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봄의 빛깔을 뿜어내는 자연의 신비에 마음도 살며시 봄꽃으로 물들어 간다. 따사로운 봄의 숨결처럼 능선을 따라 피어나는 연두 빛 새순사이로 꽃구름의 운무에 감탄이 절로난다. 산 너머 숲을 헤집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는 무논에 써레질을 하시던 아버지의 구릿빛 얼굴을 어슴푸레 스치고 간다. 색은 추억이고 환상이고 기호라는 말처럼 형형색색의 보드라운 봄의 색체는 청춘이듯 열정이듯 꿈이 아니던가, 비루한 일상에 다시 희망을 품었을 아버지의 봄 풍경이 아련하다. 파란 윤기를 머금고 촘촘히 돋아나던 풋풋한 마늘 순, 묵은 지푸라기냄새 그리고 담 모퉁이 노란 골담초 꽃을 따먹던 고향의 봄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을 파고든다. 귀소본능인걸까? 어느새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보니 고요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듯 조그만 텃밭하나 가꾸고 싶다는 꿈을 꾸어 본다. 좁다란 베란다에 꽃을 키우며 망울진 꽃에서 기억속의 어머니도 만나고 이따금 떠오르는 시심으로 습작의 뜨락을 거닐 듯 나만의 텃밭을 꾸며보기로 하였다. 마침 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가까운 곳에 땅을 사볼까· 농사에 문외한인 처지에 주말농장규모를 가지고 땅을 사자니, 여러모로 생각이 분
예년 보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몇 번의 꽃샘추위가 오더니 어느덧 완연한 봄날이다. 길가에는 개나리, 벚꽃들이 앞 다투어 흐드러지게 피었다. 겨울동안 사용한 난방기구는 집안 한 켠으로 물러났다. 보통 생각하기에 봄철은 겨울보다 화재발생이 적다고들 생각하지만 소방청의 5년간 계절별 화재분석 자료에 따르면 봄이 겨울 못지않게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처럼 난방기구 등 화기를 취급하는 일도 적은데 봄철에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봄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적 특성으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또한 대형화재로 번지기 쉬운 특징이 있다. 따뜻한 날씨로 많은 사람들이 외부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부주의에 의한 산불화재 또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우리는 코로나19로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우리들의 많은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식당에서 가족 지인들과 밥을 먹는 것도,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는 것도 이제는 희망사항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야외활동의 제약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우리 집은 화마로부터 안전할까· 최근 5년
학교에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하는 교육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각종 법령에 정해놓은 의무 교육들은 빼놓기 어렵다. 학년 초 교육청에서는 법정의무교육 목록을 회의자료 형식으로 학교에 보내온다. 연수 주제는 다양하다. 청렴교육을 비롯하여 성희롱 예방교육, 응급처치교육, 공교육 정상화, 장애인식개선,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교육활동 침해 예방교육,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비롯하여 정보보안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교육청에서 보내온 교육 목록을 살펴보면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교육이 20개에 가깝다. 그중 대부분은 해마다 반복되는 주제이다. 실시해야 하는 합계 시간도 기관 자율운영을 포함하여 20여 시간 이상이다. 각각의 교육연수 주제들은 법률 제정 취지를 살펴볼 때 사실 필요한 연수들이다. 그러나 방향을 바꾸어 학교 입장에서 접근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 주어진 연수 주제를 지정된 이수 시간에 맞추어 실시하기 위해서는 매주 1시간씩 진행한다고 해도 꼬박 한 학기가 걸린다. 연수를 실시하기 위한 시간 마련도 부담이지만, 연수의 의미있는 방향과 효과를 따져보아도 필수연수 지정의 취지와 학교의 현실 사이에는 제법 먼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
오수를 즐기던 자목련 한 송이가 살랑 봄바람에 '툭' 떨어진다. 뒷짐지고 한 발 한 발 걷던 여인이 허리를 굽힌다. 치렁치렁 검은 머리를 빼면 온통 분홍이다. 분홍 투피스 니트에 분홍 롱가디건 니트를 걸치고 분홍 신발을 신었다. 슬링 백 슈즈 덕에 발뒤꿈치가 도드라져 더 늘씬해 보이고 영산홍 봉오리같은 알종아리는 건강미가 물씬하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며 뛰었던 워즈워드의 가슴처럼 내 가슴도 뛰었다. "엄마!" 아이가 달려가 안기는 것을 보니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같다. '분석하는 것은 전체를 망쳐 버린다. 조각조각을 보면 신비는 사라지고 만다. 돌아보지 말자!' 창밖에 커다란 미스김라일락이 있는 도서관에는 친절한 미시즈김이 있다. 4월의 그녀는 봄물 오른 가지처럼 싱그럽고 연보라의 라벤더 향이 느껴진다. 열여덟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여학생이 있었다. 내가 얹혀살던 집은 수동 달동네에 있었고 그녀의 집은 4km 떨어진 탑동 고개 너머에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시간이 나는 저녁에 그녀의 집을 찾았다. 갈 때는 뛰어가고 올 때는 걸어왔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따듯한 어머님이 계셔서…
