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정치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행태입니다.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뒤로 하고, 각종 핑계만 잔뜩 만들어내는 낯 두꺼운 사람들.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왜 일이 실패하여 그 지경으로 되었는지 근본은 살피지 않은 채 일단 남의 탓을 합니다. 정치권을 가만 들여다보면 온갖 생색을 내며 특정 법안을 마련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는 그것이 엄청난 폐해를 불러오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몸을 싹 빼내며 상대 정당에 그 과오와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핑계와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험구까지 얹기 마련입니다. 뻔뻔하고 가증스럽게도. 이러한 현상은 법안을 마음대로 주물러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갖춘 정당에게서 자주 찾아지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특정 정당을 과대하게 만들어주어 '내로남불'을 수시로 행할 수 있도록 해준 현재의 이 나라 국민도 반성할 점이 많다 싶군요. 각설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주변의 사람과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학생 시절에는 급우들과 모여 조별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겠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팀원들과 함께 프로
북한이 최근 농촌발전에 유달리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은 올해를 사회주의농촌의 새로운 발전이 시작되는 첫해로 선언했다. 일시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생산독려 수준이 아니라 발전전략과 장기적인 발전계획까지 제시하고 있다. 농촌발전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 의지표명은 지난해 12월 당중앙위원회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보고문을 통해서다.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 강령'으로도 불리는 이 보고문은 한마디로 농촌 면모·환경을 변화시키는 농촌혁명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각의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시켰다. 북한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식량생산량 하락은 물론이고 농촌주민의 생활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어 왔지만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김정은의 이번 강령은 이러한 농촌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강령에는 농업근로자들의 혁명적 농업근로자로 개조, 나라식량문제 완전 해결, 농촌주민 생활환경 획기적 개조 등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농업근로자들의 사상을 개조시켜 농촌혁명가로 준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농촌발전을…
야만적인 폭격으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또 다른 세계사적 비극이 진행 중이다. 상상할 수 없는 참상을 일으키며 전쟁은 치닫고 있다. 인간의 무자비한 야망은 살육을 낳는다. 여러 뉴스 중에 러시아 군인들의 탈영 소식이 들려온다. 전쟁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쏴서 상처를 입는 병사도 있다고 한다. 적의 공격에 나라를 지키는 병사는 명분이 있지만 남의 나라를 침공해야 하는 병사는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그 전쟁이 부도덕하다면 출전한 병사들은 먼저 자신과 싸워야 한다. 정의가 사라진 전쟁의 참여는 인간적 양심과 도덕심을 버려야 가능하다. 어머니 내게서 이 배지를 떼어주세요 더는 쓸 수 없어요 너무 어두워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해지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어머니 나의 총을 땅에 내려놓아 주세요 더는 그들을 쏠 수 없어요 차갑고 검은 구름이 내려와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 Bob Dylon, Knockin' On Heaven's Door 가사 중 반전의 메시지를 담
오래 전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자기가 살 전원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남은 돈은 본인의 노후자금과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떼어두고 동기간들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주었다는 얘기가 제 3자가 들어도 흐뭇하다. 모처럼 좋은 집 장만하고 부모 노릇도 해보고 인심도 쓰게 되었으니 괜찮다. 그에 비해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서 도박이나 투기에 빠지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화가 되는 게 남의 일 같지 않다.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다. 당첨되는 게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지만 모처럼의 행운도 조심스럽게 누리지 않으면 화가 될 수 있다. 옛날 한 농부가 소원을 들어 주는 가락지를 얻었다지. 그러나 기회는 한 번뿐이라 선뜻 말할 수가 없었다. 값이나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보석 가게를 찾았다. 주인은 싸구려 반지를 갖고 와서 가격을 물으니 시큰둥했다. 순진한 농부는 요술 가락지라고 자랑했다. 거짓말할 사람이 아닌 것을 본 주인은 술과 음식을 먹이고는 잠들 때를 기다려 바꿔치기해 버렸다. 농부를 보낸 뒤 주인은 십만 마르크를 요구했다. 천정에서 수많은 돈이 떨어지고 보석 장수는 돈더미에 깔려 죽었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의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40.7포인트로 199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밀, 옥수수와 같은 곡물뿐 아니라 국제유가, 비료값, 인건비 등 물가도 치솟고 있다. 흑해 지역의 곡물 수확량 감소와 공급망 단절 등이 주요인으로 헝가리는 곡물 수출을 즉각 중단했고, 최대 밀가루 수출국 중 하나인 터키도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상위 5대 곡물 수출국으로 2018~2020년 기준 전 세계 밀의 3분의 1(34%), 보리의 4분의 1(26.8%), 옥수수의 5분의 1(17.4%) 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생산의 절반(49.6%)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기상청이 3월 7일 발표한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겨울철(12월∼2월) 전국 강수량은 13.3㎜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으며, 이는 평년 강수량 89.0㎜ 대비 14.7%에 불과하다. 이러한 역대급 가뭄으로 산불 발생 피해가 극심했
