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 푸른 산과 들은 나와 관계없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즉, 누군가는 토지나 수자원 등의 개발이나 사용·수익은 물론, 더 나아가 재산권의 제약까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과 달리 이런 제한은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교육 수준과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공익을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게 됐고, 공익과 재산권 간의 상충을 완화하는 장치가 필요하게 됐다. 막상 일방적 희생이나 재산권 제한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최근 들어 여러 지자체에서 지적하고 있는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댐 조성은 실제로 주변 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주민은 그 피해와 불편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댐으로 인한 안개로 일조량이 감소해 농작물 성장이나 유실수 등의 피해를 야기하고 주민 건강을 해치며, 교통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을 높인다. 하류지역 주민의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댐 주변 지역 개발에 각종 제한이 뒤따르며, 댐 주변에 지정된 수상안전금지구역은 관광자원 활용을 원천 봉쇄해
참 고약한 시간이 오래도 간다. 코로나 따위를 인간이 박멸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신의 영역까지 간섭하고 대항하고 견주려는 인간인데 조금만 참으면 곧 모든 것이 원상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혼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문제도 힘이 들지만 심적인 두려움도 고립된 외로움도 극복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주일이면 서너 번은 만나서 글도 발표하고 토론하고 함께 밥도 먹던 문우들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고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학 동인들이 우리 언제 만나냐고 또 졸라댄다. 외출을 하면 코로나로 죽고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죽겠단다. 이래저래 죽을 거면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고 밥도 먹고 죽는 게 좋겠단다. 누군들 그런 마음이 없겠는가. 연세가 있는 분들은 문자 대화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문자에 익숙하지 못하니 갑갑하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행히 미스터 트로트 덕분에 웬만한 트로트 가사는 다 외울 지경이지만 노래방엘 못가니 불러볼 수가 없다. 답답한 날에는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는 것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좋은 치료제인데 그것조차도 그림에 떡이 되고 말았다. 어르신들이 그나마 기다리신 것은 설…
잔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산길을 호젓하게 걷는다. 좁다란 도랑의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감미롭게 들리는 곳으로, 길 옆에는 참나무 낙엽과 솔잎이 수북히 쌓여 산냄새를 강하게 풍겨준다. 이 길의 이름도 마음에 든다. "하늘재" ! 하늘고개란다. 명승 제 49호로 지정된 곳이면서 쓸쓸함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산행을 위한 도구도 굳이 필요치 않다. 그저 운동화에 간단한 복장이면 오롯이 자기를 돌아보며 걸을 수 있는 고갯길이다. 우수임에도 아직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기온을 보인다. 그 쌀쌀함과 흙길이 주는 폭신함을 맛보기 위해 고갯길을 찾는다. 하늘재는 계립령(鷄立嶺), 대원령(大院嶺), 한훤령(寒喧嶺) 등으로 문헌상에 나타나고 있다. 영남과 기호를 연결하는 최초의 교통로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권2 신라본기에 의하면 제 8대 아달라(阿達羅)이사금 3년(156)에 개통된 것으로, 이는 죽령보다 2년 앞서 개통된 교통로이다. 고대에 고구려와 신라의 대립이 정점을 이루면서 고구려 온달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고,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로로 중요한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 조선 태종 14년(1414) 문경새재가 개통이 되면서 서서히 잊혀진 길이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변화와 위기의 혼란 속에 처해있다.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저성장과 취업난·고령화와 저출산·기후변화·미중패권경쟁 등 나라 안팎으로 총체적 변화와 위기 속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방향성과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대안 제시는커녕 정쟁에만 몰두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동양의 고전 가운데 주역(周易)은 가장 신비한 경전으로 변화와 위기 대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점을 보는 책으로 주역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심오한 철학과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역(易)은 변역, 변화를 뜻한다. 이 세상의 인간과 만물은 끝임 없이 변화한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음과 양이다. 양이 자라면 음이 줄어들고, 음이 자라면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원리가 있다. 그 변화의 원리를 파악하게 되면 우리는 변화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주역은 64괘(卦)와 384효(爻)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인간세상의 모든 사건과 변화를 상징한다. 주역은 끝없는 변화의 흐름으로 이 세상을 읽
