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원 안 실장에게서 11월 22일과 23일에 다른 일정이 없는가를 묻는 급한 전화가 왔다. 짐작건대 애초 배정된 분에게 사정이 생긴 듯한데 잠시 후 협의자료를 열어 보니 포스코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 대상이다. 노조라 하면 빨간 조끼에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특이한 글체로 단체투쟁 또는 결사반대라는 문구를 뒤로 하고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에 익숙한 터이다. 재직 시 교육청 문 앞에서 농성하던 거친 목소리와 '질긴 놈이 이긴다'라는 현수막 등 불편한 기억도 남아있다. 수련 참가 명단을 보니 포스코 전무부터 각 팀장 그리고 노조위원장 및 지역 지부장과 사무국장으로 포스코의 중심인물은 거의 다 모였다. 이거 제대로 임자 만났나 보다. 즉시 포스코 노조의 투쟁 이력을 인터넷으로 살폈는데 언론에 오르내린 단협 투쟁이나 물리적 충돌은 안 보인다. 지난 22일 새벽에 수련원으로 가면서 지도위원으로 어떻게 처신하며 프로그램 진행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느라 3시간 거리가 오히려 짧다. 성실한 안내와 친절한 지도위원으로 처신하면 되겠지. 포스코 고위직과 노조 간부들이 같은 자리에 연수를 받으러 온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로되 기왕에 귀한 시간을 쪼개어 왔으니 감동과…
별 희한한 꿈을 꿨다. 어젯밤 꿈속에서 나는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였다. '나'라고 하는 아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던 것 같고 느티나무 고목 아래 서서 늘어진 가지에 매달린 새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매달린 둥지가 꿈틀. 정지한 바람, 정지한 뒤척임, 정지한 시선, 가만히 둥지를 바라보던 나는 새집으로 돌아오는 어미 새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았다. 벽시계가 새벽 세시를 향하고 있었다. 눈은 떴지만 흐리멍덩하다. 새벽 세시의 정적, 정지한 풍경 속에서 아주 느리게 해체되는 시간 들.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시침이 숫자 3에, 분침이 숫자 12에 가까이 간다. 세 시 정각이 완성되려는 찰나 벽시계의 숫자들이 평야의 하늘을 날아가는 새 떼처럼 순식간에 흩어져 날아간다. 갑자기 텅 빈 시계 판이 된다. 새벽 세시의 환(幻)이었을까. 숫자들과 숫자를 가리키던 침들이 사라진 여백의 판 위로 꿈속에서 보았던 새 둥지를 매단 느티나무가 걸어 들어 온다. 왠지 낯설지가 않다. 유년시절, 느티나무 아래서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이 딱딱한 숫자가 있던 자리들을 따스한 체온으로 채우며 웃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내 나무였다. 자신의 나무를 가져
요즘 요소수가 없어서 난리다. 가격이 10배나 치솟는 등 부르는 게 값일 지경이다.(10ℓ에 1만 원 안팎이었는데 최대 1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라 한다) 요소수가 없어서 화물차들이 모두 멈춰 서기 일보 직전이고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걱정스러운 기사를 쏟아낸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 달 내 요소수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 한다. 도대체 요소수가 무엇이길래 이리 난리인 것일까? 요소수는 요소(32.5%)를 물(67.5%)에 희석해서 만드는 물질이다.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까만 매연인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이야기해 디젤 차량에서 나오는 나쁜 배기가스들을 자연친화적인 물질로 변화시켜서 내 보내는 역할을 하도록 도와주는 수용액이다. 2015년 유럽연합(EU)이 경유차 배기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유로 6을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출시된 경유 차량에는 의무적으로 요소수를 넣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달려 있다. 경유를 넣는 일반 자가용뿐만 아니라 버스 같은 대중교통, 트럭 등 화물차와 지게차, 포클레인, 레미콘, 소방차 등에 장착이 의무화돼 있다. 중국에서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하
"하나님! 성탄 전날에 눈을 펑펑 내려주셔요!" 하고 솜사탕 같은 소망을 올려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기도 응답이라도 된 걸까.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에는 동전만 한 눈이 펑펑 쏟아져 세상을 하얗게 덮곤 했다. 교회에서는 어설픈 솜씨로 연극 등 축하발표회를 했다. 행사를 마치면 학생부 청년부 각부서 별로 모여서 선물교환을 했다. 그런데 선물교환을 할 때는 흥미로운 규칙이 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알지만, 내가 받은 선물이 누가 준비한 건지는 모르게 진행한다. 어느 해인가. 나는 정성껏 손뜨개질한 목도리를 선물교환 하는 날 가지고 갔다. 어떤 선물을 받을까 설레기도 했지만 내가 준비한 선물이 누구에게 갈까 하는 관심도 컸다. 내가 짠 목도리를 누군가가 두르고 다니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남의 행복을 몰래 훔쳐보는 기쁨이다. 내가 짠 목도리는 남자 후배에게 갔다. 그런데, 그가 다가오더니 목도리를 선물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혹시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준비한 선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거짓말을 했다. "글쎄? 00이와 00이가 털실 사러 다니는 걸 보긴 했지만, 네가 받은 목도리를
