃줄들이 모여 다발을 형성한 것이 척수라고 생각하면 쉽다. 전깃줄에 손상이 생기면 거리에 관계없이 전깃줄에 연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도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기세에 시민의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연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감염 사례를 보면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마스크를 쓰며 생활한지 1년이 돼가는 지금, 시민들은 암담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지양하는 언택트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언택트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뜻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언택트 생활방식은 바로 음식 배달이다. 코로나 발생이 심각해지면서 방역 당국도 매장 내 식사보다는 포장이나 배달 주문을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발생 이전에도 음식 배달문화는 대중화됐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음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가정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나 자신의 일상생활만 해도 그렇다. 구내식당이 없기에 밖에 나가서 점심을 사 먹는 일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매일 배달음식을…
도저히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며, 앞날이 캄캄한 이 나라의 경제며, 시정잡배처럼 아귀다툼을 일삼는 정치며, 듣도 보도 못한 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이 사회며, 눈에 뜨이는 모든 것이 답답하고 속 터지게 느껴져, 순백의 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던 지난 연말, 나이를 잊은 채 일부러 차를 몰고 나가 청주시의 외곽을 세월아 네월아 느긋하게 돌았습니다. 만류하는 아내를, 체인이 트렁크에 있음을 알려 억지로 안심시키고는 조수석에 앉힌 채. 하늘의 솜 공장에 구멍이라도 난 듯 한도 끝도 없이 눈이 쏟아져 내리더군요. 눈이 적은 겨울이었는데 그동안 아끼고 아끼던 눈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것인지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차창으로 굵은 눈발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들어왔지요.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연상시킬 정도로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들었습니다. 와이퍼는 진드기처럼 눌어붙는 그것들을 쉴 새 없이 걷어냈고요. 한참을 달리자 직선으로 뻗은 가로수길이 나타났습니다. 잿빛 하늘이 땅에 닿을 듯 가까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체인을 감지 않은 터라 유리알처럼 반질반질한 빙판길을 조심조심 갔습니다. 안개등을 밝힌 상대편의 차량이 눈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야 비로소 차
환경은 행동을 만들고 생각을 바꾼다. 몇 달 전부터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답답하고 갑갑하다. 또 내일이 어떻게 출렁일지 몰라 불안하다. 불안의 큰 덩어리는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시간이 갈수록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외출도 웬만하면 줄이게 된다. 밖을 나가도 실내에서도 마스크는 필수다. 그뿐 아니다 가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나만 생각할 수가 없다. 창은 닫혀 있고 닫힌 공간속에서 홀로 되어가는 것 같다. 대개 집 공간에는 방마다 방문과 몇 개의 유리창이 달려있다. 밖과 안을 자유로이 오가며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다. 그렇게 열고 닫는 일이 세상과의 소통이요 일상이랄 수 있다. 그런 일상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면 안 되는, 곤란한 상황이 두어 달 전에 있었다. 두통임에도 아이들은 코로나를 염두에 둔 듯 시작일지도 모른다며 을러댔다. 머리 아픈 게 무슨 코로냐나며 반박을 해 보지만 '모르니'라는 말에 더럭 겁이 났다. 졸지에 나는 환자가 되고 자식은 엄한 의사가 된 듯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다행이 하루 만에 두통이 가라앉고 평상을 찾았는데도 아이들은 경계를 풀어 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환자 아닌 환자가 되어 하루를…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24번째 절기인 동지(冬至)가 지났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긴 어둠이 차츰 짧아지고 봄맞이 준비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 설레고 기대된다. 비단 계절뿐만 아니라 국가, 인종을 불문하고 경험한 코로나19라는 무겁고 긴 어둠 속에서 밝은 미래를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도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삶을 둘러싼 주요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와 수소에너지로의 에너지 생태계 전환, 수소경제 기반 구축을 위한 준비가 2020년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인류사의 흐름을 살펴보았을 때 패러다임의 변화는 항상 기대와 우려가 수반되었다. 석유, 석탄기반 전통에너지에서 신에너지, 재생에너지로의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났을 때 경제성, 수급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발전단가가 점차 하락하며 친환경성이라는 가치가 비경제성에 앞서는 시기가 왔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드 슈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라는 새로운 물결을 외쳤을 때,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 품질 향상 등 기업 관점의 이익과 AI의 노동력 대체