만약 코로나가 없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스크만 벗을 수 있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당장 거리두기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경제도 금방 살아날 것이다. 툭하면 영업시간을 제한 받던 음식점 노래방 술집 등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난지원금을 뿌리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산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는 게 국가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 방법은 대략 서너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백신접종을 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렇게 했는데도 코로나에 결렸을 때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불편한데다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 1년 2개월 동안 이런 방법으로 방역을 하다가 보니 지칠 대로 지쳐있다. 유일한 희망은 백신뿐이다. 백신만 맞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돈으로 환산할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누군가는 이득을, 누군가는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시대이다. 감염병의 확산으로 체육분야는 위기상황이다. 이용시간 제한과 각종 대회의 미개최, 집합금지 등으로 나타나는 체육업계는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먼저, 체육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운동 따위를 통해 신체를 튼튼하게 단련시키는 일. 또는 그런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체육활동을 통해 우리는 몸을 건강하게 하며, 건강한 신체를 통해 경쟁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규칙·규정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를 통해 사회의 법과 규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체육의 증가는 의료비 절감·비만 억제·체력강화·우울증 감소·사회성 발달 등 순기능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로 인한 체육활동의 감소는 스트레스의 증가로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앵그리'로 이어질 수 있다. 체육의 대체 가능한 자원이 있
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실감하는 꽃들이 서로 앞 다투며 산과 들을 물들이고 있다. 진달래가 수줍어 반겨주던 산책길! 호숫가 도로 절벽을 물들인 노란 개나리 군락을 바라보면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벚나무의 불그스레한 꽃망울이 터져 화사한 희망의 봄을 알리는 전령(傳令)이 되고 있다. 매년 봄나들이 축제였던 벚꽃축제는 코로나로 올해도 열리지 못해 아쉽다. 청순함의 상징인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연두색 잎이 싱그러운 버드나무, 야산에 자리한 복숭아꽃과 산 벚나무도 꽃망울을 터트려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농부들의 일손이 바삐 움직이는 생동감이 보이기 시작한 계절이다. 시간이 나면 아내와 함께 찾아가는 문경새재 관문 흙길을 걷기로 했다. 수옥(漱玉)폭포를 아래로 하고 조령산휴양림 입구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간 오르막길을 걸었다. 긴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은 얼음 녹은 연못가로 나와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골짜기 눈 녹은 물이 나무 홈통을 타고 흘러내려 겨우내 멈추었던 물레방아를 돌리는 모습은 여유(餘裕)를 누리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인 듯하다. 3관문을 넘기 전까지는 충북 땅인데, 예전에는 문경 땅은 산책 겸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었지만, 최
