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아테네 법정에 '프리네'라는 이름의 창녀가 재판장에 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당시 유명한 화가에 의해 그려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제목에 달았다. 이에, 창녀와 여신이 동급으로 취급됐다하여 신성모독의 죄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웅변가인 애인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사형'의 분위기로 궁지에 몰리자 여인은 옷을 훌러덩 벗었다. 법정의 남자 배심원들이 그 여자의 벗은 몸을 홀린 듯이 보았다. 그리고는 만장일치로 무죄를 판결했단다. 정말 예쁘다면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요즘도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이득을 보는 일은 종종 있다. 예쁜 사람이 연봉이 더 높고, 잘생긴 남자가 승진이 빠르다는 것은 통계로 확인되는 일임을 우리는 모르는 척 알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새해를 맞아 여전히 성공할 가망이 없는 다이어트 계획을 그렇게 또 '올해 할 일'의 리스트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갈등한다. 매년 계획하지만 해마다 실패하는 다이어트. 온 국민 절반 이상의 새해계획이며, 결심한 사람의 성공확률이 0.5%도 안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기도 하다. 물론 다이어트의 뜻을 '살 빼기'에 한
지난해를 마무리하면서 감사를 하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주문을 건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소 소원했던 사람과도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안녕을 빌면서 애써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올해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도깨비를 만났다. 느긋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유영선 동화작가의 동화 '왈랑왈랑, 쌍둥이 도깨비의 선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쌍둥이 도깨비인 깨비와 또비를 따라 도깨비감투를 쓰고 따라다녀 보았다. 어느 날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기숙사에 들어온 도깨비들이 장난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아파서 위험에 처한 학생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짓궂은 장난을 좋아해 학생들을 놀라게 하다가도 감쪽같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번은 도깨비감투를 쓰고 국어시간 수업에 참여했다가, 동시를 외우게 된 주인공 민혁이가 깨비와 또비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동시를 따라 한 글자도 안 틀리고 발표한 일도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민혁이가 도깨비감투를 쓰고 잠깐 세상 사람들을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니게 되는 귀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얼굴 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온 세계가 난리가 났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인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은 금리를 올리며 애를 쓰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충돌 양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수입이 줄어든 소비자들로서는 가격인상을 피하거나 늦춰 달라는 간절한 시선을 기업이나 당국에 보내고 있다. 기업으로서도 원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가격인상 요인의 압박으로 속앓이가 심한 상황이겠다. 요즘 세상에 '거상의 미덕'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자조섞인 말들이 많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훈훈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1792년 임자년 이후 제주도의 기근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재산을 털어 뭍에서 쌀을 사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준 김만덕, 팔려가는 여성에게 큰 돈을 내놓아 삶을 바꿔 준 임상옥의 일화가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제주도 기근'만큼이나 심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 피해가 전 국민에게 미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상황에 맞춰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배우고 익히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적 불황과 맞물려 든든한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전망이 좋다거나 연봉이나 성과급이 갑자기 올라가면 많은 이들이 생존본능에 이끌려 너도나도 전망 좋은 분야에 시간을 투자해 자기계발에 애쓴다. 지금의 열풍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은 있었다. 지난 199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건축사가 자주 노출돼 당시 많은 학생들이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해 호감을 갖고 진로를 건축으로 정했다. 하지만 IMF사태로 건설경기는 점점 나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대학마다 건축과 정원 증원으로 인한 건축인력 과잉사태로 당시 갈곳 없는 건축과 졸업생은 넘쳐났다. 드라마에서 본 건축사의 삶은 화려했지만 막상 현실은 냉정했다. 블루오션이었던 영역에 참여자가 많아지면 레드오션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다만 자신이 치열한 경쟁 속이 내쳐지는 한 명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코딩을 배우기 위해 다들 열심이다. 과거 타자나 컴퓨터를 배웠듯이 미래산업의 핵심인 IT시대에 코딩을 모르면 안 될
