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박두했지만 누가 당선될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여당 후보로는 이재명이 확정적이지만 대장동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윤석열·홍준표 간의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점술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TV 토론회에 나온 게 발단이 돼 역대 대통령의 점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운(官運)을 알아맞히는 점술이 많지만 역학만큼 신통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관이란 자동차로 말하면 브레이크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 흉기일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관이 없으면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툭하면 사고를 칠 수밖에 없다. 이를 나무에 비유하면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재목으로 쓸 수 없다. 불처럼 유용한 것도 없지만 화력을 조절할 수 없으면 재앙일 뿐이다. 적당히 불 조절을 할 수 있어야만 난방도 하고 요리도 할 수 있다. 불만큼 유용한 게 쇠다. 무쇠는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도
어느덧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부모님 모시고 병원을 찾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주 동생한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숨 쉬기 힘들다며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해서 가는 중인데 그 후 통 전화연결이 안 되니 거리상 가까운 나한테 빨리 가보라는 연락이었다. 허겁지겁 가는 중에 별의별 상상을 하며 도착해보니 상황이 안 좋았다. 119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멀기만 한지. 갑자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어르신들한테 백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릴 적 만해도 한 동네에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생활했었는데 지금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서로를 돕고 살던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어느 곳을 가나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취해지는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갑갑한 마음이 비오기 전 우중충한 하늘빛과 같다. 엄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이 오늘따라 나를 더 움츠러들게 한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믿고 마음으로 쾌유를 빌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병실에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며 보내고…
집 뒤에 있는 오래된 밤나무가 "툭," 알밤을 떨구는 소리를 낸다. 드디어 가을이 되었나 보다. 계절은 이름을 먼저 달고 오지 않는다. 거친 회갈색 가지에 연두색 잎이 보이기 시작하자 부지런히 달려오더니 봄이 되었고, 덥수룩한 누런꽃을 요란하게 흔들며 진한 밤꽃 향기와 함께 절정을 맞는다, 그 꽃들이 어느새 단단한 열매를 맺었나 보다. 불과 대여섯 달 만의 시간으로 결실을 만들어 가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해 한결같이 사는 밤나무의 소명은 무얼까, 열매를 맺어 살아있는 것들을 먹이는 것이 그들 소명의 전부일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밤나무는 열매를 떨어뜨리며 자꾸 소리를 낸다. "툭!" 밤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이 익고, 단풍은 낙엽이 되고, 바람은 차가워져 거둔 것 없이 쓸쓸한 한 해가 또 가게 될 테지. 나에게 밤이 "툭" 떨어지는 소리는 다람쥐나 청설모의 처지와 다르지 않은 본능을 일깨우는 소리에 가깝다. 추운 계절이 오기 전 그 짧은 기간에 먹을 것을 모아두려는 마음 바쁜 다람쥐처럼 나도 모르게 장화를 신고 바구니를 들고 나선다. 밤새 밤나무를 흔들며 지나간 바람 덕에 아침이면 붉은 갈색의 커다란 알밤이 혼자 튀어나와 흙바닥을 뒹굴거리고, 좁은 밤
밤낮으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져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가 가까워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기 시작한다. 환절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 있는데 바로 국내 전체 사망원인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순환계통 질환이다. 순환계통 질환 중 '뇌혈관 질환'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대표 증상은 편측마비, 언어장애, 두통 등이다. 또, '심혈관 질환'은 심장과 주요 혈관에 발생하며 갑작스런 가슴통증이나 식은땀·구토·현기증·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소방청과 질병관리청에서 조사·연구한 '급성심정지환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08~2019년) 심정지가 발생한 주요 장소는 가정이 1만1천89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 5천544건, 그 외 5천222건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심정지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에 올바른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심정지 환자는 '4분'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그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소생할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그렇다면 심정지 환자를 발견 시엔 어떻게 해야 할까? 심정지 환자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1