'첫 애를 임신했을 때 입덧을 아주 심하게 했었어요. 그맘때 시아버님께서 직접 캐신 쑥으로 만든 쑥인절미를 유일하게 먹었었는데 그때부터 시아버님께서 해마다 직접 쑥을 캐 10년 동안 한결같이 떡을 해주셨어요. 작년부터 시아버님께서 치매로 몸이 불편하신데 그런 와중에도 며느리가 좋아했던 쑥떡을 잊지 않으시고 직접 캔 쑥으로 떡을 해서 문 앞에 두고 가셨네요. 코로나로 몇 달을 만나지 못하고 통화만 했었는데 떡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아 차마 먹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님, 부족한 며느리 늘 사랑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건강해지셔서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주세요.' 어느 며느리의 글입니다. 나이 탓인지,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시나브로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글을 통해 말없이 정을 쏟고 있는 시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잔잔하게 전해져 오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여대생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심경이 됩니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8년이나 됐네. 잘 지내고 있지, 아빠· 난 지금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인턴 중이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해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도
예로부터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슬기로운 우리 조상들은 향약의 규약 중 하나인 '환난상휼(患難相恤)'에 따라 어려운 일은 서로 돕고 이겨냄으로써 공동체 결속을 다지고 삶의 터전인 향촌사회의 안정성을 도모해 왔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도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보조금'을 민생분야인 위기가구 긴급지원에서부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지원금까지 범정부적 차원으로 확대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그러한 보조금의 지급에서 사후관리까지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도민의 혈세로 모아진 소중한 '보조금'은 적정한 대상자에게 지원되어야 하며,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많은 도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소득증대와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온 도민의 관심과 참여로 모아진 '보조금'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최선의 역할이다. 충청북도 보조금 예산규모(도·시·군 포함)는 2020년 당초예산 5조 1천59억 원 중 공공단체 및 민간 보조금이 4조 1천412억 원으로 81.1%를 차지하고, 2021년 당초예산 5조 8천382억원(전년 대비 14.3% 증가) 중 공
미호천은 유역을 중심으로 비옥한 충적지가 넓게 펼쳐져 한민족 문화의 발상지로서 인류가 보전 및 번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환경과 문화적 지역으로 세계 최고(最古)의 소로리 볍씨 발견, 오송 만수리 구석기 유적·쌍청리 신석기유적 발견 등 선사고대부터 주요한 삶의 터전이 돼 왔다. 미호천은 유역면적 1천861㎢로 금강 전체 유역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유로연장 89.2㎞다. 이중 직할하천은 39.1㎞이며, 지류로 지방하천 1급인 백곡천, 보강천, 무심천, 조천 등의 지류가 있다. '미호천'이란 지명은 20세기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현존하는 옛 지도나 조선시대 발간된 지리책 어느 곳에도 미호천이란 지명은 없다. '신동국여지승람'(1530년)을 보면 미호천이란 지명은 보이지 않고 진천의 주천(注川)에서 시작하고, 그 하류는 청안의 반탄천(磻灘川), 청주의 오근진(吳根津), 진목탄(眞木灘)을 거쳐 연기의 동진(東津)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여지도서'(1765년)에서 연기현의 동진은 지금의 미호천을 일괄해 세 갈래의 물줄기가 여기에서 합쳐 금강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다. 동진을 중심으로 물줄기를 이해하고 있다.'해동역사(海東繹史)'(
코로나19 감염병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은 성큼 다가 왔으며,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한 도시 얼굴은 꽃바람 냄새와 포근한 봄날 햇살로 가득 채워졌다. 한강자전거도로엔 화려한 젊음들이 달리는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으며, 필자 또한 겨우내 움츠린 몸을 깨워, 저전거를 정비하여 바람을 가르며 한강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조선선비는 10대 鷹(매 응), 20대 風(바람 풍), 30대 酒(술 주), 40대 色(풍류 색), 50대 蘭(난초 란), 60대 石(수석 석) 등 6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20대엔 바람을 가르는 風임을 봤을 때,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風으로 20대가 즐기는 취미임을 알 수 있다. 나이 들어 산을 오르는 것도 즐거움이고, 들판을 달리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몸에 별 무리를 주지 않는 20대 風인 자전거로 라이딩 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잘 만들어진 한강자전거도로를 봄꽃과 어우러진 강물 따라 달리다 보면 세상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행복감으로 충만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기원전 2300년경 중국에서 두 개 바퀴를 대나무로 만들어 타고 다녔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를 '행복한 용'이라 불렀다고
