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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4.23 18:26: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8일 충북혁신도시인 중부신도시 르포 취재를 위해 진천군 덕산면 일대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공사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고 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시행사인 대한주택공사 혁신도시추진단 사무실을 들러 취재를 마친 뒤 예정지 내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이 이주를 위해 조성하고 있는 이주단지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해 주민대책위원회 간부들과 애로점에 대한 취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공사현장에서 도자기 같은 것이 나왔는데 문화재 일지도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꺼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흘렀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혹시'하는 기대에 빠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대책위 간부들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대책위 간부들은 "만일 문화재로 밝혀지면 우리 이주단지 공사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문밖에 버려져 있던 두 동강이 난 그릇을 가져왔다.

문화재 전문가는 아니지만 첫 눈에 문화재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옥색의 옷을 입은 그릇은 크기 자체가 요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반짝거리는 유약의 흔적에서 마치 솜털을 만지는 듯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고 바닥과 옆면에 그려진 그림에서 조상의 향기가 느껴졌다.

감정을 해보겠다는 말에 이주민들은 외부로 공개하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자기를 내 손에 쥐어줬다.

그들을 떠나 회사로 돌아오면서 공개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공개를 하자니 공사가 중단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하지 말자니 기자의 사명을 저버리느 것이었다.

밤새도록 고민하던 중 고교 시절 베스트셀러였던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The roots)'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200년 전 아프리카의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미국으로 건너와 대를 이어 살아온 헤일리가의 사람들의 역사를 후손인 알렉스 헤일리가 역추적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밝혀내는 내용이었던 이 소설은 당시 우리들에게도 나의 뿌리는 어디 있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갖게 한 큰 의미를 준 바 있다.

결국 이주민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공개를 하기로 했고 다음날 충북대 박물관에서 이 자기가 조선초기의 분청사기임을 인정받아 지면에 이를 알렸다.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화재가 나오면 공사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 문화재를 부숴 버리거나 보고하지 않고 덮어버리고는 나몰라라하는 식의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위해본다.

과거가 없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이 미래가 올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 생활v속에서 느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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