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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인류문화 창조의 상징이고 학습도시 청주의 자존심이자 대표적 문화상품이지만 축제로 전환시키기에는 매우 힘든 아이템이다. 무릇 축제는 그 속성상 먹고, 마시고, 즐기는 오감만족의 기본 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지축제는 이런 일반적 축제의 형태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축제의 콘셉트를 창조와 배움에 두고 있는 관계로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어떤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축제로 전환하기 힘든 아이템을 청주시는 축제로 만들어 성공하였으며 '학습축제'라는 역발상이 오히려 여타 축제와 차별화를 기하고 청주만의 축제로 특성화 하는데 성공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지난 2000년에는 청주 최초의 오페라 '직지'를 만들어 우리나라 문화 1번지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림으로써 청주의 문화적 역량을 한껏 뽐냈다. 그 후 직지 오페라는 간헐적으로 직지 축제에 등장하였으며, 공연비의 부담이 클 때에는 아리아 부분만 뽑아서 무대에 올리는 갈라 콘서트 형태로 치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청주의 대표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지역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앙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극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페라 '직지'의 후신(後身)이라도 되듯 직지 뮤지컬 '묘덕을 만나다'가 2009 유네스코직지상 시상식이 있은 지난 9월4일 오후,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었다. 지난해 초연됐던 작품을 대폭 수정하여 무대에 올렸다. 진상우 씨가 연출을, 김정연 씨가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에, 최현석 씨가 작곡을 각각 맡았다. 출연진은 뮤지컬 전문배우를 별도로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청주시립합창단이 피나는 노력으로 호흡을 맞추어 모든 배역을 소화해 냈다.

뮤지컬은 오페라와 매한가지로 노래, 연기, 무용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그 어려운 종합예술의 꽃을 오페라 '직지'에 이어 또한번 피워 올렸으니 청주문화사, 아니 한국 문화사에 길이 남을만한 일이다. 앞으로 뮤지컬 '직지'는 오페라 '직지'와 더불어 청주의 창조정신을 선양할 쌍두마차로 청주의 대표적 문화상품이 되리라 믿는다. 이제 '직지'는 한편으로 그 본원적 가치를 높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적 가치로 승화하는 가치전환을 부단히 모색해야 한다. 요즘 생활주변을 둘러보면 '직지'를 소재로 한 상호나 농·특산물, 상품이 꽤 많아졌다. 직지 쌀, 직지 여행사가 등장했는가 하면 청주 남부에 신설되는 경찰서 이름도 '직지 경찰서'로 명명되었다. 직지 상품은 부지기수다. 직지 스카프, 직지 넥타이, 직지 루프 타이 등 여러 직지 상품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직지의 가치는 전문화와 일반화의 과정 속에서 더욱 높아지고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백운화상과 묘덕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을 비롯하여 여러 곡의 아리아와 합창단의 코러스가 무난하게 조화를 이뤘다. '사랑의 이중창'은 푸치니의 '나비부인' 등 여러 오페라에 등장한다. 서양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은 '사랑의 이중창'하면 으레 서양 오페라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지만 이제는 청주 판 토종 '사랑의 이중창'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다만 백운화상과 묘덕의 연인관계 설정에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려 말의 고승이자 '불조직지심체요절'을 초록한 백운화상이 비구니 묘덕과 사랑에 빠진다는 대목은 속세를 떠나 깨달음에 용맹정진하는 고승의 수도 자세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뮤지컬은 픽션이고 그 안에 러브 스토리를 삽입해야 극중 효과와 재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인관계를 설정한 것 같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넓은 안목으로 보면 부처님의 자비가 속세의 그리움으로 변용(變容)되었다고 풀이해 보는 것이다.

오페라 '직지'에서도 충선왕의 사위인 정안군과 수춘옹주, 그리고 정안군의 후실인 임 씨(묘덕)와 허숙의 사랑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사랑은 단지 세속의 '사랑타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속활자를 만드는 불꽃으로 승화되고 있다. 비구니 묘덕은 '직지'를 만드는데 스폰서가 되고 석찬, 달담 등 백운화상의 제자들은 '직지'를 편집하고 금속활자를 만들어 드디어 문명의 횃불을 올리게 된다.

뮤지컬에는 가로수 길, 상당산성, 무심천 등 청주의 명소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지역 분권화 시대에 걸맞는 배경 설정이다. 흉 없는 잔치가 없듯 이번 뮤지컬에도 옥의 티가 있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여 다음에는 청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뮤지컬로 만들기 바란다. 청주시립합창단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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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