금요일인데요. 사실 회사는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어 오늘은 쉬는 날인데 혼자 출근했습니다. 오전에는 몇몇 사람들이 왔다가고 또 다른 몇몇과 가까운 읍내에 가서 된장찌개를 먹고 시시콜콜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늘 그렇듯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도 확인 한 후 페벗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오랜만에 안부 글도 남겼습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고 컴퓨터의 화면을 바꾸는 순간 일탈이 생겼어요. 의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일탈. 그게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가끔 그랬으니까요. 나이가 반평생을 훌쩍 넘긴 지금 일상과 일상 사이 시나브로 끼어드는 일상 아닌 일상, 아니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일상과 일상 사이의 일상 그 일상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걸아니까 지금은 그냥 즐기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미래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의 시간이고,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모든 미래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 설계하는 것이니까 우리 모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현재에 사는 것이니까 오늘 이 일상 아닌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상과 일상 사이에 끼어드는 일상은 늘 과
망각이란 잊어버리는 것, 잊을 수 없이 망각을 맹세하는 마음의 슬픔이여! 소녀 때 읽었던 어느 소설의 맨 앞 장에 적혔던 이 구절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었던 내 인생의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 길에서 돌아보면,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잊혀지는 망각이라는 기능은 경우에 따라서는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라고 생각된다. 학창시절 시험 볼 때의 안타까웠던 기억들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밤 새 외운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신경을 썼건만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도 끝내 떠올라주지 않던 야속 했던 그 일들이, 이제 돌이켜보면, 그러한 망각의 기능은 이처럼 복잡하고 무섭고 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남이 당한 일이지만 언제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들, 또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괴롭고 슬펐던 일, 분하고 억울했던 일, 또는 극도의 수치감 때문에 밤새 잠 못
아이들이 공부가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3~4학년이다. 간단한 교과목과 놀이가 결합한 수업 방식, 4~5교시면 마치던 일과였던 1~2학년의 시기를 지나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크나큰 시련과 맞닥뜨리게 된다. 6교시까지 이어지는 수업, 늘어난 교과목 수, 분수 개념의 등장 등. 이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사회'와 '과학'이다. 교과목 자체도 낯설지만 처음 보는 용어들로 인해 암기 과목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려울 수밖에. 그래서 저학년 때 미리 준비해주면 좋은 과목이 '사회'와 '과학'이다. 선행학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과학이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관해 탐구하는 과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낯선 느낌을 없애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좋다는 의미. 사회와 과학의 줄기는 '과학'으로 같다. 과학이란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는 것, 그 이유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해보는 탐구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아이들은 사회와 과학을 재미있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과학이란 누구나 가져야 할 탐구 방식이자 세상을 향한 관심임을 알게 하기 위해 그림책 '과학자들은 하루 종일…
