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은 옛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가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준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가난이 문 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 밖으로 달아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등의 말들이 지금도 공감되는 것은 바로 오랜 세월 살면서 사람들이 깨달은 인생의 체험이며 또한 인간의 본능과 기본적인 욕구는 세월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부부 일심동체'라든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에 관한 말 들은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현대인의 사고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남녀 관'과 '부부 관'이 아닐까 한다. 전통적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이조 500년 동안 이어온 '남녀차별'과 '부부유별' 사상은 갑작스레 몰려 온 서양의 문화와 더불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50여 년 전 우리 시대에서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었다. 그 말은 많은 부부싸움 중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나머지의 싸움들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또한 결혼생활에 적응을 위한 필연적인 싸움 후에 남는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졸업식 풍경도 시간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해 왔다. 엄숙하고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눈물바다가 되는 풍경이 과거의 졸업식이었다면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요즘의 졸업식이다. 그만큼 선생님과의 이별, 친구들과의 이별은 슬프고 아쉽지만 힘든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가 더 부각되는 축제의 마당이다. 급격한 학생수 감소로 졸업생 수가 매우 적은 것도 졸업식의 풍경을 바꾼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졸업식의 내용이나 행사기획도 무척 다양해졌다. 몇 년 전 어느 학교의 졸업식장에서 참석한 학부모님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일이 있었다. 졸업을 하면서 소감을 발표하는 순서에서 특수교육대상인 한 아이가 자신이 쓴 소감문을 더듬더듬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사실 이 아이가 입학을 할 때 '저 녀석이 졸업은 제대로 하려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쓴 소감문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읽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단다. 최근 어느 학교의 졸업식에서 이와 바슷한 상황이…
며칠 전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TV에서 4명의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펼쳤다. 이번 토론회의 주인공은 대선 유력 후보자인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4명이었다. 이들은 약 120분 동안 본인들의 공약, 상대 후보에 대한 질문과 이슈에 대한 내용 등 공동 주제와 자유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첫 주제는 공통주제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견이었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모든 국민의 애로사항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수집이 된 정보를 가지고 공약을 내놓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후보자들의 환경이나 생각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이 문제인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청주 지역의 아파트값이 확실히 예전에 비해 분양가도 높아지고 투기를 막기 위한 대출 규제들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에게도 사실 힘든 상황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신도시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어도 사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당첨이 되어도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기본적인 대출을 받지 않고는 내 집 마련이란 쉽지 않은 문제다. 요즘 부동산 정책들이 정말 주택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의…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라면 주말이 가까워질 때쯤 늘 '이번 주말에 아이와 뭐하고 놀까, 어디로 갈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부모 세대가 어릴 때는 누가 어떻게 놀라고 하지 않아도, 또래 아이들끼리 모여 동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 같은 뛰어놀 만한 곳을 찾아 즐겁게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의 놀이 문화도 많이 달라져서 또래끼리 모이기도 어려울뿐더러, 아파트 놀이터나 동네 키즈카페는 늘 가던 곳이라, 아이도 부모도 금방 질려 다른 지역의 아이들이 갈만한 곳까지 찾아다니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아이들이 노는 데도 꽤 많은 돈이 든다. 시간당 평균 1만 원꼴 하는 키즈카페나 체험형 놀이시설을 데려가려면 적어도 두세 시간은 놀아야 하고 보호자 입장료도 별도다. 주중에 번 돈을 주말에 아이들 놀아주는데 다 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아이들만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획일화된 놀이시설이나 프로그램에 부모가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실정인 것이다. 아이들의 흥미는 물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놀이 공간, 부모에게도 즐겁고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
