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나직이 내리는 빗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인가, 잘박잘박 내리던 빗소리의 여운이 선율처럼 다가온다. 간밤에 내린 비로 숲의 녹음은 더욱 짙푸르고 비에 젖은 흙에서는 그리운 고향 냄새가 나는 듯하다. 흐르는 빗물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들을 씻어주는 걸까,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칠월의 비가 창가로 와서 속삭인다. 좀 진하게 커피를 내려 머그잔을 들고 유리벽에 기대어 섰다. 우수에 잠긴 지나간 상념들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낡은 삽자루를 들고 이른 아침 물꼬를 틀고 오시던 비옷 입은 아버지의 모습, 담 밑에 애호박을 따서 조반을 짓던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국 냄새는 장마철 우리 집의 낯익은 풍경이다. 비오는 날은 오솔길이 좋다. 우산을 받쳐 들고 집 근처에 있는 매봉산으로 나갔다.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빗줄기에 어디선가 은은한 꽃향기가 풍긴다. 옅은 꽃냄새의 진원지를 찾느라 주변을 살펴보니 칡넝쿨 사이로 연보랏빛 꽃송이가 송알송알 맺혀있다. 보슬비에 젖은 칡꽃 향기가 가슴으로 스며든다. 모퉁이를 지나 산길 초입에 이르자 올망졸망한 텃밭들이 눈에 띈다. 부지런한 이들이 한 뼘 한 뼘 가꾼 자투리 땅에 풋것들이…
생활교육이 어려운 시대이다. 학교생활에 관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공유하던 가치의 범위는 좁아지거나 모호해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권리의식은 강화되며 민감해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던 교단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이미 사라졌다. 선생님들은 학생 참여수업과 과정중심 평가, 상담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별화된 기록 및 줄어들지 않는 교무업무로 바빠지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평평해져 가는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경계와 영역이 모호해질수록 관련업무 매뉴얼이 동원되는 빈도가 늘어나듯, 같은 맥락으로 학교 교칙이 생활교육의 방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문제는 학칙에 생활교육의 수많은 내용을 담아놓거나 기준을 세세하게 설정해 놓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매뉴얼로 일일이 정해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도 하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칙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그것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존경이라는 아우라가 힘을 발휘하던 시대가 지나고, 그것을 규칙이라는 문서로 대신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낯
어젯밤에도 도둑비처럼 장대비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세검정이 자랑하는 빼어난 경치란 소나기가 내릴 때 폭포처럼 사납게 굽이치는 물살을 보는 것이다. 수문(水門) 좌우의 계곡에서는 고래 한 쌍이 물을 뿜어내듯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정약용의 '유세검정기' 한 구절이 생각나, 장맛비가 쉬는 틈을 타서 괴산댐으로 차를 몰았다. 수문을 연 것인지, 일곱 마리의 용들이 토해내는 붉은 황톳물이 한꺼번에 웅장하게 떨어지고 굽이치고 용솟음친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이다! 괴산댐은 순수 국내기술로 세워진 최초의 발전전용 댐 일 뿐 아니라 나와 생년도 같아 더욱 정이 가는 곳이다. 댐 위쪽 숲속에 숨어있는 환벽정을 어렵게 찾았다. 동양학자 조용헌이 전국의 휴휴명당(休休明堂) 22곳을 소개하면서 "이 세상에 왔으면 한 번은 맛보고 가야 한다"고 극찬한 곳이다. 댐이 만들어낸 칠성호(湖)가 S자를 그리며 층암절벽을 씻기고 돌아가는 벼랑 위 연천대(鳶天臺, 하늘에 연을 날리는 자리)에다, 2011년에 정자를 세우고 푸름(碧)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환벽정(環碧亭)으로 이름 지었다. 정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관에는 수경(水景), 석경(石景),…
서울 사람은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한다. 5억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5억 원을, 10억 원짜리는 10억 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말이 5억 원이고 10억 원이지 얼마나 큰돈인가? 한 달에 200만 원씩 저축해서 10억 원을 모으려면 41년을 고생해야 한다.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거액이다. 이런 돈을 불과 3, 4년 동안에 벌었으니 횡재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도 보통 5억 원씩은 벌었다는 것이다. 충청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종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공직자에게 특별 공급한 아파트는 평균 5억 원씩 올랐다고 한다. 세종시 공무원에게 집 없는 설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특별히 공급한 아파트가 투기로 전락한 것이다. 물론 청주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더러 있다. 방사광 가속기가 들어오는 오창이나 바이오로 뜨고 있는 오송에서 새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보통 1억, 2억 원씩 벌었다는 소문이다. 세상 사는 맛 중에서 돈 버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불과 3, 4년 동안에 몇 억원씩 벌게 해주었으니 문재인 정권은 평생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은혜를 원수로 갚았