지나간 시간들이 소박하기만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1월 1일 새벽에, 아직은 깜깜한 창밖을 내다보면서 난 이 한마디만 생각했다. 해가 바뀌어도 달력을 걸기 위해, 난 이제 못질을 하지 않는다. 1년 치 달력이 60번쯤 바뀌고 나니 더는 다급하지 않다. 노경(老境)이 되니 시간의 뼈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껏 시간을 알려고 했고, 잡으려 했고, 채우려 했다. 내게는 사는 내내 시간이 큰 숙제였다. 나의 60개의 달력마다 번민과, 욕망과, 허기로 얼룩진 시간의 때가 그 얼마일 것인가. 요즘 들어 아내의 식당 수저통에 쌓인 숟가락을 닦을 때마다, 난 이 수저들이 들락거렸을 수많은 입들의 사연과 치욕, 자그마한 위안들과 생의 안간힘을 떠올린다. 윤기 나게 문지르면서, 난 이 숟가락을 드는 사람들 모두가 배부르고, 편안하고, 행복하고, 더 좋아지고, 거룩해지기를 바랐다. 밥숟가락이 십자가보다 성스럽지 못할 이유가 없으리라. 모든 숟가락질마다 희로애락의 시간들이 배지 않은 순간들이 있겠는가. 밥을 벌기 위해 우리의 시간들은 얼마나 고되었던가. 시간의 속살들을 발라내니 삶의 민낯이 조금은 보인다. 생이란 먹고 사는 일이요, 사랑하는 일이요, 의미와 재미를 만드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수십 년 전, 연말부터 시작된 길었던 겨울 방학이 가끔 떠오른다. 추위를 지독히 싫어했던 터라 겨울 방학만을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에 그 시절의 겨울에 많은 기억이 남아있다. 초등학교의 옛 명칭인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유난히 추웠던 교실에서 오직 난로 하나에 의지했다. 교실 가운데 위치한 난로에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언 손을 녹였다. 옷을 여러 겹 입고 솜이 가득 든 인형으로 된 두꺼운 실내화를 신기도 했지만, 추위를 이길 수 없었다. 겨울 방학이 되면 추위에서 해방되는 것과 동시에 늦잠과 개인적인 자유를 맛본다. 특히 겨울에 늦게 일어나게 되는데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원리와 같이 늦잠을 자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적인 이유에서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아침까지 남아있어 결과적으로 늦잠을 자게 된다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억지로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조금 더 자더라도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주말에는 꼭 일찍 일어났다. 주말 아침에만 방영되는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책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잔뜩 빌려 이불을 덮어쓰고 따끈한 방안에서 냉장고에서 갓 꺼
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이른 아침이다. 비가오지만 운동을 하려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사직동산을 매일 걷는 것이 내 일과의 시작이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내려 아파트 둘레 길을 걸을 작정이다. 아파트 둘레 길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어 너무 좋다. 나뭇가지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 와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그곳에서 들리는 다양한 새소리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마치 음악회라도 여는 듯하다. 그 소리를 들으면 청량감이 들어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숲길에는 새 소리만 들릴 뿐이지 새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소리 나는 곳을 살펴보아도 찾아낼 수가 없다. 그 때다. 화단 보호석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비에 푹 젖은 채 바들바들 떨고 앉아 있다. 웬일일까? 궁금하여 그 곁으로 다가가도 두리번거릴 뿐 꼼짝도 안하고 날아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왠지 집에서 쫓겨나와 갈 곳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의 깃털이 비에 다 젖은 채 쓸쓸히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좀 전에 무심코 들었던 새소리는 아마도 저 새를 찾는 새들의 애절한 부름이 아니었을까. 이때 문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된 지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자치분권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한 획을 긋게 됐다. 이와 더불어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지난 1월 13일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시행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은 '지방자치법'에 따른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과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 간 균형발전정책의 효과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즉, 다양한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논의의 창구로 법적 기반에 의해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제2국무회의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 그동안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의 주요 정책방향이 결정됐으나,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다양한 지방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창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담회 형식으로 운영돼오던 중앙과 지방의 소통방식에서 국가정책 중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지방정부를 주체로 참여시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협력, 국가와…
