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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8.08 15:05: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원 출신 정가일(여·57)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배꼽 빠지는 놀이'가 출간됐다.

지난 2003년 첫 시집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 이후 6년만이다.

정 시인이 쓴 시편들은 다소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아기와 참새와 노인', '석류', '꽃무늬' 등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여성이 쓴 시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표현이 거칠고 투박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듯 한 시원함과 통쾌함이 있다.

이 시집에서 정 시인의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은 '도시의 순례자'를 꼽을 수 있다.

"예수의 살점이, 석가의, 살점이, 모든 신들의 살점이/ 붉은 살점들이/ 피를 뚝뚝 흘리며 순례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 비참한 순례자를 즉각 내치소서// 살점 다 내어준 등뼈는 높은 석가래에 걸리고/ 몇 그람의 살점을 구하기 위해 푸줏간 안에는/ 순례자들이 기다린다// 각자 제 몫을 챙기려는 사이/ 사이,/ 허벅지살 쓰윽 도려내는/ 서늘한 칼날// 남의 살을 먹어야 힘이 생기는 법이여/ 초식 동물인 우리 조상도 남의 살 먹고/ 진리를 터득했다나.// 이 무서운 진리/ 눈물이 났다"

사랑과 진리가 만나는 '도시의 순례자'는 정 시인을 실의에 빠뜨린 현실을 악착같이 이겨내고자 했던 심정을 옮겨 놓은 것이다.

동굴을 탈출해 빛의 세계에서 사랑을 실현하려는 영혼은 결국 순례의 길에서 냉혹한 현실과 조우하며 무서운 현실 앞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그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밖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마음속에 늘 응어리져 있는 것을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는데 이번 시편들을 통해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요."

정 시인 "다소 거칠고 투박한 표현 때문에 여자가 쓴 시라고는 생각들을 못한다"며 "얼굴을 보고서야 '여자 였구나'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속에 불덩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화(火)가 있구나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 안에 들어있는 불덩이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시집 제목인 '배꼽 빠지는 놀이'도 한스럽고 힘든 세상살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날'처럼 인력거꾼의 가난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 시인은 "주변에서 이번 시집을 보고 마음속에 화를 토해낸 시집이라고들 하는데 내 마음에 응어리를 풀어냈으니 앞으로는 세상 보는 눈을 달리해 가슴 따뜻해지는 순환시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1부 '나는 주름이다', '눈이 촉촉한 아이' 등 16편, 2부 '가족', '나 깃털 없는 새가 될래요' 등 15편, 3부 '독수리바위에 앉아서', '꼬리뼈를 위하여' 등 15편, 4부 '용서', '폭우' 등 15편으로 모두 60여 편의 시가 실렸다.

정 시인은 지난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난해 '올해의 여성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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