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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4.29 20:24: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진근영

충청북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 위기지원팀

어느 날 1388청소년지원단으로 활동하고 계신 @@알콜병원의 사회복지사가 전화를 급히 주셨다. 담당하고 있는 환자의 아들이 방치되어 홀로 지낸다며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다.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내담자의 가정을 방문해서 면접상담을 하기로 했다. 주소지를 찾기 위해 면사무소 사회복지사와 함께 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 가보았다.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아버지는 온통 술에 취해서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모습으로 지저분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아이는 밖에서 서성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분이셨으며, 아이 또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생활한지 2년째 접어들고 있었다. 아이를 만나기 위해 연락하기를 수차례. 만나고, 설득한 끝에 상담을 받는 것에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 입사하면서 위 사례와 같은 청소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출 후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던 청소년, 비행을 일삼으며 아무 죄의식 없는 듯 행동하는 청소년,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청소년 등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친구들이 그런 아이로 태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자랐을까· 얼마나 거부당하고, 학대를 받으며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까· 이러저러한 생각에 상담자마음 또한 싸하게 저려온다.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하는 청소년들은 평범한 세상과는 너무나 많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며 분주하게 하루를 준비하는 그 시간. 그 청소년들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아니 이제부터가 잠자는 시간인 것 같다. 하루해가 중천을 지날 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눅눅한 골방에서 부스스 눈을 비비고 어제 먹다 남은 다 식은 음식을 찾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집안에 들어가 보면 방인지 창고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들, 담배꽁초, 입던 옷가지들이 가득 쌓인 공간에서,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집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애써 이런 청소년들을 찾아가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그들의 반응은 시큰둥이다. 너무도 어른들에게 지치고 속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느껴진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찾아가고, 연락해야 겨우 만나줄까 한다. 그것도 마음 내켜야 겨우 만나주고 바람맞기 일쑤다. 이런 청소년들을 우리가 기다려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다. 더러는 운 좋게 주변의 좋은 분들을 만나서 우리에게 연계되어 도움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이 더 많음이 안타깝다. 이런 청소년들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을 하는 역할을 하기위해 2006년부터 실시하던 1388청소년지원단 사업을 올해에는 각 군단위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1388청소년지원단은 지역의 어른이면 누구나 가입해서 활동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방치되거나 소외된 청소년들을 발견했을 때 청소년전화 1388로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그곳이 어디든 상담센터에서 달려가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아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현재 우리 센터에서는 충청북도 약사회, 한국목욕업중앙회 충북지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충북지회, 충청북도노래문화업협회, 기동적십자봉사회 청주개인호출택시, 흥덕경찰서 자율방범연합대, 상당경찰서 자율방범연합대, 충청북도해병전우회, 충청북도 자율방범연합대, 성안동청소년위원회 등 각계의 단체들과 교육청 소속의 교사지원단 및 개인 지원단이 구축되어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찾는 눈과 발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들어 충북지역 각 군 지역 자율방범연합대 등과 위기청소년지원관련 협의가 진행되었고, 심야시간대 자율방범대가 순찰을 하면서 발견하는 청소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하였다. 위기청소년지원과 관련해서 협의를 하기위해 1388청소년지원단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만나보면 아직도 지역을 사랑하고 봉사하려는 분들이 많이 계시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앞으로 도내의 위기청소년들에게 지역의 의식 있는 어른들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의 손길들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청소년들이 가장 행복하게 사는 충청북도가 될 때까지 열심히 뛰어보고자 다짐한다. 1388청소년지원단이 있는 한 그래도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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