일기예보대로 아침에 비가 내리고 봄날 같지 않게 추운데 먼 산에는 눈까지 내려 산자락이 하얗다. 3월에 春雪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우중 산책은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어 산을 즐기기에 좋아 산행할 마음이 더 커진다. 비옷을 입고 방수 모자를 쓴 뒤에 우산도 갖추고 집을 나섰다. 산길에는 작년 낙엽이 비로 질척하고 솔잎 끝에 맺힌 빗방울이 영롱하여 들여다보면 물방울 하나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 점차 약해진 빗줄기에 아예 비를 맞고 걸으니 찬바람은 옷 속으로 스며들고 빗물은 겉으로 흘러 이 적막강산을 오로지 하는 느낌이다. 산행에서는 어젯밤에 읽은 책의 내용을 반추하는 것이 순서이다. 요즘은 고봉 선생의 경연집인 논사록과 근사록 그리고 퇴계언행록을 읽는데 내용이 깊어 장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단 몇 줄에도 묵이식지(·而識之)하고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며 그리해야만 심오한 내용이 이해된다. 언행록 중 퇴계 선생의 막역지우 벽오 이문량 선생이 노인이 되니 쉽게 잠을 못 이루게 되었다는 탄식에 퇴계 선생은 잠이 안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성현의 말씀을 외워보라 답한 내용이 떠 오른다. 아직은 잠자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만약에 잠이 쉽게 안 들면 선생처럼 성현의 글을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 중독)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서 술을 못 끊는다', '치료되지 않는 불치의 병' 등으로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의 사람들은 마치 인격적 타락과 범법자로 일반화하여 취급하는 왜곡된 사회 문화적 경향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음주 문제를 드러내 놓고 치료받기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며 환자에게 있어서는 적절한 치료의 기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결국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술에 관대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 중독)의 평생 유병률은 1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추정되는 전국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 중독) 환자 수는 139만 명에 이른다. 반면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12.1%로 정신질환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 중독)가 다른 정신질환보다도 가장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병원에 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혼자서 이겨 내려고 해 보지
3월 25일, 오늘부터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된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된 역량과 소질을 계발하고, 궁극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고자 법으로 제정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은 이제 국가 차원의 법적 책무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다. 학부모들은 신학년 초부터 등교수업이 원격 수업 등으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부터 걱정이다. 이달 예정된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해 정확한 학력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5년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보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매우 시급한 과제다. 기초학력보장법 제정 전에도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국가적 차원의 본격적 기초학력 보장 정책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의 '학습부진 학생 책임지도제', 노무현 정부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 플랜', 이명박 정부의 '학력 향상 중점학교 정책', 박근혜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의 법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멀어지면 불안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다. 이상적인 관계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귀가 얇은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약한 것인지 나는 곧잘 관계에 빠져 허우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봄만 되면 나는 화훼시장을 들락날락한다. 이제는 그러한 나의 행동이 봄만 되면 행하는 습관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준비하기 전에 마당을 둘러본다. 화단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제일 먼저 목도하고 싶은 마음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연스런 행동이 되었다. 며칠 전에도 화단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튤립과 수선화가 뾰족뾰족 잎을 땅위로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작년에도 분명 빈 곳이 없게 채워서 심은 것 같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틈이 보였다. 사람도 그렇지만 화초야 말로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것이 더 탐스럽고 보기가 좋다. 그렇게 내가 시장에서 사다 심은 꽃들과 나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고, 푸른 잎들로 싱그럽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꽃과 나무의 위치가 제각각이어서 정돈된 맛은 없다. 게다가 가까운 야산에서 캐