이제 다 끝났다. 지금껏 무던히도 인내하며 참아 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모두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글깨나 읽었다는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맞장구치니 때가 되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돌이켜 보면 그것은 우리들만의 기다림이었고 일방적 짝사랑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언약과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상황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었다. 진즉에 주위를 둘러보고 정신 차렸다면 "아낀다, 사랑한다, 기다려 달라"라는 상투적인 말에 놀아나지 않았을 것인데, 모든 게 돈 때문이라며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하니 그 또한 세상 이치에 맞는 말인 듯하여 믿고 기다린 게 바보였다.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찾아 주겠지, 그러면 그동안 인내하고 손해를 감수한 보답을 해 주겠지 하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었다. 급한데 쓰겠다는 돈은 전부 자신들이 사용했는지 저들의 도시는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은 다 가진 양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이제 기다리다 지친 탓에 우리 주변엔 점점 실망을 넘어 낙담과 박탈감만이 커지고 있다.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린…
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원형적 본질이다. 이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이기에 누구도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 '신사'라는 단어도 이런 욕망 목록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갈망했을 이상형일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첫 신사의 이미지는 영국신사가 표본처럼 다가왔었다. 또 신사라는 글자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존경하던 일본인이 중국 명, 청시대의 사대부를 표상한 한자로 만들어 전해진 것에서 비롯된다. '신사'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조건이 정해져 있는 걸까. 작가 찰스디킨스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작품의 여러 인간상을 통해 신사의 참뜻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원제는 막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c)이지만 주제의미에 맞게 한국식 번역을 해 놓은 것.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 어려울 때나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때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지 하는 보편적 주제에 있다. 특히 1인칭 화자의 서술방식이어서 더 호소력이 있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배경은 영국의 산업혁명이 끝나고 중산계급이 물질적 부의 축적은 이뤘으나 신사에 대한 사회적 욕망이…
설날이 지나고 나면 연(蓮)밭에 거름을 주기 위해 농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눈 덮인 얼음위에 거름을 뿌리는 법을 작년에야 알았다. 얼음이 녹으면서 자연스레 물속으로 거름이 스며들기 때문에 물속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 몸이 덜 고달프다. 연(蓮)은 백악기 후기인 약 1억년 전에 출현한 식물이니 우리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서 살아왔다. 물속의 진흙에서 싹이 트고, 새벽이 되면 첫 햇빛을 받아 오색꽃을 피우고 밤이 되면 꽃잎을 닫는 연꽃은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주기적 특성으로 예부터 신성하게 여겼다. 연꽃은 아름답고 향기롭기도 하지만 씨앗이 천년 후에도 꽃을 피울 수 있으니 신비로운 식물이다. 일본에서는 2천년 전의 씨앗에서 싹을 틔웠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500년 묵은 중국의 씨앗을 발아하는데 성공했으며, 우리나라 함안에서는 700년 전 고려시대의 연씨로 화려한 연꽃을 피웠다. 연의 질긴 생명력은 지상에서 가장 단단한 열매로 일컬어지는 '연밥'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연방이라고도 불리는 연밥은 씨앗이 얼마나 딱딱한지 싹이 튼다는 게 불가사의할 정도이다. 조선시대 강희안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훼 서적인 '양화소록'에서 '연씨는 갈지 않으면 싹이 나지 않는다'고
"이제 반삼십이 됐어요"라는 말을 살면서 처음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이르는 말로 반백살이나 반오십이라는 말은 있었으나 반삼십이라니? 반삼십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30의 절반에 이른 15살의 중1 학생이었다. 아이들은 '슬프다'며 이제 15살인데 아직도 중1인게 억울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자신의 나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아마도 반삼십이라는 단어에 "난 이제 30살의 절반이나 됐으니 기쁘고 더 어른스러워져야지"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반오십이다'라는 말로 소위 '늙었음'을 자조적으로 나타내던 20대의 모습을 중학생에게서 보게 되니 새삼 놀라우면서도 당시 어른들이 반오십 거리는 젊은이들을 보며 얼마나 웃기고 귀여웠을지 상상돼 부끄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표현이 우리가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설이 지나고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한 살을 더 먹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물론 내심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한국 나이-2살'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30대 중반이 돼도 나이에 대하여 아직 완벽히 초연해지지는 않