물 부족은 수분 스트레스와 물의 위기를 모두 아우르는 용어다. 수분 스트레스의 개념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자원 고갈로 말미암아 이용 가능한 신선한 수원(水源)을 얻기 어려운 것을 뜻한다. 물의 위기는 오염되지 않은 마실 수 있는 물이 어느 지역의 수요에 미치지 못할 때의 상황을 말한다. 모든 대륙에 영향을 미치며 지난 2019년 세계 경제 포럼에 의해 앞으로 10년간 잠재적인 영향도 면에서 최대의 세계 위험들 가운데 하나로 나열됐다. 전 세계 인구의 1/3(20억 명)이 한 해에 적어도 1개월 동안 심각한 물 부족 속에서 살아가며,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은 1년 내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경험한다. 전 세계 최대 도시들 중 절반이 물 부족을 경험한다. 올해 초 우리 지역도 한파로 인한 물 틀어놓기, 계량기 동파, 관로 누수가 겹치며 용수 사용량이 급증해 정수장 시설용량의 110% 이상을 초과한 물을 사용하면서 생활, 공업용수를 공급받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배수지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이에 충주댐계통 광역 상수도를 사용하는 충북 중부 4군(증평·진천·괴산·음성)이 심각한 사태를 겪었으며 부분적 단수, 제한급수가 실시된 바 있다. 청주시도 일
집단행동의 딜레마. 집단 또는 잠재적 집단이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대규모 사회집단의 구성원들이 협동심을 발휘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스스로 시간, 노력, 비용 등을 투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부 구성원들의 무임승차 성향 때문이다. 환경보호와 집단행동의 딜레마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 생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등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뒤편으로 종량제 봉투에 담지도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말했던 일부 구성원들의 무임승차 성향에서 비롯된다.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로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예전과 다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소비자들 또한 멋보다 환경, 가치소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친환경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선호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요즘 같은 때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만 적응하는 것에 앞서 본인의 눈높이에 맞춰 살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애써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려하는데 인색해지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과거에는 어른 앞에선 담배 피우는 것도 피하고 길을 가다가 어른을 만나면 담배를 감추고 얼른 지나갔는데, 현재는 어른이 있는데도 같이 같은 장소에서 피우는가 하면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추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의 유교문화, 남녀가 같이 있는 것 자체로 부끄러운 시대는 과거로 흘러갔습니다.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고 남을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부끄럽고 예의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의 직업이 소독업이라 살균, 살충소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을 조금만 비쳐봅니다. 옛날에는 재래식 화장실에 구더기가 많고 몸에 이가 많아 DDT라는 독한 살충제를 뿌리고 하물며 옷과 몸에도 뿌려 구더기와 이를 박멸했습니다. DDT는 암을 유발할 수도 있고 인체에 해가 된다고 요즘은 절대 사용을 못하게 합니다. 현재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살균제와 살충제가 인체에 해가 되면 사용을 할 수 없게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고
◇가짜뉴스가 기승하는 이유 최근 인터넷 발달과 함께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문제점 중 하나가 가짜뉴스 기승이다.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판적 사고에 익숙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비판적'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판적'이라는 의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 가린다기 보다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비난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다기 보다, 삐딱하고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굳어진 이유는 절차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풍토 탓이 크다. 대한민국 교육은 학생의 다양한 잠재 능력을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 입시 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수능은 객관식 시험 위주이다. 객관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서술형, 논술형 시험 대비 객관성 시비가 비교적 적고, 논술형 대비 출제 및 채점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객관식 시험은 단순 지식 습득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복합적이고 창의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데는 부적합하다. 현재 우리가 사용