너무 멀리 온 건 아닐까. 돌아가 기억해 내기엔 빛이 바랬잖은가. 이미 건너버린 세월의 강, 단절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해 낼 수 있을까. 약속 날을 잡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성과 만나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기보다는 분위기 있는 카페를 택했다. 그런데 이 설렘은 뭔가. 날짜가 다가오자 전날부터 설레는 거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이 옷 저 옷 입었다 벗는 일 또한 오랜만이다. 그런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누구와 약속을 하면 미리 가서 기다리던 평소 습관과 달리 자주 가던 카페건만 입구를 놓쳤고, 공사 중이라 한참 가서 유턴하다 보니 15분은 늦을 것 같다. 첫 만남부터 망쳤다. 우정이라 말하기조차 흐릿한 여린 기억들을 의존하며 길을 나섰는데…. 망쳐버렸다. 우리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은 그녀도 같을 것이다. 어릴 적에 우리 집에 몇 번 놀러 왔던 기억이 전부일 뿐이니 추억이랄 것도 없는 사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자' 하며 그녀 음성을 소환했다. "너는 늘 궁금했어…." 반세기를 넘겨 연결한 첫 통화 중 그녀가 한 말이다. '너는' 이란 말을 되뇌다가 그녀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었다는 말로 단정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충남 예산의 ㅅ고교에서 선비교육을 했다.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교육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입교 과정과 학교의 요청으로 지도위원들이 학교로 가는 '찾아가는 선비체험'을 한다. 외부 인사를 초청하는 교장은 담대하다고 하며, 학생들의 수강 자세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는데 더욱 고등학생들이다. 그래서 아침 준비회의에서는 지도위원들이 단단한 각오로 최상의 교육 효과를 만들자고 다짐도 했다. 1교시 수업 시작 5분 전에 컴퓨터 준비를 하러 들어가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밝게 맞이한다. 시작종이 울리자 반장의 구령에 맞춘 학생들의 인사말에 귀를 의심했다. '효도하겠습니다!' 21세기 교실에서 이런 인사말을 들을 줄은 몰라 잘못 들었나 했는데 맞다. 어떻게 이런 인사를 마련했는가 묻자 학급회의의 결정 사항이란다. 위국헌신으로 견위수명의 모범을 보인 매헌 윤봉길 의사의 고향이라서? 아님 인근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의좋은 형제가 있던 고장이라서?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칭찬을 먼저 해야 한다.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인류 불후의 명저를 낸 영국의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박사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인 86세 때에
우리 옛 노래중에 '돈타령'이 있다. '여보소 이 돈이 웬돈인가? 이돈이 웬 돈이여'로 시작해서 '잘난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생긴 돈, 생사지권을 가진 돈, 부귀영화가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봐라 돈돈돈돈 좋다 돈봐라'로 끝이 난다. 사람 목숨도 부귀영화도 돈이면 다 된다며 돈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찬양한다. 옛날도 그럴진대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동취(銅臭) 라는 말도 있다. 개성 봇짐장수들은 돈을 산적들에게 빼앗길까봐 버선속 발밑에 깔고 다녀 구린내가 났다고 한다. 개성장사치의 발 구린 돈에서 나는 동전 냄새를 일컷는 말이다. 이런 동취는 돈으로 벼슬을 산 사람을 비웃는 말로 쓰이는데 오늘날에는 뇌물로 일을 성취시키려는 모든 행위나 인물을 가르키는데 두루 쓰이고 있다. "'화천대유'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면 아 네 감사합니다 '천하동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여당 유력후보가 준 특혜니 아니니, 신생 자산관리회사가 자본금 5천만 원으로 1천1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된데는 대법관을 비롯한 초호화 자문단의 도움이 있었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던 세계인의 관심인 도쿄 올림픽, 세계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환호하고 아쉬워했던 그 시간 우리에게 환호와 아쉬움을 준 그 결과를 위해 노력한 선수들이 가장 중요시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승리의 목표를 위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올림픽 참가의 의의를 두고 서로를 선의의 경쟁자로 여기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패배에 멋지게 승복하며 각자의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일 것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 선수가 보여준 매너에 세계는 극찬을 보냈다. 승자가 아닌 패자가 보여준 스포츠 정신은 올림픽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유도 남자 100㎏ 결승전에서 상대인 애런 울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조구함 선수는 승자인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밝게 웃으며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했다. 패배를 인정한다"라며 "다시 일어나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동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의 활성화와 영상학적 검사방법의 발전으로 담낭의 용종성 병변의 발견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는 담낭 용종성 병변의 유병률은 3-6% 정도로 흔하며, 여기에는 담낭용종, 국소적 선근종증 등이 포함된다. 담낭용종은 담낭 내부 점막의 융기성 병변으로 대부분은 양성병변이지만, 3-8% 정도는 악성이거나, 차후 악성화 될 수 있는 신생물성 용종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용종이 가장 흔하며 전체 담낭 용종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용종은 다수의 지질을 포합하고 있는 포말양 대식세포가 점막의 고유층에 침윤하여 마치 용종의 형태를 보이는 질환이다. 때문에 가성 용종이라고 불리며, 악성화 하지 않고, 대부분 증상도 없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용종이 점막층에서 떨어져 나와 췌장염, 담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선근종증은 담낭내압의 증가나 염증성 변화에 의하여 담낭벽의 근층과 장막층이 비정상적으로 비후되어 발생하는 양성 증식성 질환이다. 병변 모양에 따라 저부형, 분절형, 미만형으로 분류되며, 이중 국소형인 저부형이 담낭 용종과 감별이 필요하다. 국소적 선근종증은 악성