몇 년 전 우리나라 기자수가 2만7천여 명이란 통계를 봤다. 현재 충북만 해도 등록된 언론매체가 150개를 넘는다. 인터넷매체가 매년 조금씩 늘어난 결과로, 이름만 내건 유사 언론도 꽤 포함돼 있다. 사법개혁에 이어 언론개혁이 요즘 화두로 떠올랐다. 언론3법을 손보겠다는 것인데,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가 쟁점이다. 찬성론자들은 옥스퍼드대학, 국경없는 기자회 등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이 꼴찌라는 평가를 들이댄다.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자유는 1위다. "이제 고삐를 죌 때"라는 건지 궁금하다.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는 유명한 말이 있다. 딴은 그렇다. 공해물질이 그렇듯이 정보도, 기자도, 언론(사)도 사실 넘친다. 뉴스가 공해 취급을 받는 세상, '기레기'란 말이 모든 걸 웅변한다. 모두가 'TMI'(너무 많은 정보)를 우려하고 가짜뉴스를 개탄한다. 그래도 뉘라서 뉴스를 찾는 촉수와 시선을 거둘 것인가· 스낵커블 콘텐츠(과자처럼 가볍게 맛보는 것)에 길들여진 뜨내기 독자라 해도, 정보가 곧 권력이란 걸 몰라보다가, 가짜뉴스에 현혹되다가는 저만 바보 되기 쉽다. 미디어 홍수시대에는 나름의 필터를 갖출 일이다. 그게 '미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누구나 새해엔 좀 더 건강하길 새해엔 좀 더 긍정적이길, 새해엔 좀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계획을 합니다. 신축년 새해에는 성공을 향한 목표설정 보다 먼저 하루 1cm만큼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이루는 계획을 세워봅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2021년이 밝아올 때 새해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한 방법을 궁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궁리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음력으로도 새해가 밝아온 지금 더는 미룰 수 없어서 반성을 하며 성장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 보려고 합니다. 보통은 성공을 위한 목표를 세웁니다. 사회적 성공, 경제적 자유, 시간적 여유 등 목표를 꼭 이루고 싶은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성공을 위한 매진과 목표 달성을 위한 전력질주를 하기에 앞서 스스로와의 대화에서 내가 정말 행복함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성취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왜 성장 하고자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공헌을 했을 때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두 번째 내가 누군가를 위해 노력한 결과물로 상대방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게 없다. 가면을 벗고 민낯을 상대에게 보이면 적나라한 실체에 무시와 질시를 당하기도 한다. 반면 몇 겹의 허울을 뒤집어쓰면 표리부동하다고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자신의 진심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때다. 이는 진실이 상대방 마음의 가늠자에 미처 비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이로보아 타인의 진심을 제대로 헤아리는 혜안을 갖추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가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남의 일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주저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 나 살기도 바쁜데 남의 일에 마음을 쓴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타심 및 진실한 마음이 결여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당면한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걸핏하면 남의 일에 앞장서곤 하였다. 그러나 다정도 병인 양 남의 일에 끼면 한국 사회에선 곤욕 치르기 예사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 훈육했다가는 몰매 맞는 세상 아니던가. 어디 이뿐인가. 자신에게 베푼 배려 및 친절에 고마운 마음을 지니기는커녕 토사구팽으로 은혜를 갚기도 한다. 하지만 어둠이 있음 밝음도 있듯이, 또한 악惡의 이면엔 선善도 존재하기에 세상을 지배하는 섭리는 오묘한 균형을 이룬다. 지난 20
독신자 아파트에 홀로 사시는 김 할머니는 아들의 가난이 못 배우고 가난한 부모 탓이라며 가끔 회한에 젖는다. 푸석한 머릿결과 거뭇거뭇한 검버섯에 깊게 패인 주름살은 암울한 세대를 살아오신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같아 애잔하다. 지병인 혈압과 당뇨 때문에 우리 약국에 오신지가 어느덧 이 십 여년이 넘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의 무게는 단골손님이기보다 허물없는 말동무사이도 되고 인생의 고매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팔순이 지난후로 노구의 몸을 건사하기가 힘들고 사는 게 귀찮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고쟁이 속의 손지갑 외엔 늘 맨손이셨다. 이른 아침 창문너머로 문 할머니와 이 할머니 그리고 김 할머니 세분이서 네모 가방을 들고 가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어디론가 바삐 가시는 세 할머니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주간보호 센터에 가시려나, 아니면 약장수 구경을 가시는 걸까, 가방을 드신 모습이 자못 궁금했다. 오후 네 시쯤, 김 할머니가 처방전을 갖고 약을 지으러 오셨다. 아무래도 가방속이 궁금하여 곁눈질로 들여다보니 웬 공책들이 낯설게 보였다. 약을 담아 드리려는데 몽당연필과 지우개도 보인다. 떼구르르 굴러 나온 연필을