구피가 죽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 오랜 세월 홀로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외로움은 사람만 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죽은 구피가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우리 집 구피어항은 옹기로 된 수반이다. 내가 구피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년은 족히 되었지 싶다. 어느 해인가 막내 아이가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구피 몇 마리를 얻어오면서 부터다. 구피들의 번식력은 왕성했다. 다른 집 구피는 새끼를 잡아먹기도 해서 번식이 쉽지 않다고 했는데 우리 집 구피들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옹기 어항이 그 이유라고 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집에 오는 지인들은 부러워했다. 정말 조금 과장을 하자면 크지도 않은 어항 안은 고기 반 물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피를 키우기 시작하고 5년이 지나고부터 무료로 분양을 해주기 시작했다. 구피를 기르지 않던 사람도 우리 집 구피를 보고는 욕심을 냈다. 그때는 구피에 대한 인심이 정말 넉넉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그리도 분양을 많이 해 주었음에도 화수분인 듯 옹기 어항안의 녀석들은 언제나 복작복작 댔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이상했다. 구피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도시의 생명은 물과 함께 시작된다. 많은 사람이 살려면 많은 물이 있어야 하고 소수의 사람이 산다면 졸졸 흐르는 개울이라도 충분하다. 흐르는 물이 없다면 구덩이를 파서 만든 우물로도 가능하다. 그래도 흐르는 물보다 좋은 생존 환경은 없을듯하다. 청주는 무심천이 청주의 생존을 책임졌다. 이름을 무심천이지만 다른 발산천, 율량천, 명암천, 미평천, 영운천, 백운천, 월운천, 효촌천, 한계천 등 이름 모를 천들과 복개돼 위치를 알기 어려운 도심 아래의 천까지 다양한 물이 더해져 무심천이 됐다. 무심천의 길이는 약 34㎞나 되고 금강의 지류 중 2번으로 분류될 만큼 대접을 받는 천이다. 예전엔 인근의 평야보다 천이 높아 청주 시내에 자주 수해를 끼쳤고 정비를 통해 지금처럼 천이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천과 연결된 옛 건축물들이나 주택들은 새로운 도시정비에 따라 도시를 들어 올리다 보니 많은 문화재가 매몰되거나 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육거리 시장 아래에 묻혀있는 남석교이고, 중앙 공원 근처에 있는 우물들이 과거의 도시 높이를 말해준다. 남석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돌다리로 아직 명성이 남아 있다. 남석교는 신라 박혁거세의 건국과 같은 기원전 57년이라는 주장도…
2022년 1월 13일,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날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주요 골자로 32년 만에 개정되었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소속 직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발령으로 일정 기간 지방의회에서 근무하고 복귀하는 구조였다.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 본연의 기능이 사실상 온전할 순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앞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시작으로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집행부를 날카롭게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요즘 한창 이슈화 되고 있는 자치분권 또한 중앙의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자는 것이 큰 골자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독단적인 중앙정부의 기능을 국민과 지방에서 견제하고 감시하자는 시대적 흐름이 함께 했었다. 지방의회에서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지만 크게 조례 제·개정 등 의결권, 지방자치단체 행정사무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 시정요구하는 행정사무감사, 행정사무의 특정사안을 조사할 수 있는 행정사무조사와 시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청원처리 등이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지방의회의 총론은 민의의…
주중에는 연구실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사위가 캠핑카를 사고 싶다고 했다. 부모가 아닌 처가 장모와 상의하는 속내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주말만이라도 자연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제 아내에게 동의하도록 도와달라는 뜻일까? 대학, 대학원 석·박사까지 22년을 책과 벗하며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책과 씨름했을 사위, 가정을 이루면서 연구실에서 우수한 두뇌들과 경쟁하는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딸애를 설득해보기 위해 조용한 찻집에 마주 앉았다. 서우 아빠(사위)가 연구실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과부하 상태는 아닌지. 딸애는 해맑게 웃으며 "자유로운 영혼이야.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한다. 나는 설득에 나섰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은 하룻밤 푹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린다지만, 정신노동을 하는 자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탈출구가 있어야 한단다. 엄마도 사업할 때 백 원짜리 고스톱을 치면서 스트레스 풀었잖아. 고고하면서 잃는 돈보다는 내가 살아야 했으니까! 캠핑카 사는데 기쁜 마음으로 동의해 주면 좋겠다. 장모인 나와 상의하는 것은 응원해 달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두어 달 후 둘째와 한강으로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을 가리켜 숙맥이라 한다. 숙(菽)자는 콩을, 맥(麥)자는 보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콩과 보리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서 하는 말이다. 얼마 전 민주당 선거 대책위원회 TF에서 코미디 같은 의혹을 제기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윤석열 후보 장모가 지난 2005년도 경기 양평 농지를 취득한 것에 대해 불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사건의 핵심은 논과 밭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답(畓)을 논이 아닌 밭(田)으로 착각하고 "논 작물인 벼를 밭에서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며 "전과 답도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양평 읍장에게 제출된 농지취득 자격증명 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지목이 '답'(논)이며 재배 예정 작물은 '벼'로 기재한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병기 TF 단장은 보도 자료에서 "밭에서 쌀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할 정도로 농사에 무지하다"며 "실제 영농은 하지 않으면서 부동산투기를 목적으로 16년 넘게 이 농지를 불법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정치인이 논과 밭도 구분하지 못한다니 기가 차서…