밭둑에 벚나무 한 그루가 있다. 흐드러진 꽃망울이 분홍 차일을 쳐놓은 듯 눈부시다. 꽃이 지고 나면 파랗게 잎이 돋고 그늘도 넓어질 게다. 양지 바른 곳에 핀 벚꽃은 그 새 떨어지는 듯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메마른 자갈밭에서 흐드러진 꽃잎과 튼실한 가지가 탐스럽다. 귀 기울이면 물을 끌어올려 나무를 키우는 뿌리의 기척이 들린다. 겨울을 난 뒤 봄물을 길어 올리면서 꽃 피울 준비를 해 왔다. 바람과 꽃샘추위를 견딜 동안 뿌리는 더욱 튼튼해졌다. 꽃과 열매는 물론 그늘까지 좋게 하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봄에 벚꽃이 그처럼 예쁜 것은 보이지 않는 데서도 보이는 이상의 역할을 하는 뿌리 때문이리라. 뽐내는 꽃과 열매 앞에서도 자기가 했다고 가로막지 않는다. 오히려 더 고운 꽃과 열매가 달리도록 도와줄 것만 생각한다. 흙을 뒤집어쓴 채 일하기 때문에 모습은 또 얼마나 흉한지 모른다. 탐스러운 꽃과 열매도 뿌리가 없으면 금방 시들 텐데 흉이나 잡히지 않으면 다행이라 얼결에 맡은 일이 아니면 자처하는 사람이 드물다. 중요한 일은 혼자 하면서도 정작 뽐내지는 않았으니 그럴 거면 애초 땅속으로 뻗지도 않았다. 가끔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에 싹이 돋기도
매화가 졌다. 세찬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봄바람에 꽃잎을 떨군다. 매화는 졌지만 그 자태와 향은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사랑도 영원할 수 없다. 아름다움의 기억들도 무정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스러진다. 매화가 지면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야 잊혀 진다 해도 소중했던 사랑은 기억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꽃잎을 땅으로 되돌린다. 나는 매화를 좋아한다.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구슬같이 아름다운 자질이 있고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봄을 전하는 꽃이라서 좋다. 잔설을 이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청아한 향기는 숭고하다. 자태가 빼어나고 고결하며 단정하면서도 그윽한 운치가 있다. 창연한 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고상해 가장 한국적인 꽃이다. 맑고 은은하게 번지는 매향(梅香)을 선인들은 따로 암향(暗香)이라고 했다. 매화의 고혹한 자태와 분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향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윽한 향이 은은하면서도 아득히 멀리까지 퍼진다. 매향은 코를 들이 밀고 향기를 맡지 말고 침묵속에서 고요하게 번져오는 향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선비들은'매화는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며 고결한 정신을 가
'근로자 1,00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정년 등의 사유로 이직예정인 근로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서비스(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2020.5.1.부터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 내용이다. 대상은 정년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퇴직예정인 50세 이상의 근로자이며, ①경력·적성 등의 진단 및 향후 진로설계, ②취업알선, ③재취업 또는 창업에 관한 교육 중 하나 이상 서비스를 제공도록 되어 있다.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사업장이므로 대규모 사업장이나 공공기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대기업부터 의무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사업장에서 정년퇴직하는 근로자들은 장기간 근속해온 관계로 나름대로 재무적인 준비도 잘 되어 있고, 장기근속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퇴직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필자가 은퇴예정자 교육을 하면서 조사해본 바로는 퇴직예정자의 15~20% 정도만이 퇴직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한다고 한다. 설사 재취업을 희망한다 하더라도 이들 서비스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미참여동의서를 내면 얼마든지…
