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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지구를살리는청주여성모임 사무국장

우리 집 텃밭에 복숭아꽃이 활짝 폈다. 봄이 한참인 요즘 발그스레한 복숭아꽃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복숭아꽃보다 내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복숭아나무 아래 심은 감자에서 올라오는 파란 싹이다. 살구꽃이 한참이었던 춘분 때 심었는데, 청명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파란싹이 흙을 뚫고 오롯이 올라온다. 물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도 이 가뭄을 이기고 한 잎 두 잎 얼굴을 내민다. 자연의 섭리에 그저 신기하고 감사하다.

올해 지인의 도움으로 수곡동 교대 뒤편에 60여 평의 땅을 얻었다. 땅을 얻었을 때의 그 기쁨은 마치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기쁨과 함께 밀려오는 막막함.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생전 처음 농사를 지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우리들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농사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고, 농사꾼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감자를 심기까지는 세상에서 홀로 선 느낌이었다.

'그래 머리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며 하나, 둘 배우기로 하자! 부지런하고 정성을 들인만큼 열매를 맺어주겠지.'

이렇게 초보 농사꾼들이 겁없이 도시 한 가운데서 텃밭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년 멜라민 파동으로 먹거리 안전과 에너지 위기, 나날이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등을 절감하면서 지여모(지구를살리는청주여성모임) 내부에서는 그 대안이 뭘까 고민하게 되었다. 에너지를 덜 쓰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소비자도 살고 농촌을 살리는 대안은 지역 먹거리 운동(로컬푸드)라는 결론은 내렸다.

로컬푸드는 서로를 알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장 가깝게는 내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고, 동네사람이 기른 것을 사먹거나 얻어먹는 것, 지역의 한 농가와 계약해서 갖다 먹는 것, 장에서 로컬푸드를 사먹는 것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도시텃밭이었다. 마침 우리의 바램이 이루어져 지인의 도움으로 땅을 얻었고,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지는 않았지만 의욕 하나로 똘똘 뭉친 15가족이 땅을 나누어 함께 농사를 시작했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생명이 자라는 기쁨, 가족과 함께 노동하며 느끼는 행복, 그리고 이웃과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애정을 새록새록 느끼며 서툰 농사꾼이 되려 한다.

"우리는 2006년 5월부터 215개의 새로운 텃밭이 생기는 것을 지켜봤다. 밴쿠버 시내 곳곳에서 이렇게 새로 생겨난 공공텃밭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밴쿠버올림픽이 열리는 2010년까지 밴쿠버 시내에 2010개의 텃밭을 만드는 계획이 실현될 수 있다."

2007년 6월 18일, 밴쿠버식량정책협의회(Vancouver Food Policy Council) 총회가 열리는 밴더슨 식물원 강당. 이 단체의 코디네이터 데보라 칸 씨가 말을 끝내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이제 도시 텃밭문화의 확산은 우리의 경우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식량문제가 심각해지고 도시의 삶이 거칠어질수록 경작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다. 또한, 텃밭은 우리 몸과 지구를 살리고, 지역 사회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제 로컬푸드와 도시텃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연초록 나뭇잎이 싱그런 4월, 각 종 씨를 뿌리는 시기다. 당장 땅이 없다면 사과상자나 스티로폼을 찾아 우리 집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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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