매일 수업을 하고 수백명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사람들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져요'라고 하면 놀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 앞에 서야 할 때는 얼굴만 빨개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못 먹고, 끝난 후 긴장이 풀려 펑펑 울 때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일까,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에서는 끊임없이 표현하는 활동이 나오고, 먼저 살아본 인생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때, 그래도 필요한 일이기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용기내 보자고 옆구리를 쿡쿡 찌를 때 그림책 '나의 수줍음에게(세브린 비달 글·마리 레기마 그림)', '부끄러워도 괜찮아(황선화 글·그림)'을 꺼내 든다. '나의 수줍음에게'는 학교 발표 시간에 수줍음이라는 까만 괴물이 방해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주인공이, '부끄러워도 괜찮아'는 장기자랑대회를 앞두고 부끄러워 다 그만두고 싶은 사자가 등장한다. 부끄럼쟁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만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뜻이다. 가정(苛政)은 혹독한 정치를 말하고, 이로 인해 백성에게 미치는 해(害)는 백수(百獸)의 왕인 범의 해보다 크다는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 옆을 지나는데 어떤 부인이 무덤에서 슬피 울고 있어 제자 자로(子路)에게 연유를 묻게 했다. "부인께서 근심이 있어 우는 것 같은데 무슨 연유 인지요·" 하고 묻자 부인이 답했다.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얼마 전에는 시아버지와 남편도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까?"하고 공자가 묻자, 부인은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명심해라"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가정맹어호에 얽힌 고사다.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도 있다. 백성에게 가혹한 세금을 거두거나 재물을 빼앗는 경우를 말한다. 가렴(苛斂)은 세금을 거두는 것이 마치 백성의 옷을 벗기는 듯하다는 가렴박하(苛斂剝下)에서 유래했다. 주구(誅求)는 힘센 나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공물을 요구하니(誅求無時, 주구무시) 나라가 편치 못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후대에 가렴(苛斂)과 주구(誅求)가 합
우리 충청을 '선비(士)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양반의 고장이라는 별칭보다는 이 이름이 더 호감이 간다. 역사상 훌륭한 선비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선비'의 정의는 무엇이며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까. 유가에서는 '모름지기 선비는 학문에 정진하고 의리(義理)를 실천하며 표리가 부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의리'란 사전적 용어는 바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다. 선비(士)가 지향해야 할 가장 큰 덕목의 하나로 꼽는다. 공자는 선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한다. '살기 위하여 어진 덕을 해치지 않고, 목숨을 버려서라도 어진 덕을 이룬다'고 했다. 자장(子張)도 '선비는 의를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생명까지 바쳐야 한다. 이익을 얻게 될 때에는 의로움을 먼저 생각 한다'고 가르쳤다. 거유이자 대정치가였던 송시열은 한 때 실각해 괴산 화양동에 은거하면서 학문에 전념했다. 여기서 노학자는 조선 역사상 최대의 반동인 대명의리(對明義理)를 선언한다. 명나라는 망했지만 조선은 임진전쟁 때 나라를 구해 준 은혜를 버리지 않는다는 의리론의 표방이었다. 청나라의 정치적 지배를 받으면서도 내면으로는 야만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저항이기도 했
경제를 살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을 통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국가 발전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도록 선도했다. 뿐만 아니라 수출입국에 기치를 올려 역사상 유례없는 수출 증대를 이뤄냈다. 중화학 정책을 통한 산업화의 성공은 농경사회였던 대한민국을 선진 산업 대국으로 도약시켰다. 그 당시 우리 나라는 오늘날 모든 나라가 갈구하는 포용적 동반 성장을 실현했고, 세계는 이를 경이롭게 바라보며 '한강의 기적'이라 칭송했다. 불철주야 헌신적으로 일했던 대통령 내외분의 열정과 땀은 전국 곳곳에 스며들어 대한 민국 발전에 톡톡한 자양분 역할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벌써 43년이 지났다. 1979년 11월 3일 보안 사령관 겸 합동수사 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총격으로 살인한 김재규와 박선호를 체포했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도자를 잃고 갈지자로 걷는 대한 민국을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대통령이란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고 연희동 자택에서 술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한 1980년 8월 22일 대통령 간선제 후보
-햄릿의 모친, 덴마크의 왕비 거트루드님을 모셨습니다.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할 말이 많고도, 없습니다." -아드님인 햄릿은 돈키호테와 대비되어 많이 언급되지만 왕비님이 잘 회자되지는 않았지요? "구설수에는 많이 올랐어요. "남편 죽인 시동생이 그리 좋으냐?", "그게 왕비로서 할 행실이냐?", "아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느냐?" 귀를 막아도 죽는 순간까지 들리는 듯했지요." -바로 본론이네요? 단도직입적으로 시동생 클로디우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잔인하고 냉철한 권력에 눈먼 사람이지요, 사람이라 하기도 민망해요. 형을 살해하고 형수를 취하는 게 말이 되나요?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니 조카를 죽이려 했어요.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선왕이 어떤 부덕(不德)이나 결함 혹은 결정적 실수가 있었나요? "전혀 없어요, 클로디우스와 비할 수 없는 덕과 인품을 지녔지요. 권력에 눈먼 잔인한 동생을 둔 게 문제였어요." -어찌 그런 시동생을 왕으로 받들고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나요? 너무 아픈 부분이면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400여 년이 더 지난 일이니 털어놓지요. 무얼 숨길까요. 함부로 날뛰는 건 달걀로 바위치기, 혼란만 부를 뿐