마스크를 쓰고 나는 두 번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이 돌아왔다. 아직은 늦겨울의 추위가 새로 오는 봄바람을 시샘하며 질투하고 있지만 봄의 기운을 무한정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식목일이라는 공휴일을 지냈다. 당시에는 지금 사는 곳보다는 조금 더 흙과 땅을 가까이할 수 있던 지역에서 자랐던 터라 도로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모습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작은 묘목을 심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하고, 학교를 졸업하며 어느새 보니 달력의 4월 5일은 더 이상 빨간 날이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 하루의 공휴일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물론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던 시기에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공휴일이 아니라고 나무를 못 심겠다는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접한 기사가 있다. 한 사진작가 부부가 20년 동안 황무지를 밀림으로 바꿔냈다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길었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은퇴한 뒤 찾아온 고향은 황무지로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부부는 어릴 적 봐왔던 숲으로 바뀌도록 20여 년간 수백만 그루의 나
쌩쌩~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로 운동장이 북적북적한다. 점심을 먹자마자 아이들은 줄넘기 100번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차고 앞에서 출발한 자전거는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은행나무 앞을 돌아 직선 보도를 달린다. 수돗가 앞 으름덩굴 터널을 통과하여 구불구불 학교 숲의 꽃길을 따라간다. 조회대를 지나 할미꽃, 무스카리 환하게 피어있는 곡선구간을 달려 비비추 동산까지 가면 나지막한 오르막이 나온다. 여기는 초보들이 낑낑거리며 오르느라 정체되는 구간이다. 이어서 최고로 신나는 강당 앞 내리막길을 달리면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뱅글뱅글 학교 한 바퀴 자전거 여행은 동네 어르신들도 구경하며 대견해하시는 진풍경이다. 작년 연말 체육 담당 선생님이 남은 체육 예산으로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다 했다. 굳이 학교에서 자전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자전거 못 타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말에 동의했다. 두발자전거 10대와 세발자전거 3대를 샀다. 저학년을 위해 자녀들이 타던 세발자전거와 작은 자전거 2대까지 갖다 놓으며 의욕을 보이는 오선생님의 정성으로 준비 완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겨울 아이들은 목이 빠지게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새…
우리 옛 민화에 효제도(孝悌圖)라는 것이 있다. 한 눈에는 금방 알아 볼 수 없는 동식물을 글자로 표현한 것인데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그린 것이다. 사람들이 실천해야하는 8가지 덕목을 피카소 그림처럼 재미있게 형상화 했다. 효(孝) 그림에는 잉어, 죽순, 부채, 거문고가 등장한다.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부모가 병을 앓자 한 겨울 강에 나가 얼음을 깨고 잉어와 죽순을 구해 봉양했다는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효행록이나 전국에 산재한 정려(旌閭)의 내력을 살피면 이런 얘기가 제일 많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리에 있는 '효자경연지리'의 주인공 경연(慶延)은 세조때 인물이다.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봉양했다. 경연이 살고 있었던 마을에 양수척(楊水尺)이란 유기장이 있었다. 양수척은 배우지 못하여 성질이 포악했는데 경연의 효에 감동되어 효자가 되었다. 효자가 된 양수척을 기리기 위해 세운 효자비가 지금도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 비선마을 입구에 서있다. 효제도의 '제(悌)'자는 비둘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먹을 것을 서로 양보하는 형제간 우애를 나타낸 것이다. 필자도 잘 그려진 '효제도'
청주의 안덕벌은 밤고개라는 지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밤고개'는 '방고개, 반고개, 구명고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어느 이름이 원래의 이름인지 알기가 어려우며 그 위치도 내덕7거리가 아니라 내덕동 천주교 정문 소공원이 원래의 위치이므로 1995년에 내덕7거리에 세운 밤고개 유래비는 원래의 위치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밤고개'란 글자 그대로 밤나무가 많아서 생긴 말이라고 하며 발음하기에 따라서 '방고개, 반고개'로도 발음하게 된다. 호랑이가 지나가다 방귀를 뀌어 '방고개'라고 했다는 설은 언어 유희로 재미있게 만들어진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며 지명의 유래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밤고개'와 '구명고개'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 영조 때 조원의(趙元宜)라는 유생이 임금에게 보낸 과격한 상소 때문에 보은 회인으로 귀양보내졌는데, 임금은 금부도사에게 도착 즉시 유생의 목을 베라고 명했다. 청주 북쪽의 율봉원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조원의는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 가자고 간청했으나 금부도사는 빨리 유배지에 도착하여 왕명을 시행하고 돌아갈 생각에 이를 거