의학의 발달 이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전염병이 또 있었을까? 코로나19는 3차 대유행에 직면했다. 국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천 명이 넘어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국면"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 이제는 언택트 시대다. 언택트(Untact)란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부정을 뜻하는 언(Un)과 '접촉하다'라는 뜻의 컨택트(Contact)를 합성한 신조어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모든 일상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식당에서 무인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은 낯설지 않게 되었고, 접촉을 줄이기 위해 가림판이 설치되었다. 학교 수업은 비대면 강의로 대체되었다. 코로나 이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 대책을 시행했고, 고위험시설 방역관리는 강화되었으며, 식당에 5인 이상 동반 입장 시 운영자와 이용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양상은 요양·정신병원 등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가족, 지
과학 기술이 진보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화학 물질이 생겨났고 현재도 셀 수 없는 새로운 화학 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인체나 환경에 무해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취급을 주의해야 하는 유독한 물질이다. 그리고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물질이어도 화학 물질들은 여러 분야와 갖가지 산업에 걸쳐 필수적인 요소로서 존재해 왔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화학 물질은 약 7300만 종 이상이고 연간 약 1만 50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계속 추가되는데 그와 동시에 크고 작은 화학물질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화학 사고는 끊임없이 연 50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한번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화학 가스들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고, 무색무취의 가스가 누출되면 자신의 생명이 경각에 처한 줄도 모르다가 쓰러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인화성이 강한 가스의 누출 사고 현장에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면 폭발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는 화학 물질 사고가 더욱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화학 물질의 누출로 인한 사고는 생명에 치명적이고 환경을 장기적으로 오염시킨다. 유독한
세밑, 드디어 대장정을 마쳤다. 의도 하지는 않았지만 새해맞이 대청소를 한 셈이다. 이사 온 지 한해 하고도 넉달이 지났다. 젊었을 때 하는 이사와 달리 힘이 들었고, 솜씨가 없던 나는 이삿짐을 싸면서, 풀면서 삼십년 넘게 안주인의 손길이 뜸했던 살림은 정리할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안정이 되면 다시 정돈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터였다. 한달 전 무심하게 시작한 싱크대 그릇 정리에서 부터 냉장고, 팬트리 수납장을 비우고 채우며 옷장, 거실, 안방에 있는 운동기구를 옮기고 베란다의 화분정리를 끝냈다. 이사올 때 많은 살림을 버리면서 이제는 작은 살림 도구라도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건만, 빈 곳을 다시 채웠다. 공간 박스를 넣고, 소품 몇 개를 더하니 훨씬 살림이 안착된 느낌이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 못했던 나는 결코 집안 일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지인이 하는 말에 긍정은 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시대, 어느 날 초등학생인 아이가 담임 선생님의 '엄마는 무엇 하시니· 라고 묻는 말에 "우리 엄마는 집에서 놀아요"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밖의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집안 일은 열심히 해도 표가 나지않고 시어머니께서도 돈…
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수도권에 61만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면서 떠오른 소설이 있다. 바로 이호철 작가가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이다. 이때만 해도 서울인구는 370만 명에 불과했지만 서울은 만원이라고 아우성이었다. 그 후 불과 22년 만에 천만을 돌파하더니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에 달함으로써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국민의 52%가 몰려 살고 있다. 서울로 이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고, 빨리 이사한 사람에겐 상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급속히 불어날 순 없었을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가치관을 한마디로 표현한 속담이 있다.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서울로 가기만 하면 살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이 시대에 유행하던 말도 있다. 무작정 상경이란 말과 함께 빽이란 말이다. 무작정 상경해서 변두리 야산에 판잣집이라도 짓고 연명하면서 사돈에 팔촌이라도 빽만 하나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은 무섭게 팽창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적은 없었다.