텔레비전 방송에서 다룬 내용이 인상 깊다. 어느 초로의 남성이 인사 차 자신에게 찾아온 아들 연인에게 가족들 이름을 한 자로 써보라고 권한 내용이 그것이다. 이 때 그 여성은 자신의 이름 석 자 까진 거침없이 썼으나 가족들 이름 쓰기엔 그만 막히고 말았다. 그러자 기지를 발휘, 곁의 남자 친구에게 대신 한자 쓰기를 부탁했으나 그 남자 친구 역시 본인의 이름도 제대로 못쓰고 머뭇거렸단다. 이에 그녀 남자 친구 아버지는 못내 당황하여 더는 여성에게 가족 이름 한 자 쓰기를 강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 아버지는 아들조차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의 됨됨이를 시험해 보려고 했다. 이는 내심 여성의 교양, 부덕, 학식 등의 깊이를 알아보려는 의도였다면 다소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젊은이들은 한자보다 영어에 더 능통하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성세대의 철학과 사상을 쉽사리 이해 못한다는 것을 간과한 행동이었다. 현대 젊은이들은 구태의연한 것을 지양한다. 매사 선명하고 신속하며 합리적인 일을 선호한다. 또한 자기중심적이다. 우리 세대와 달리 많은 인맥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타인으로 말미암아 빼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뜻밖에도 아주 생경하고 특별한 2020년을 맞이했으며 지금은 배웅하는 중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힘겨운 한해를 열면서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만나야만 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을 하면서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배우는 중에 있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1년을 마무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어 수업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강사들의 보수교육이 이어졌다. 다문화전문가 보수교육과 신 교재에 관한 교육에 이어 강사 워크숍까지 계획되어 있어 숨 가쁜 12월을 보냈다. 다문화전문가 보수교육에서 만난 벨기에가 고향인 줄리안, 그의 특강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온 지 17년이 된 그는 자연스럽게 경험담을 통하여 현장에 있는 강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강사들은 소통할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외국인 230만 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소통의 필요성과 아울러 서로 달라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처음에 한국어를 배우며 '안녕히 가세요.' 와 '안녕
공직자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물으면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이 바로 청렴이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로 전통적으로 바람직하고 깨끗한 공직자상을 의미한다. 청렴은 신뢰, 윤리 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 지표로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청렴도가 높은 나라는 국민과 정부의 신뢰도가 향상됨으로써 거래 비용 감소 등으로 국민 소득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렴지수는 경제성장률 대비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몇몇 공직자가 저지르는 부패와 비위행위에 대한 언론 보도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부패를 타파하고 쇄신하는 공직 분위기를 조성을 위해 우리 시에서는 직원 청렴교육 외에도 자율적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이 부정청탁금지법, 공직자 행동 강령 등 관련 법규 내용의 전달에 초점이 있었다면 요즘은 실무에서 위반하기 쉬운 사례 위주의 청렴 교육으로 전환해 직원들이 보다 쉽게 청렴이란 주제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또한 민간과
단 하루의 차이, 오늘과 내일이지만, 내일부터의 경찰 모습은 오늘의 모습과는 완연하게 다를 것이다. 제도 몇 가지 바뀌는데, 그 조직이 변화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제도변화로 조직에 대한 시각과 기대가 변하고, 그렇다면 그 조직구성원들의 태도와 업무수행 방법이 고객지향적으로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고 본다. 경찰의 조직과 임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인 경찰법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률'로 이름이 바뀔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다. 이 법률에 따르면, 새로이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누어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지휘 감독을 위하여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치경찰이 시행되게 된 것이다.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진행과 수사단계에서의 종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유일한 일반적 수사기관이 된 것과 자치경찰의 시행은 75년 경찰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한다. 경찰은 창설될 때부터 독자적 수사권 확보를 염원하여 왔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수사관의 책임 아래 발생한 범죄나 범죄혐의에 대하여 증거를 발견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범죄 성립 여부를 증명하고, 범죄가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코로나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가족과의 외식, 여행, 여가생활 등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코로나로 많은 식당이 폐업하고 경제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로 진입했고,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많은 게 변할 것이다. 