아내와 아이들이 겨울옷을 정리하고 가벼운 옷을 꺼내 손질하는 걸 보니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엄마, 이건 이번 주까지만 꺼내놓을게요. 추워질 수도 있잖아요." 아들과 아내의 손에는 외투 한 벌이 팽팽하게 들려 있다. 정리하려는 아내와 더 입고 싶어 하는 아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아들이 엄마의 손에서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옷은 가볍고 따뜻해서 겨우내 즐겨 입고 다니던 플리스 소재의 외투였다. 아들은 어느새 복슬복슬한 그 외투를 껴입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아들의 승리다. "주영아,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 옷은 뭐로 만들었는지 알아·"라고 묻자 아이는 옷 안감에 붙어있는 라벨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옆에 있던 투명 생수병을 들어 올리며 "바로 이 페트병으로 만든 거야."라고 말해줬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눈을 이마까지 치켜뜨며 놀란다. "정말요·" 몇 번을 되물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아이에게 관련 기사를 찾아서 보여줬다. 아들은 한 손에는 페트병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옷을 들고 번갈아 쳐다보며 "내 옷을 투명 페트병으로 만들었다고요·"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겨울마다 사랑받는 플리스 소재의
아파트 화단에 수줍게 피어있는 꽃을 보았다. 몇 해 전만 해도 나무들이 울창했었는데 수많은 비둘기가 찾아와 폐를 끼치는 바람에 나무들이 싹둑 잘려 나갔다. 그 자리에 낯선 나를 대하는 게 부끄러운지 살포시 고개를 숙인 붉은 꽃이 눈에 가득 담긴다. 우암산 둘레길을 걸을 때마다 들렀던 절에서 보았던 붉은 꽃. '왜 해당화가 여기에 피어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노랫말에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라고 나오는데 왜 절 마당에 해당화가 피었을까. 잘못 인식된 꽃 이름이 무척이나 나를 혼란하게 했던 그때. 함께 절에 들렀던 지인이 그 꽃은 "명자꽃"이라고 일러주었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명자꽃이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어릴 적 내 친구 명자는 수줍음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호탕하게 웃는 법이 없다. 엷은 입술로 살포시 웃는다. 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겉보기엔 섹시한 머리 스타일, 화려한 옷차림이지만 친구 손맛에서 나오는 맛깔 난 반찬과 구수한 숭늉 같은 그녀의 말씨는 건강미가 넘친다. 초등학교 친구인 명자를 다시 만난 건 그녀가 시청 근처에 맛있는 밥집을 차렸을 때이다. 피곤함에 지친 내가 들를 때마다 어머니처럼 큰 걱정을 하며…
반기문 총장이후 잠잠하던 충청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보수진영에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데 느닷없이 윤석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충청도에서 낳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선대 고향이 충청도라서 충청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충청도가 덩칫값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충청도 인구가 영호남에 비해서 형편없이 적을 때는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영호남이었다. 이제 영호남 시대는 끝났다. 충청도의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한참 지났다. 충청 인구가 호남은 물론 TK도 추월해서 행정수도만 완성하면 PK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영호남이 주도하던 정치를 영남과 충청이 주도해야 맞는 게 아닌가. 아직도 한국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영호남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제로 TK는 박정희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수많은 대통령을 배출했고, PK도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을 배출했다. 충청도보다 인구가 적은 호남도 김대중을 배출한 이후 이낙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결속하는 분위기다. 충청도는 덩칫값도 못…
