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항초 김순녀 충북시인협회 회원 저 여기에 왔어요 비바람을 이기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무서웠던 천둥 번개도 잘 참았지요 봄바람 불던 날 넓은 들판에 홀로 서서 기필코 알곡이 되리라 다짐하고 부지런히 바람과 공기와 햇볕을 사랑하였어요 쭉정이로 날아가면 안 돼요 구정물 통에 버려지면 슬퍼요 찰진 한 톨 그대 마음을 녹이고 영혼을 살찌우는 양식이 될래요 내가 달려온 길에 당신이 뿌려놓은 정성이 황금 들판으로 춤추니 추수하는 기쁨 감사의 노래가 되었어요
항아리 김묘순 충북시인협회 회원 항아리 비었다고 빈 항아리 아니다 한 점 작품밖에 팔지 못했다던 고흐 닭 한 마리만 먹으면 죽지 않을 수 있다던 소설가 류 씨 쌓인 원고지 마음대로 써보지 못하고 한 조각 구름으로 남은 시인 Y 항아리 비었다고 빈 항아리 아니다 지나가는 화가와 소설가 어느 시인의 넋을 바람처럼 부딪치는 가을 햇살에 담아 항아리는 오늘도 배가 부르다
개기월식 장종선 충북시인협회 회원 여보게 저기 저 문디 얼굴 같은 마음 시리도록 밝은 보름달을 보아 아 글쎄 문디 마누라 달덩이 같은 자식 하나 그렇게 부러워하더니 첫아이 입덧으로 아 그래 저 달을 오늘밤 기어코 떼어 먹네 그랴 아 근데 문디 마누라 아무래도 문디 자식은 아닌 게지 얼마나 서러우면 하늘 가운데 도로 게워 놓은 게야 여보게들 저기 저 문디 자식 닮은 가슴 저리도록 환한 보름달을 보아
행복한 사람은 백서 박관희 충북시인협회 부회장 가족이 있고 잠 잘 곳 있고 해지면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 괴롭고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기대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슬프고 외로울 때 같이 노랠 부르고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 외로울 때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이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입동立冬즈음 덕향 김 병 철 충북시인협회 재무국장 허기진 산까치는 은빛으로 날아오고 키 작은 가을볕이 기웃대는 추녀 끝에 노을빛 식은 재 한 줌 바람 끝에 눕는다 멀어진 산새 소리 찾아온 흰머리들 명월은 소리 없이 문풍지에 스며들면 철 지난 진한 그리움 뒤척이는 겨울밤
눈물 꽃 손경희 충북시인협회 이사 눈물 꽃이 아름다운 건 삶 언저리에 피어나 고통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고요 누구보다 아름다운 건 오직 나를 위해 기다려 주기 때문이어요 누구보다 더 행복한 건 모자란 행동 일지라도 예쁘게 눈감아주는 건 아닐까요 눈물 꽃이 사랑스러운 건 다가온 구름 헤집으며 애틋한 모습 찾는 건 아니겠어요
가을 남자 김인동 시인 가을이 진다 늘 가을 차림인 당신이 떠났다 낙엽에 당신이 쌓인다 바람이 분다 벌써 그립다 첫 가을이 가고 눈 오는 날에 당신 생각나면 어쩌지 겨울 아이 당신인데 얼음 동동 막걸리 한 잔 가슴 속에 끼얹고 왜?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픈지' 당신의 노래 불러 볼거나 구슬퍼 구슬퍼 술자리 헤롱지면 얼떨결에 당신 오셨나 손 한번 잡아 볼 수 있을까?
사는 날 손문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봄바람이 불고 아슥아슥 새순이 돋는 지상에서 걸어가 나무를 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누워있는 지금 그 나무를 떠올려 미소 짓는 것은 신비한 일이다 사르르 바람 부는 길가의 나무들 사뿐히 내려앉는 먼지 보슴보슴 털며 비를 맞는 시각 새카만 산 중 험한 구릉을 타고 불빛을 넘는 이들이 행복하기를 정제된 눈빛으로 기도하는 시간은 참 신비한 순간이다
두견의 아픔 김 효 동 충북시인협회 고문 나무에 피가 흐른다 울다 지쳐 붉게 물든 두견의 죽은 넋 피를 토해 가슴 찢는다 서럽고 그리운 혼자 보기 역겨워 조심스런 만남이 하늘 향해 한숨 짓는다 소쩍소쩍 애간장 태워 왜 그리 슬피 울었는지 꽃이 져도 서운치 않는 모두 버린 마음인데 나뭇숲 사잇길 들어서면 애수의 소리 흘러 나무에 피가 흐른다
가을, 저녁 불빛 김생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시간의 사슬을 끊으며 노란 길을 걷는다 죽음의 조각들은 발길에 툭툭 채이고 이승에 내리는 어둠이 눈부시다 잘게 썰리는 낙엽의 기억들, 오억 년의 화석으로 새겨진다 골목 한구석에 버려진 하루분의 생, 소줏병, 막걸리병, 우유팩, 라면봉지, 한때 사람의 온기가 머물다간 흔적들은 얼마나 뜨거운 목숨의 기록인가 어둠의 창마다 꽃잎처럼 피어나는 불빛 불빛 불빛 오랜 결심에 뿔이 돋는다 나 한 마리 낯선 짐승이 되어 허옇게 남은 날들을 들이받으리라 내가 색칠한 바다에 배 띄워 더 멀리멀리 저어가 반짝이리라
어 석화 김상언 충북시인협회 회원 세월 어찌 그리도 화살처럼 지나가니 젊음의 세윌도 1년은 365일 작금의 세월도 1년 365일 세월은 변함이 없으나 마음의 세월은 시시각각 변하니 만산홍엽 바람결에 날려 내게도 어느새 동절기가 오는구나
새벽 풍경 성낙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여린 알람 등 두드려 달래야 한다. 바람에 빠져 울고 있어 멋대로 영혼 주체 못해 게으른 새벽 깨우려 하지 않아 시끄러운 알람의 눈물 닦아내 보이지 않는 새벽의 자태로 아무렇게 양도해 버리지 못하는 타고난 이름 석 자 담보해 덕 볼 것 없이 가는 세월 뒤에서 꺼내든 홍두깨로 내리쳐 부여잡아 거친 빛줄기 위해 견뎌 줄여 정체되어 구겨진 지문 인식으로 귀신도 드나드는 거적문 깔끔한 지문으로 문 열어 생색내어 행보해 질색해 피하지 못해 막아서서 엄폐 은폐된 살벌하게 명백한 조작 막기 위해 압수해 분주한 일상이 서서히 눈 비벼 뜨고 있는 뒤란의 일과
가을 - 불가촉천민 박재용 충북시인협회 회원 요양보호사 일기를 쓰려니 딱하게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 없다 딱 하나 일요일 면회 오신 어르신 부부싸움 엿 본 것이 전부다 아침 잘 드시고 오늘의 날씨처럼 시원한 모습으로 눈빛까지 가을하늘 닮아 말씀도 잘하시더니 아들딸 며느리 앞세우고 우물 같은 검은 눈 부릅뜨고 남편께서 오셨는데 뉘시냐고 쌍욕으로 남의 물건 훔쳐 갈려고 또 왔냐고 큰소리로 일갈하신다 평생을 남편 수발로 자신의 생을 온전하게 도둑맞았다고 생각하시는 어르신의 일성이 가을 하늘을 푸르게 한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