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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7.14 16:51: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충북산악인들의 연이은 비보를 접하며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난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해발8848m) 등정에 성공한 충북산악인 고상돈 씨는 대한산악연맹충북도 이사로 있던 1979년 5월, 북아메리카 최고봉인 알래스카 매킨리(해발6191m) 원정 대장으로 이곳에 오른 후 산을 내려오다 이일교, 박훈규 대원과 함께 자일사고로 사망했다.

그 후배로 서원대를 졸업한 대표적 여성 산악인 지현옥 씨는 대한민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1988년, 매킨리에 1993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으나 1999년 산악인 엄홍길 씨와 함께 안나푸르나 등정 후 하산 길에서 실족, 만년설에 묻혔다. 이번에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8126m) 등정에 성공한 후 산을 내려오다 칼날능선에서 추락하여 숨진 여성 산악인 고미영 씨는 충북이 고향은 아니지만 청주대 중문과에 만학도로 입학, 역시 산악인인 남기창 교수와 사제의 연을 맺었으니 반쯤은 충북인인 것이다.

이 같은 산악사고로 볼 때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목숨을 건 도전행위인가를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전문 산악인 중 상당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 유서까지 써놓고 다닌다. 산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높은 산을 목숨 걸고 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전문 산악인들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선문답을 한다. 예로부터 어진 자는 산을 찾고(요산·樂山), 지혜로운 자는 물을 찾는다(요수·樂水)고 했지만 칼날 바위와 설산 계곡은 때때로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무색하게 만들며 무단 침입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1977년, 고상돈 씨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금의환향하여 청주에서 개선 퍼레이드를 벌일 때, 나는 C일보 올챙이 기자였다. 당시 청주연초제조창을 출입하고 있는 터여서 여기에 몸담고 있는 고 씨의 환영 퍼레이드를 취재하였다. 장발에 턱수염이 수북한 고 씨는 무개차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고 시민들은 열렬히 그를 환영했다. 당시에 고 씨는 네팔인 셀퍼 노루부와 락파 텐징까지 초청하여 환영 퍼레이드에 합세했다. 그때에는 2년 후의 사고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J일보 문화부장으로 있을 당시, 지현옥 씨는 신문사를 방문했다. 산에 빠진 그녀는 결혼도 미뤄두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선 등산에 대한 투지가 넘쳐났다. 그는 산에 대한 철학을 뚜렷이 가지고 있었다. 안나푸르나를 오르기 전에 쓴 글을 보면 그런 의지가 넘쳐흐른다. "60kg의 짐을 나르면서 들개처럼 헐떡거렸고 목에서는 피가 넘어왔다. 계속되는 구토는 막창의 그 무엇까지 끌어올리는 듯 지독하게 이어졌으며 희박한 공기로 인한 고소증세는 두개골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파고들었다...중략... 내가 비록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그것은 산 정상에 올랐다기보다는 나 자신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산을 올랐고 하얀 산은 그 전투의 장을 마련해주었을 뿐이다"

고미영 씨는 타고 난 등산가였다. 한 시즌에 히말라야 마칼루, 칸젠중가, 다울라기리 등 8000m 급 고봉을 연이어 등정하는 기록도 세웠다.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 14개봉을 모두 등정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낭가파르바트 등 11개봉을 등정하는데서 꿈을 접었다. 3개봉만 더 오르면 '14개봉 등정'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텐데 말이다. 같은 여성 산악인으로 히말라야 12개봉을 등정한 오은선 씨와는 선후배 사이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다. 두 여성 산악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히말라야를 오르내렸다. 경쟁은 좋지만 히말라야의 고산준령을 쉴 사이 없이 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일정이다. 충분한 휴식 없는 강행군이 화(禍)를 자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산 앞에서는 누구나 겸허해야 한다. '정복'이란 말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산에 오르면 올랐지 어떻게 정복할 수 있겠는가. '정복'보다는 '등정'이란 완곡한 표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말라야는 인도대륙이 아시아 대륙을 헤딩하면서 생겨난 세계의 지붕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히말라야(Himalayas)는 '눈이 사는 곳'을 의미한다. 그들은 눈(雪)에게도 생명력을 부여한다. '눈이 덮인 곳'이라면 생명이 없다는 뜻이요 '눈이 사는 곳'이라면 생명이 있다는 뜻이다. 현지에서 에베레스트는 '하늘의 이마' 또는 '세상의 어머니' 로 불린다. 따라서 높은 산을 오르려면 정복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에 안긴다'는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로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겸허한 마음을 갖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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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