"국가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국가별 청렴도 인식에 관한 순위를 매겨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정치인의 부패 수준에 대한 척도로써 각 국가의 청렴도를 나타내며 각 국가의 부패지수와 경제 수준은 반비례함을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 속하는 유럽,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는 부패 인식 지수(CPI)가 낮은 반면에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패 인식 지수(CPI)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의 청렴이 부의 보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청렴이 국가의 부를 이루는 주요 요소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아프리카에는 전 대륙에 걸쳐 석유와 다이아몬드 등 다량의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으며, 매년 천문학적인 해외 원조를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빈곤을 탈출할 방도는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1970년 이후 3천억 달러 이상의 원조금이 아프리카 대륙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인력 개발에서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전국적으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조성한 관광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산이나 강, 호수 등에 조성한 산책로나 전망대 등의 체험공간이 방문객에게 보고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괴산읍에 위치한 성불산 자연휴양림과 칠성면에 조성된 산막이옛길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두 명소만큼이나 괄목할 만한 관광지가 괴산군 청안면에 조성돼 있다. 바로 '문방천 벚나무길'이다. 문방천 벚나무길은 1996년에 조성돼 어느덧 25년의 관록을 자랑한다. 그간 지칭돼 온 이름도 다양하다. 벚나무길의 한 켠이 지압석으로 이뤄져 걷기만 해도 건강해진다고 하여 '맨발숲길'로 불리는 한편, 제방에 조성됐다고 하여 '뚝방', 벚나무는 물론 다양한 꽃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기에 '꽃길'로도 칭해졌다. 하지만 '문방천 벚나무길'이 공식적인 명칭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근래까지만 해도 문방천 벚나무길은 벚꽃이 피는 4월 중순경에만 방문객이 반짝 방문했다. 평소에는 지역주민이 찾는 산책로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경관조명이 설치된 이후 이 곳의 이미지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나무를 비추는 조명 덕
가을하늘 아래 곱게 뻗어 내린 예술의전당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릴 적 문산관 앞 운동장에 펄럭이던 만국기가 떠오른다. 그 아래 입을 꼭 다물고 땀이 가득한 주먹을 꼭 쥐고 서 있는 어린 내가 보인다.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혀 네 명이 한 팀을 이루고 누가 첫출발을 하고 누가 마지막 질주를 할 것인가를 정한 후 쿵쿵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출발 선상에서 힘차게 달려오는 친구의 바통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생생하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라고 외치는 함성이 가을 낙엽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다가와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가는 듯하다. 그런데도 수확 후 텅 빈 들판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처럼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 년 내내 정성스레 가꾸고 키워 거둬들인 곡식을 차곡차곡 창고에 쟁여 놓았으면 가슴이 뿌듯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이상한 바이러스와 싸우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닳고 닳은 마음을 누가 헤아려 주기만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그 감정이 들끓으니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피를 토해내듯 더 빨갛게 보인다. 눈앞이 어질어질하여 두 눈을 꼭 감았다 뜬다.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몇몇 사람들의 비리 소식에 며칠째 텔레비전이 시끄럽다. 그들에 관한 수사가 계속될수록 권력과도 뒤얽혀 있음이 속속 드러난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치부(致富)는 정당하지 못하다. 욕심 속에 매몰된 정의로움은 숨이 끊긴 지 오래고, 그들은 권력과 돈을 움켜쥐고 변명하기 바쁘다. 이쯤 되면, 가진 게 없더라도 바르게 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살던 사람들은 불편한 의문을 품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하게 된다. 그리스의 농부 크레뮐로스처럼. 기원전 388년, 아테네에서 공연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에서도 정직한 농부 크레뮐로스는 지금 우리와 같은 이유로 분개한다. 자기처럼 정직한 사람들은 늘 가난한데 비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은 점점 부자가 되는 것에 화가 났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외아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착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나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서 델포이의 신탁소로 찾아간다. 이에, 아폴론 신은 그에게 신전을 나서다가 맨 먼저 만나는 사람을 그의 집으로 모시라고 일러준다. 어라, 그런데 그 사람은 앞을 볼 수 없다. 그 맹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부의 신인데 제우스가 인간에 대한