2002년 개봉된 영화 '세렌디피티'는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애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다 우연히 만난 미국 남자 조나단과 영국 여자 사라의 이야기다. 이들은 마지막 남은 장갑을 서로에게 양보하다가 '세렌디피티'라는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고, 우연이 반복되며 다음날까지 만남을 이어간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돌아오자 사라는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는 책에 적어 중고서점에 팔고, 조나단의 이름과 연락처는 지폐에 적어 물건값으로 지불한다. 자신들이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책과 지폐가 서로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으면서…….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둘은 다 잊은 듯이 지낸다. 그러나 사실 조나단은 뉴욕의 모든 중고서점을 뒤지며 사라의 연락처가 적힌 책을 찾고 있었고, 사라 또한 어느 한 순간도 조나단을 잊은 적이 없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사라는 조나단을 찾아 뉴욕으로 향하고 조나단 역시 희미한 백화점 영수증을 추적해 수만 개의 주소록 중 사라를 찾아내려 하지만 여러 장소와 거리에서 서로 엇갈리기만 할 뿐 만나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조나단은 책을, 사라는 연락처가 적힌 지폐를 손에 넣지만, 이들의 재회에 우연은 없었다. 트로트 가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배달 주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도 배달 이용 증가의 원인이다. 특히, 방문 외식이 아닌 배달 앱을 이용한 비대면 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 수는 지난 2013년 87만 명에서 2021년 3천만 명, 시장 규모는 3천347억 원에서 4조 원 규모로 폭발적인 증가세이다. 온라인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이륜차 등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배달대행업체와 택배 종사자도 급증하고 있다. 배달업의 증가와 동시에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TASS)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만7천611건이던 전국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2만1천258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도 2020년 기준 525명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배달 주문의 영향과 배달량이 늘어나면서 빠른 배달을 위해 안전장구 미착용,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점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택배와 배달 종사자의 급격한 증가는 종사자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로 인
최근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로 인해 국가적 인구감소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 제언(2010)'에 따르면 오는 2100년에 한민족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인구가 33만 명으로 줄어,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소멸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문연구소는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 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의 50%를 넘었고, 산업은 70%가 넘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젊은 청년들이 지방에서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89개 지역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늘어나는데 비해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와 생산가능 인구 수 감소로 인한 소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행·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필자는 괴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음성에서 자랐다. 처가는 옥천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필자와 처의 고향인 괴산과 옥천은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지역으로 지정됐다. 가끔 고향과 처가 나들이 때마다 마주하는 늘어나는 빈집과
청주대 문제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번엔 노사갈등이다. 지난 2018년 청주대 총장과 청주대 직원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주대 직원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5년 째 쟁의행위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 와중에 2021년 7월 청주대 당국은 단체협약 체결이 아니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청주대 직원노조가 반발하며 투쟁수위를 높여가자 쟁의행위와 쟁의도구를 놓고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청주대 총장은 노사 간 합의된 단체협약을 무슨 이유로 체결하지 않는 것이며 첨예한 노사대립을 어떻게 풀려는 것인가. 여기까지는 외부로 드러난 청주대 노사갈등의 현상이다. 청주대 노사갈등을 포함한 청주대 문제의 본질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과 많이 다르다. 청주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복잡다기한 사안들을 청주대 총장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것이 청주대 문제의 본질이며 비극이다. 청주대직원노조는 청석학원 설립자 3세인 비선실세가 청석학원과 청주대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 정관과 대학규정에는 권한이 있지만 비선실세 때문에 권한 행사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 가다 말면 아니 가느니만 못하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매진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니까 맞는 말이다. 