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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보험사에서 내건 고객유치 상업 광고 멘트가 유행어가 됐다. 보험 가입 시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습니다"라는 말이 매스컴의 광고에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쏠리게 하고 있다. 상거래란 모름지기 묻고 따지는 것이 원칙인데 이런 기존의 관념을 깬 역발상 마케팅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은 것이다.

계약사회에서는 작은 거래라도 그 조건을 옴니암니 따져봐야 한다. 덩치가 큰 부동산 거래는 물론 1천 원 미만의 상거래라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이뤄진다. 비싸니, 싸니 하면서 밀고 당기다가 거래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깨 알 같은 보험의 약관을 다 읽어보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복잡한 계약 사항 때문에 보험가입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단순성을 지향하는 역발상이 고객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오랜 역사동안 농경 공동체를 이뤄온 충북도민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것'이 이미 체질화 되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여도 충북도민들은 여간해서 잘 따지지 않았다. 바리형 토기처럼 속이 깊은 충북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고 이웃에 동화하며 모순조차도 넉넉히 받아들였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손해되는 점이 있어도 여간해서 감정을 폭발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부아를 삭혔다. 그래서 감정의 수위는 물밑으로 잦아들거나 "해도 해도 너무 하는겨..."정도의 푸념에 머물렀다.

충주댐, 대청댐이 조성될 당시에도 수몰지역 주민들은 짠지 쪽 같은 눈물을 뿌리며 대대손손 눌러 살던 정든 고향을 떠났다.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할 수 있나유..."하는 푸념 속에서 봇짐을 챙겼다. 순후한 기후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에서 문전옥답을 일구며 살아온 충북 사람들이기에 외적인 충격요인에 대해 반응하는 속도가 더디었고 감정의 분화구도 우물처럼 작았다. 일부 정치인들이 충청도를 가리켜 '멍청도'니 '핫바지'니 소갈머리 없는 발언을 할 때도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겼다.

충북도가 오래전부터 '시범도'로 불리운 것도 이런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새로운 시책을 전국적으로 펼치기 이전에 우선 충북부터 시행하는 예가 많았다. 여기에서 주민 반응을 보아 전국적으로 확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말이 좋아서 시범도이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시험도'였던 것이다.

이제는 충북도는 농경사회가 아니라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주민의 정서도 생활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종래의 소극적 대응방식으로는 우리고장의 몫을 챙길 수 없다. 세상 구조가 디지털로 바뀌어 가는데 마냥 아날로그만 고집한다면 경쟁의 대열에서 필연적으로 낙오되고 마는 것이다.

충청권 발전의 지렛대로 삼았던 여러 국책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비틀거리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오송 유치도 불투명하며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행로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 이런 대형 국책사업의 충북유치에 충북도는 올 인하고 있으나 어느 하나 보증수표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행복도시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변질되거나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지방 균형 발전의 기준점 역할을 할 세종시가 정부 산하의 특별자치시가 아닌 충남도 산하의 일개 자치단체인 특례 시로 축소되고 있는 판에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세종시 폄하발언이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충청권 주민을 얕보는 것인지, 약을 올리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돌출 언행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세종시 폄하발언에 이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대재앙'발언,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의 '행정기관 이전 효율성 제로' 발언 등 집권당은 연일 세종 시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당론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한나라당 중진인사의 발언임으로 어느 정도 당론에 접근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충청도민은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이유를 따져보고 물어봐야 한다. 그래도 무응답이라면 충청도민은 총 궐기하여 국책사업의 초지일관을 촉구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언제 행복도시를 만들어 달라고 애걸복걸하였던가. 정치권에서 입안하고 정치권에서 축소시키는 조령모개 식 정책 앞에 충청도민은 마치 조롱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충청권 주민의 최후 카드는 표심이다. 그 외에 선택할 카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충청권의 5백만 인구가 수도권을 감당하기에는 어림없지만 최소한 캐스팅 보트 역할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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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