윤석열이 대통령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입문 5개월 만에 제일야당 대선 후보가 된 것도 놀라운데 대통령 될 가능성까지 높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평생 검사로 일했던 사람이 정계에 들어와 어떻게 기적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걸까? 한마디로 하극상 기질 때문일 것이다. 누구든 하극상을 하면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하극상을 하지 않는다. 유독 윤석열만은 하극상을 하면 성공했다. 그냥 하극상도 아니다. 꼭 권력핵심을 향해서만 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최초의 하극상은 국정원의 댓글 사건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검찰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을 파헤치다가 좌천당했으니 하극상도 보통 하극상이 아니다. 그를 구해준 것은 박영수 특검이었다. 특유의 하극상 기질이 여지없이 발동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것은 물론 구속까지 됐다. 윤석열의 하극상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대부분 하극상을 하면 손해를 보는데 그만은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었고 검찰총장까지 등용됐다.면서기가 도지사가 된 격이다. 아무리 반골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발탁한 은인에게까지 하극상을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한동안 잠잠했다. 그의 하극상도 출세
살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막 건너는데,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를 하며 그녀가 다가왔다. 우리는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그리고 나란히 걸어 학교 교문을 들어서며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메시지와 미소를 주고받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길에서 만난 그녀는 한국어 학급에 다니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학생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들의 만남, 그녀와 나 그리고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의 만남은 더 반갑고 즐거운 만남이 됐다. 그렇게 특별한 만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작은 행동 덕분에 행복한 릴레이가 이어졌고 행복한 우리들의 인연이 된 것이다. 11월 11일에는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축제처럼 즐기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자연스레 디자인과 맛이 다양해진 막대과자를 접하게 된다. 나눔의 의미로 보자면 정이 오고가는 듯하여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 역시 이번에 따뜻한 나눔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아침마다 추운 날씨에도 교문 앞에서 등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께 막대과자를 선물한 것이다. 과자
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篇)을 보면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저지와'는 바로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하는 고사성어지요. 책 속의 내용을 더듬어봅니다. 가을비가 흠뻑 내려 온갖 냇물이 황하(黃河)로 흘러들어 장관을 이루었던 모양입니다. 황하의 신 하백(河伯)이 굽어보니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흐뭇했습니다. 기쁜 마음에 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북해(北海)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물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습니다. 하백은 두리번거리다 북해의 신 약(若)에게 한숨을 지으며 말했지요. "속담에 '백 가지 이치만을 듣고 자기를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둔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저를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지금 약(若)님의 무한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제가 이것을 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두고두고 큰 도를 깨우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뻔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약이 대답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설명할 수 없다.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만 살다 죽는 곤충에게는 얼음을 알려 줄 수 없다.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는 강둑을 빠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 청소년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부모를 선택하는 색다른 풍경을 그리며 좋은 부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페인트'. 부모 면접을 뜻하는 소설 속 아이들의 은어이다. 국가에서 설립한 양육 공동체인 NC(Nation's Children)센터. 설립당시부터 찬반양론이 많았던 NC센터,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를 버리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케어하는 곳인 NC 센터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녀가 없는 부부가 이곳 아이들을 입양하여 일정한 자격과 시간을 거치면 양육수당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센터의 아이들은 입양하기 위해 방문한 예비 부모들을 면접하면서 부모들이 나를 진짜로 원하는 건지 아니면 입양을 통해 정부로부터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지를 금세 알아차린다. 대부분의 예비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는 돈 때문에 입양을 원한다는 걸 알고 아이들은 면접 때마다 실망을 하기도 한다. 부모 밑에서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일까? 옳지 않은 부모보다 제대로 된 센터에서 안정되게
