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세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빨간색을 선택하는 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거금으로 과감하게 빨간 바바리코트를 장만했다. 남을 의식하면서 사는 것이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닐 진데 옷장에 걸어 놓고는 두세 번 입고 보관만 하고 있다. 그 코트를 입고 나가던 날은 쑥스러워 지인들에게 "나 최후의 발악을 하고…
달구어진 인두의 온도에 따라 빠르고 때론 느림의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려간다.일상 속에 늘 곁에 머무르는 것이 장인의 혼을 불어 넣어 자연을 담아낸다.△태움의 미학으로 만들어진 낙화 낙화장(烙畵匠)이란 불에 달군 인두로 종이나 비단 또는 가죽에도 인두를 달구어서 지져서 무늬 또는 글씨와 그림을 표…
타닥 타닥 장작 타들어가는 아궁이. 그 위에 가마솥이 오르면 차갑게 얼어있던 이곳은 생기를 되찾는다.생명을 얻은 아궁이속 불씨 하나로 집안 곳곳은 온기로 가득차고 산골의 겨우살이도 함께 시작한다.고즈넉한 산골 산새가 아침을 부르면 한 겨울 산속의 아침은 더디 찾아오지만 사람들은 변함없이 아침을…
어느새 해가 많이 길어졌다. 퇴근 시간이면 깜깜하던 하늘이 7시가 다 되었는데도 환하다. 옆 단지 아파트의 장터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4월이지만 윤달이 들어 아직 쌀쌀한데 성미 급한 목련은 벌써 꽃을 피웠다. 벚꽃 나무에 맺힌 꽃봉오리도 옹골져 금방 터질 것처럼 탱탱하다. 늘 차를 타고 지나다니던 길이…
황인종을 학술용어로는 몽골로이드(Mongoloid)라고 부른다. 아시아, 태평양제도, 아메리카 대륙 등에 분포하고 있다. 이런 몽골로이드는 대략 북방계와 남방계 등 두 부류로 세분된다. 한국·일본·몽골민족은 북방계, 베트남·태국 민족은 남방계로 분류되고 있다. 북방계 몽골로이드는 납작한 얼굴…
옛날 우리 선비들은 문방사우 즉 종이, 붓, 벼루, 먹을 가까이 하며 함께 살았다. 먹의 향내를 맡으며, 글씨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았던 것이다. 이 문방사우는 선비들이 글을 지을 때 늘 함께 했고 때론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조용히 자신을 지켜주는 벗이었을 것이다. 규방 여인에게 바늘과 실이 벗이었…
그대여, 남녘에 홍매화가 피었다고 합니다. 여기는 아직 지루한 겨울인데, 봄꽃을 피웠다고 하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려요. 그곳은 머나먼 거리인지라 혼자는 엄두를 못 내고, 그저 그리움에 목을 메인 게 몇 날 며칠인가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불혹을 훌쩍 넘겨버렸지요. 일만 하다가 나이만 먹어버렸다고 중…
440㏄-900㏄-1,400㏄-1,500㏄.오토바이 배기량을 열거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두뇌 크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한 것으로, 후대로 올수록 용량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440㏄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남쪽 원숭이라는 뜻)의 두뇌 크기로, 대략 400만년전 안팎의 원(猿)인류 모습이다. 900㏄는 호모 에렉투…
공주 석장리 구석기박물관은 '북경원인 한국에 오다' 특별전을 오는 4월 2일부터 일년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북경 원인(原人)과 이빨이 긴 고대 호랑이인 검치호 화석 등 주구점(周口店) 유적에서 발견된 75점의 구석기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인류진화 이야기 안에는 호…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면서 오늘 돌아오기로 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받는다. 그런데 누구랑 함께 있는 분위기이다. 청주에 도착했으면 내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겠노라고 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안 오셔도 돼요."말투로 보아 사양하는 수준이 아니다. 완벽한 거부이…
옛말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방앗간에는 먹을 것이 많았나 보다. 추수가 끝난 농촌에서는 벼나 보리, 밀 수확을 하면 으레 정미소로 모두 모였던 시절이 있다.정미소 앞마당에 곡식을 가득 싫은 짐마차들이 길게 들어서고 검게 그을린 농부들이 담배 한 대 물고 푸념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에게 막걸리가 담긴 노란 양은 주전자를 들려주시며 삼박골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께 가져다 드리고 오란다.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는 부어 터질듯 입을 내밀며 주전자를 받아 들고 재 너머로 향한다.가는 도중 그 맛이 궁금해 한 모금 한 모금 먹어보면 알딸딸하면서도…