어릴 때 배운 이 격언의 힘은 매우 강력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오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시작한 모든 일을 끝까지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위안해도 뒤통수는 늘 뜨끔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 말들이 모든 일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삶의 곳곳에서 깨달았다. 한 가지만 바라보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을 때 오히려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때론 넓고 얕은 지식이 삶의 굴곡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난 "가다가 말면 간 만큼 이익이다. 얕은 우물을 여러 개 파도 괜찮다"라는 말을 하면서 죄책감을 버렸다. 특히 나와 같은 교육자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적어도 학생들만큼은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정하고 흔들림 없이 끝까지 매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확신에 차서 한 우물만 파다가 그 우물의 결
-추울 때 생각나는 따뜻한 사람, 장발장과 함께 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왜 불렀는지 모르지만 유익한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체격이 무척 장대하시네요. 압도되는데요. 체격 덕 보신 적 있나요? "물론 있지요. 반대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여러 번 있어요. 그런 걸로 단순하게 유·불리를 따질 수는 없을 거예요." -빵 한 조각 훔친 것으로 19년 옥살이를 했다면서요, 사실인가요? "출발은 빵 하나였는데 그 후로 여러가지가 더해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굽니까? "형사 자베르입니다. 자신의 할 일에 무섭도록 철저한 사람이었지요." -의외네요. 미리엘 신부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분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제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삶의 전환점이었어요. 제 삶의 바닥에 늘 그분 눈빛이 있어요." -그럼 코제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 친자식 이상의 또 다른 나입니다. 알게 된 후로 항상 나와 함께 했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랬습니다. 한 공간에 함께 없어도 내 마음은 항상 코제트와 같이 있었지요." -마들렌으로 몽트뢰유 시장을 합니다. 인생역전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어리석은 질문이에
지난 1971년 우연히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공주 무령왕릉. 1천500년 잠자고 있던 백제의 역사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벽돌로 쌓은 이 왕릉에서는 수많은 금빛 찬란한 백제시기 유물이 쏟아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덤의 주인공이 무령왕이라고 확인 된 것은 지석이 발견됨으로써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무덤에서는 중국 남북조 시기 청자 등이 출토돼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임진년작(士壬辰年作)' 등 글씨가 새겨진 벽돌이 발견됐는데 학자들은 축조시기를 무령왕 12년인 기원후 512년으로 추측했다. 이 해로 축조시기를 잡는다면 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 11년 전 일이다. 무령왕은 미리 자신의 무덤을 호화롭게 만들어 놓았던 것일까. 아름다운 연화문을 소재로 한 벽돌은 공주. 부여시기 절터나 왕궁지등에서 출토된 와당을 닮았다. 학자들은 연화문의 형태를 보아 백제와 유대가 깊었던 양(梁)나라 양식을 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제의 전형적인 와당의 효시는 공주 왕도시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고운 태토로 흡사 빅스킷 같이 기와를 구어 냈다. 만져보면 감촉이 부드럽다. 모래가 많이 섞인 신라기와나 고구려기와보다 감촉이 좋다. 공주시내에 있던 대통사지나 인
"우리 공무원님 고생하셨는데 이거 받아요. 내 작은 성의야." 갑자기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요즘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겠지만 이것은 실제로 내게 벌어진 일이었다. 연초가 되면 농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시행하는데, 그 중 한 사업에 선정되신 분으로부터 사업을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 차 출장을 나가게 됐다. 농지에 나가 현장 확인 후 돌아가려 하는데, 잠깐 와보라 하시더니 수고 많았다며 돈을 건네는 것이었다. 처음 맞이하는 이런 상황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거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다 보니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겨우겨우 거절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게 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감탄 아닌 감탄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의 필수 덕목 중 하나인 청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청렴이란 무엇이고, 청렴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지키는 것일까? 청렴에 대한 정의도 여러 가지일 것이고, 지키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청렴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
