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상이변 현상을 겪고 있다. 올해 7월 유럽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홍수로 166명이 사망했으며, 중국 저장성 지역은 태풍'인파'로 인해 사흘간 95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더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감싸는 열돔현상으로 인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지성 호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엣부터 인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에 대해 경외심과 더불어 이를 극복하고자 관측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기상 분야도 기상관측 기술의 진보와 함께, 방대한 자료를 계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의 발달로 날씨예보, 기후변화 예측 등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수준까지 발전해왔다. 현재 가장 발달한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인공위성을 활용한 기상관측 방법은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현상의 실시간 관측자료와 전 지구적인 기후자료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다양한 기상위성을 이용해 지구의 기상·환경·수문 등 다양한 분야의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황사나 태풍의 이동 경로 등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으며, 북미나 호주의 대규모 산불
지난달부터 월급이 확 깎였다. 통장에 찍힌 금액의 앞자리부터가 달랐다. 입사 이후 줄곧 오르기만 하던 월급이었다. 많든 적든 해마다 임금 협상에 의해 오르고, 호봉 상승에 따라 오르던 월급이 이제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오히려 매년 깎이게 된다. 바로 '임금피크제' 때문이다. 임금상승이 피크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임금피크제란 기업별로 근로자가 일정 나이가 되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삭감에 들어가기 직전의 월급이 피크 월급이다. 임금이 피크에 도달했기 때문에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삭감할 나이가 됐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2013년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됐는데, 이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삭감해서 남은 인건비로 청년고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임금피크제의 형태는 기업별로 매우 다양하다. 임금 삭감의 규모, 삭감 기간, 삭감 기간 중 업무부여 여부 등이 다르고,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도입한 곳, 정년연장 없이 정년보장만 하면서 도입한 곳 등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피크 때 임금보다 무려 40%나 삭감되는 회사가 있는 반면 겨우 10
논어 학이편의 學而時習之면 不亦悅乎아(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에서 습은 鳥數飛(배우기를 마치 새가 자주 나는 것과 같이 한다)라. 習을 破字해도 같은 의미이다. 깃털 羽의 아래에 흴 白은 원래 날 日자로 새가 매일 깃을 나부끼듯 공부를 매일같이 하라는 것이다. 교육에 종사하며 학습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요즘은 그 다음 단락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不·이면 不亦君子乎)에 더 눈이 간다. 나이가 들수록 자리에 책임이 들수록 자존감은 높아지는 반면에 내가 아는 만큼 남들이 나를 몰라주는 경우가 허다해 그런가, 아니면 드러나지 않던 인물이 정작 자리에 오른 뒤에 기대에 부응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주변의 친구를 보라 하는데 친구처럼 다양한 표현도 없다. 물과 고기의 관계 같은 수어지교(水魚之交)-군신간의 관계를 논할 때도 쓰인다. 서로 잘 통하는 막역지우(莫逆之友), 귀하고 향기로운 금란지교(金蘭之交)나 지란지교(芝蘭之交), 관중과 포숙아 같은 관포지교(管鮑之交)에 어릴 적부터 같이 논 죽마고우(竹馬故友)와 총각지교(總角之交)에 친구대신 목을 내 놓을 지경인 문경지교(刎頸之交
요즈음 들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평소 음악과 그림을 매치시켜서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으나 그림이 문제였다. 음악은 다운을 받을 수가 있는데 그림은 아무리 해도 여의치 않았다. 생각 끝에 풍경을 찍어서 컷 그림으로 만들었다. 작업이 훨씬 순조로웠다. 어디서든 다양한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풍경이면 풍경 그대로 작품의 이미지에 맞춰 편집이 가능하다. 언젠가 이슬이 맺혀 있는 잎을 찍어서 현상을 했더니 선인장 비슷한 문양이 나왔다. 확대해서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사막을 내용으로 한 작품을 편집했다. 전문가들처럼 요모조모 만드는 게 아닌 좋아하는 음악에 사진을 곁들이는 게 전부지만 그만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만들어서 나의 유일한 독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예쁘고 단아한 영상물을 보는 것 같다'고 좋아하는 분 때문에 특별히 보람을 느낀다. 나보다 훨씬 연배시고 학력도 높은 분이 글귀 하나 빠뜨리지 않고 감상까지 적어 보내신다. 당연히 분발할 수밖에 없다. 세심히 읽는 분을 위해 낱말 하나까지 다듬다 보니 내가 봐도 문장이 깔끔해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보다는 부족한 글이나마 꼼꼼하게 읽는 정성 때문에 허투루 할 수가 없다. 더욱