정치와 행정기관은 도민의 안전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논란이 됐던 가경천공사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수십 년간 잘 키워온 가경천 주변 가로수인 살구나무를 베어 내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가경천 하천정비공사는 요즘 기상 이변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집중호우 시 하천이 범람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제방둑을 높여 주민들의 거주지를 하천 범람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예방 공사다. 공사 내용을 보면 하천정비구간은 흥덕구 복대동에서 서원구 남이면 석판리에 이르는 총 7.8㎞에 이른다. 또한 콘크리트 블록과 홍수 방어벽을 설치하고 교량을 재가설 하는 등 사업량이 비교적 큰 편에 속하며 공사기간도 약 6년이나 소요된다. 더욱이 일부 공사 구간은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인접해 있어 공사도 까다롭고 민원 발생 소지도 많다. 지난해 살구나무제거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곳도 이 공사구간 중 한 곳인 죽천교와 발산교 사이의 구간이다. 제방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방에 심겨 있던 수목 제거 공정도 포함돼 있고 설계상 제거해야 할 수목의 양은 총 829그루이다. 그 중 지난해에 157그루를 베어 냈고 67
오랜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 있던 1991년 첫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하던 청주시 의회는 지방행정은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를 1991년 12월 26일 112회 6차 본 회의장에서 전체 42명 중 찬성 39명, 반대 3명의 압도적 표 차이로 가결해 전국 최초로 1992년 1월 4일 청주시 조례 제1호로 시행하게 된다. 당시'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는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져 청주시장의 재의 요구 및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논란이 있었으나 1992년 대법원의 합법 판결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고, 이후 정부는 뒤늦게 1996년 12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전국적 차원의 정보공개 제도를 정비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 전무후무한 역사적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 제정은 한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지방자치의 꽃을 피운, 역사의 미래'를 만들었으며, 국민들에게 알 권리와 정보공개법의 중요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은 기억에서 잘 잊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 감동의 선물, 멋진 이야기 등 다양한 곳에서 이런 감탄사 한 번 쯤은 내뱉어봤을 거다. 우리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카메라 셔터로 눌러놓은 한 장의 사진으로 고정되어 기록되는 것 같다. 나는 대학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지리산 천왕봉의 해돋이 장면,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몰래 숨겨놓았다가 어버이날 아침 꺼내 달아주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한참을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철학자들은 끝없이 논쟁해왔지만 지금은 살아온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에 힘이 실린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적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이 생겼다. 장학사 시절, 같은 팀 주무관님과 학교방문을 가고 있었다. 늦가을 시골길을 달려가는데 그날따라 은행잎 가로수가 유난히도 예뻤다. 적당히 내려앉은 가을햇살에 빛나는 은행잎이 차가 지나는 내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닥에 소복이 떨어져 노란 연못을 만들어 놓은 나무도 있었
-수호지 양산박(梁山泊)의 최고 두령, 급시우(及時雨) 송강(宋江) 모셨습니다. "영광이면서 두렵고 떨립니다. 인물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분 맞네요. 늘 작은 키에 검은 얼굴로 소개되던데, 직접 뵈니 봐드릴 만합니다. 외모 때문에 마음 상하신 적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외모는 내 잘못이 아니니 그냥 받아 들여요. 제게는 그런 면들이 경계심을 없애고 인간관계를 사과(辭過) 받으며 시작할 수 있어 좋았던 때가 더 많았어요." -그렇게도 이해할 수 있네요. 말이 나왔으니 여쭤볼게요. 많은 이들이 왜 선생을 그렇게 좋아하고 따를까요? "저도 궁금해요, 다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제게 앞장서라고 하시니 이상한데, 그것도 반복되니 익숙해지데요. 굳이 찾자면 '만만함'이나 '내편 의식' 정도가 아닐까요?" -항복하는 장수들에게 선생이 손수 일으키며 주인이 돼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아요, 처음 통성명 할 때도 자주 과해 보이던데 연기(演技)하신 건가요? "전 '연기(演技)'에 '연(演)'자도 몰라요. 늘 제 진심을 표할 뿐입니다." -뜻밖이네요.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선생의 호가 급시우(及時雨) 곧 '때맞춘 단비'라는 뜻이죠,
