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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7.06 17:36: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며칠 전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 한 입양아의 작품전시가 각박한 사회에 훈훈함을 더했다.

30여년 전 부산이 고향인 여섯 살 난 사내아이 하나가 미국 입양길에 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국땅. 그곳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계 이탈리안 가정의 마시울리 부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내아이는 마시울리 부부의 장남이 됐다. 부모의 품이 한창 그리울 나이에 낯선 환경에 맞닥트린 꼬마는 그림을 끼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뛰어다니던 골목길과 전신주가 가득한 동네, 그리고 친구들 얼굴을 떠올리며 그리운 마음을 그림으로 달래곤 했다.

그런 그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훌륭한 화가가 돼 고국 땅을 밟았다.

자신의 모국인 한국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 그 감정은 그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서양화가인 그는 김상현이라는 한국이름을 가진 조셉 상 마시울리다. 그는 서양화를 그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한국의 정서가 담긴 듯 친근감을 더하는 작품을 그려낸다. 왠지 모를 그리움과 아련함이 서려있는 작품들.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도 한국의 정경을 보는 듯 하고 노란머리의 서양인도 동양인처럼 온화하게 느껴진다.

취재 중 그가 한국에 와 모국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가 재미있었다.

조셉상이 다니는 교회에는 한인목사 부부가 있었다. 한국에 대해 물어오는 그에게 목사 부부는 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화가인 그가 모국에서 전시를 열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조셉은 한국으로 가는 항공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교회 인근에서 국수를 말아 팔았다. 그리고 교회에서 한국말을 배운 제자들과 함께 청주에 와 전시를 열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를 권유한 목사부부는 청주 석교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전시의 큐레이터도 석교초 졸업생인 목사부부의 처재가 맡았다. 그들은 디스플레이부터 전시 홍보, 개막식 등 모든 진행을 도맡았다. 그리고 청주에 살고 있는 석교초 동문들은 전시실 대관이며 숙식제공, 가이드 역할까지 자처하며 한국에 대한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조셉의 모국전시는 청주에서 이틀 동안 진행됐는데 전시 마지막 날 전시장을 찾았을 때는 작품 대부분이 판매된 상태였다. 그는 미국으로 입양되고 처음 온 모국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는데 고마움을 표했다. 모국 방문에 대한 설레임이 고마움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태어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자긍심으로 변했다.

조셉의 모국전시회를 취재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회가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아직까지 세상은 따뜻하고 온정의 손길이 더 많은 사회임에 틀림없다.

조셉의 입양아라는 아픈 기억은 한국에 대한 원망으로 남을 법도 한데 한국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그의 마음을 녹였고,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은 그가 살아가는 동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동·서양의 그림을 접목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또 한 번 고국전시를 통해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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