[충북일보] 기침하는 아이를 보며, 혹시 우리 아이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해 본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소아청소년은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 집단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접촉 위험성이 높으며, 나이에 따라 손 씻기 및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거기에 감염이 의심 되어도 보호자 없이 자가 격리가 쉽지 않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하는 확진자 연령별 현황을 보면, 지금까지 전체 코로나19 환자 약 20만 명 중, 20세 미만 환자는 13% 정도로 26,000명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다행인 점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아청소년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에서는 주로 경증이 많으며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잠복기의 경우에는 성인과 비슷한 2일에서 14일까지 평균 6일 정도의 시간이며, 감염 증상으로는 열과 기침이 가장 흔하나, 무증상 감염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감기나 비염 증상으로 인한 구별이 쉽
지독히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바깥 공기를 마셔본다. 몇 주 째 변함없는 온도와 습도의 냄새가 난다. 얼마나 더 이 독한 더위를 견뎌야 하는지 암담하다. 아스팔트 위의 열기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한낮, 게으른 강아지는 현관 앞에서 눈도 뜨지 않는다. 밥을 짓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다 밀어둔다. 우선 살고 봐야지 집안 좀 안 한다고 뭔 일이 생기겠는가. 강아지는 현관 앞에 나는 거실에 길게 누워 한낮을 견디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 있으면 거실 구석에 장식처럼 서 있는 에어컨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전기세 무서워 일 년에 서너 번 손님이 왔을 때만 돌아가는 것으로 에어컨의 역할은 끝이 난다. 달콤한 케이크를 놓고 눈으로만 바라보라는 것 같은 유혹에 시달린다. 스위치만 한번 누르면 되는데 머릿속에 자꾸만 돌아다니는 전기세 고지서가 손가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참다 참다 드디어 에어컨 리모컨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손가락의 가벼운 터치에 온 집안을 금세 서늘하게 만들어 놓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자꾸만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요란한 소리도 없이 센 바람도 없이 소리소문없이 집안을
하나의 단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공간은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따라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학교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가진 학교에 관한 경험, 느낌, 생각에 따라 자신만의 의미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학교는 친구와 만나는 즐거운 공간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앉아 있는 것이 힘든 곳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품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과정은 교실에서 아이가 자신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아이 스스로는 자신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교화해 나가는 기회가 되어 줄테고, 서로의 의미를 살펴보는 과정은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으로서는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있고 느끼는지를 알고 이를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피드백의 과정이 될 것이다. "방을 담고 있는 찬장이에요. 소리가 오가는 길이기도 하죠." 무엇에 관한 설명일까.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 공살루M.타바리스, 로그프레스'은 꼬마 안데르센이 보
지난 7월 정부는 "기획조사를 통해 시세 조정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높은 가격에 거래 신고만 하고, 추후 이를 해제 신고하는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최초로 적발하는 성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실거래가 띄우기의 방법도 다양하고 교묘했다. 대표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처제 아파트를 자녀 명의로 고가 매수하고, 다시 제3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중개한 후 이득을 취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중개보조원이 아파트를 시세보다 높게 본인 명의로 신고한 후 그 금액으로 매매 중개하고 종전 거래를 해제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명백히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가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강력히 단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고, 대검찰청도 전국 검찰청에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를 지속해서 적발하고, 강력한 처벌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국민이 피해를 보기 전에 실거래가의 적정성을 조정·검증한 조정실거래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실