생각보다는 빠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뇌에 전극을 심은 채 생활하는 돼지를 공개하며 '뇌-컴퓨터 연결' 기술 데모를 시연한 바 있다. 치매와 파킨슨병, 사지마비 환자들을 위한 혁명적인 치료법이 될 이 기술은 추후 인간의 생각을 읽고 뇌파로 소통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같은 해 11월, 구글 산하의 자율주행 개발 업체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안전요원이 타지 않은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의 시범 운영을 애리조나에서 시작했다.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는 약 300대의 무인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크루즈' 역시 주정부로부터 무인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다. IBM은 2021년 1월 열린 IT 및 가전 전시회 CES에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선보였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최근 '실험실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너겟을 생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창고에서 제품을 찾
예전 우리 할머니는 '시간이 뜀박질을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릴 적에는 '굼뜬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는 시간인데…'라며 이해되지 않던 이 말이 지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공감이 된다. 공직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직할 나이가 성큼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그저 인생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지낸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남편이나 아이들 그리고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도 웃는 얼굴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좋은 것은 자유로움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적당히 자랐고 경제적인 문제도 화급하지 않다면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한다. 과거를 바라보며 부질없는 후회를 거듭하느니 이제라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명예퇴직한 남편은 주택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젊어서 앞만 보고 달려왔고, 그 대가로 노후 설계도 제대로 해놨으니 이제 그만 내려놓고 쉬어도 된다"고 다독였다. 그래도 남편은 "한번 시작한
복잡한 도시의 문명에 찌 들어 있는 현대인은 자연휴양림, 친환경리조트, 산림욕장, 아름다운공원, 올레길, 둘레 길을 자주 찾아 나선다. 자연치유로 건강한 삶을 찾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숲속의 맑은 공기와,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가꾸고 운동으로 산을 오르며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한다. 우리 몸은 이러한 자연환경을 좋아하며 기분도 상쾌해지고 활력을 얻어 건강을 회복하기도 한다. 제논(Zenon of Elea)이 창시한 스토아학파는 올바르게 사는 것을 곧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연은 우주의 원리이고 신의 섭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로서'자연권'이 강조돼 왔다. 흙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우리의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만들어 내부에 잠재된 감각을 밖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연 우주와의 분리가 아닌 상호공존으로 정신적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간 모
가끔, 시간이 있을 때, 이를테면 잠이 쏟아져야 할 시각인데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온갖 상념들이 잠기운을 멀리 밀어내 마냥 뒤척거리고 있을 때라든가,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정원수가 가득한 공원의 벤치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아파트에서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을 때, 어쩌자고 내 살아온 날들의 갈피갈피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위험했던 순간들이 선뜻 상기되어 그 때를 되짚어보며 아찔함에 몸서리를 치곤 합니다. 필자의 신변이나 가족에게 닥쳤던 위험했던 순간들은 아무래도 젊었던 시절의 객기나 부주의가 원인이 되었을 듯싶은데, 어쨌거나 세월이 한참 지난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아슬아슬했던 그 순간들을 무사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 즉 전지적이고 절대적인 능력자의 도움 덕분이 아닌가 싶더군요. 단순히 행운으로 돌리기엔 무언가 부족한 듯싶기 때문입니다. 가장 자주 떠오르는 장면은 운전 중 겪은 가슴 서늘했던 순간입니다. 2차선 도로의 고갯길을 오르는데 차량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늘어선 차량이 줄잡아
[충북일보] 휘슬블로어(Whistle-Blower),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불법행위나 반칙을 적발해 호루라기를 부는 걸 비유하는 표현으로 내부고발자, 익명의 제보자를 뜻한다. 내부고발, 내부고발자를 떠올리면 왠지 무시무시하다. 그간 우리가 보아왔던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위협 받고 일상은 모두 파괴되는 걸 봐왔기 때문이다. 또 내부고발 사건이라고 하면 1972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사임에 이르게 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전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기에 내부고발이란 왠지 보통의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듯 싶다. 그렇다면 보통의 우리는 어떻게 조직의 부패와 부정에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두 일상이 파괴되거나 위협받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보통의 우리들은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 부패, 비리 등을 알게 돼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게 될 것이다. 이 망설임을 줄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레드휘슬(Red-Whistle, 익명신고시스템) 시스템이 있다. 레드휘슬-익명신고시스템은 신고자의 인적사항이 전혀 필요하지 않고,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면 누구나 이
