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9.07.21 22:55: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속에서도 바캉스 시즌이 열렸다. 맑고 개기를 거듭하는 변덕 날씨 속에 선뜻 집을 나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7월말에서 8월초로 이어지는 기간은 황금 휴가철이어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꼭 이 기간에 휴가를 가라는 법은 없지만 염제(炎帝)가 가마솥더위를 생산해 내는 것이 이 때이므로 직장인들은 앞 다퉈 이 기간에 도시 탈출을 감행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8월초를 휴가기간으로 삼는다. 이 기간 중에는 거래선이 거의 중지됨으로 문을 열어봤자 별 소용이 없다.

서구인의 휴가는 대개 가족 중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모임중심으로 이뤄지는 예가 많다. 그것은 오랫동안 생활 공동체를 형성해온 농경사회의 유습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름휴가는 마치 하나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같다. 이름 난 유명 관광지는 해마다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그전보다 훨씬 나아지긴 했어도 쓰레기 공해나 바가지 상혼은 좀체로 근절되지 않는다. 유명 피서지를 둘러보면 고기 굽는 냄새가 여전히 진동한다. 향긋한 풀냄새나 상큼한 계곡 바람은 어디로 가고 역겨운 냄새가 여름의 정취를 앗아간다.

피서지에서 시민정신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바위 틈 곳곳마다 쓰레기가 고개를 내밀고 술병이 춤을 춘다. 풀벌레 소리가 화음을 빚는 여름밤의 낭만도 취객의 고성방가에 이내 깨지고 만다. 어떤 사람은 밤이 이슥하도록 확성기를 틀어대어 수면까지 방해 한다. 고 스톱 판도 이에 질세라 곳곳에서 벌어진다. 주차장은 초만원이고 피서지의 길가에는 양면주차가 사열을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나 국도는 피서 철만 되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돌변한다. 청주에서 강릉을 가자면 하룻밤은 족히 새워야 도착이 가능하다. 그래서 피서는 출발하기 전부터 피곤해진다. 바가지 상혼에 주차전쟁에 휩싸이다 보면 달콤한 휴가를 즐길 틈도 없이 물빨래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피서가 아니라 숫제 피서전쟁에 가깝다. 휴가는 선택사항임에도 가장에게는 의무사항처럼 작용한다. 여름 피서 한번 못 간다면 가장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휴가계획은 자기 형편에 맞게 짜야함에도 이웃에 지기 싫어 카드 빚을 내는 등 무리수를 두는 예가 많다.

산과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긴 하나 천편일률적으로 산과 바다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바캉스 형태도 개성을 찾을 때가 됐다.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는 알뜰 피서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에는 피서의 한 형태로 농촌체험이 자못 인기를 끌고 있다. 충북도내만 해도 여러 곳에 농촌체험마을이 조성되어 도시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농촌체험 마을은 유명 피서지 못지않게 숙박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다. 여기서 며칠 머무르며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떡메치기 등 농촌생활을 겪어보는 것도 별난 추억이 될 것이다.

휴가는 소중하다. 일상생활에 지친 생활인들은 1년에 한두 번쯤 휴가를 내어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고 심신을 추슬러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재충전의 기회를 소비적으로 허비하는 것 보다 생산적으로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꼭 큰돈을 들여 해외여행을 하고 명승지를 갔다 와야 여름휴가가 빛나는 것은 아니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얼마든지 나만의 알뜰 피서를 즐길 수 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해서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나설 필요는 없다. 이제 피서도 개성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농촌 둑길을 걸어보라. 원추리 꽃과 접시꽃이 흐드러지고 개구리 맹꽁이가 합창을 하는 그곳에는 여름밤의 추억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가 숨바꼭질을 하고 밤하늘의 북두칠성이 시시각각으로 별자리를 옮긴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갓 쪄낸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부는 농촌체험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고마움을 알려주고 먹을거리의 생산과정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연고지가 농촌에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허리 굽은 부모님을 찾아 문안도 드리고 농삿일도 거들면 다다익선이다. 목욕탕 같은 피서지에 몰려 스트레스를 받을게 아니라 호젓한 곳을 찾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자기발전을 위해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휴가 갈 형편이 못된다면 평소 미뤄뒀던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독파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독서삼매에 빠지다 보면 삼복더위는 저만치 물러나게 된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가 아니라 더위를 이기는 극서(克署)도 여름나기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