GREEN-SUMER는 자연을 상징하는 말인 '그린(green)'과 소비자라는 뜻을 가진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우리말 순화어는 '녹색소비자'다. 기본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로, 식품, 의류, 생활용품 등을 구매할 때 제품의 친환경성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이들은 제품 구매를 할 때 유기농을 표방한 먹을거리와 화학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식품, 천연 소재 또는 천연 자재로 만든 화장품·의류·가구·생활용품 등을 비롯해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나 환경유해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제품, 대기전력 절감 제품 등 환경오염 방지에 기여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식이다. 전 세계에 환경이라는 이슈가 널리 확산되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소비 행위를 하는 그린슈머(녹색소비자)가 출현했고, 이들의 성장은 산업 전반에 친환경 바람을 일으켜 친환경 사업이 세계적 추세가 되는 데 기여했다. 그린슈머의 증가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환경오염 방지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다양하고…
부실(不實)은 내용이 실속이 없고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건물붕괴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실공사다. 부실의 근원은 인간의 탐욕이다. 우리는 원인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참사로 이어졌다. 신년 벽두 광주 아파트가 무너졌다. 준공을 10개월 앞둔 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지며 인부 6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붕괴의 원인은 과거와 판박이다. 저가 불법하도급이 있었으며, 감리가 부실했고, 그에 따른 부실시공이 원인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는 부실시공 역사의 부끄러운 한줄을 추가했다. 지난 1970년 4월 서울 마포 와우시민아파트가 준공 4개월 만에 붕괴됐다. 이 아파트 공사기간은 평균 공사기간의 절반 수준인 1년에 불과했다. 철근 70개가 있어야 할 기둥엔 5개뿐이었다. 이 사고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995년 6월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당시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백화점이었고 준공 6년 차였다. 상가로 쓰일 건물을 백화점으로 바꾸면서 벽을 없애 건물 하중을 기둥으로만 버티는 상태였다. 그나마 철근 16개가 있어야 할 기둥엔 8개뿐이었다. 바닥과 기둥을 연결하는 철근도 지지력이 있는 'L'자형이 아니라 'ㅡ'자형을 썼다. 사망자
예술가들이 자신의 말을 표현하는 방법은 종종색색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로 표현하다보니 아무래도 독자는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여타의 예술인들 또한 자신들의 작품으로 내면을 표현하리라 본다. 그중에서 나는 화가들의 표현력에 종종 감탄을 하게 된다. 한 권의 문학 작품을 그림 한 점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얼마 전 며칠에 걸쳐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햄릿'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책들을 읽은 것은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라는 그림이다. 오필리아는 '햄릿'에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을 연모하는 여인이며 왕비 후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햄릿에게 외면당하고 자신의 아버지마저 햄릿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그 충격으로 미치게 된다. 오필리아는 실성한 상태에서 개울의 꽃을 꺾다 빠지게 되는데, 물에 떠내려가면서도 계속 노래를 부르다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아 죽어 간다. 물위에 떠 있는 오필리아는 살아 있는 듯 아름답다. 물위로 부풀어 오른 치마도 생명을 불어 넣었다. 반쯤 벌린 입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듯하고 주위의 배치된 꽃들과 풀들은 오필리아의 아름다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 성어에 대한 뜻과 유래를 비추려 합니다. 새옹지마는 '변방새, 늙은이옹, 갈지, 말마'의 글자로 이뤄진 단어입니다. 뜻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길흉화복, 즉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리고 재앙과 복 중 내게 어떤 것이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변방의 노인이 자식처럼 키우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습니다. 이웃 주민들이 노인에게 위로의 말을 주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하고 말했습니다. 어느 날 도망쳤던 말이 암말 한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주민들은 "말씀하신 대로 되었네요"하며 축하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이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하며 기쁨을 내색하지 않았지요. 며칠 후 아들이 이 말을 타다가 낙마해 그만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됐습니다. 마을 사람이 다시 위로를 하니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오"하며 표정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북방 오랑캐가 침략해 왔습니다. 나라에서 징집령이 내려와 젊음이들이 전장에 나가 열에 아홉은 죽게 됐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라 징병을 가지 않아도 돼 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존경하는 김병우 교육감님! 오랜만에 다시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충북교육감으로 지난 7년여 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충북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교육 동지'의 입장에서 그동안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교육감님께서 지난 2014년 취임한 지 넉 달쯤 뒤에 '김병우 교육감께'(충북일보, 2014. 11. 