흰 말[馬] 속에 들어 있는/ 고전적인 살결,/ 흰 눈이/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 은빛 가구 위에/ 수녀들의 이름이/ 무명으로 남는다/ 화병마다 나는/ 꽃을 갈았다/ 얼음 속에 들은/ 엄격한 변주곡,/ 흰 눈의/소리 없는 저음/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식수를 마신다./ 살 빠진 빗으로/ 내리 훑으는/ 칠흑의 머리칼 속에 나는/ 삼동의 활을 꽂는다. ―김영태, '첼로' 전문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청각 등을 자극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시어 속으로 들어가 첼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노을빛처럼 곱고 아름다운 색채를 만날 수 있다. 그윽한 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간 것이다. "저음으로 내려/ 어두운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힘이 작용하는 내적 노력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즉 생명 지속은 움직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자기 본성에 따르는 의식 있는 의지활동으로 건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노력이나 의욕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첼로 울림은 생명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인간 생명은 자기의식이 있는 영혼을 가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와 범위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기나 도구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스마트 제품의 활용 여부에 따라 삶의 범위나 수준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변화의 상징이 가상공간의 출현이고, 특히 페이스북의 변신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에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다. 그는 그러한 변화를 소셜미디어(SNS)시대에서 메타버스 시대의 전환이라고 선언했다. 메타버스란 시공간을 초월해 3차원적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동안 현실공간에서만 가능했던 정치 경제 사회적 생활행태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메타버스 시대는 현실공간에서의 나와 가상공간에서의 내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다양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더 많은 도전과 성공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기존의 물질 중심 사회에서 지식과 정보 중심 사회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의 생각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반면에 메타버스 시대에 우리가 직면할 부작용과 역기능도 간과할…
3월이 되면 조국을 위해 산화한 천안함 46명이 생각난다. 올해로 벌써 12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해군 장병 46명의 값진 희생이 희미해져 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되새겨 볼 시점이다. 현재 안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우리는 개인이나 사회의 가치관 등이 무너지면서 발현되는 불안정한 아노미(Anomi) 상태에 놓여있는 듯하다. 즉, 국가 정체성이 없는지, 혼돈의 상태에 살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청소년들의 나라 사랑과 안보관 결여는 심히 우려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 부분에 기성세대들의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전교조가 통일 관련 조사를 한 결과 81.7%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예상했다. 또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의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58.8%, 대학생 10명 가운데 7명은 전쟁이 나면 국외로 도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대 학생들의 전쟁 공포가 얼마나 큰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미래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학생들이 불안에 떠는 것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지금 바로 학생들에게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하게 일깨워 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봄이 내게 오는가 했더니 연거푸 거울 앞에서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아이의 눈빛이 먼저 왔다. 유치원 입학을 기다리며 이름 쓰기 숫자 읽기에 힘겨워하는 어린 외손녀의 학습을 보노라면 배움이라는 막연한 욕구가 만물이 약동하는 봄처럼 내 마음에도 꿈틀거린다. 독신자 아파트에 홀로 사시는 김 할머니는 아들의 가난이 못 배우고 무능한 부모 탓이라며 가끔 회한에 젖는다. 푸석한 머릿결과 거뭇한 검버섯에 깊은 주름살이 암담한 세대를 살아오신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같다. 