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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5.28 20:29: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남광우

보은향토문화연구회원

알고 있는 격언 중 '좋은 스승은 친구와 같고, 좋은 친구는 스승과 같다'라는 말을 특별히 좋아한다. 좋은 친구란 벗이 험한 곳에 이르지 않도록 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 같다면, 좋은 스승은 친구처럼 다정하고 편안할 것이다.

스승의 날도 가정의 달에 있는 것은 우연이겠지만 스승을 대하는 마음도 가족을 대하는 마음 같아야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4학년 올라간 첫 날 학교에 갔다 오자마자 '망했다'는 거다.

담임선생님이 엄청나게 무서운 사람이 걸렸는데 숙제도 최고로 많이 낸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지독(?)하셨다. 숙제를 냈다하면 책상 앞에 몇 시간을 붙어서 하지 않으면 안 될 분량을 내셨고 숙제를 안 해오면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그 많은 숙제를 일일이 확인하시고, 선생님 싸인 옆에 격려의 말씀 한마디씩 적어주곤 했다. 그래도 어린 딸애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선생님이 너희들 30명의 숙제를 일일이 검사해주시려면 얼마나 힘이 드시겠니. 선생님은 그것만 해도 귀찮으실 텐데 편지까지 써주시니 얼마나 훌륭하시냐!"

딸아이가 불평할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타일러주곤 했다. 사실이지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연습이야말로 공부중의 공부다. 딸애는 점점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리고 5학년이 되었는데 학교 갔다 온 첫날 희색이 만면했다. 담임선생님이 착하시고, 숙제를 하나도 안낸다는 것이었다. 며칠을 잘 놀게 한 후 딸에게 말해주었다.

"너희 선생님 참 훌륭하시다! 숙제를 안내시다니"

"왜· 아빠는 숙제 많이 내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며·" 따지듯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가 고학년이 되었으니 이젠 숙제보다도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하시려는 거야. 그러니 너희 선생님 참 훌륭하시구나!"

아이가 6학년이 되어선 얼굴이 까맣게 탔다. 며칠에 한 번씩은 골이 잔뜩 난 얼굴을 하고 다녔다. 어떤 학부모는 교장선생님께 항의까지 했다. 환갑이 가까우신 담임선생님은 수업 중 누가 하나 떠들어도, 청소가 잘못 돼도 애들에게 운동장을 돌게했다.

"너희 선생님 정말 훌륭하시구나!"

"훌륭하긴 뭐가 훌륭해. 공부도 잘 안 가르치면서 맨 날 운동장만 돌리는데"

"아니다. 선생님은 6학년 때 체력을 비축하라는 거야. 중학교 가면 수업도 많고 시험도 많아서 체력이 약해선 공부를 못하는 거야. 그러니 선생님이 미리 체력 훈련시키는 거잖아. 너희에겐 보약이다, 보약!"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너희 선생님 훌륭하시다', '담임선생님 참 잘 만났다'며 노래를 불렀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을 마무리하며 젊은 학부모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으면 자녀교육은 망친다. 선생님 중에 가끔은 뉴스에 올라 저런 분은 안계셨으면 하는 때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을 비난하는 일은 절대 삼가 할 일이다. 이 사회와 학부모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으면 자녀들도 선생님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면 아이들의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미래도 영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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