7, 80년대 서울 사람들이 청주에서 왔다고 하면 민병산을 아느냐고 물었다 한다. 민병산은 서울에서는 유명인이었지만 청주에서는 무명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북 제일의 부호 청주 민 부잣집 큰아들로 태어나, 소학교 때(현 주성초) 서울로 전학갔다가 다시 1950년대 말에 친구따라 서울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재산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철저한 무소유의 자유인으로서, 결혼도 않고 집도 직장도 구하지 않고 평생을 독서와 집필로 일관했던 그를, 사람들은 '거리의 철학자', '한국의 디오게네스(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했던)',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이라 칭했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어령도 그의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한다. 커피는 좋아하지만 술은 한 잔도 입에 대지 못하는 그의 환갑 잔치를 지인들이 '누님 칼국수'집에 준비했지만, 회갑일을 하루 앞두고 지병인 천식의 악화로 에누리없이 60년을 꽉 채우고(1928.9.20~1988.9.19) 월세 단칸방에서 환갑 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던 시인 신동문, 천상병 등 지인들과 여인들이 밤새워 조문객을 받았고 시인 신경림은 만시
코로나의 위세가 사그라지지 않아 모두가 우울한 명절을 보낸 뒤끝입니다. 소슬한 바람이 전깃줄을 울립니다. 여전히 나들이를 할 때면 옷깃이 여며집니다. 입춘을 넘겼다지만 아직 봄은 멀었습니다. 가만히 창밖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먼발치에 헐벗은 나목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문득 가난하던 어린 시절의 명절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니 정확히 그 시절의 추억이 아른거립니다. 5·16 군사혁명 이듬해인 1962년의 설날쯤으로 기억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였지만 모두가 마음만은 부자로 살던 먼 산골의 두메 마을에도 어김없이 명절이 찾아왔습니다. 마침 밤사이 서설(瑞雪)이 내려 평소 탄진(炭塵)으로 그득했던 검은 산하는 은백색으로 가득 찼습니다. 명절이 되면 아이들이 먼저 들뜨기 마련입니다. 일 년에 두세 번을 먹을까 말까한 고깃국으로 오랜만에 배를 불린 까까머리 소년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자 끼리끼리 모여 이웃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라가 근대화의 물결을 타기 이전이어서 집집마다 가난이 어둠처럼 깃들어 있었기에 세뱃돈을 주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모두는 한결같이 덕담으로 세뱃값을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서너 집을 순례했을 때였습
어린 아이가 골목길을 가로막은 웅덩이 앞에서 울고 있다.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한 아저씨가 다가가 웅덩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아이는 용기를 내서 웅덩이를 힘껏 뛰어넘었다. 교육자의 역할을 거듭 마음에 새기게 하는 페스탈로치의 일화이다.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바리스타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자가 몇 명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50만 명이 넘었다는 견해가 있고 20만 명도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바리스타가 국가자격증이 아니다 보니 도무지 집계가 되지 않는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200곳을 훌쩍 넘는 데다가 바리스타에 '급'(Level)이 있으니 복잡하기도 하다. 바리스타를 등급으로 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효용성도 없다.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시간, 돈을 낭비할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바리스타를 1급과 2급, 심지어 3급까지로 나눠 각각 돈을 받고 교육하는 것은 상술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은 '페스탈로치의 웅덩이'를 타락시킨다. 웅덩이를 건너게 해주는 방법이 고약하고…
