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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만 년 전인 후기 구석기 시대에는 흑요석(黑曜石)이라는 돌이 가장 큰 보물이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고 암질이 단단한 검은색의 이 돌은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생기는 돌이다. 하늘 높이 솟구친 용암이 찬 기류를 만나면서 급속히 냉각되면 바로 흑요석이 생성된다. 구석기 사람들은 이 돌로 화살촉 등 날카로운 연모를 만들어 사냥을 하는데 썼다. 단양 수양개 유적 등에서 발견된 이 돌은 구석기인의 이동에 단서가 된다. 구석기인들은 백두산 등 화산 활동이 있던 지역에서 이 돌을 채취하여 사냥연모로 사용하였고 이동시에는 재산목록 1호로 간직하며 봇짐에 챙겼다.

보석은 희귀성, 불변성 등이 가치의 척도가 된다. 다이아몬드, 에머럴드, 사파이어, 루비, 진주, 호박, 금, 은 등 지구상에는 수많은 보석이 존재한다. 그 휘황찬란한 보석의 값을 매기는 것은 보석의 본원적 가치에 있는 것이지만 상거래에 있어 하나의 약속도 적잖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보석 중에서는 다이아몬드가 가장 강한 물질이나 그 물성(物性)만으로 값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가장 비싼 보석으로 하자는 사회적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금단추보다 알루미늄 단추가 달린 옷을 즐겨 입었다. 알루미늄 제련기술이 덜 발달됐던 당시에 알루미늄 제품은 금, 은 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제련기술이 발달하면서 알루미늄 가격은 폭락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대로부터 형제투금설화(兄弟投金說話)가 여러 편 전해내려 온다. 그 중 대표적인 설화가 이조년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이조년은 오형제의 막내다. 그의 아버지가 첫 아들은 낳자 이름을 이백년(李百年)으로 지었다. 둘째는 이천년(李千年), 셋째는 이만년(李萬年), 넷째는 이억년(李億年), 다섯째는 이조년(李兆年)이라 불렀다. 이조년은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그 유명한 시조 다정가(多情歌)를 지은 사람이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라는 시조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시조다.

하루는 이조년이 그의 형 이억년과 길을 가다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웠다. 형제는 금덩어리를 한 덩어리 씩 나누어 가졌다. 형제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돌연 이조년이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졌다. 형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물으니 이조년은 " 평소에 형님을 독실하게 사랑했는데 금을 나누어 가진 다음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생깁니다.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여겨 강에 던졌습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형 이억년도 아우를 따라 금덩이를 강에 던졌다.

세상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지만 타이타닉에 등장하는 '대서양의 심장'이 단연 돋보인다. 루이 14세의 왕관에 박혔던 26캐럿 다이아몬드로 만든 이 보석 목걸이는 돌고 돌아 여주인공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가 약혼 선물로 받은 것이다.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은 이 목걸이를 걸은 로즈의 초상화를 그린다. 그 그림은 보물 사냥꾼 브룩 라벨이 건져 내는데 100살이 넘은 초상화의 주인공 로즈 그 사연을 다 털어놓은 뒤, 선상에서 '대서양의 심장'을 바다로 던져 버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에는 대문호 괴테의 족적을 둘러보는 '괴테의 집'이 있다. 이곳에는 괴테의 육필원고와 더불어 그가 생전에 쓰던 책, 걸상 등 사무집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벽에 걸린 지구본 모양의 벽시계가 눈길을 끈다. 2차대전 후, 전승국인 미국은 이 시계를 매입하려했다. 미국이 제시한 가격은 프랑크푸르트 전 시민에게 쌀 한가마니 이상씩 돌아갈 수 있는 고액이었다. 패전국의 어려운 상황임에도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허리띠를 조르면서 미국의 제의를 거부했다. 물질보다 정신문화를 택했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로 받은 개당 1억 원짜리 피아제(Piaget) 시계 2개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그 비싼 시계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조년 형제가 버린 금덩이처럼 어딘가에 버린 것일까. 박 회장이 건넨 6백만 달러에 비하면 1억 원짜리 시계가 별 것도 아니겠지만 서민들의 눈에는 엄청난 보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물욕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꽤나 힘들다. 그러나 일국의 통치자라면 그런 물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든 만지는 대로 황금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은 물론, 먹을거리, 입을 거리조차도 다 잃은 마이다스 왕의 비극을 새겨봐야 할 일이다.

의욕은 삶의 원동력이나 과욕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지도자라면 물질적 보석에 얽매일 게 아니라 정신적 보석인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 시계의 기능은 모름지기 시간만 잘 추면 그만이다. 기능성을 초월하여 보물로, 뇌물로 변해가는 시계의 유동성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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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