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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6.30 11:44: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어머니의 연인

우르스 비트머 (지은이), 이노은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 176쪽, 8천원

스위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우르스 비트머의 장편소설 '어머니의 연인'이 출간됐다.

이 책은 '아버지의 책', '난쟁이로서의 삶'과 함께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옮긴 3부작 중 하나다.

평생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하며 황폐한 영혼으로 살다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결국 그 삶까지 스스로 포기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의 삶, 그 조상들의 삶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어머니의 삶의 뿌리를 찾아 살피고, 무엇이 어릴 때부터 이미 그녀 안에 비극적인 성향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심어놓았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은 1920년대 스위스를 배경으로 한다. 부유한 집안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 클라라는 한 청년을 알게 된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야망 이외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청년 에트빈이다. 음악대학에 갈 수 없어 이름 없는 지방 작곡가에게 작곡법과 피아노 연주 그리고 지휘법을 배우던 그는 자신에게 잠재된 지휘자의 재능에 눈뜨게 된다.

그는 곧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모아 '청년 관현악단'을 구성한다. 새롭고 전위적인 곡들로 편성된 그의 공연은 초연부터 거듭해 화제를 불러 모은다.

클라라는 우연한 계기로 관현악단의 행정 일을 맡게 된다. 첫번째 해외 공연인 파리에서의 콘서트가 성황을 이루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기쁨과 흥분에 취해 사랑을 나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대공황으로 아버지의 재산이 사라져 자신에게 남겨진 유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녀는 살림살이를 축소하고 계속해서 성실하게 관현악단을 위해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에트빈이 기계회사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곧 클라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지만 그녀는 남몰래 에트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간직해간다.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전쟁 특수를 누리게 된 에트빈의 기계회사는 급성장하고, 벨러 버르토크와의 협연 등을 통해 지휘자로서의 명성도 날로 높아져만 간다. 생을 마감할 즈음 그는 나라에 가장 부유하고 유명한 인사가 된다. 클라라는 응답 없는 사랑의 열병에 사로잡히고 82세의 나이에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창문 밖으로 투신한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된 어머니의 삶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의 희생자가 된 이들의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어두운 가족사를 써내려가면서도 우르스 비트머는 '유머와 진지함을 공존시키는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간명하고 경쾌한 문체로 자칫 무겁고 통속적인 사랑의 고뇌와 비극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악 이야기도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이다. 헝가리의 현대음악가 벨러 버르토크와 '볼레로'의 유명한 프랑스 음악가 모리스 라벨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가 하면 모차르트, 하이든 등의 고전음악가에서 아르놀트 쇤베르크, 다리우스 미요 등의 현대음악가를 비롯한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퍼러 등의 지휘자까지 다양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실제 연주처럼 흐른다.

이 책은 문학적인 완성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작중의 어머니가 평생 사랑했던 인물인 에트빈의 실제 모델이 영향력 있는 스위스 사업가이자 지휘자인 파울 자허(Paul Sacher)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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