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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명칭 첫 글자로 귀에 익은 구절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역사시간에 조선시대 왕의 이름을 이렇게 외웠다. 마치 구구단 외우듯 조선 임금 27명의 머리글자를 외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경술국치와 더불어 조선의 왕은 순종 임금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왕정국가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세습왕조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씨 왕조가 3대째 이어질 전망이다. 일(김일성) · 정(김정일) · 정(김정운)으로 이어지는 북한권력의 왕조 식 세습 구도가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다. 북한의 공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인데 권력구조는 국가의 체제와 영 딴판이다. 최고통치자의 세습은 '민주주의'나 '공화국'이라는 국가체제와 거리가 멀다. 체제는 그대로 두고 최고 통치자만이 대물림을 하는 '머리 따로, 몸통 따로'의 해괴한 통치 스타일을 북한은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사회주의국가는 전통적으로 집단 지도체제나 투 톱 시스템으로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권력의 정점에 나란히 서 있다. 권력은 혼자 독점할 때 '독재'라는 독소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는 삼권 분립으로, 공산주의 국가는 집단지도체제로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고 있는 모습을 취한다.

그러나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알쏭달쏭한 권력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석, 또는 국방위원장이 무한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왕조시대의 왕권보다 더 심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도 모자라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으니 마치 왕조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반봉건에 기틀을 두고 있음에도 최고 통치 권력만큼은 가장 비 민주적이고 봉건적인 세습체제를 고집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김일성-김정일로 세습되는 과정에서 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리를 폈는데 그중 하나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우표로 제작하여 통용시킨 바 있다. 인민들로 하여금 세습왕조를 인정케 하는 하나의 학습효과였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왕국이 여러 곳이다. 영국, 일본 등에 왕이 존재하나 그 왕들은 상징적인 존재일 뿐 실제 권력은 총리가 행사하는 입헌군주국 형태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겉으로 최고 통치자를 일컬어 '지도자 동지'라는 수평적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그 안에는 왕권을 능가하는 수직적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1972년 김일성 주석의 회갑 때, 권력서열 2인자인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후계자로 유력시 되었으나 막판에는 김 주석의 아들 김정일에게로 최고 권력이 넘어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와병 후, 다시 권력의 세습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큰 아들인 김정남은 돌출행동 등으로 눈 밖에 났으며 둘째아들인 김정철은 유약한 것으로 판단됐고, 그리하여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북한 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권력 승계의 원칙이 없는 사회이나 통상 후계자가 되려면 이에 걸맞는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 그러나 김정운은 최고인민대표회의의 대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없다. 올해 스물여섯 살의 김정운이 북한사회를 이끌어 갈지 의문이고 군부에서 이를 인정할 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최근 조직을 개편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부상하고 있으며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강경파가 전진 배치되며 '전쟁 모드'에 들어갔다. 이와 때를 맞춰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미사일 발사, 대남 강경발언으로 초강수를 두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의 지위를 얻으려는 것과 위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내부 체제를 다지며 후계자 구도를 완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운이 북한사회나 군부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하여 김위원장의 매부되는 장성택이나 오극렬 등의 보호막 아래 후계자로 굳어질 공산은 아주 큰 것이다. 북한의 통치 스타일이 워낙 상식을 초월하는 데다 북한사회는 극도로 통제된 병영국가이기 때문에 '김씨 왕조'의 등장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사의 흐름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격히 개편되는 마당에 여전히 빗장을 걸고 왕조시대로 후퇴하는 북한의 권력세습은 결코 국제사회의 찬성을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사에서조차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들의 세습놀음에 필연적으로 충성을 강요당하는 북한 인민의 삶은 오히려 더 고달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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