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홍승표

동주초등학교 교감

여행을 즐긴다. 한때는 산이 좋아 산에 자주 간 적이 있다. 산에 가는 것이 싫증 나면, 바다(물)를 찾았다. 또 그게 싫증 나면 국외로 눈을 돌리기도 하였다. 여행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장면과 기억들은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었고 한동안 긴 여운으로 남아 있곤 하였다.

함께 다녀온 사람들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상황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여행에서 이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데, 다른 이는 다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여러 명이 같은 곳을 가도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의 차이로 각기 다른 경험 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사람들은 대부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이것은 가끔 상대방과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제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요?" 각자의 관심과 주의가 다름에서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감각 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작용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 '지각 심리학'이다. 지각 심리학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매우 좋아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그 물건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라는 속담처럼…. 자신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관심과 주의를 더 기울이게 된다.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는 환경에서도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으면, 그 방향으로 주의를 돌려 그들의 대화 내용이 더욱 잘 들리는 경우를 경험한다. 이렇듯 우리는 주변의 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관심 있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왜 이런 연구까지 하지?'라고 생각되는 다채로운 연구들이 있다. 1953년 영국 런던 대학의 콜린 체리(Colin Cherry)는 "여러 사람의 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와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대화를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두 실험을 하였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헤드폰을 나눠 주고 같은 목소리로 두 가지 다른 내용을 양쪽 귀로 동시에 들려주었고 두 번째는 한 가지 내용을 오른쪽 귀로만, 다른 한 가지 내용은 왼쪽 귀로만 듣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 내용을 양쪽 귀로 동시에 들려줄 때조차도 내용을 구별할 수 있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소리는 필터로 걸러내듯 말이다. 이런 현상을 "칵테일 파티 효과"라 칭한다.

말과 행동을 보고 듣는데도 이러한 효과는 적용된다. 자신도 모르게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행동만 보게 된다. 이처럼 선별적으로 수용된 정보들은 우리의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편견을 키우기도 하고 소통을 어렵게 한다.

우리는 선별적 수용을 하기도 하지만, 한 번 듣거나 본 정보는 우리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와 그 익숙함은 또다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예습을 완전하게 하지 않아도 예습했다는 그 자체로 이미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달라지는 현상과 유사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는 말속에는 여러 장단점이 존재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는 선택적 주의집중을 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상황에서는 선택적 주의가 오히려 소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주로 1인칭 시점으로 살아간다. 어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기쁨을 내가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1인칭 시점의 삶을 강조한다. 하지만 1인칭 시점으로 살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해석해서 듣기도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한다.

삶에서 칵테일 파티 효과는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경향이 있으므로 생활하면서 우리는 올바른 현실적 자각, 타인과 자신에 대한 수용, 사회적 관심, 대인관계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 성장을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아야 하며, 자신이 어떠한 경향성을 가진 사람인가를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선택과 집중, 올바른 소통,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 냉철한 잣대로 나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는 좀 더 냉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