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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가족이 그리운 아이들

충북가정위탁센터 그룹홈 가보니…

  • 웹출고시간2009.05.04 19:23: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권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빨래를 개고 있다.

ⓒ 임장규 기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이다. 아빠·엄마 손잡고 놀이동산을 찾는 아이들, 양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들고 재잘대는 아이들, 솜사탕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깡충깡충 뛰는 아이들, 그야말로 어린이들 세상이다.

하지만 박지훈(14·가명)·성훈(12·가명) 형제는 어린이날이 즐겁지 않다. 함께할 부모가 곁에 없기 때문이다.

지훈이의 부모는 지훈이가 8살 때 이혼했다. 동생 성훈이는 겨우 6살이었다. 공사장 일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두 아들을 키우기가 버거웠다. 결국 아버지는 어린이재단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면 다시 만나자는 아버지의 약속을 굳게 믿고 아이들은 그렇게 아버지와 이별했다.

다행히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위탁부모가 나타났다. 지훈·성훈 형제는 위탁부모의 집에서 5년을 함께 지냈다. 하지만 위탁부모의 건강이 나빠졌고 아이들을 더 이상 돌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가 심했어요. 건강 상태도 좋지 못했습니다"

권순영(여·41) 생활교사는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지난 2008년 아이들이 지낼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청주시 흥덕구 우암동에 마련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학대받는 아이들이 지낼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권 교사와 지훈·성훈 형제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권순영 생활교사와 박지훈(가명)·성훈(가명) 형제가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준다는 말에도 고개를 떨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받은 마음의 상처를 엿볼 수 있다.

ⓒ 임장규 기자
"마음의 상처가 크다보니 반항이 심했어요. 욕설도 거침없이 내 뱉었고요"

아이들은 권 교사를 새로운 엄마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정을 주지 않는 것이 권 교사를 힘들게 했다.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살을 부딪기며 사랑을 전한 권 교사의 마음이 통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권 교사를 엄마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같이 밥도 해먹고, 소풍도 가고…. 지훈·성훈이는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다.

반갑다고 해야 할까. 지난달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김민성(6·가명)·민호(5·가명) 형제가 그룹홈에 입소하게 된 것이다.

민성·민호 형제도 일찍이 부모가 이혼해 20대 젊은 엄마 손에 자랐다. 생활비를 버느라 정신없었던 엄마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결국 이를 딱하게 여긴 이웃주민들의 신고로 아이들은 이 곳에 오게 됐다.

새 식구의 등장에 지훈·성훈 형제는 이상하리만큼 질투를 부렸다. 이유를 알고 봤더니 '이모'의 사랑을 꼬마아이들에게 뺏길까봐 그랬다는 것이다. 얼마나 사랑을 못 받고 자랐으면 저럴까하는 마음에 권 교사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은 뭐를 사달라고 조르면 혼나는 게 당연한 줄 알아요. 심지어 '이거 사면 안 되는 거죠?'라고 묻곤 해요" 권 교사는 5살밖에 안 된 민호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권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외식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 4명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권 교사의 생각이다.

어린이날에 아빠가 보고 싶지 않냐는 말에 성훈이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아빠가 보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같이 지내긴 싫어요. 또 버릴까 봐요···"

이 곳 아이들에게 5월은 더욱 슬픈 달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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