우선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비대면, 즉 온라인 중심으로 모든 생활방식이 변할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역시 여행과 레저 등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까지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런 호황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해외여행이 가능하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입국하기 전 까다롭고 많은 건강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나 관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에서는 코로나는 아주 커다란 시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코로나로 인해 의료 분야는 더 많은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존 의료 시스템이 치료 중심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변화도 예상된다. 또한 기존 의사와의 대면 방식의 진료방식도 AI 등의 발전으로 비대면 방식으로도 변화될
이웃에 살던 아름다운 언니가 있었다. 외모만큼 성격도 좋고 당당한 여성이었기에 늘 동경의 대상이 된 언니였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다정한 성격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이었기에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있었다. 몹시 가난하게 살다 자수성가를 했던 남성은 아름답고 장래가 촉망되나 평범한 집안의 그 언니를 두고 재력가인 다른 여성을 몰래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섭섭함을 토로했으나, 재력가인 여성과는 친구일 뿐이라며 친구조차 못 만나게 하는 그녀를 오히려 옹졸한 성격의 소유자로 몰아갔다. 차후 그들이 친구 이상의 관계라는 것과 더불어 그녀의 눈을 피해 만남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헤어지고 난 뒤 남성이 애원하며 연락이 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조차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당당하고 아름답던 모습은 애석하게도 자신감을 상실한 어두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어 이후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필자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최백수는 새벽 4시만 되면 눈을 뜬다.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습관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벌써 아침신문이 와 있다는 사실이다.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부터 살핀다. 급히 연락이 온 것도 없고 특별한 뉴스도 없다. 무료한 일상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현관으로 간다. 현관을 열면 아침 신문이 놓여있다. 신문을 집어 들고 오면서 신문값이 참으로 싸다는 생각을 한다. 책 한 권 분량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다. 그 신문만 읽으면 국내외 정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막 신문을 펼쳐 들려고 할 때 핸드폰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카톡 소리와는 약간 다르다. 며칠 전 스토리에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은 글을 올리고, 꽤 많은 사람에게 보내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 극소수 때문에 겨우 체면을 유지한다. 증평 사람으로 탁구장에서 만났다. 나이가 비슷한데다 취미까지 비슷해서 가끔 어울렸다. 요즘은 어떻게 지낼까? '집콕'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댓글은 한결같다. 잘 봤다는 게 전부다. 최백수는 신문의 첫 장을 연다. 코로나 관련기사로 도배를 했다. 그중
여러 겉껍질을 벗겨도 계속 나온다고 비위나 치부를 비꼬는 비유로 '양파 같다'라고 말한다. 또 만화 영화를 비롯해 개그 소재로도 이용되는 양파는 그 매운맛으로 인해서 눈물이 나는 채소로 불린다. 양파 깔 때 눈이 매운 것은 양파 속의 최루성 물질이 칼질 등 충격으로 뿜어져 나와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안 맵게 양파 써는 방법은 양 끝을 다 잘라내고 썰기보다 뿌리 부문을 남겨놓고 썰면 매운맛이 10% 정도로 줄어든다. 중앙아시아의 이란과 파키스탄 서부가 원산지인 양파는 4천 년 이상 식용해온 채소이다. 비늘줄기의 모양이 큰 구슬처럼 생겼다고 하여 옥총(玉·)·구총(球蔥),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는 뜻으로 양총(洋蔥)이라고 적었는데, 모두 20세기 초에 붙인 식물학의 명칭들이다. 또 서양에서 전래한 파라는 뜻으로 양파라 부르며, 둥근 뿌리모양을 보고 둥근파·둥굴파·주먹파라 불렀다. 평안도에서는 모양이 둥글다고 하여 둥글파로 부르는데, 일본어의 구슬(타마)과 파(네기)를 합쳐 부른 것을 경상도 일부에서 다마네기로 잘못 쓰고 있다. 여러 가지의 효능을 가진 양파는 '식탁 위의 불로초'라 불린다. 기원전 3600년 이전의 수메리안 기록으로 1976년에 출간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이 까랑까랑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처마 밑 풍경이 차가운 비명을 지르고 마당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세상이 꽁꽁 얼었다. 부엌의 작은 창을 통해 뒤란의 닭장을 본다. 일곱 마리의 닭이 종종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끓여서 들고 닭장을 향한다. 발아래 밟히는 얼어버린 잔디가 뿌득거리며 뼈 부러지는 소리를 낸다. 예상대로 닭장의 물은 꽁꽁 얼었고, 수분 보충용으로 닭장에 넣어둔 배추도 얼음을 머금고 투명한 색을 띠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 포트의 물을 꽁꽁 언 물그릇에 붓는다. 뜨거운 물이 닿는 부위가 동그랗게 파이며 서서히 녹아내린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얼음이 녹자 닭들은 부리를 물속에 넣었다가 천정을 보았다가를 반복한다. 한참을 물을 마시더니 다시 노닐기 시작한다. 닭장밖엔 손님이 어른거린다. 회색 털에 검은 줄이 들어간 들 고양이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먹이를 주곤 했었다. 지난가을에 보았을 땐 작은 아기 고양이였는데 제법 많이 커서 어른 티가 난다. 눈은 겁먹은 아이처럼 뜨고 어슬렁거리며 내 동태를 살핀다. 고양이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내가 먹이를 주는 사람인 줄을 아는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