축사에 들어선 남편이 "아가야!"라고 불렀다. 그러자 송아지 한 마리가 꾀죄죄한 몰골로 나온다. 기운이 없는지 걸음걸이가 불안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미의 손길이 닿지 못한 어린것들은 표시가 난다. 씻기고, 빗기고, 어루만져주어야 아이들도 반짝거리듯, 어린 송아지들도 몸 구석구석 어미의 혓바닥으로 빗질한 흔적이 나야 내딛는 발굽에도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가'는 한참 전부터 남편이 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남편의 옷을 지분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핥았다. 배고픈 송아지에게 믿을 것은 제 어미도 아니고, 옆집 아줌마도 아니었나 보다. 남편은 걸음걸이조차 시원치 않은 '아가'를 앞세우고, 심청이 아버지가 어린 심청을 안고 젖동냥 다니듯, 젖어미가 있는 칸칸마다 구걸하듯 다녔다. 여전히 '아가'의 어미는 심드렁하다. 왜 마음이 식었을까, 어미는 산달을 한참 넘기고도 태평했었다. 새끼를 낳을 기미가 전혀 없더니, 저녁부터 시작된 진통으로 바닥을 빙빙 돌다가 뿌연 새벽에 새끼를 낳았다. 어미는 큰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거친 혓바닥으로 새끼 몸뚱이를 핥고, 반대쪽에서는 남편이 드라이기로 미끈거리는 털을 말려 주었다.
"경험은 나이 들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 영화 '인턴'의 유명한 대사이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은퇴자 주인공 벤은 30대 CEO가 이끄는 회사에 입사한다. 벤은 컴퓨터 사용도 서툴렀고, SNS 가입도 힘든 정도였지만, 30년이 넘게 출판업계에 몸담았던 백전노장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젊은 여성 CEO의 개인 비서 역할까지 많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텅 빈 시간을 즐겁게 채워나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실 건물이 벤이 40년 넘게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바로 그 장소라는 점이다. 사무실 뒤뜰의 무성한 나무가 심겼던 그날을 벤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벤은 마치 집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한다. 나도 요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9년 전의 나도 현재 비채나움 사무실 어디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는 공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도 많았고 '막내 프리미엄'도 얻었던 세월이었다. 그때 바라봤던 창밖의 모습은 현재와 별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사무실 안쪽은 정말로 많이 바뀌었다. 두 과(課)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얼마 전 코로나의 깊은 시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했던 나훈아님의 노래 가사다. 모두의 가슴에 체증처럼 머물러있던 알 수 없는 불편함과 힘겨움 그리고 억눌러온 울분 같은 것들을 잊게 했던, 모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노래다. 지금 우리가 이 노래에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 가득 자리 잡은 답답함의 물고를 터준 때문 일거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든 1년은 없었다. 언제 부터인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사회 거기에 내몰린 사람들, 덤으로 1년 내내 우리를 꽁꽁 묶어놓은 코로나19 그리고 간간이 가슴을 에는 한파까지.... 뭐하나 긍정적인 게 없는 오늘.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래 이런 사회를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과 사람사이 집단과 집단사이에 세워진 이 철옹성 같은 생각의 벽은 언제쯤 허물어질까· 허물어지기는 할까· 한때는 그래도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사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인간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가정과 학교 또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삶의 질이 형성된다. 그중에서도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등, 예부터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는 말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존칭과 호칭이 있어서 그 관계의 분위기나 서열을 좌우한다. 친족이나 선후배 같은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이를 따져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큰 갈등 없이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싸움도 벌어진다. 그래도 난, 손자가 버릇없이 할머니 이름을 막 불러대는 서양보다 우리의 언어문화가 더 좋다. 요즘은 서양문화의 영향인지, 형제간에 이름을 부르는 것을 흔히 본다. 호칭은 가족 간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연인들 간에 '오빠'라고 부르는데, 지칭일 경우에는 누구를 말하는지 혼동도 온다. 또한 호칭에 의한 관계의 불평등 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