지병인 혈압과 당뇨 때문에 우리 약국을 왕래한지가 이 십 년이 넘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의 무게에 할머니의 경륜이야말로 인생의 고매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팔순이 지난 노구를 건사하기도 힘들고 사는 게 귀찮다는 김 할머니가 아침 일찍 문 할머니 이 할머니와 셋이서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급하게 가신다. 주간 보호 센터에 가시는 길인가 아니면 약 장수를 구경 가는 걸까, 가방을 들고 가시는 모습이 범상치가 않다. 오후 네 시쯤, 처방전을 갖고 김 할머니가 약국에 왔다. 들고 다니시는 가방이 궁금하던 차에 곁눈질하여 들여다보니 웬 공책이 낯설게 보였다. 약 봉투를 가방에 담으려다 연필 한 자루가 데굴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과상미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여 전국의 지명에서 찾아보았으나 같은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과상미는 과상뫼라고도 하는데 백봉산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며 이 지역에 있었던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과상미라는 마을은 도시 개발로 정확한 위치를 알기는 어려우나 아마도 백봉산 동남쪽, 현재 봉명초등학교와 봉명주공아파트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의령 남씨의 세거지로서 남씨촌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이 마을의 지명 유래로서 백봉 공원에 있는 유래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조선 시대 중엽에 보부상(봇짐장수)들이 청주를 향하여 들어가다가 날이 저물어 이곳 백봉산 아래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한밤중 삼경에 이르자 활시위 소리가 들려 사방을 둘러보니 백봉산 중턱에서 다섯명의 무사가 달빛 아래 활을 쏘고 있었다. 무사들은 활쏘기를 마치고 나서 몸을 씻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동녘 하늘에 해가 돋을 무렵 안개가 짙게 깔리자 다섯 무사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부상들은 마치 신선을 본 것 같았다. 이때 안개에 휩싸인 백봉산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두들 중국에 있는 명산인 과상산(果商山)과 같다고 감
새의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왜 없나 영국인들의 언어처럼 돈 내고 배울 텐데 구강구조의 차이를 극복할 만큼 발음 연습을 할 텐데 찌르륵과 치르릇의 미묘한 어감과 강약을 놓치지 않을 텐데 하아유 파인 땡큐 앤드유처럼 가벼운 안부를 묻고 그럴듯한 날갯짓을 해가며 대가리를 돌려가며 새스럽게 새답게 새들과 대화를 나눌 텐데 부전나비 애벌레와 호랑나비 애벌레 맛의 차이와 먹잇감을 발견하는 남다른 시력을 화제 삼아 자연스런 화법을 구사해볼 텐데 새로운 조어랍니다 거들먹대며 몇 마디 구사하면 입소문으로 전파를 탈 테고 조류독감 예방법 메시지를 서해안 철새도래지에 가서 직접 알리기도 할 테고 멸종된 마다가스카르 섬 마지막 도도새의 유언을 받아 적었을 텐데 새대가리 모인 국회에 가서 요란한 잡새 소리에 일침을 놓을 텐데 새의 말에 귀가 열린다면 봄날 새순 돋는 나뭇가지 사이사이 오목눈이 한 쌍 뭔 뜻인지 알지 못하는 데도 가슴 한편을 콕콕 찌르는 저 소리들을 알아들을 텐데 비 오던 그날 저녁 절망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비자나무 아래서 무어라 얘기해주던 찌르레기 속 깊은 위로를 알아들었을 텐데 고가의 특강으로만 개설한대도 새의 언어
윤석열 당선인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첫 개혁이 제왕적 방식으로 결정됐다. 대통령 집무실보다 급한 안보·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그토록 집무실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을 일축하고 국방부 청사로 확정했다. 산적한 현안 해결에 매진해야할 시기에 집무실 이전 강행에 따른 국론분열, 신구 권력 충돌 등 후유증을 수습하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선인의 브리핑을 들으면서 세종시를 진짜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문이 들었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세종시를 방문해 행정수도가 아니라 진짜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공감하는 건 수도분할에 따른 비능률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정부 청사가 광화문과 세종에 분할되어 있는 것만도 비능률인데, 과천은 물론 대전에까지 분산돼 불편이 심각하다. 윤석열 후보가 세종시를 방문해 행정수도에서 행정을 떼고 '실질수도' '진짜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니 천도(遷都)하겠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당선되자마자 집무실 이전을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해 집무실을 이전한다면서 제왕적 절차로 강행하는 게 이율배반이라는…
지난 1월 27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충북본부는 임인년 새해부터 안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그동안 추진했던 안전관리보다 한층 더 강화된 현장 특화 맞춤형 안전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절대로 작업하지 않는다", "안전중심,사람중심 행복한 충본본부"라는 본부장의 경영슬로건을 토대로 전 직원이 안전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는 공사와 용역등 모든 작업대상에 대해 사전신고제도를 통해 안전확보 여부를 판단해 작업을 승인함으로서 무단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할수 있게 됐다. 동계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12도 이하일 때는 작업하지 않는다는 규칙에 따라 매일 매일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현장의 기상상황과 체감온도를 파악해 작업을 승인하고 있다. 또한 1작업장 1안전전담관리자를 지정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작업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토록 조치했다. 한전 충주전력지사는 전력설비 중 송전철탑 유지보수 작업분야에서 추락으로 인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고, 2~3월 시행했던 345㎸ 송전선로 휴전작업에서 아래사항의 안전조치들을 시행했다. 매일 작