코로나로 얼룩진 소띠 해 신축년(辛丑年)이 물러가고 이제 새로운 해가 밝았다. 금년 임인년(壬寅年)은 육십간지 중 39번째 해로, '검은 호랑이의 해'에 해당된다고 한다. '호랑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을까? 호랑이(虎狼)는 한자어이며 순수한 우리말은 '범'이다. 호랑이라는 말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으나 범을 뜻하는 '호(虎)'와 이리를 뜻하는 '랑(狼)'에 접미사가 붙어서 육식 맹수를 가리키던 것이 점차 범 대신 호랑이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어떤 사람은 일제가 만든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조선을 상징하는 용맹스러운 범이 조선 땅에 많이 살고 있으므로 조선을 지배하려면 우선 범의 이름을 비하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자어 '호(虎)'에 교활한 이미지를 지닌 이리를 뜻하는 '랑(狼)'을 붙여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지만 이는 정설이 아니고 호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님을 근거로 추측한 것에 불과할 뿐이며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범'이라 불러왔던 것이다. 호랑이는 맹수 중의 맹수로 용맹과 기상의 표상이면서 잡귀와 나쁜 존재를 쫓아내는 영물로 여기기도 하는 등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호랑이와 삶을 함께 해왔기
보건소에 들어와 공무원 생활을 한 지 4개월이 지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이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대해 생각해 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1년여의 시간을 공시생으로 보내며 힘듦도 지침도 주위의 격려와 도움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보건소에서 공무원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암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나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19 시대로 인해 주말에는 선별 진료소와 야간 당직의 추가 업무를 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일들로 인해 몸도 마음도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특히 추운 날 손발이 언 채로 4시간 동안 밖에서 지내야 하는 경험은 지금도 춥고 힘든 순간이다. 그러한 힘든 시간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그렇게 추운 상황에서도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있다. 춥고 힘든 순간에도 "추운데 쉬는 날 고생한다"는 한마디가 따뜻한 핫팩 보다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분들이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아야…
윤석열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에게 10% 이상 앞서던 지지율이 허망하게 역전당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안철수에게까지 추월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감출 수 없다. 무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기당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윤석열만 잡으면 횡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기당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공짜를 바라는 심리가 강하다. 1천 원짜리 물건을 100원에 판다고 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훔친 물건이거나 품질에 하자가 있는 것이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할 무렵 보수는 정권교체를 할 만한 인물이 전혀 없었다, 이낙연 이재명 등 민주당 후보가 독주하는 상태였다. 정권교체 열망은 불타고 있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야당 후보가 전무했으니 오죽 답답했겠는가. 이런 때 윤석열이 나타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1, 2위를 다투고 있으니 누군들 탐내지 않을 수 있었겠나. 윤석열만 잡으면 좌파정권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란 성급함이 바로 공짜심리였다. 어떻게든 후보를 키워서 정권교체를 하자는 생각을 포기하고 윤석열을 잡아서 쉽게 정권교
해가 바뀌는 시기에는 책장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이리저리 꽂혀있는 책들을 종류별로 모으기도 하고, 다음에 읽게 될 책을 위해 빈 공간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문득 오래된 책이 눈에 띈다. 25년 전에 읽었던 책 '오래된 미래'다. 1996년 녹색출판사에서 발간할 당시 재생지로 만든 책은 이제 지나간 세월만큼 색이 바랬다. 그래도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개발에 대한 의구심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내용은 여전히 새롭다. 책 표지에 메모해 둔 '아주 흘륭한 책'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환경교육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공 교과가 아니었고, 학교 교육과정에 환경 교과가 개설되었다거나 개설되어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환경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한계는 뚜렷했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에 환경을 주제로 한 글들이 지문으로 나올 때마다 학생들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장차 그들의 삶에서 이전 세대가 누적시켜놓은 환경적 부채와 모순들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에 시선을 모으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누렇게 바랜 책을 바라보며 그렇다면 지