부엉이 우는 고즈넉한 산골. 저녁을 드신 아버지께서 일이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동지섣달 긴긴밤의 무료함도 달래고 내년 농사 준비를 위해 낮에 물 적셔 추려놓은 짚단을 들고 동네 사랑방으로 향한다.뜰팡에 벗어 놓은 눈에 익은 신발들을 보며 헛기침 한번을 하시고는 문을 열어젖히며 "저녁들 드셨나!" 인…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과 같은 장터가 들어선다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천의 5일장은 잊혀져 가는 시골장터의 낯익은 풍물들로 5일마다 어김없이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옛말에 남이 장에 가니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간다는 말…
떨어지면 꿰매고, 구멍 나면 때우고, 닳은 농기구는 대장간에서 쇠를 덧붙여 쓰던 시절이 있었다.어린 시절만 해도 시장통을 지나가다 얼굴에 검댕을 시커멓게 묻히고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대장간 아저씨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그들이 내려치는 쇠망치에 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들이 단순한 쇳소…
세월에도 냄새가 있다면 이런 냄새가 아닐까 한다.퀴퀴한 냄새의 오래된 책이 쌓여있는 헌책방.책 앞에 붙는 '헌'은 타임머신이다. 입으로 그 단어를 읊조리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자가 된다.헌책방이 동네마다 하나, 둘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들쑥날쑥 단 한칸 빈틈도 없이 촘촘히 들어찬 헌책…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라고 해서 임산부들은 기대가 크다. '흑룡의 해에 결혼하면 잘 산다.' '흑룡의 해에 아기를 낳으면 좋다.' 등 소문도 분분하다. 그래서일까. 꽃피는 춘삼월을 앞두고 선남선녀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 초대장이 심심찮게 날아온다. 꼭 흑룡의 해가 아니어도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에…
지면 불리한 세상인가. 가까운 친구가 예전보다 내 성격이 좀 급해진 것 같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자판기 커피 눌러놓고 손 넣고 기다리다 튀는 커피에 손을 데는 모양새다. 언제부턴지 무언가 조급하게 앞만 보고 뛰다가 아차 싶은 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머문 자리가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상황이 바뀌…
"뻥~이요~"마을 전체를 들썩이던 옛날 시골장터의 풍경도 보따리마다의 오래된 사연처럼 희미해진다.지금도 시골 장날이면 한쪽 모퉁이 터줏대감으로 한자리를 지켜온 '뻥튀기 장수'.그 앞에서는 오래지나온 시간도 걸음을 늦춘다.동네 공터 양지 바른 담벼락 아래 뻥튀기 기계를 펼쳐 놓고 아저씨는 "뻥이요…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고요한 수면위에 아침안개가 반짝인다.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대청댐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저수지다.오늘도 어부로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부들의 가슴속에는 저마다 다른 사연들이 있다. 물에 잠긴 고향, 영락없이 실향민이 된 어부 등. 지금부터 30년…
빈 깡통 하나도 귀하던 시절. 정월대보름이면 깡통 하나 구하려고 고물상 울타리를 빙빙 돌다 주인아저씨 몰래 깡통하나를 손에 넣으면 보물이라도 얻은 양 뛸 듯이 기뻐했던 시절이 있었다.방과 후 집으로 달려와 못으로 깡통에 벌집처럼 구멍을 뚫고 길게 철사 줄로 묶어 대문 옆에 걸어 두면 해묵은 숙제 하나…
매서운 칼바람이 훵하니 지나고 아직 녹지 않은 잔설이 아침햇살에 유난히 반짝이는 아침, 얼어붙은 백곡저수에는 가족들 단위로 추운 겨울의 별미인 빙어잡이가 한창이다. 백곡저수지를 돌아 돌아 가다보면 . 산자락 깊숙한 골짜기에서 낡고 빛 바랜 회색 슬레이트 지붕 아래 황토빛 숯가마들이 줄지어 서 있…
우시장에는 삶이 있다 . 희망이 있다. 그리고 진한 애환이 있다.요즈음 같이 어수선한 시기는 희망보다는 진한 애환이 다가오는 건 무엇 때문일까.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의 우시장에서는 작금의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군가에게 팔려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소, 새 주인의 손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인들은 일광욕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이 짧은 탓에 해수욕장이 아닌, 풀밭에서도 신체를 거리낌없이 노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고인류학자들은 해외토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같은 모습에서도 현생인류가 다양한 피부색을 지니게 된 이유를 찾고 있다. 의학적으로 피부…
겨울은 너무 길다. 이제 갔나 싶으면 찬바람이 웅크린 몸을, 시린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끝내는 자연의 섭리 앞에 잠깐 머물고 갈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을 맞으며, 하얀 눈 위에 낙엽을 뚫고 피어있을 설연화(雪蓮花)를 찾아 나서야겠다. 설연화(雪蓮花)를 좋아하기 시작한…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