이제 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충북장애인선수들은 긴 여름의 무더위와 싸우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 준비를 해야한다. 오는 10월 경상북도 일원에서 개최되는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D-day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2년 만에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전으로 지난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각종 전국대회가 취소되면서 전국장애인체육대회도 1년 순연되었다. (2021년 경북, 2022년 울산, 2023년 전남, 2024년 경남, 2025년 부산) 이번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개최종목은 정식 28개, 시범 2개, 총 30개 종목 9,000여명(선수 6,300명, 임원 및 관계자 2,700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대회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이번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올해 처음 개최되는 장애인 종합체육대회이다. 장애인선수들은 오랜만에 출전하게 되는 전국 종합체육대회 개최를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는 각종 전국대회가 모두 취소되었지만 올해부터는 철저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몇몇 전국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6월 말일자로 정년퇴직하는 직원들의 명단이 내려왔다. 베이비붐 세대의 후반부에 속하는 1961년 상반기 출생자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출생일 기준이라기보다는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이 그 기준이다. 이들 세대는 실제 출생 일자와 주민등록상 생일이 같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단을 보니 과연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연 단위로 퇴직을 하든 반기 단위로 퇴직을 하든 만 60세가 되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직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들이 퇴직을 하면서 맞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오랜 기간 몸담아 왔던 직장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맞게 되는 큰 변화는 직장에서의 퇴출과 함께 월급도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습관처럼 들어오던 월급, 많든 적든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와서 각종 공과금이나 카드 대금을 해결해주었던 월급이 이제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게 된다.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는 것이야 그냥 TV나 책을 보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다지만,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보통 큰일이 아니다. 숨만 쉬고
희로애락은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감정 네 가지이다.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밀물로 밀려왔다 썰물처럼 사라져가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만남에 대한 기쁨이 있다면, 헤어짐이라는 슬픔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은 화남과 슬픔이다. 우리는 헤어짐이라는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며, 실제로 경험하기도 한다. 필자도 예고 없는 이별에 한없는 무상함에 빠져들고 말았으며, 수없이 많은 날들이 오고 갔지만 파란하늘을 올바로 볼 수 없는 절망이라는 어둠속에 있었다. 조선 성리학자 김유는 '태극도설(太極圖說)'에서 "태극에 대한 이치가 둥글기(圓) 때문에 천지 형체도 둥글고, 천지 형체가 둥글기 때문에 만물 이치 형식이 둥글게 되었다. (중략) 춘하추동 사시(四時) 순환, 번갈아 움직이는 오행(五行)도 범위(圈子)가 둥글기 때문이다. 둥근 뒤에 변할 수 있고, 변한 뒤에 사물을 이룬 것이다.(하략)"라고 했다. 이처럼 직선이 아니라 태극이 가지고 있는 원형 속에 있는 둥E(圓)과 회전력에 의한 원환을 떠올리며 찰라 시간들은 인내하고 기다렸다. 둥E에 대
빗속을 걷는다. 도서관에서 가져 온 신문 한 장만 받쳐 들고 가랑비 뿌리는 오솔길을 걷는다. 마을로 들어가는 직선 코스 대신 저만치 구부러진 길을 따라 걷는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다소 멀기는 해도 그렇게 걸어가면서 오솔길이 만들어낸 곡선의 의미를 생각한다.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은 직선이다.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딘가 딱딱한 느낌이다. 그에 비해 곡선은 훨씬 부드럽다. 직선보다 완만해 보이기도 하지만 보다 원숙한 경지가 그려진다. 앞으로 갈 때는 보이지 않다가 삶의 후반부에 비로소 드러나는 자기 성찰과 사색의 장이다. 어딘지 모르게 자연의 모습과도 닮았다. 마을은 물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도 둥글다. 시냇물을 봐도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구불구불 돌아 흐른다. 그에 비해 직선은 어줍지 않은 문명의 찌꺼기처럼 보인다. 경쟁하듯 올라가는 빌딩과 수많은 고속도로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달리기만 할 뿐 돌아갈 줄 모르는 철부지의 고집이 느껴진다. 곡선은 좀 더 타협적이다. 시간은 걸리지만 작은 것까지 배려하는 등 근원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직선의 추진력만은 못해도 깊은 속까지 헤아리기 때문에 여타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빠르다고 하는…