충북도가 주관해 '제3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를 청주시에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했다. 이번 영화제는 충주시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세계관광유치를 목적으로 개최한 '충주무예축제'와 연결시켜 서로 시너지효과를 목적으로 개최한 '충주국제무예영화제'를 충북도가 충주시 대신 주관해 청주시에서 개최한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화제 개최 주관과 영화제명칭 변경사연은 이렇다. 충주시가 코로나질병본부의 권유로 10월 예정된 '충주국제무예축제'와 '충주국제무예영화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삭감된 예산 21억(무술축제 시비 12억과 영화제 시비 9억원)을 코로나로 고통당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충북도가 충북도의 특별예산을 집행해 '충주국제무예영화제'를 충주시 대신 주관하기로 하고 영화제 명칭도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로 변경해 충주시가 아닌 청주시에서 영화제를 집행했다. 한마디로 충주시민의 축제를 충북도민의 축제로 확대시켰다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충주국제무예영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충주국제무예축제'와 관련이 있는 영화제 목적이 묵살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2회 때부터 명칭을 변
가을갈이 끝낸 논으로 철새가 날아든다. 논 가운데 집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엊그제 내린 비에 흙무더기가 축축하니 부풀어 올랐다. 초겨울 일찌감치 가을갈이를 끝냈나 보다. 벼를 베어낸 뒤 모진 땅 그대로였으면 가뜩이나 썰렁했을 텐데 깊이깊이 갈아서 한결 부드럽다. 가을갈이, 가을갈이 이름까지 예쁘다. 땅심을 높이고 작물의 뿌리가 잘 뻗게 하려고 고랑고랑 갈아엎는다. 논의 상태에 따라서 깊이갈이와 얕게 갈이가 있고 시기에 따라 가을갈이와 봄갈이로 나누어진다. 가을갈이는 미숙논과 볏짚이나 퇴비를 사용한 논에 필요하고 봄갈이는 염해논, 모래논일 때 적정하다. 특별히 봄갈이는 모내기에 맞춰서 하게 된다. 반면 가을갈이는 추수가 끝나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은데 어떤 경우든 토질이 부드러워지고 벼가 잘 자라게 된다. 처음 애벌갈이는 깊게 하는 것이 좋다. 깊게 하면 땅이 잘 삶아진다. 재차 갈아주는 것은 얕게 가는데, 먼저 큰 쟁기로 땅을 갈아엎은 다음 꼼꼼하게 갈아 준다. 그런 식으로 여러 번 갈아주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니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가을갈이 끝낸 농부의 심기를 헤아려 본다. 그즈음이면 추수를 끝내고 한시름 놓을 때다. 일에 지치고 힘들어서
새들도 잠든 시간, 나는 깨어 있다. 시간의 가장자리, 하루의 문을 여는 여명 전까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얼마만 이던가. 시간의 최전선에서 맛보는 고독과 희열, 10여 년 전 내가 '매혹의 시간'이라고 부르던 그 새벽 3시. 상투성이 진부함으로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계절을 몇 번이나 흘려보냈다. 느끼지 못하고 사유하지 않은 시간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마음의 굶주림은 몸을 얻지 못했다. 육체가 되지 못한 영혼은 무능했고 혁명은 더 이상 없었다. 세월의 물살에 떠밀려 가기만 해도 살아갈 수 있었다. 집합명사로만 남아도 밥은 먹었고, 나를 세속화 시키며 타인과 무디게 지내는 관성이 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떠받쳐야 할 일상의 중력은 내 삶을 무겁게 했다. 한마디로 내가 부재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파스칼 키냐르의 사진을 책상 앞에 붙였다. 사진 속 키냐르의 갈색 눈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키냐르의 언어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것"이 그의 독서 목표 중 하나였다. "책들은 이해하게 해주나요· 네, 살게도 해주죠. 정말 그래요" 키냐르의 말처럼 나도 이해하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읽어야만 했다. 정
윤석열 국힘당 대통령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문제가 되자 "개 사과"를 하여 갈등을 확대하였다. 마지막 토론에선 "식용강아지와 애완견은 구분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최종 국힘당 후보 1인이 되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잔인함으로 권력을 잡은 군주는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 계속 잔인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조금씩 고맙게 베풀어 주는 혜택을 준다 해도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 꾸미는 꾀나 방법이지 지배를 당하는 사람에 대한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잔인함을 바탕으로 권력을 잡은 군주는 전두환 아니던가. 강력한 정치적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강력한 독재정치가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힘을 이용하거나 행사하는 폭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대량 학살을 자행한 사악한 인물일 뿐이다. 공자는 인(仁)에 의한 덕치를 맹자는 왕도정치에서 덕으로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두환은 이와는 거리가 먼 추악한 탐욕이 가득한 인물이다. 이러한 사람을 옹호하는 발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언임에 분명하다. 박