흔히 기부행위라 하면 사람들은 좋은 행위로 인식한다. 사회나 타인을 위해 기꺼이 개인의 재산을 내놓는다는 것이 사회규범상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와 관련지어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같은 기부행위라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동기가 다르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부행위란 친사회적 행위로써 '일정한 공익 목적을 위하여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거와 관련한 것이냐 아니냐를 제외하더라도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행위란 분명한 목적·동기를 가지고 사려·선택·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의지적 말이나 행동을 말하는데, 여기서 전자는 그 목적이나 동기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사익이 선거에서의 당선을 의미하고 이는 선거에서의…
전 세계 장수 지역 사람들의 공통점은 적당한 신체 활동을 지속하고, 친목 생활을 즐기며, 다른 관심사보다 가족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중에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이 있다. "최고의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 나물이며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그리고 손자를 만나는 것"이란 뜻이다. 이십여 일 전부터 추석맞이 준비를 나름대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하기,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하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깎기, 네 가족이 함께 갈 국립세종수목원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약하기, 완주 화암사·예산 수덕사와 외암마을·함양 상림공원과 개평한옥마을·함양과 거창에 있는 정자 등의 풍경을 담아 지인들께 보내드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과 국립공주박물관의 '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사진과 김홍도의 '추성부도' 감상문을 써서 주변 분들과 함께하기, 그리고 동트기 전 산에 가서 새벽이슬 맞은 알밤 주워오기 등이었다. 호국원 출입마저 금지시킨 당국의 처사로 성묘도 못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오랜만의 석양배(夕陽杯)도 나눌 수가 없고, 그저 휴대폰에나 의존해 수상한 이 시절을 참고 견디는 수 밖
수돗물 유충으로 인해 먹는 물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도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있다. 비록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간단치 않았다. 국민이 이용하는 인프라 가운데 수돗물만큼 우리 생활에서 밀접하면서 저렴한 것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한 삶을 지키는 데에 맑은 물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즉 맑은 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막상 물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수량이 있다 해도 이용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될 정도로 오염돼 있다면 국민은 수돗물을 믿고 안심하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수돗물 유충 문제 또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던 사건 중 하나였다. 엄격한 수자원 감시와 정수장의 철저한 관리만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도는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국민의 젖줄인 한강과 금강, 낙동강 지류까지 흐르고 있는 물 관리 측면에선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특히 한강의 수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복지사각지대란 무엇인가? 생활은 어렵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엔 뭔가 하나가 맞지 않아, 복지 그물망을 피해 간 사람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 소외계층 중에서도 관심을 덜 받는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 인터넷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면이런 설명이 나온다.'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 기초 생활 수급자에 반해, 그보다 조금 나은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상위 계층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다 복지사각지대란 말을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사용하게 된 걸까 싶어졌다. 그 시작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사회를 뜨겁게 만들었으며, 뉴스를 접한 이들이 안타깝게 여겼던'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세 모녀는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살하기 3년 전 관공서에 복지 지원을 타진했으나 대상 조건을 만족
떠도는 이야기라며 지인이 보내 준 내용을 뼈대로, 100여 년 전의 러브 스토리를 한 토막 꾸며 봅니다.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노랫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 국민이 애송하는 동요 '오빠 생각'입니다. 얼핏 들으면 어느 아동문학가가 심혈을 기울여 지었을 듯싶은 이 노랫말이 실은 열두 살짜리 어린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최순애입니다. 일제 치하였던 1925년 11월, 열두 살짜리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을 지어 방정환 선생이 내던 잡지 '어린이'에 투고를 했고, 이 노랫말은 동시 부문의 입선자가 됩니다. 그 다음 해 4월에는 당시 열네 살이던 이원수가 '고향의 봄'으로 이 부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원수의 시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최순애는 용기를 내어 이원수에게 편지를 띄
