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그나마 세력도 약한 놈이 하얗게 올라와서 보기에 영 마땅찮다. 머리 염색하는 것을 게을리하니 이놈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 머리에 조금씩 바르기 시작한 염색약이 이제는 머리 전체에 발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올라오면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흘렀나 하…
장발과 나팔바지 유행 하던 70년대 동네에서 좀 산다하는 집에만 있던 야외전축 그 친구가 야유회나 소풍갈 때 가져오면 촌놈들 눈이 휘둥그레 전축 주위에 뺑돌려 모여 신기해하며 음악에 심취해 디스코를 열심히 추던 시절. "You are the answer to my lonely prayer, You are an an…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기찻길. 이어진 기찻길은 굽이마다 다양한 삶을 품고 있다.그리고 이곳만의 삶의 풍경이 있다.미호천 저녁노을로 뒤로 하고 저마다 고단한 삶을 실고 철커덕 철커덕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정겹다. 이곳에 80평생을 한 결 같이 세월의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구밖 느티나무처럼…
충격이 온몸,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시에 전해졌다. 난데없이 바닥에 정곡으로 찧은 엉덩방아로 꼬리뼈의 아픔은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사무실 여직원은 걸려온 전화에 열중하느라, 순식간 일어난 촌극을 눈치 채지 못했다. 업무를 보려고 사무용 탁자에 앉으려다 이동식 의자가 갑자기 뒤로 미끄러져 나가는…
조용하던 산골마을이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로 시끌시끌하다.방학식날 과제물로 가져 온 방학책은 책가방 속에서 꺼내 보지도 않은 채 놀기에 바쁘다. 무더위 속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면 등짝이 타고 허물이 벗겨져도 개구쟁이 꼬마 녀석들은 그저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이 신나고 즐거울 뿐이다.온 동네 골목…
딸이 보내준 티켓을 받아 46주년 결혼기념일에 충주 파크호텔로 여행을 떠났다. 늘 살갑게 효도하는 딸의 효도를 받을 때마다, 양심이 찔리는 게 참 많다. 위아래로 오빠와 남동생 때문에 자랄 때, 나도 모르게 편애하여 손해를 자주 본 딸이다. 그런데 출가해서 친정 부모 걱정은 제일로 많이 하는 편이니 늘 미…
조카의 결혼날짜를 잡고 나서 내가 함으로 받았던 여행 가방을 꺼내보았다. 함 받는 날 눈물을 쏙 빼게 했던 가방은 이젠 들고 다니기조차 창피할 만큼 구식이 되어 24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 나게 했다. 날을 받아 놓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딸만 하나라 평생 시어머니가 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
"달빛은 아무리 바라봐도 눈이 부시지 않아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는 친근한 빛으로 조용히 어둠을 밝혀요. 그 고요하고 은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품성이 달빛과 너무 닮았어요. 우리의 마음이 순수하고 담담하고 조용해졌을 때, 한지와 같은 달빛을 한가득 길어 올려질 꺼예요. 달빛은 길어올린…
빗방울이 한두 방울 살갗을 스친다. 손바닥을 하늘로 올려 빗물을 받아본다. 빗방울의 감촉 이게 얼마 만인가. 학수고대하던 비다. 오랜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대지가 거북이 등가죽처럼 갈라지는 걸 뉴스에서 보았다. 빗방울이 점점 많아진다. 만인이 원하는 비가 내린다. 기다리던 단비다. 다행히…
혼기가 찬 처녀 총각에게 "국수 언제 먹여 줄겨?" 하는 이 말은 언제 결혼하냐는 말의 대명사다. 농번기나 하다못해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어김없이 새참으로 나오던 국수, 너무나 흔하디 흔해서 일까 음식보다는 하나의 간식으로 생각하는 국수.어린시절 어머님이 돗자리와 홍두깨를 꺼내 놓고 밀가루 반죽을…
여기는 백골산, 아니 백골산성이다. 나는 백골산성 망루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지금은 대전시 동구 신하동. 백제 땅도 아니고 신라 땅도 아니다. 성을 차지하려고 다툴 사람도 없이 그냥 우리 겨레붙이가 함께 사는 대전광역시 신하동 뒷산이다. 누구도 가릴 것 없이 어느 때를 따질 것도 없이 여기에 올라 올…
몽실몽실 포근한 목화솜 이불 한 채만 있으면 온가족이 따스한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겨울은 유난스레 추웠고 겨우살이 옷가지도 부실했던 탓에 한겨울 솜이불의 쓰임새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연탄이나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던 때라 낮에도 아랫목에는 항상 온기를 간작한 솜이불이 깔려 있곤…