청렴이란? 이 주제에 대하여는 많은 이들이 뜻풀이에서부터 옛사람들의 청렴까지 사례와 이야기를 수도 없이 펼쳐놓았고, 이를 일상생활 속에 뿌리박을 수 있도록 갖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왔다. 그럼에도 청렴은 특히 공무원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주제고 실천과제다. 공무원이 아닌 남편은 "청렴은 안전 프로세스"라 하며, 국민 누구나 지켜야 할 과제라 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전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헤프닝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륜차로 출퇴근하던 상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끔씩 공용 기름을 이륜차에 주유했는데 책임을 받은 직원들 중 조금은 주의력이 약한 직원을 골라 부정한 행위를 시켰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둑한 저녁나절에 그 이륜차에 갑자기 불이 나서 홀딱 타버렸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 또 그 직원이 명령을 받고 불빛이 약한 어두운 상황에서 기름통으로 주유를 하다 보니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고, 라이터를 켜 연료통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때 갑자기 불이 일어 이륜차를 태우고 만 것이다. 휘발유 기체에 라이터 불이 붙어버린 것이다. 그 직원은 너무 놀라 어찌 할 줄 모르고 당황해 하는데 이륜차 주인인 상사는 그냥 웃고만 있었다고 한다. 왜 웃고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드넓은 몽골 광야에 한 남자가 서서 마두금(馬頭琴)을 켜고 있는 TV채널 장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관중은 결이 고운 진갈색 털을 가진 말 한 마리와 말 주인 둘뿐이다. 조용히 서 있는 말, 그 옆에서 약간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서 있는 말 주인, 그리고 악사,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런데 말 주인의 표정이 간절히 기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경건한 의식을 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관중인 말은 왕방울만 한 두 눈만 끔벅일 뿐 별다른 표정이 없다. 말은 난산의 고통을 겪은 어미 말이란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아 새끼가 위험에 처하게 됐단다. 이럴 때 몽골 사람들은 마두금 연주자를 불러 음악을 들려주면서 심사를 달래준단다. 그러면 음악을 들은 말이 눈물을 흘리며 맘껏 운 뒤, 유순해져서 새끼를 잘 돌본다는 거다. 말이 음악을 듣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켜 울다니, 동물이 음악을 듣고 생각을 돌이킨다니…. 어릴 적에 우리 집 어미 소가 새끼를 낳았을 때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 어미 소 역시 극한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를 다가오지 못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그럼 쓰냐? 지 새끼인디 돌봐야지!" 아
입추가 코앞인데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사그라질 줄 모른다. 이 무더운 여름이 가면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온다. 서서히 익어 가는 과일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삶의 진리를 생각해본다. 대추 한 알이 영글기까지는 겨울, 봄, 여름을 거치는 동안 태풍과 천둥, 벼락을 맞는 과정을 겪고 무서리와 땡볕 등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역경과 시련을 견디는 성숙의 과정을 거친 것이어서 한 알 한 알 위대하다. 그것이 세상과 소통한 대추 한 알이 알려주는 삶의 진리가 아닐까 한다. 우리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땀과 피눈물을 흘려야 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다. 모처럼만에 도민들이 축제분위기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활약 때문이다. 폭염과 코로나로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도민들에게 태극기를 휘날리며 짜릿한 기쁨을 주고 있다.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따냈을 때는 내 일인양 기뻐하고 아쉬운 탈락에는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날들을 보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민적 자부심과 자신감을 키우는 데 스포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나가 충북과 대한민국의 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시에는 자연을 훼손하고 놓아진 멋진 건물들이 즐비한 반면 해가 지날수록 재난은 우리의 삶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충북은 꾸준히 집중호우,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돌발성 강우 등 더 이상 재난에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2017년 청주에 내린 시간당 91㎝의 기록적 폭우와 2020년 54일간 이어진 최장기간 장마 등 점점 재난 발생 빈도가 많아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복구에 투입되는 예산이 수백~수천억에 달한다. 재난대비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무엇일까? 재난은 완벽한 예방이 불가능하므로 피해 시 실질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금액을 보상받는 것이 필요하다. '풍수해보험'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며 적은 비용 대비 최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풍수해보험은 첫째, 전체보험료 중 70~92%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충북은 전국에서 보험요율이 낮아 주택 100㎡ 기준 1년 보험료가 평균 약 3만5천 원 정도이다. 이 중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약 4천 원 정도 부담하면 재난 피해 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둘째, 1년 단위 소멸성 보험이다. 보험에서 가