집의 뜰에 잔디가 자라고 있다. 마당 바위에 앉아 고즈넉이 잔디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빗물을 타고 흘러들어 왔는지 바람결에 날려들었는지 다른 풀들이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마당을 점령해 들어간다. 처음에 잔디 사이에서 기미를 보일 때는 아내가 잠깐만 뽑아도 사그라졌는데 작년 장마 이후론 거개가 잡풀이라 이제는 오히려 잔디가 밀려나는 추세다. 보다 못해 금년 초 바람 부는 추운 날 육거리 약초 상에 가서 잔디에는 해를 주지 않고 잡초만 제거하는 효능 좋은 분말 제재를 사왔다. 유독성이라 약재상 주인이 시킨 대로 이른 봄날 바람 약한 날을 잡아 만에 하나 위험 없도록 바람을 등지고 마당에 고루 약을 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잡풀이 심한 곳에는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잔디 잘 있는 곳에는 아주 살짝 뿌리곤 날씨가 화창해지면 파랗게 일어날 잔디를 고대했다. 그런데 아뿔싸 기다리던 4월이 한참 지났는데 잡초는 물론이고 기다리는 잔디까지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이윽고 올라온 잔디를 보니 어렸을 적 보았던 기계총 앓던 친구 머리처럼 듬성듬성하다. 약을 잘못 뿌렸나본데 천상 올해에는 제초기 한번 돌릴 기회도 없겠다. 자란 곳은 무성하고 잔디가 없는 곳은 맨 땅이라 마당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선유도에 갔다. 일기예보와 달리 도착도 하기 전에 비가 내린다. 선유도에 처음 간 것은 3년 전 다리가 놓인 직후였다. 섬과 어우러진 바다 경치가 무척 빼어나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그때는 날씨가 좋아 '구불 8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해수욕장과 장자도 둘레만 걸었다. 비는 내렸지만 여러 섬들은 차분히 그 자리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어 천천히 걷는 나를 위로했다. 전에 걸었던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도 많은 기쁨을 줬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수년 전부터 걷기 열풍이 왔다. 코로나19를 견뎌야 하는 요즘 걷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제주 올레길'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이 생기고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자체별로 몇 개씩, 금세 전국에 수백 개의 걷기 길이 만들어졌다. '걷기 열풍'은 지자체 주도로 '길 만들기 열풍'이 되었고 중앙 부처에서 주관하는 전담 부서가 없다 보니 관리는 부실했다. 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길을 만들기 위해서 명분을 만든다. 길은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걷기 길이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이 아닐진대 길이 먼저 생기고 사람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스
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69년, 1961년 5·16 군사정변에 따라 해산의 아픔을 겪다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따라 1991년 부활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을 한자 나이로 보면 이립(而立), 이는 '능(而)히 세울(立) 수 있다'는 의미로 '기초를 세우는 나이', 즉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겨서 도덕적으로도 확고히 된다는 뜻이다. 이립의 해인 올해 1월 12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돼 내년 1월 13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역량과 책임성 확보, 지방자치단체 행정 효율성 강화, 자치분권 확대를 담고 있다. 주요 골자는 '주민 조례발안제 도입',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정책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사권 독립', '기록표결제도 도입'등 그 동안 지방의회에서 30여 년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지방의회의 현안이다. 자그마치 지방의회의 기초를 닦는데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를 통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선대(先代) 지방의회 의원들과 국민들의 염원이 하나가 되어 이룬 성과다. 아직도 지방의회가 주민의 생활현장 속으로 들
마른빨래를 걷어 차곡차곡 접으며 펑퍼짐한 엄마의 바지를 본다. 치마를 입으신 것이 언제일까. 줄무늬 치마를 오래도 입으셨는데 결국 내 손으로 버리고 보라색 원피스는 끝내 버리지 못하고 다시 넣어두고 말았다. 가끔 삶에 지쳐 쉬고 싶을 때 엄마의 품속, 치마폭을 생각하곤 한다. 오늘은 엄마의 주간보호센터를 옮기는 날이다. 친절한 요양사 선생님 덕에 일년여를 큰 걱정 없이 맡길 수 있었지만 내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아 옮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다. 성격이 우직한 엄마는 옮기기를 원치 않으시는 눈치지만 자식이 옮기자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새 주간보호센터를 수소문하러 다니며 오래전 엄마를 모시고 할머니의 요양원을 찾아다니던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실 때 엄마는 자주 할머니를 보러 가셨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을 찾으셨다. 장마 소식이 있던 날 엄마는 또 길을 나섰다. 