커피음료에 '발효커피'란 장르가 새롭게 추가될 기세다. 주로 산지에서 시도됐던 발효커피와 관련된 특허가 국내에서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10여 건 이어지고 있다. 발효를 거치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노리고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관련 논문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발효커피가 몸에 좋은 성분이 많고 맛도 더 좋다는 내용이다. 국내 전통장류 발효 미생물을 활용해 한국적인 커피를 만들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특정 업체가 발효커피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인상을 주는 사례도 목격된다. 이렇게 발효커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위기 속에 출처와 정체가 불분명한 발효커피들이 이미 판매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첫째, 발효에 사용한 커피 생두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브라질, 콜롬비아, 케냐 등 국가명만 표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저곳의 것을 다 끌어모은 커피라면 품질이 좋을 수 없다. 더욱이 수확한 시기도 없다. 창고에서 몇 년 묵어 먹어선 안 되는 생두를 사용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면 마시
과테말라 커피를 주문했다. 중국에서 온 중국어 선생님도 같은 것으로 주문을 했다. 베트남에서 온 베트남어 선생님은 녹차라떼를 선택했다. 나는 평소 신맛을 매우 좋아해서 커피도 신맛이 매력적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찾은 카페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없고 대신 신맛을 느낄 수 있는 과테말라 커피가 있다고 추천을 해 준 것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주문을 하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기까지 여러 번의 질문이 오고갔다. 그리고 중국어 선생님과 베트남어 선생님에게도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생각하고 대답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일상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질문이 오가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완성되어가고 삶이 채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기 종목에서 운동선수가 누군가에게 볼을 패스하고 그 선수가 또 다른 선수에게 패스해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것처럼, 질문도 매한가지이리라. 가까운 사람과 늘 주고받는 질문은 굳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좀 거리감이 있거나 낯선 사람, 혹은 좀 어려운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질문은 다소 부담이 실린 질문으로 다가온다. 중국어 선생님, 베트남어 선생님하고 우리들은 함께 근무를 하면서…
올해의 시작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뜨겁다.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는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함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안전·보건에 관한 법령상 제도 개편이 꾸준히 이어져 왔음에도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법·제도의 취지에 맞춰 기업 내부에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지난 1월(1.27)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의 사고는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의 유형은 추락, 끼임 등 재래형·후진국형 사고가 많다. 조금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충북지역의 산업현장은 어떨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장의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으며 안전보건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졌을까. 충북지역은 최근 10년간 497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충북북부지역(충주·제천·음성·단양)에서의 사고사망은 201명으로 연 평균…
태백산에 있는 정암사를 찾아갔다. 정암사는 국보로 지정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 있는 사찰로 대웅전이나 법당에 석가모니불의 불상을 모시지 않는 것이 적멸보궁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곳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탑에 봉안해 놓았다는 말을 듣고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이다. 일주문을 바라보고 서서 좌측 옆으로 '유적 발굴중'이라고 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산기슭에는 유적을 찾는 중인지 인부들이 여기 저기 서성대고 있다. '무엇이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만 안고 일주문을 통과하여 들어서니 경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일주문에서 가까운 거리에 수마노탑 모형과 적멸보궁 정암사라는 표지석이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듯하다. 그 옆에서 포대화상의 환한 웃음과 넉넉하고 후덕한 모습을 대하니 내 마음까지 푸근해졌다. 코로나19 탓인지 인적이 없어 경내가 한적하다.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여 가며 법당에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려본다. 천년고찰인 이곳은 기록에 의하면 월정사의 말사로 갈래사라고도 한다. 사찰의 규모는 아담하니 그리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소박한 모습을 지닌 불교 성지다. 정암사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기대에 부푼다. 