북한이 남한에 연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제안 이틀 만에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종전선언이 흥미있고 좋은 발상이라고 응답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철회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다. 그런데 다음날 또 김여정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날보다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이다. 두번째 담화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대화의지는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북한이 과연 종전선언의 의지를 지니고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단언하기 쉽지는 않다. 북한은 지난 8월 초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 이후, 북한의 남북통신선 단절,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재빠르게 반응했다. 당면한 경제문제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다가 코로나19까지 영향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게 된다. 의도적으로 인연을 맺으려 한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인연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혈연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혈연을 선택할 수 있다면 천륜으로 맺어준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서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될 것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실 예가 있다. 동양이 아닌 합리주의와 과학문명이 첨단을 달리는 미국 이야기라서 더욱 의아(疑訝)하기만 하다. 이 두 남자는 미국의 대통령 이었습니다. 한 남자는 18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한 남자는 100년 뒤인 1960년에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두 남자 가 금요일에 죽었는데, 머리에 총알을 맞고 죽었습니다. 두 남자 모두 총을 맞을 때 부인이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남자는 포드 극장에서 죽고, 한 남자는 포드에서 만든 자동차에서 죽었습니다. 극장에서 죽은 남자의 암살범 '부스'는 극장에서 암살을 하고 창고로 도망가다 잡혔고, 자동차에서 죽은 남자의 암살범 '오스왈드'는 창고에서 저격한 뒤 극장으로 도망가다 잡혔습니다. 암살범 '부
태풍이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하늘이 맑다. 태양의 빛이 보석처럼 떨어져 베란다에 놓인 식물의 잎사귀에 쌓인다. 인도고무나무의 연둣빛 잎새가 초록으로 깊어진다. 베란다에 가득한 햇빛, 엽록소를 태워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무한 에너지. 빛의 변화에 따른 생물의 반응은 놀랍다. 가을 태양이 신비로운 빛을 내뿜으며 만물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떨어져 내린 빛은 숲에서 난반사의 새로 흩어져 날고 물에 닿으면 물새가 되어 숲으로 간다. 그대 몸 모든 구석에서 그대 눈빛을 검게 밀고 나오는 저 물소리, 떨어져 내린 빛은 우리 몸에 와서 흐르는 반야(般若)로 떠돈다. 오규원, '떨어져 내린 빛은-순례9' 전문 흔들리는 만물에 떨어진 빛은 시인의 심상 속에서 '새'로 보인다. 잎사귀 하나하나, 출렁이는 물빛이 모두 날개를 달았다. 시 속에서 빛은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 몸에 닿은 빛은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우리가 크나큰 우주 속에 고귀하게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인간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 불, 공기, 흙 같은 우주 원소의 합일체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배경에는 인간만이 '사유'한다는
와인을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투명한 보랏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특별히 말간 유리잔에 따라놓은 빛깔을 보면 노을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보라색 옷을 좋아하는 것도 아련한 색감 때문이다. 늦가을과 이른 봄에 입으면 푸근한 느낌인 것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성 싶다. 포도를 가꾸는 농부가 있었다지. 어찌나 게으른지 남들은 서리가 오기 전에 갈무리한다고 법석인데 하루 이틀 미루다가 급기야 된서리를 만났다. 상품으로 팔 수 없게 되자 포도즙을 만들었고 그게 정통 와인 맛의 원조다. 농사꾼으로는 젬병인 사람 때문에 만들어졌으나 서리가 내리면서 고유의 맛을 연출한 게 더 감동적이다. 서리가 아니면 와인은커녕 죄다 상했을 테니까. 와인은 가을의 빛깔이다. 오래 전 포도농사를 했던 친구네 집에서 보았던 노을이 떠오른다. 언덕배기 과수원에서 보면 땅거미가 드리워지고 금방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포도는 뒷전이고 높은 언덕에서 보는 해거름 정경에 더 마음이 끌렸다. 눈을 들면 산자락 너머 이제 막 지는 태양과 함께 울먹이는 하늘이 보인다. 저녁이면 누군가 서쪽 하늘 달려 가 울먹이는 듯 어스름한 기운과 함께 수많은 색지를 겹겹이 붙인 저녁노을은 환상이었다. 여느 때도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