해마다 로즈마리를 키우는 취미가 있다. 로즈마리는 항균·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보습 효과도 좋다. 육류 요리에 향신료로 많이 쓰기도 하는 로즈마리는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허브 종류다. 하지만 로즈마리를 가정에서 키우기란 쉽지 않다. 햇볕과 바람이 필수인 종류이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황사와 미세먼지가 1년 중 절반이나 찾아오는 요즘에는 베란다에서 키우는 로즈마리를 위해 환기를 시켜주기란 쉽지가 않다. 로즈마리 특유의 상쾌한 향을 기대하며 매년 도전하지만 그렇게 떠나보낸 로즈마리만 열댓 그루는 되는 듯하다. 청주시 공원조성과에서 근무하면서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조경 업무는 단순하지가 않았다. 나무의 특성, 조경적인 요소, 시민들의 불편함 등 고민해야 하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빗물의 배수부터 심지어 유모차의 통행까지 말이다. 베란다에서 로즈마리 키우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도심 내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자의 주 업무다. 도로 가운데 중앙분리대 또는 인도 일부분에 기후 특성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해 조성한 화단에 식재한다. 도로의 황색 빗금이 그어진 안전지대 부분 또는 인도의 일부분에 교통흐름과 보행자의 불편을 주지 않는…
1월 11일 화요일. 6개월을 목표로 시작한 금자씨의 다이어트는 순항 중이다. 올여름 입고 싶었던 옷들을 마음껏 입을 생각에 오전부터 마음이 흐뭇하다. 다만, 어제 저녁에 잠깐의 일탈이 있었다. 야근까지 하고 밤늦게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다이어트인데 괜찮을까?'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이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다고 6개월 후 다이어트가 어떻게 되겠어?'였다. 논리적으로 금자씩 생각이 맞다. 이번만 아이스크림 먹고 다음 날부터 먹지 않는다면, 당장의 아이스크림으로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6개월 후 다이어트 성공으로 큰 행복을 또 누릴 수 있다. 이렇듯 어제저녁에 작은 아이스크림 일탈 사건이 있었지만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염원과 확신은 여전히 또렷하다. 분주한 오전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외부에서 식사를 했다. 직장인의 식후 코스는 커피전문점. 새로운 곳을 개척했는데, 하필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었다. 금자씨는 또 한 번 논리적인 사고에 들어갔다. '그래, 직장 동료들과 아이스크림 한 번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일부터 안 먹는다면 다이어트 성공은 문제없어. 금자 화이팅!' 과연 금자씨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임인년 올해를 검은 호랑이 해라 한다. 검은 호랑이를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십간(十干) 즉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를 오방색에 대비해 갑(甲)을(乙)을 청색(靑色)에 방위는 동(東)으로, 병(丙)정(丁)은 적색(赤色)에 방위는 남(南)쪽으로, 무(戊)기(己)는 황색(黃色)으로 방위는 중앙(中央)에, 경(庚)신(辛)은 백색(白色)으로 방위는 서(西)쪽으로, 임(壬)계(癸)는 흑색(黑色)으로 방위는 북(北)쪽을 가리키고 있다. 임(壬)의 색깔이 흑이고, 인(寅)의 띠가 호랑이 이기 때문에 '검은 호랑이 해'라 하는 것이다. 꽤 오래 전부터 우리가족은 1월 1일 해맞이 명소를 찾아 다녔다. 새해 아침 바다 위를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을 기원했다.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 포항 호미곶, 여수 향일암, 태백산 등을 찾아다니며 희망찬 새해를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해맞이를 못가는 해는 30여 분 거리에 있는 월악산으로 가족등산을 시작했다. 손자들까지도 방한복 차림으로 덕주사부터 여섯명이 걷기 시작했다. 전에는 길에 크고 작은 바윗돌이 너무 험해 걷기가 불편했었는데 지금은 등산로를 정비해 산을 오르기가 편해졌
'가족 때문에 화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있다는 뜻이고, 쓸고 닦아도 금방 지저분해지는 방 때문에 한숨이 나오면 그건 내게 쉴 만한 집이 있다는 뜻이고, 가스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지난겨울을 따뜻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자꾸 거슬린다면 그건 내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뜻이고,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빙글빙글 돌면서 짜증이 밀려온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다가 차까지 가졌다는 뜻이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고, 이른 아침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 무언가가 날 힘들게 한다면 뒤집어 생각해 보자.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다.' 지승호씨가 지은 '감독, 열정을 말하다'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김지운, 류승완, 변영주, 봉준호, 윤제균, 장준환, 조명남 이 일곱 명의 영화감독이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와 관련해 연출관이나 사회관, 가치관 등을 피력한 내용을 함께 묶은 것입니다.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인터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승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