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조반상을 받으신 아버지는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때 나는 아버지의 소망을 다 알면서도 엉뚱한 말로 늙으신 아버지를 어렵게 했다. "아버지, 어디 편치 않으세요?""아녀.""그럼 무슨 일 있으세요?""아녀, 몸이 왜 이렇게 근질근질한지 몰러. 오늘 바쁘냐?"이쯤에서 얼른 아버지 속내를 알아차…
흙냄새 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30년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순정으로 흙을 빚고 말리고 굽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고된 작업. 도자기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아니었다면 그 기나긴 세월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1300도에서 구워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는 만든 사람을 닮는다고 한다.옥천군 군북면…
'영남 사람인 정랑 김오응·감찰 장위항 (…) 등이 연명(聯名)하여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이르기를, 영남 사람들이 비록 다른 장점은 없으나 그래도 염치와 의리의 귀중한 것을 대략은 알고 있으므로 백의(白衣)로 조령(鳥嶺)을 넘어가는 것을 예로부터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인용문 중 '백의'는 과거 낙…
집집마다 부엌에는 세 개의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이사를 할 때면 솥을 떼어 지게에 지고 가 이사한집에 제일 먼저 걸었다. 여기에 황토를 물에 개어 솥 옆 틈을 꼼꼼히 바르고 맥질을 해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밥을 하고 밑바닥에 생긴 누룽지는 한 톨까지 달챙이 숟갈로 박박 긁어 숭…
화산 폭발하는 모습이 이러할까. 슬레이트 지붕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를 철거하자 켜켜이 쌓인 먼지가 한꺼번에 용솟음친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았다면 집에 불이 났거나 보일러 고장으로 터진 배관 사이에서 나오는 수증기쯤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사람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오후 시간이어서 다…
조선시대 주막문화는 문헌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조선후기인 18세기 들어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시대 술과 관련된 표현으로 '甁酒'(병주),'壺酒'(호주), '酒幕'(주막), '酒肆'(주사), '酒家'(주가) 등의 낱말이 있다. 병주는 문자 그대로 병에 담겨진 술을 일컫는다. 신윤복의…
하늘빛 어리고 구름이 흐르는 어느 곳이나 정으로 넘치는 우리네 물가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빨래터의 방망이 소리는 산자락 끝까지 퍼져 나갔다가 되돌아온다 타닥-타닥-타닥-타닥-타닥-타닥-- 흐르는 물에 송사리가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가재가 모래 장난을 친다.다라에 빨랫감을 가득 이고 아낙들이…
얼마 전 큰딸과 시골 친정집에 잠시 들렸다. 밥상을 물리고 차 한 잔을 마시는 도중에 어머니가 슬그머니 일어나셨다. 건넛방에 장롱문을 열더니 주섬주섬 옷을 몇 벌 꺼내어 침대 위에 늘어놓으셨다. 의아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오는 토요일 동창 모임 나가는 데 어떤 옷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으…
딸깍 시르릉 딸깍 시르릉문틈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희미한 불빛과 함께 들려오는 삼베짜는 소리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 먼 것 같은 새벽, 베틀이 놓여 진 건너 방에서 어머님의베 짜는 소리가 어슴푸레 들려온다.대체 엄마는 언제 잠을 주무시나 생각하다 일정하게 들려오는 베 짜는 소리가 나무와 나무가 부…
성급한 여름은 가지마다 신록을 입히느라 분주하다. 문학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지자는 회장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해는 벌써 기울어 사방이 암흑 속으로 '무너미 청국장' 이란 소박한 이름의 보리밥집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를 환영이나 하듯 개구리들이…
농부는 자식 입에 밥숟가락 들어가는 소리와 내 논에 물 대는 소리를 가장 듣기 좋다 했던가. 양성산이 헐레벌떡 내려오다 잠깐 숨 고른 현도 장승마을.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할 때 그려놓은 듯 한 계단식 다랑이 논에 봄비가 도착했다.손바닥 만 한 산골 마을은 윤사월 낯 뜨거운 햇살 아래 단정하게 자…