너를 떠나보내는 이 마음 한량없이 무겁기만 하구나. 어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총총 떠날 수가 있단 말이냐? 서둘러 내 곁을 떠나야 했던 이유가 너에 대한 무관심이 빚어낸 일인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 또한 겹쳐오는구나. 너는 누가 뭐래도 나에게 일생을 바친 충직한 애마였단다. 언제 어디든 가자고 하면…
찬바람이 부는 추운겨울 꽁꽁 언 몸을 추스르며 집으로 오면 방 바닦 아랫목 따뜻한 이불속에 놋그릇에 밥을 묻어놨다가 꺼내주시던 어머니. 김이 모락모락 났던 따스한 밥으로 사랑을 대신하셨다. 그 놋그릇 떠난 님이 그립듯 놋그릇에 수북이 담은 밥그릇처럼 따뜻했던 어머니의 사랑이 새삼 그리워진다. 명…
옛말에 홍수보다 가뭄이 낫다고 했다. 물난리가 나면 다 떠내려가고 남는 게 없지만, 가뭄 뒤에는 작황은 좋지 않지만, 과일들은 훨씬 맛이 좋기 때문이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애태우는 가뭄 덕분인지 올여름의 수박 참외는 참으로 달고 맛있다.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물왕 저수지마저 바닥…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바둑을 둔다. 대나무 숲에서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고, 멀리 무심천에 은비늘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신 여름 한낮. 이때 며느리가 얼음을 동동 띄운 콩국수를 그릇에 담아낸다. 이 콩국수의 맛은 평화로운 여름 풍경을 완성하는…
느린마을 양조장 '술펍' 청주점 느린마을 양조장에서 술이 익는다. 그 술은 시간 속에 흐름을 거슬리지 않고 유유히 흐른다. 미생물과 함께 숙성되는 술의 속도를 오히려 사람이 천천히 기다리며 따라 간다. 이곳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100% 국산 원재료로 만든다. 더군다나 친환경 발효기술로 만들어…
청나라에 포로로 잡힌 누이를 구하기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든 조선 궁사.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는 가공할 비밀병기는 손에 든 활과 화살뿐이다. 숨 막히는 대결 속에 스크린을 찢어댈 듯 공중을 가르는 화살. 쏟아지는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져 적군을 물리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살은 알고 보니 전통무형…
조선 전기에도 전통운반 수단으로 수레가 긴요하게 사용됐다.수레는 국가 재정의 원천이 되는 세곡(稅穀)은 물론 서민용 소금 운반에도 사용됐다. 세종실록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우리고장 충주를 배경으로 등장한다. '단월역(丹月驛)에서 양재역(良才驛)까지 도로(道路)를 정비하게 하고 수레를 사용하여 수…
분쇄기에 커피콩을 갈던 남편의 낯빛이 좋지 않다. 늘 하던 일인데 오늘따라 커피콩을 넣었다 꺼냈다 분쇄기 날을 뺐다 끼웠다 하는 등 몹시 분주해 보인다. 그냥 두었다가는 오늘 안에 커피 마시기 어려울 것 같아 가보니 커피콩이 문제였다. 이제껏 한쪽 면이 평평하여 플랫빈이라 불리는 원두커피를 마셨는데…
하얀 창호지가 발라진 방문에 비치는 그림자.비녀 꼽은 머리에 한복 입은 여인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비춰 진다.일정한 간격으로 한쪽 팔이 위로 향했다 내려오기를 반복 한다.문을 열어 보지 않아도 단아하게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하얀 천위에 형형색색의 고운 실로 예쁜 꽃에 파랑새나 학의 고고함을 수놓는…
1785년 이른바 을사추조적발사건(秋曹摘發事件)이 일어났다. 북경에서 한국 가톨릭 최초의 영세를 받고 귀국한 이승훈(李承薰)이 서울 명동 김범우(金範禹)의 집에서 기도회를 갖다가 순찰 중이던 포졸에게 적발됐다. 이때 교인으로는 남인계 집안인 정약전, 약종, 약용 삼형제와 10여명의 교인들이 김범우…
지게 다리에 작대기 두르려 장단 맞춰 콧노래 부르며 아침저녁으로 넘나들던 재 넘어 오솔길은 풀과 잡목으로 우거져 어디가 길 이었는지 어림잡을 수도 없지만 눈을 감으면 또렷하게 떠오르는 고향의 그 언덕.의무교육이 생기면서 자식에게는 지게지우지 않겠다던 아버지. 그 등에는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져…
역시나 녀석을 찾고자 뒤적인다. 나는 생선 조림을 먹을 때면 으레 녀석을 제일 먼저 찾는다. 날것의 싱싱함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의 남다른 맛을 나의 혀는 여전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씹는 맛도 없는데 무엇이 그리 좋아 찾느냐고 말할지도 모르리라. 그것은 무의 맛을 진정 모르는 사람의 소리일…
조선시대에는 태(苔), 장(杖), 도(徒), 유(流), 사(死) 등 이른바 오형이 존재했다.태는 회초리로 치는 것, 장은 곤장으로 때리는 것, 도는 징역형, 유는 귀양보내는 것, 사는 말 그대로 사형을 의미한다. 이중 유배는 사형에 버금가는 형벌로 중형에 속했다. 그러나 유배형은 조선시대 사대부치고 경험하지 않은 사…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