산행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남들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잘도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둘 다 힘들다. 오르막은 숨이 차고 다리가 천근만근이고 내리막은 미끄러질까봐 더디 걸어 매번 꼴찌다. 남편은 느릿느릿 겨우 오르는 나를 보고 나무늘보 같다고 놀리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악산 같이 난이도가 높은 산은 엄두를 못 냈다. 교장실에는 2개의 산사진이 걸려있다. 하나는 뉴질랜드의 최고봉 마운틴 쿡 설경이고 다른 하나는 넘실거리는 운해에 불쑥 솟아 있는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마운틴 쿡은 먼 이국땅인데도 호수 너머 멀리서 바라보는 산이라 몇 해 전 다녀왔다. 공룡능선은 최소 15시간 이상 산행을 견딜 수 있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초여름, 남편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도전해보라고 제안했다. "나무늘보처럼 느린 사람이 어떻게 갈 수 있겠어요?" 하니 그것보다는 좀 더 빠르단다. 용기를 냈다. 8월 중순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기로 했다. 결심을 한 이상 준비를 해야지. 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5층까지 계단 오르기를 3번씩 하고 출근했다. 저녁엔 집 앞 학교 운동장에서 성큼성큼 빠르게 걷
단양의 아름다운 산수 역사를 담은 건축물은 아무래도 구 단양 관아에 있던 '이요루'일 것이다. 이요루(二樂樓). 일만 가지 즐거움을 나타내지 않고 왜 두 가지 즐거움만을 얘기 한 것일까. 알고 보면 유명한 글에서 따온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 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는 명구에서 유래된 것이다. 조상들은 경치 그윽한 곳에는 이런 이름을 딴 정자를 짓고 산수를 즐겼다. 당대 저명한 명필을 불러 편액을 써 붙인 곳도 있는 데 안평대군, 추사의 글씨가 유명하다. 겸재 정선은 단양 봉서정도(鳳棲亭圖)를 그렸다. 이 그림은 18세기 초반 단양관아(丹陽官衙)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그림 중앙에 이층 누각의 이요루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조선 성종 때 대쪽 같았던 사관 김일손은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실록에 넣어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것을 비유했다. 이 사실이 탄로나 극형을 받았지만 꺾이지 않았던 그의 직필(直筆) 정신은 지금도 빛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단양군 편에 김일손이 이요루에 올라 단양산수를 감탄한 글이 있다. '…(전략)… 죽령을 향하노라면 그 사이에 즐길 만한 산수가 하나
얼마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LH 사태를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청렴의 현 주소를 떠올리게 된다. 청렴(淸廉)은 사전적으로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의미다. 어느 시대이건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가치이며 덕목으로 이해돼 왔다. 우리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청백리가 대표적이다. 다산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善)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라고 공직자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기준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청렴은 비단 공직자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나 가치가 아니다. 공직자를 포함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실천돼야 할 보편가치이며, 실현해야할 당위론적 명제이다. 이는 청렴이 한 개인이 갖춰야 할 자발적인 가치를 떠나 국가적 인식, 법적, 제도적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는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는데 전통적으로 뉴질랜드, 덴마크, 핀란드 등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순위가 오르고 있다. 공직자
극심한 폭염도 한 달 이상 계속되면 재난이다. 백신만 맞으면 수그러들 것 같던 코로나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이냐고 하늘을 향해 탄원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폭염이나 코로나보다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뉴스도 있다. 이 난리 통에 청주시에선 새 청사를 짓기 위해 임시청사를 물색한다는 소식이다. 지금이 청사타령이나 할 만큼 한가한 때냐고 호소라도 하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살기가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를 살피는 눈으로 거리를 돌아다녀 보라. 장사가 잘 되어 감사(感謝)세일을 한다는 점포는 찾아 볼 수 없다. 늘어나는 빈 점포마다 임대광고가 나붙고, 폐업 직전 떨이를 한다는 현수막도 적잖다. 그렇게 다급한 소릴 하는데도 썰렁하기만 하다. 그만큼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비유를 한다면 서민 생활이 도탄(塗炭)에 빠진 것이다. 박정희가 61년에 5·16을 일으키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도탄에 빠진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5·16 당시보다 잘사는 것일까? 겉으론 잘 살아 보일지도 모른다. 자가용을 굴리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니까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끝도 보이지 않는 암막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언제 그 암막을 걷고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요즈음 가끔의 두통과 함께 눈물이 고이며 눈가를 짓무르게 하는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울한 기분이 오늘따라 더 눈을 침침하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소나무를 바라본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늘 그 자리에서 푸름을 뽐내고 있다. 나도 그랬었다. 젊음이 마냥 그대로 일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늘 이십 대이고 싶음을 느낀다. 어쩌면 내 몸이 그렇지 않음을 강하게 긍정하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마음만 이십 대임을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더 실감을 한다. 지난번 고무나무 분갈이를 하면서 다독였던 마음이 아직도 정리가 덜 된 듯 아려온다. 제대로 두 다리 쭉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련가. 어미 곁을 떠나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본다. 여름철 소낙비를 흠뻑 맞고 나면 내 곁에서 멀어질 아이들 걱정이 두 눈을 더 아프게 하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두 손을 뻗어 머리맡에 놓인 안경을 찾는다. 희뿌옇게 보이는 눈을 비비며 혹여나 중병이 걸린 건 아닌지