이번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되기를…. 그러나 매번 실망 아닌 실망의 연속이다. 이번엔 안 그렇겠지 하면서도 매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다. 지방분권협의회에서 주요 정당 후보자들에게 지방분권 관련 의제의 채택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윤석열 후보만이 답변을 회피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 엊그제다. 다행스럽게도 인수위 내 지역균형발전 TF가 설치된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관행처럼 실망했지만 기대감이 큰 이유 중의 하나는 TF를 이끌 인물의 커리어에 그나마 기대 아닌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국토 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균형발전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헌법 제120조와 제123조에 국가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로 균형발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데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2조에 '지역 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촉진하고 지역의 자립적 발전역량을 증진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 명문화돼 있다.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낡은 이분법적 논리를 벗
내게 작가 친구 한 명을 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알베르 카뮈'다. 그가 부르기만 하면 신들이 내려와 산다는 봄날 티파사의 태양 속으로, 압생트의 향기 속으로 난 언제나 그를 만나러 달려갈 것이다. 라벤더 향기가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보랏빛 언덕에 나란히 누워 우린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며 마지막 여행지인 루르마랭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리라. 가끔은 눈부신 태양과 장엄한 고요만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이유 없는 눈물을 글썽일지도 모른다. 티파사에서 가장 멋진 이 지상의 인간이 내 친구라는 것이 난 자랑스럽다. 벽투성이이며 상처받기 쉬운 이 세계에서 내 친구는 '사랑과 욕망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고, 그 어떤 쓰디쓴 철학과 교훈을 구하지 않았으며, 다만 태양과 입맞춤과 야성의 향기 외에는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으로 여겼다. 내 친구는 티파사에서 누구보다 씩씩하고 행복했다. 나의 20대, '이방인'이라는 이상하고 애매한 책을 만났을 때만 해도 난 이 친구가 별로였다. 누군가 이 책에 대해 아는 체 하기만 해도 그 사람은 천재이거나 허세 덩어리로 생각했다. '부조리'의 우화는 내게 너무나 어려웠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카뮈의…
일상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특색으로 표현한 타샤 튜더(Tasha Tudor)에 나는 큰 영향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글과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였으며 직업적 활동을 제외하고서도 자연주의 삶을 실현하며 그 안에서 양, 소, 닭과 강아지를 키우고 요리, 정원 가꾸기, 공예 등 생활 곳곳에 따스한 감성이 녹은 손길이 닿았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현대화된 생활에 메마름을 느낀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기쁨과 힐링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남성의 경우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타샤 튜더는 미국의 부유층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15세 무렵 학교를 그만두었으며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 미국 버몬트에 버려진 농장부지를 사들여 30만 평의 정원을 가꾸었고 사계절 내내 꽃이 펴 '비밀의 화원' 이라 불리는 영국풍 코티지 가든(Cottage garden,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시골 정원)으로 완성되어
지난해 무더운 8월, 음식물 쓰레기통 속에서 신생아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이 신생아는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기적 같은 생명력으로 수일간 버텼고 구조된 후에도 여러 번의 위험한 수술을 거쳐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를 넘어 외신을 통해서 전 세계에 소개됐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그런 사건이 됐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8월의 날씨만큼 뜨거웠던 그 그릇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갑게 식었고,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 가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아프게 우리 곁을 떠나 많은 것을 남긴 정인이와는 다르게 기적처럼 살아난 이 아기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어야 하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어두운 곳에서 못난 어미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가느다란 탯줄의 영양분으로 3일을 버티며, 따뜻한 어미의 품보다 처절하리만큼 차갑고 잔인한 세상을 먼저 알았던 그 아기는 사회의 복지제도 속에서 이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출생의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정보의 세상에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인데, 아기가 커갈 미래에는 더욱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출생의 상처로부터 보호받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