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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근

청주시 미원면 어암2리 이장

우리 마을은 비가 많이 오면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상습 침수지대다. 방마루교 아래 하천 둔치와 이어지는 계단은 수위를 체크하는 우리만의 수위계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 7월 14일 점심부터 무섭게 쏟아지는 비는, 2017년 여름 수해피해의 나쁜 기억을 되뇌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칸 한 칸 달천에 잠기는 계단은 이번 호우가 심상치 않음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면사무소에서는 집중호우에 대비하라는 안내전화를 연신 걸고 있다. 운암리부터 계원리까지 이어지는 달천은 보은과 낭성에서 오는 지류가 합류돼 수위가 요동치는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새로 부임하신 김명영 미원면장님은 지상혁 부면장과 달천 주변 수위체크 등에 여념이 없다. "마을에는 몇 명이 있느냐?", "하천이 범람할 수 있으니 대피장소로 이동하라!", "대피는 어떻게 할거냐?" 마을 주민 한 명 한 명의 안위를 물으셨다. 고맙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심도 들었다.

저녁 때 무섭게 내리던 비는 소강 상태로 이어지는 듯 했고, 밤 9시 30분에는 교각의 하단받침이 보여 무탈하게 지나갈 듯 보였다. 하지만, 새벽에 다시 시작된 강우는 하천 수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고, 예사롭지 않은 유속은 물이 무섭게 불어날 것임을 예견하기에 충분했다.
새벽 1시 30분 방마루교 건너편에 있던 김명영 면장님과 지상혁 부면장, 최창호 개발팀장은 물이 넘실거리는 방마루교를 건너와 주민대피 안내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즉시 고지대로 이동하고 가가호호 빠진 사람이 없는지 다시 두드려 보라고 하셨다. 물이 언제 넘쳐도 모를 다리를 건너와 대피하라고 하시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대화를 이어가기도 바쁘게 면장과 부면장, 개발팀장은 운암리, 옥화리, 계원리 각 마을 이장들과 전화 통화에 여념이 없다. "몇 명이냐?", "대피하라", "대피했냐?"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화 통화와 확인 속에 방마루교는 새벽 3시 30분 달천에 완전히 잠겼고, 면장님과 부면장, 개발팀장은 다리 건너편 언덕에 고립됐다. 전화로 서로의 안위를 물었고 더 이상 불어나지 않는 수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수해 대피 작전은 일요일 저녁이 돼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고, 나중에 확인한 결과는 운암리부터 계원리까지 달천 주변 주민 68명이 대피하고,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고마운 소식이었다. 대피소에 모여 어르신들은 주민들의 안위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면사무소 직원들이 고맙다며, 뜨끈하게 올갱이국을 끓여 대접하고 싶다고 하신다. 월요일 저녁 면장님은 방마루교를 다시 건너와 물이 빠진 마을 경로당에서 뜨근하게 끓인 올갱이국을 한 그릇 드시고 주민들과 함께 웃으셨다.

진심으로 주민들을 걱정하고 챙긴 미원면사무소의 일사불란에 행정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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