지난달 중순에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을 받는다고 했을 때,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듯했다. 다음날 어렵지 않게 예약 일자를 잡을 수 있었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내가 전파자가 되는 것이 더 두려웠지만, 막상 예약해 놓은 날짜가 다가오자 이런저런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위에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돌아가신 어르신 이야기와 백신 부작용으로 고생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긴다는 대상포진까지 앓느라 한 달 넘게 고생했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큰일을 앞둔 것처럼, 접종 후 이틀 동안의 일정을 미리 조정했다. 이전부터 잡혀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받아만 놓고 보내지 못한 메일의 답장을 쓰고, 챙겨야 할 전화도 미리 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내 목소리 너머 전에 볼 수 없던 비장함을 느꼈으리라. 온전히 백신 접종을 위해 날짜를 통째로 비워 두었다 예측할 수 없음이 불안을 낳는다지. 포털뉴스에는 백신 접종 부작용인 아나팔락시스를 대비한 코로나 보험이 등장했다고 나온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깜깜한 오늘의 불안한 틈을 비집고, 또 새로운 보험이 생긴 모양이다. 나 또한, 여름이면 광 알레르기에 민감도가 높아 걱정을…
업무가 생태공원 관리다 보니 업무적인 일로 공원에 가는 날이 매일이다. 그러나 목적이 일이다 보니 제대로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아이와 엄마가 산책로를 걸으며 웃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솔직히 사소한 건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혼잣말로 투덜대며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평온한 감정을 경험했다. 지금은 공원에 가는 날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주민들이 지치고 힘들 때 공원을 산책하면서 힐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세상을 외친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측정 결과를 보면 미미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전보다는 청렴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부정부패 관련 일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될 때가 많았다. 뉴스에서 전체 공직자들을 한통속으로 몰아붙일 때면 속상하고 억울하다. 스스로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보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업무 중에 알게 모르게 소홀하게 처리한 일도 있었을 것
인생을 살면서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물질이다. 그러나 물질은 삶을 위한 수단일 뿐 인생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현대 사회가 물질만능주의 사회로 변질돼 감에 따라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질되고 있다. 그 결과 물질은 범죄의 대부분의 동기가 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간, 형제간에도 물질이 개입되면 남이나 다름이 없다. 부부 간에도 예외는 아니다. 옛 부터 '가난이 문 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밖으로 도망 간다' 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물질의 비중이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절대적인 빈곤층은 거의 없지만, 많은 현대인들은 상대적 빈곤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TV나 영화 등의 간접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현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을 목표로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반면 부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계층이 다른 사람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미워하고 싫어한다. 선진국 국민들은 비교적 부자들을 부러워하고 존경하지만, 후진국일수록 적대 감정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1970~1980년대에는 우리나라도 고
-재판 중인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며 사상가인 전봉준 선생과 잠깐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녹두대장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죽지 못해 살아 있소, 좋을 리야 없지요. 심문이 계속되네요." -동학이 35년쯤 되었는데 선생은 입교한지 5년여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중책을 맡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온 몸을 바치려는 이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은 탓 아닐까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고 예상하나요? "모르긴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살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이렇게 될 걸 처음부터 짐작하고 하신 일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난 서당의 훈장이고 동학교인일뿐이었지요." -동학의 핵심이 뭔가요? "한 마디로 시천주(侍天主), 주인을 내 삶에 모시는 거예요. 좀 더 말하면 수심(守心), 충효(忠孝), 보국안민(輔國安民), 곧 내 마음을 지키고 나라와 부모를 받들며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거지요." -그런 가르침을 따라 행한 것이 나라에 큰 죄인이 되었다니 허탈하시겠어요? "시대가 험악하지요. 평범하게 살거나, 그렇게 죽기가 어려운 세상이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요? "한두 가문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니…