지난 1월 20일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지 1년 되는 날이다. 특별한 줄 몰랐던, 그 특별하고도 소중한 일상을 되찾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 되어버린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국내 첫 양성 확진자가 나오면서 충북보건환경연구원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TF팀이 긴급하게 만들어졌고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한 24시간 비상근무가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연구원에 의뢰되는 검체 건수도 증가해 10명으로 시작한 코로나19 진단검사 TF팀은 보건연구부 전체 직원의 합류로 26명으로 확대됐다. 그 사이 하루 검사 역량이 100건 미만에서 지금은 최대 1천여 건으로 역량이 강화됐고, 그 결과 지난해 약 5만7천건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올해에도 요양병원, 교정시설 등 감염 취약집단에 대한 선제적 전수검사를 통해 최대 1천 건 이상, 평균 300건 이상 검사를 하고 있다. 또한 검사결과를 빠르게 회신하는 신속성도 강화되었다. 검사결과 통보시간은 초기 6~7시간에서 지금은 1~2시간 더 단축됐다. 이는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간이침대에서 쪽잠으로 시간을
고교시절 나는 교과서에 실린'안톤 시나크'의'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 매료되고 말았다.'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시작하는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슬픔의 편린들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가난한 노파의 눈물, 바이올렛과 검정,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때 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보름달밤에 개 짖는 소리, 굶주린 어린아이의 모습, 꽃 피는 나뭇가지에 떨어지는 흰 눈송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철새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삶의 허무감에서 피어오르는 우수를 서정적인 언어로 노래한 에세이의 주인공인 양 나는 슬펐다. 가수 신형원은'내가 사랑해 왔던 많은 순간들을 희미해 지는 기억에 이별로 남길 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노래했다. 소설가 최인호는'우리가 아는, 그리하여 우리에게, 우리들의 삶에 조그마한 기쁨을 주었던 모든 죽은 사람의 기억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한때 살았었으므로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미국출신 포크송…
코로나가 삼켜버린 2020년을 뒤로하고 하얀 소의 해 신축년이 도래한지도 벌써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한국전력 지사에서 전기요금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필자의 담당부서는 올해 유독 전기요금 관련 문의와 민원전화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는 전력산업분야에 매우 중요한 변화의 계기로 평가받고 있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가 1월부터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금년부터 도입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 핵심은 첫 번째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비의 증감에 따른 원가 변동요인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는 점과 기존 전력량요금에 포함되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던 '기후·환경요금'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여 소비자에게 전기요금이 기후환경을 위해 얼마만큼 사용되는지를 알리기로 했다는 점이다. 우선 연료비 연동제라는 것은 발전연료인 석탄, 석유, LNG가격 추이를 반영하여 '연료비 조정항목'을 신설, 청구되는 전기요금에 이를 추가하거나 감액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3개월간 평균 연료비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가격)보다 낮으면 전기요금이 내려가고 기준연료비보다 높으면 올라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연료비 변동주기는 3개월이며 미리 1개월 전에 변동단가
무장아찌를 담았다. 음력설을 쇠고 난 뒤 겨우내 먹은 동치미를 정리하다 보면 여남은 개씩 남는다. 된장에 박으면 발그스름 물이 들고 맛깔스러운 장아찌가 된다. 채 썰어서 통깨와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칼칼하니 맛있다. 너무 더워서 밥도 먹기 싫은 날 찬밥에 얹어 먹으면 느른해진 몸도 거뜬해진다. 뻐꾸기가 울 즈음에는 마늘종이 나온다. 그걸 뽑아서 고추장에 박아 두고 조금씩 무쳐 먹는다. 마늘을 캐고 나면 금방 7월이고 오이가 성시를 이룬다. 지금은 봄에도 흔하지만 진짜 맛난 것은 된볕에 쓴맛이 나는 오이다. 두 접 세 접 사다가 소금물을 끓여 붓는다. 워낙 큰 독이라 대강 먹은 뒤 헹굴 때는 반 광주리씩 남게 되고 고추장에 박으면 놀빛마냥 결이 삭는다. 동치미도 발그름하지만 몸 자체가 투명한 오이는 더더욱 발긋하게 보인다. 5월에는 더덕 장아찌를 만든다. 덩굴을 올린 뒤 한 3년 지나자 도라지처럼 굵어졌고 뽀얗게 손질해서 고추장에 넣었다. 적당한 시기에 꺼내서 참기름에만 무쳐도 고기반찬 밀어 놓고 먹을 정도로 맛있다. 산에서 캔 더덕만은 못해도 직접 심어서 가꿨고 보리쌀을 띄워 만든 고추장도 특유의 맛을 부추겼을 것이다. 양파나 깻잎 풋고추가…
