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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운전할 때와 걸을 때의 입장은 정 반대다. 운전할 때는 보행자가 야속하고 걸을 때는 차량이 밉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다시피 한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운전자와 보행자의 뒤바뀐 입장을 오간다. 그런 데에도 매번 자기 탓은 안 하고 상대방 탓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불편은 교통여건이 열악한데서 오는 현상이지만 마음속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이기적 자세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운전할 때는 횡단보도도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원망스럽다. 실제로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에 나선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무얼 배우라고 무단횡단에 나서는가 말이다. 교통법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일반적인 규범이다. 그러나 네거리에서 노란 불이 들어올 때는 정지를 해야 하나, 그대로 운행을 해야 하나를 두고 순간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정지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뒤에서 트럭 등 중장비 차량이 달려오면 추돌사고가 걱정돼 그냥 진행하는 예가 많다. 그런 이유로 네거리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때는 얼른 룸 미러를 들여다보는 운전습관이 생겼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도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정지하는 것이 교통 법규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이라도 행인이 건너가면 정지를 하여 행인을 먼저 보내고 운행을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여러 차선이 있는 곳에서는 이 같은 양보도 때에 따라선 윤화(輪禍)가 될 수 있다. 내가 정지하여 행인을 먼저 보낸다고 해도 옆 차선의 차량이 미처 행인을 보지 못하고 달려가면 사고가 날 개연성이 높다. 도로 한가운데서 차량의 홍수 속에 어쩔 줄 모르는 행인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대단히 미안한 일이나 나 혼자 만의 판단으로 일단 정지를 했다가는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

퇴근길에서 운전하기가 가장 어려운 구간은 집 앞에 있는 길이 30m 가량의 골목길이다. 길이 아주 좁은 것은 아니나 양쪽으로 주차돼 있는 차량들로 인해 교행이 매우 어렵다. 골목길 통과는 마치 장애물 경기를 벌이는 듯하다. 골목길 중간에서 교행 차량을 만나게 되면 다시 골목입구로 후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골목길로 진입하는 차량이 꼬리를 물면 아주 난감하다. 5~6대의 차량이 모두 후진을 하려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한쪽 주차만 해도 교행이 가능한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양쪽 주차를 막으려고 표지판과 시멘트로 된 구물을 설치해 놓았지만 이도 소용없다. 시멘트 구조물로 인해 오히려 도로 폭만 더 좁아졌다.

골목길에서 큰길로 진입하는 구간 모서리에 주차해 놓은 차량을 보면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그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특히 좌회전하기가 퍽 어렵다. 어떤 주차 차량은 숫제 반사경을 가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주차시설의 부족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지만 운전자의 빗나간 양식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 주차전쟁은 이제 상용화된 현상이다. 주차시비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시비가 심해지다 보면 멱살잡이나 주먹다짐도 나오게 된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차량의 행렬이 지긋지긋하다. 길 건너기도 어렵고 빵빵 울려대는 경적소리도 듣기 싫다. 네거리 횡단보도 신호 등의 파란불은 대략 20초 이내에 꺼진다. 요즘은 파란불이 들어오는 시간을 숫자로 알려주는데 네거리의 경우 16초부터 아래로 내려온다. 이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종종걸음을 쳐야한다. 노약자는 이 시간 안에 횡단보도 건너기가 상당히 어렵다. 비가 올 때는 지나가는 차량에 의해 행인이 빗물을 뒤집어쓰기 일쑤다. 좁은 시장골목이나 차량진입 금지구역을 헤집고 들어오는 무법차량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 차량은 구두나 운동화처럼 편리한 생활의 수단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운전자의 양식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면 문명의 이기(利器)가 흉기로 돌변해버린다.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첫 번째의 과제는 운전자의 의식 개선에 있다. 환경의 주체는 인간이므로 사람 위주의 교통여건 조성은 불가피한 과제다. 파리의 시가지는 행인의 천국이다. 그곳도 엄청난 차량의 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교통체계는 철저히 사람위주다. 설혹 행인이 무단 횡단을 하여도 차량들은 일시에 멈춰 서며 행인을 먼저 보낸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지만 행인을 먼저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사람 나고 차났지, 차 나고 사람 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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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