요즘 날씨가 너무 얄궂게도 정말 뜨겁다. 플러그미디어웍스 회사 건물이 유리로 돼있어서 그런지 에어컨을 하루 종일 파워 모드로 전원을 켜놔도 시원하지가 않다. 작년에 이전을 하며 새 에어컨으로 적은 가격도 아니고 나름 비싼 가격을 감당해가며 천장 위에 시스템으로 셋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덥다. 회사 내부에 있는 스튜디오 쪽은 해가 질 무렵 측면에서 햇볕이 직광으로 쬐어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해지기 보다 사무실 내부가 더 더워지는 이상한 일이 요즘 발생하고 있다. 처음 이전했을 당시 겨울이었음에도 대표실은 마치 한여름인양 따뜻해서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겨울에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당혹스럽게 했다. 식물을 들여놔도 식물이 말라 죽고 성능이 좋은 열차단 선팅필름으로 보완을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요즘 여러 가지로 컨디션이 난조인 것이 식물도 말라비틀어지는 공간에서 기력을 뺏기는 것이 아닌지, 날씨가 너무 덥기때문인지요즘 체력관리 및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가 보다. 이렇게 덥고 뜨거운 햇빛을 잔뜩 쬐고 무럭무럭 익고 사람들을 만날 준비를 마친 고추들이 판매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에서는 고추하면 괴산
예상했던 대로 백신의 영향을 덜 받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주류가 되어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금 대유행이 시작됐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더 확실히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도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백신들의 1차 접종을 마친 인구가 전체의 과반을 넘긴 국가는 겨우 몇 개 나라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국가들은 최종접종이 아니라 1차 접종률조차 50%를 넘기지 못했다. 이 속도라면 어쩌면 전 인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때보다 그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때가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일부 보고를 보면 이미 현재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하는 바로 그 바이러스일 수도 있어 보인다.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해당 바이러스가 백신으로 인해 퍼지지 못하는 기존 바이러스를 대신해 전염되면서 빠른 속도로 주류 바이러스가 되게 된다.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인류가 쏟아 부은 모든 노력과 자원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해당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를 가지는 백신을 다시 개발하든 기존의 백신을
새벽 다섯 시, 용대리의 하루가 열린다. 이곳에 온 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일어나자마자 산야초로 만든 효소 한잔을 물에 타서 목 안에 넘기며 생각에 젖는다. 적막한 산속, 풀벌레 소리가 고요를 허물고 있다. 여섯 시가 되길 기다려 아침 산책을 나선다. 하얀 모자를 쓰고 핸드폰을 든다. 신을 신다가 다시 들어와 쌀과자 두 쪽을 챙긴다. 마당 입구엔 호랑이 개 두 마리가 여름을 지키고 있다. 얼룩덜룩한 호랑이 무늬 옷을 걸친 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는 매일 아침 그들에게 쌀과자 한쪽씩을 던져주고 외출을 허가받는다. 처음엔 사납게 짖어대던 그들이 아침마다 과자를 상납하자 꼬리까지 살살 흔들며 흔쾌히 산책을 허락한다. 사나운 문지기에게 잘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들은 쌀 과자에 현혹되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집 앞 다리를 건너 논길을 걷는다. 허공엔 거미줄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마치 누군가의 소식을 모아서 전해 주는 와이파이 표식 같다. 거미줄 속에는 갖가지 곤충들이 숨 없이 걸려있다. 싱싱했던 그들의 생을 압축해서 전시해 놓은 것처럼. 논은 초록 융단을 깔았다. 가지런하고 늘씬하게 자라고 있는 벼의 종
무더운 기운이 우거진 숲까지 뚫고 내려오나 보다. 걸음을 멈추어도 삐질삐질 땀이 난다. 나만 그런가 둘러봐도 모두 휴대폰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헉헉댄다. 부채라도 들고나올 걸 하지만 떠나간 버스에 손 흔들기다. 예전에는 여름에 사람들 손에 가장 많이 들려 있던 사물이 부채다. 그러나 선풍기나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부채는 이제 현대인의 사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부채는 내게 여전히 매력 있는 사물이다. 부채라는 사물이 내 지각에 환기하는 감성은 에로스에 가깝다. 이때의 에로스는 친밀한 접촉의 추억으로 내 마음을 적셔온다. 한여름 대청마루에 누워 할머니가 부쳐주시던 부채 바람을시작으로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우아하게 사용했던 접 부채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잊을까. 부채는 내게 그리움과 추억의 사물이다. 지금도 애용하고 있으며 꼭 챙겨놓는 사물 중 하나다. 부채라는 사물 자체가 주는 부드러움을 몸이 잊지 못해서다. 선풍기의 인공적인 바람과 달리 얼굴을 퉁명스럽게 가격하지 않아서 좋고 필요한 때 어디에서나 내가 불러올 수 있는 자발적 바람이라 좋다. 부채는 '부치는 채'가 줄어든 말이다. 한자로는 선자(扇子)라고 하며 방구부채와 접 부채로 크게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