공정과 정의. 2019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0일까지 최근 2년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쇄·방송 매체(매스 미디어)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정치 분야 핵심 가치 2가지다. 국가미래연구원 의뢰로 빅데이터 전문기업 타파크로스가 1억 1147만 건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2019년 28.3%였던 공정 관련 언급 비율은 지난해 51%로 크게 늘었다. 대신 정의를 언급한 비율은 28.7%에서 15.8%로 줄었다. 공정과 정의를 합친 비중은 2019년 57%에서 지난해 66.8%로 커졌다. 결과적으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이슈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80~2000년대에 출생한 청년을 말하는 'MZ세대'는 '공정'에 매우 민감한 세대이다. 따라서 MZ세대 청년들은 항상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때로는 분노한다. 대표적인 예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각종 '부모찬스' 논란 등이 있다. MZ세대가 공정에 대한 인식이 민감한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살아온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Z세대 삶의 배경을 보면 입시와 취업에 몰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대학…
암은 수년 동안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유방암은 유방을 구성하는 유관 및 소엽에 발생하는 모든 악성종양으로, 진행하면서 크기가 커지고, 주변조직이나 피부, 근육층을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및 다른 장기에 전이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10만명당 91.6명 꼴로 발생하며, 매년 발생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2021.1.16 국가암정보센터 업데이트)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5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병기가 높아질 수록 재발확률이 높아지고 생존율이 낮아지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유방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진행하면서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파이거나 색이 변하고 부어 오르면서 두꺼워지고, 열감이나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자가검진이나 정기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통해서 유방암을 확진할 수 있다. 유방암이 진단된 이후에는 병기나 유방암의 종류에 따라서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한 이후 수술적 절제를…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일약 스타 정치인이 된 윤희숙 의원이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 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많은 정치인들이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법원 판결이 나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법이 잘 못 됐다고 뻔뻔하게 우겨대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윤희숙 의원이 친정아버지 농지매입 건이 문제 되자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정치인의 뒷모습이 신선하기 그지없다. 사퇴 의사를 밝히자, 수십 명에 이르는 여당 정치인들은 KDI(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할 때 취득한 비밀을 이용한 투기라는 혐의를 씌워 파렴치범으로 몰기도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비판해온 장본인이다. 그런 만큼 친정아버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법적 유죄 여부를 떠나 공인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사퇴한 것이다. 특히 정치인의 책임 중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언책(言責)의 중요성을…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부지런히 익혀야 한다.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고 아이들의 흥미를 살피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교사들이 부지런히 연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교사로 참여한 많은 연수들 중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몇 있다. 오래된 이야기다. 충남의 어느 소도시에서 전국 규모 연수가 있었다. 유명한 강사들이 화려한 자료를 선보이며 강의를 했고 그 능력에 감탄하며 내 열정까지 보태어 밤늦게까지 연수에 참여했다. 3일 째 아침 강사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는지 연수진행자가 우왕좌왕했다. 30여 분이 지나서 독서코칭으로 유명했던 강사가 드디어 나타났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길을 잘못 들었노라고 사과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다른 강사들과는 달리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아무 자료도 없었다. 늦게 도착해서 강의자료를 미처 띄우지 못한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원래 없단다. 바탕화면도 꺼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시간도 안 지키고 사진 한 장, 자료 하나 없이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 무성의하다 생각했다. 이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사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읊으며 질문을 했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