하늘빛 곱고 청명한 날 문인들과 월류봉을 찾아갔다. 차에서 내리니 신선한 공기가 너무도 싱그럽고 향기로운 느낌에 연신 심호흡을 해댔다. 광장 한쪽에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이라는 표지석이 뽐내는 듯 서 있다. 냇물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월류봉은 5개의 산봉우리로 그 높낮이가 각각 다른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벌거벗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시원한 풍광과 간혹 푸르른 솔빛이 더욱 돋보였다. 산을 둘러싸고 흐르는 냇물과 어우러져 한층 운치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월류봉은 달밤에 보아야 멋지겠지만 늦가을의 대낮에 보아도 아름다운 오봉산이다. 그 봉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멋진 풍경을 뽐낼 기세다. 혹자는 달이 산봉우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월류봉 위에 뜬 보름달이 냇물에 비춰줄 때 그 아름다움이 가장 빼어나다고 한다. 그 장관을 보려면 보름밤에 와야 될까 보다. 둘레길을 걷다보니 우암 송시열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길렀다는 한천정사 앞에 이르렀다. 조선시대에 지어졌다는 한천정사는 우암 송시열의 정신과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자그마하고 단아한 건물이다.…
올해 1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주에서 시행되었다. 시내버스에 대한 예산이 매년 증가 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바라보는 평가는 지나치리 각박했다. 준공영제는 민영제의 근본적 한계를 보완하고 업계의 자발적인 경영 개선을 유도하며, 재정지원 제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여 시민의 편리성 제고라는 공공성 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4년부터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이다. 민선 6기 출범 시 시와 시내버스 6개사가 협약체결 후 준공영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업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준공영제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이견만 노출된 채 민선 7기로 공이 넘겨졌다. 민선 7기에서는 대중교통활성화추진협의회로 대중교통 전반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확대되었다. 시민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논의의 초점을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청주에 적합한 준공영제 모델을 만들기 위한 개선대책을 제시하였다. 1호 안건으로 채택된 노선권부터 시작해, 재무구조개선, 표준운송원가 산정기준 등 쉽지 않은 논의과정이었지만 운수업체는 생존을 위해, 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시민단
2019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자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생활체육 완전 실행자는 장애인 전체인구의 24.9%를 차지한다고 조사되었다. 장애인 생활체육 완전 실행자는 최근 1년간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사람, 재활이외의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 1주일 2회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 1회당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 집밖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운동의 목적은 건강 및 체력관리 53.6%, 재활운동 41.8%, 여가활동 4.4%, 기타 0.3%로 건강 및 체력관리, 재활운동 등 신체적인 부분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생활체육 참여자의 95.4%가 건강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였지만 실제 가장 큰 효과는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적 안정이 83.5%로 가장 높았고 건강과 체력증진 82.4%, 일상생활 도움 81.8%, 의료비 절감 63.8% 순으로 조사되었다. 조사결과가 다양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지만 국가차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의료비 절감이다. 장애인의 체육활동이 의료비 절감에 이르는 경로를 분석하면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통하여 건강수준이 향상되어 질병의 발생확률(빈도) 및 심도(의료비의 크기)를 낮추어 국민의료비를 절감한
