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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사무국장

지구를살리는청주여성모임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의 하나였다. 시장에 가면 엄마가 사주시는 튀김이나 만두 먹는 맛이 쏠쏠했고, 단골 아주머니가 한 줌씩 더 얹어주는 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시장은 늘 북적거렸고, 떠들썩했다. 그곳엔 거래뿐 아니라 사람 사는 정, 삶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재래시장보다는 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대형마트를 다니기 시작한 걸까?

국내 최초의 대형할인마트인 E마트는 1993년 11월 문을 열었다. 마케팅과 판촉비용을 없애고, 최소한의 판매사원으로 인건비를 줄인 비용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값싼 물건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썼다. 주부들 사이에서 대형마트가 물건이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매출은 급속하게 증가했다. E마트가 많은 수익을 창출하자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업체들도 할인점 시장에 하나, 둘 진출하기 시작했다.

청주에도 지난 1998년 6월, E마트를 시작으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중소기업청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마트 한 개가 들어설 때마다 주변 재래시장의 점포 150개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2007년 9월 대형할인마트가 342곳이라고 했을 때, 작은 가게가 어림잡아 5만여 개가 사라진 셈이다. 가게를 그만둔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무얼 하고 살까?

대부분 사람들이 값이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형할인마트를 이용한다. 편리한 것은 몰라도 싸다는 것은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30여 년간 빠짐없이 가계부를 써왔다는 소문난 짠순이 박 모 주부가 재래시장과 대형 할인점을 동시에 찾아 품목별로 따져보았을 때 대부분 마트가 비쌌고, 할인점 이용 전보다 한 달 부식값 20만원이 상승했다고 한다. 자신처럼 짠순이로 소문난 사람도 '1+1' '폭탄세일' 등 할인판매에 혹해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고 한다. 꼭 사야 할 물건을 미리 메모한 뒤 할인점에 가지만 언제나 돈을 더 썼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 싸게 파는 물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말 싼 것이 아니다. 외관은 비슷하나 품질이 다른 할인점용 제품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애초부터 '싸게' 만든 물건이면서 '초특가' 등의 문구 아래 할인된 것인 양 팔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용량과 규격을 달리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제품도 많다고 한다. 최근 대형 할인점에 등장한 1.5ℓ와 비슷한 1.25ℓ 코카콜라나, 160g의 치약대신 150g 치약 등이 그 예다.

이밖에 대형할인마트의 정리해고나, 대형할인마트에서 도난당한 상품을 납품업체가 와서 물게 하고, 이런 은근한 요구를 거절하면 재계약을 하진 않는 등 할인점의 우월적 지위를 맘껏 '악용'하여 납품업체에 부리는 횡포는 너무나 무섭다. 이런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의 횡포를 생각하면 과연 우리가 편리하게 싼 물건을 사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홈플러스 경우 그 이익의 대부분이 고스란히 영국으로 간다는 것이다. 삼성이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삼성은 6%의 지분을 받고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영국 테스코 지분이 94%나 되는 외국 기업이다. 홈플러스의 올해 매출 규모만 6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할 때, 그 중 94%의 이익이 영국으로 고스란히 가는 것이다.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사이, 외국 자본은 우리 가계와 지역 경제를 좀 먹으며 24시간 영업에, 동네 골목까지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재래시장이, 동네 슈퍼가 점점 자리를 잃은 뒤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걱정이 된다.

안되겠다. 당장 장 보는 습관을 바꾸고, '마트 끊고 살기'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해봐야 겠다. 필요한 만큼만 가까운 시장이나 유기농 가게, 동네 슈퍼에서 사고,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나 SSM을 이용을 가급적 자제해야 겠다. 주말이면 습관처럼 마트에 가서 시간 보냈다면 가까운 동네 산이나 골목길, 화단을 걸으며 새로운 생명에 기뻐하고, 이웃과 만나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재미를 느껴봐야 겠다. 나도 모르게 우리 지갑을 열게 하는 복잡한 마트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좀 더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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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