19)를 공개편지 형식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들과 교육감직을 수행함에 있어의 필요한 다짐 같은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크게 보자면 앞으로의 김 교육감 행보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우려와 걱정이 많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어 그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라고 말한 것처럼 김 교육감께서 초심을 잊지 말아 달라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어느덧 그 글을 쓴 지 7년하고도 수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김 교육감님은 재선에 성공하셨고 이제 3선 도전에 나서셨더군요. 공식적인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으니 오는 6월 선거에 출마한다고 봐야겠지요. 다시 선거에 나서신다니 첫 당선자 시절에 했던 말씀들이 생각납니다. "참 힘들다, 아마도 자연인이라면 후보자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 대목
요즘 뉴스에서는 택시기사의 서글픈 주행. "운행 끝나면 한참 울죠"와 같은 헤드라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유행', '재확산', '사상 최다'와 같은 단어들이 미디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곧 택시를 찾는 승객들의 발길이 끊어진다. 충주 터미널 앞 승강장 택시들의 행렬이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한 중년의 택시 기사는 이내 기다리다 지쳐 연신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댈 뿐이다. 소상공인 대부분에게 코로나19는 경제빙하기와도 같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한 설문에 의하면 자영업자 중 94%가 매출이 급감 혹은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35%는 임시휴업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유례없는 세계적 재난 상황의 한가운데에 소상공인이 서 있는 것이다. 다양한 공간이 부재한 도시는 인간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낼 수 없을 텐데, 그 중심에 있는 여러 업종의 소상공업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 전반적인 경기하강 영향 및 시민들의 대면접촉 기피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 소상공인의 애환 또한 날이 갈수록 깊어질 뿐이다. 이러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으로 '범바위'가 있다. 우리 충북에서 범바위라는 지명의 대표적인 곳으로 충주의 호암동(虎岩洞)을 들 수가 있다. 인근에 있는 남산(일명 금봉산)에 우뚝 서 있는 바위가 있었는데 옛날 산신령으로 추앙받던 호랑이가 오르내리며 사천개(부근의 옛 이름)를 돌보던 파수대 같은 곳이라 하여 범바위라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옛날 어느 선비가 이웃 마을 직동에서 내려오던 중 관음사 옆 큰 바위에 호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범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며 한자로 '호암(虎岩)'이라 표기하게 됐던 것이다. 지금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청주시 상당구 명암약수터가 있는 명암동에도 '범바위골(虎岩谷), 범밭골(虎田谷)'이라 불리는 지명이 있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해 밤낮으로 호랑이와 늑대가 출몰했고 큰 바위에 호랑이가 올라 앉아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전설에는 시집간 딸이 병을 앓자 범밭골에서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면서 요양하면 좋다는 스님의 말을 듣고 범밭골에 100일 동안 먹을 양식과 함께 두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왔다. 한 달이 지나서 움막을 찾아가니 죽은 줄 알았던 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수 년 전 모 화재 보험회사를 찾았다. 단풍이 꽃처럼 붉게 타오르던 10월 어느 날이었다. 이곳을 찾았을 때 어떤 젊은 남성이 다가와 선뜻 시원한 음료수를 내게 권한다. 그 청년에게 직접 보험 사무실을 찾은 연유를 말하자, 자신이 보험 설계사라며 친절히 안내를 한다. 그날 한 달에 얼마간 금액을 예치하면 5년 후엔 일정 금액을 환급 받는 조건의 화재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 보험설계사는 내게 " 저희 사무실을 직접 찾아오셨으니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라는 뜻밖의 제의를 해온다. 보험설계사의 호의를 거절 할 수 없어 하는 수없이 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주문 한 후 그와 식탁에 마주 앉자마자 처음 보는 내게 묻지도 않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는 불과 수년 전만 하여도 어느 교향악단에서 잘나가던 바이올린 연주자였다고 한다. 건강상 부득이 그곳을 그만두었단다. 나 역시 큰 딸이 교향악단 비올라 연주자로 근무하고 있던 터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는 음악 연주자를 그만둔 후 갈 곳이 없었다고 했다. 노동일, 세차장 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왔단다. 그의 전공이 음악인지라
봄이 오려는 걸까, 우산 위로 또록또록 내리는 겨울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연일 포근한 날씨는 삼한사온의 기후 현상도 무색하게 한다. 내가 어렸을 적 겨울은, 유난히 일찍 와서 오래 머물다 갔다. 산과 들이 온통 하얗고 긴 바람에 마른나무들은 길게 울었다. 아담한 농가의 마루 끝에 서면 이엉을 엮어 올린 흙담 위에 참새들이 찾아와 햇살을 즐기고 마을 어귀 큰 연못은 쪽빛으로 얼어있었다. 흩뿌리는 눈을 맞으며 온종일 얼음을 지치고 놀던 옛 동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푸른 연기가 흐르는 초저녁이면 쇠죽 끓는 아궁이에 삭정이 타는 냄새가 향기로웠고, 가마솥 언저리에 시루 번처럼 누워있던 어린 날 해진 양말들의 잔상은, 겨울이면 내 가슴에 찾아와 머물다 간다. 명절이 가까운 탓일까, 가난하고 비루하던 유년의 기억들이 시간의 무늬를 드러낸다. 농한기를 보내시던 어머니는 설을 앞두고 떡을 하고 엿을 고느라 분주하셨다. 아이들은 긴 겨울방학의 지루함에 모처럼 명절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설빔과 세뱃돈과 명절에만 맛볼 수 있던 기름진 음식들...빈궁한 살림에도 제례에 쓸 술을 빚고 큰 대야에 떡 쌀을 불리던 우물가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