잉크 빛 새벽이 지워지며 아침이 열리는 시간이다. 나무 사이에 서 있던 노란 나트륨 등도 소임을 다 한 듯 노란빛이 점점 흐려진다. 연휴라 늦잠을 잘 요량으로 알람도 끄고 잤는데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다. 주말에다 공휴일까지 낀 오늘 같은 날은 아주 늘어지게, 햇살이 유리창을 찌를 때까지 늦잠 자도 누구…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행방을 알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를 '제기선성'(除其先聲)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암행어사 임명장인 봉서에는 '도남대문외개탁'(到南大門外開坼) 또는 '도동대문외개탁'(到東大門外開坼) 표현이 씌여졌다. 전자는 '남대문을 나간 뒤에 열어봐라'라는 뜻으로, 호남이나 충청우도…
글싣는 순서 ①지재권 피해 사례 ②지재권 분쟁과 대책 ③충북 지자체 대응은?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전국 각 지자체까지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적지 않은 곤혹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청과 각 지자체, 지역 상공회의소 등은 '지식재산센터'를 설립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특허정…
벚 꽃잎 나비되어 바람에 흩날리던 여느 봄날, 청풍 호수를 끼고 휘감은 산허리를 따라 한 박자 쉬고 돌고, 돌아 달려가는 길. 봄도 돌아오느라 늦은 듯 단양 남한강 계곡에는 온갖 봄꽃들과 연초록 싱그러운 초목들호수와 어우러진 풍광에 숨이 막혀올 쯤, 이윽고 닿은 곳은 단양군 영춘면 하리(下里). 마을 앞뜰…
그대여, 얼마 전 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청춘의 가슴을 울리는 이성에 대한 설렘과 순수함, 이렇다 할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둘……. 주인공은 과거와 현재로 이어져 가슴앓이 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으로 끝을 맺지요. 결국, 두 사람만의 오랜 기억은 그리운…
조선은 중국에 대해서는 '섬김'(事大)을, 일본에 대해서는 '친선'(交隣) 정책을 취했다. 조선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임진왜란 전에 4회, 임란 후에 12회 등 총 16회 정도의 통신사를 일본에 정식으로 파견했다. 이들 조선통신사들은 귀국후 한반도 안에서의 하행길(부산방향)과 상행길(복로·서울방향) 그리고…
이번주부터 '충북 백두대간 재넘이 문화' 시리즈를 시작한다. '재넘이'는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표현이나 '재를 넘는 문화'라는 뜻에서 조어를 만들었다. 공간적 대상은 백두대간 충북구간이다. 본보는 지난해 '대동여지도와 백두대간 충북의 옛고개' 시리즈를 12회 연재한 바 있다. 제목에서 보듯 지난해…
무심천에는 송천교를 시작으로 제2운천교, 흥덕대교, 제1운천교, 청주대교, 서문교, 남사교, 모충대교, 청남교, 수영교, 용평교, 방서교, 장평교를 잇는 16km정도의 산책길이 있다. 무엇보다 무심천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다리와 다리사이마다 적게는 3~5곳까지 도로와 산책로 사이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투박한 맷돌의 구수한 맛 손 두부. 제천의 겁나 먼 산골. 깊은 산골 마을에도 고맙게 봄이 찾아주었다.연분홍 진달래 수줍은 듯 피어 있는 산자락 아랫마을, 살아온 세월 물씬 품고 있는 기와집 굴뚝에서 뽀얀 연기 피어오른다.흙에서 얻은 것에 만족하며 자연 그대로 닮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옛 것이…
다산 선생은 역사를 인용하지 않은 글은 시가 아니라고 했다. 역사의식이 주춧돌로 놓이지 않은 글은 문학이 아니란 말이다. 먹고 사는 이야기, 술 마시고 춤추는 풍류만 담은 글이 무슨 문학이냐고 개탄했다. 문학이란 그릇에는 뼈아픈 당대의 고민을 담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이해했다. 부닥치는 문제 해결의…
가정의 달을 앞두고 어느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10명 중 7명이 현금을 선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론 현금도 좋겠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이면 더욱 좋으리라. 어린이날,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종류도 많고 어떻게, 얼마만큼의 선물을 할까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정겨운 울음으로 고향의 향수를 뽐내주며 시골 농가에 든든한 살림인 소.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 소는 우리네 소중한 재산이었다.고요한 시골마을에 여명이 밝아오고 촌로는 서둘러 여물을 끓이며 하루를 맞이한다.오늘도 할 일이 많은 소에게 아낌없이 듬뿍 떠주는 여물에 정겨운 김이 서린다.오랜 세월 농부…
충청북도 진천의 깊은 산, 시원을 알 수 없는 물줄기가 거대한 바위에 물길을 냈고 들녘의 목을 축여주던 물이 시내를 이루면서 강으로 강으로 향한다.그 물길을 가로 지르면 천년의 다리, 그저 묵묵히 흐르는 물길과 하나 되어 인간의 삶과 자연을 잇고 있다.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 마을 초입에는 넓은 하천…
올봄 바로 길하나 건너 동네로 이사하게 되었다. 이삿짐을 싣고 오던 날, 유독 벚꽃이 바람에 흩뿌렸다. 십여 년만에 살던 집을 비우는데 꽃비는 나비처럼 너울대며 눈이 부시다. 마지막 텅 빈 집을 다시 돌아보려니 울컥 가슴이 치민다. 참 많은 우여곡절을 보낸 세월이었지만 따뜻한 안식처, 정든 둥지였다. 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