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 김말숙 (충북중앙도서관 주부독서회)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

강정연 / 시공주니어

심~하게 예쁜 그녀!

아들 다니는 초등학교에 도서관 사서도우미 봉사활동을 하면서 발견한 책이다. 애들 보라고 빌려왔지만, 내가 더 재미있게 읽었다.

하늘색 표지에 뽀글이 파마를 한 할머니가 딸과 손녀와 함께 그려 있다.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 라는 제목처럼 초롱초롱한 눈과 크게 벌린 입, 볼연지를 칠한 듯 발그레한 볼과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를 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친근하면서도 당당하다.

'심하게 예뻐서' 이름까지 '심예분' 이라고 주장하는 65세의 할머니를 가진 손녀 미강이의 시선을 따라 재미있는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손녀의 학교에 일일교사로도 나서는 못 말리는 용감한 할머니, '흑돼지 삼겹살' 가게를 하다 딸에게 넘기고 딸 가족의 살림을 돌보며 1년을 보낸 심예분 여사는 새해를 맞아 이제는 집안일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노라 폭탄선언을 한다. 가족들 몰래 마술을 배우고, '위당봉사단'을 꾸려 봉사활동을 하러 다닌다. 거기에서 만난 멋진 할아버지와 결혼도 하고, 남편과 함께 배낭여행 겸 '세계마술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누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심예분 여사'를 보며 그 말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나도 그녀처럼 나이 들어서도 도전을 즐기는 씩씩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트레버

캐서린 라이언 하이디 / 뜨인돌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천하라' 는 과제를 받은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트레버는 이 과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 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내가 세 사람에게 베풀면 그 세 사람이 또 다시 세 사람에게 베풀고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도움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래서 마약을 하는 노숙자, 망가진 정원을 갖고 있는 외로운 할머니, 아빠가 집을 나가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엄마를 그 세 사람으로 정하고 돕고자 한다. 노숙자에게는 모아둔 용돈을 주고 자신의 집에서 샤워를 하게 해주며, 할머니 정원을 공짜로 손질해 주고, 엄마는 사회 선생님과 연결해 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실망한다.

그러나, 그가 한 선행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뻗어 나가 가지를 치고 열매를 맺는다. 한 기자에 의해 그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백악관에 불려가 대통령을 만나는 영광을 누리지만 그는 거기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폭행을 당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막으려다 그만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눈을 뗄 수 없게 흥미진진했다. 소설이지만, 트레버가 죽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우리 아이에게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