경력이 쌓이고 직책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권위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자신의 경력이나 직책만큼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태도가 강해지되 적절히 제어되지 않는다면, 갈수록 벗어던지기 어려운 갑옷으로 굳어지게 놓아둔다면 곧 달갑잖은 수식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존중이라기보다 거리를 띄우려는 의미로 따라붙는 권위적이라는 꼬리표는 아마도 머물러있음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흐르지 않고 머물러있으면, 새로운 흐름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놓지 않는다면, 내부의 생각이나 태도들은 가라앉아 켜켜이 쌓이게 된다. 새로운 무엇과 순환하지 못하게 된다. 성찰의 시선을 허용하는 대신 기존의 관점들은 점점 탁해지면서 썩어갈지도 모른다. 제어하기 위한 방법은 열어놓음이다. 눈과 귀를 열어놓고 마음 또한 열어놓아야 한다. 열어놓음은 받아들임이다. 열어놓고 받아들이면 섞이기 마련이다. 섞이고 순환할 수 있다면 정체되지 않는다. 생각들은 층층이 쌓이는 대신 밖에서 들어온 새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덕지덕지 달라붙는 관념의 각질을 떨구어내고 조금은 더 가벼이 떠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경력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국민 MC 유재석이 텔레비전에 나와 반짝이 옷을 입고 트로트를 부를 때는 '그런가보다'했다. 젊은 개그우먼이 45년생 둘째 이모라고 능청스럽게 우길 때는 코미디인 줄 알고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환갑을 훨씬 넘긴 가수 인순이가 머리를 토끼처럼 묶고, 스무 살의 아이돌 지망생 '영순이'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본 후, 이제야 무언가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알고 보니, 수상함의 정체는 '부캐'였다. 원래 캐릭터가 아닌, 추가로 만든 캐릭터를 말하는데,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줄인 말이란다. 본캐(본래 캐릭터)가 원래 본인의 직업이자 본래의 모습이라면, 부캐(부 캐릭터)는 본래의 직업이 아닌 부업으로 활동한다거나, 현재의 나와 다른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을 이른다. 아는 게임이라곤 고등학생 때 하던 '갤러그'와 '테트리스'가 전부인지라, 캐릭터를 키우는 요즘 게임은 모를 수밖에, '부캐'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을 젊은이들이 일상어로 사용하면서 여러 곳에서 확대하여 쓰고 있다. 유재석씨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가수 캐릭터 말고도, 예능 투자자 '카놀라유' 등 여러 부캐를 만들어 요즘 텔레비전을 틀기만 하면 나온다. 또, 시청자들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저울눈을 속이는 것이다. 가령 내가 쌀을 살 때는 양을 늘리고, 반대로 쌀을 팔 때는 양을 적게 하는 식이다. 만약 저울눈을 속이는 일이 통용된다면 사회질서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저울눈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금 나와라 뚝딱하면 될 테니까. 그래서 길이나 무게 부피를 재는 것을 도량형기(度量衡器)라고 하고, 제조·판매의 전 과정을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량형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어디일까? 질서를 깨는 사람을 색출해서 처벌하는 곳이다. 경찰 검찰 법원 언론 등이 도량형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저울눈을 속이는 것처럼 사법기관이 권한을 남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기 보다는 사기를 치는 게 수월할 것이고, 사기보다는 강도를 하는 게 간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사법기관 등은 직원들이 감히 이탈하지 못하도록 이중삼중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민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을 권력자들은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 년도 넘게 사회를 떠들썩하게…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