무릎이 좋지 않은 엄마를 마지못해 따라나서며 날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는 할머니를 보러 가는 일이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할머니는 늘 배가 고프다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간병인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칠월이 되어 온 사방이 뜨겁게 달궈지더니 며칠 전부터 장맛비가 푸른 어둠 속 장하게 내립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때론 분노하고 때론 좌절하고 환희하며 지금껏 잘 살아왔습니다. 살며 하루하루를 잘 지낸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가끔씩 장맛비에 진흙을 잔뜩 덮어쓴 것 같아 참 난감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비 오는 어둠 속을 헤매는 존재입니다. 누구나 사는 게 다 힘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나이 들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가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냥 세월만 흘러갑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왜곡돼 지금에 이른 것을 우리는 진실인양 알고 사는 것이겠지요. 그러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 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듯이 사람이 나이만 든다고 해서 그가 오랜 인생을 산 것은 아니겠지요. 바다를 오랫동안 표류하며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같은 자리에서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게지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호정리는 본래 청주군 산내이상면의 지역으로서 호연정(浩然亭)이 있으므로 '호연동(浩然洞)' 또는 '호정골'이라 부르다가 줄여서 '호동(浩洞)'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호정이란 지명에 대한 유래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조선 초기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이 이곳의 승경에 매료되어 초가집을 짓고 이 지역에 은거하였다. 어느날 동쪽 봉우리에 올라 지세를 살펴보니 마을이 흡사 배 모양을 한 행주형(行舟形)임을 발견하고 장차 이곳에 큰 수해가 있어 마을이 크게 훼손되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급히 산에서 내려와 남산에 돛대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어놓고 배를 묶어놓는 닻돌을 마련하였다. 그런 후에 다시 산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고 나서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네 개의 산의 이름을 지었는데 동쪽의 봉우리는 용마산(龍馬山), 북쪽 봉우리는 매봉산, 남쪽 산은 대왕산, 서쪽 산은 선도산(仙到山)이라 하고 북쪽과 동쪽 사이의 낮은 산은 치복산(雉伏山), 그 사이에 있는 계곡을 사냥골이라 한 후 이 산들을 돌면서 사냥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하륜이 정양을 하고 있던 마을을 하륜의 호를 따서 '호정(浩亭)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개국 공신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며칠 전 5학년들이 닭장 따밤랜드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병아리들이 하나도 없어요." "헉! 뭐라고· 어제도 윤찬이랑 작은 닭장에 7마리 잘 넣어줬는데 무슨 일이니·" 닭장 안에는 하얗고 까만 깃털만 몇 개 널브러져 있을 뿐 어디에도 병아리들이 없다. 아이들은 병아리들과 놀려고 만들어놓은 벤치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 사단은 5학년들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닭장에는 수탉 1마리와 암탉 3마리가 주기적으로 알을 낳으며 잘 살고 있었다. 조금은 엉성하지만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별일 없이 겨울을 보냈다. 봄이 되자 5학년들은 새로운 일을 도모했다. 한 마디로 닭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식구 늘리기 프로젝트였다. 좁은 닭장에 갇혀 하루 종일 지내는 닭들이 불쌍하다며 닭장 뒤 여유 공간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겠단다. 아이들은 직접 각목과 그물망을 구입해왔고 쓱싹쓱싹 뚝딱뚝딱 공간 변신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수행했다. 닭장 벽을 뚫어 커다란 터널도 만들었고 멋졌다.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밤새 누가 닭장을 침범했는지 닭 한 마리가
최근 뉴스를 통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아동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동학대의 위험성이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지속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바라보는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2020년 10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대응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강화하는 아동보호체계가 개편됐다.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조사 업무는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심층 사례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사례관리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정책을 개편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시행되는 법에 비해 현장에서 기능하는 매뉴얼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가 느끼는 아동학대 현장에서의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 및 가족 중심의 서비스 실천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아동학대사례 중 75.6%는 가정 내 보호자에 의해 발생
자발적 외톨이라는 당당한 이름표를 마음에 내걸고 지내오던 중에, 몇 번 왕래하며 얼굴을 익힌 어르신이 동대표 선출 공고를 가리키며 말을 거셨다. "여기 죄다 늙은이들만 있으니 젊은 사람이 봉사 좀 해요" 그 말이 부하에게 출전을 알린 황제의 하명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자발적 외톨이였던 내가 마음을 고쳐먹고 이왕 할 거면 책임지고 확실하게 하겠다고 입주자대표회장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입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공부해가며 참으로 무모한, 하지만 용기 있는 항해를 시작했다. 720세대의 다양한 사정을 가진 입주민들과 관리소 직원들의 뜻을 존중하고 아파트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운영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 나름의 양심과 원칙을 따라 노력해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느낀 점이 적지 않다. 첫째,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 자질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줄 것인지 아니면 외면할 것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발적 외톨이를 자칭했던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보시길 바란다. 잔뜩 위축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 좋으련만 집에만 있어야 하니 참 갑갑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밖을 나가도 입을 막은 마스크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를 순간순간 느끼며 한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물을 자주 주는데도 잎이 윤기를 잃고 시름시름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듯 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는 고무나무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생각해보니 몇 해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았다. 작은 화분에서 뿌리도 제대로 못 펴고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발버둥을 쳐서라도 화분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화원에서 분갈이해 온 나무는 지금의 내 신세처럼 답답할 정도로 잎들이 빼곡하다. 화분 중심에 자리 잡은 본체 옆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 처지도 안쓰럽기만 하다. 공간에 갇혀 있는 갑갑함을 달래도 보고 내친김에 큰 화분과 분갈이 흙도 구입하기 위해 화원으로 향했다.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를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중심을 잡아주니 늠름해 보인다. 어머니 품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분가를 하고 홀로서기를 한 모습처럼 대견하다. 본체는 뿌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기자회견을 보면서 생각나는 게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안기부장이었다. 왜냐하면 전두환이 사면초가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장세동과 같은 측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 그를 버렸어도 장세동과 같은 측근이 보살폈기 때문에 골프라도 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후에도 여태껏 교도소에서 석방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세동과 같은 충신이 없는 것은 물론, 김무성·유승민처럼 반기를 든 사람도 적잖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정권을 빼앗긴 선례가 거의 없음에도 탄핵을 당하고 구속까지 당한 것은 아군을 향해 총질을 한 우군의 분열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가 일 년도 남지 않았다. 어느 대통령이고 퇴임하면 불행한 삶을 사는 공통점이 있는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핵심 측근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 국정원이 정권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정권은 검·경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검찰총장을 발탁했을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
노란색 꽃 무더기가 산책길을 환하게 밝힌다. 연초록 잎에 선명한 노랑꽃, 애기똥풀꽃이다. 이름도 귀엽다. '애기'라는 말이 들어간 대부분의 이름은 작거나 가여운 느낌이 든다. 줄기를 꺾어보면 노란 액체가 동글 맺힌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톱에 콩콩 찍어 노란 꽃무늬를 그리며 놀던 시절이 생각난다. 꽃 이름에 '똥'이라니, 무려 애기와 똥이 합쳐진 이름이라니, 오물이라도 묻은 듯해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절로 앞의 글자 '애기'에 마음의 방점을 찍게 된다. '애기'라는데, 그 보송보송한 몸뚱이 안에 노란 똥이 가득 들어있건, 생떼든, 심술로 가득 찼건 상관없다. 노란색이 주는 맑은 느낌과 단순한 동그라미 네 장이 연결된 원형적인 꽃 모양이 천진하다. 게다가 노란색 똥을 싸는 꽃이라니, 어느 꽃의 이름이 이보다 더 귀염귀염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듯 체온이 느껴지는 정다운 이름을 지은이는 아마도 아이를 낳아 똥까지 예뻐하며 길러본 사람이겠지. 꽃망울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에는 솜털이 듬성듬성 나 있어, 어린 아기의 민머리 같다. 꽃이 피어나면 두 조각의 꽃받침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는 넉 장의 동그란 꽃잎이 펼쳐진다. 꽃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