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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4.06 18:12: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일요일 CCTV 드라마 채널에서 '무릎팍 도사'란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지난해 10월29일 밤 11시 국내 모 방송에 방영됐던 대문호 황석영이 출연했던 오락프로의 재방송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황석영의 '작가는 시정배라고 생각해요'란 말의 의미를 곱씹기 위해서다.

***시정배의 의미가 깊은 이유

화면 속 황석영은 개그맨 강호동 앞에 주저 없이 앉아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선 다소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불편함은 사라졌다. 개그맨 3명과 죽도 잘 맞았다. 격의도 없었다.

시시껄렁한 연예 잡담이 관심사가 아니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황석영의 말 속에 배어 있는 작가론이다. "작가는 시정배라고 생각을 해요. 시정 사람들 속에 있는 거야, 같이. 시시껄렁한 일상을 살고 글 쓰는 데만 엄정함을 유지하고, 일상이라든가 자기 자아라든가 이런 건 그냥 열어놓는…. 나도 사실 광대거든."

시정배란 말이 머릿속에 꽝하고 꽂혔다. 그리고 고민에 쌓였다. 이 말이 갖는 보편적 부정성 때문이다. 그동안 각인돼 있던 황석영의 이미지는 이 말 한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존경과 경외의 대문호 입에서 나온 말치곤 근사하지 않았다.

물론 황석영의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깊다. 글쓰기의 엄정함은 더욱 강조됐다. 글은 저 밑바닥 현실까지 닿아 있어야 진실을 담을 수 있다는 뜻도 숨어 있다. 그러기 위해 일상에서는 늘 자신을 시정배처럼 낮춘 상태로 열어둔다는 뜻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존경과 경외는 유지됐다.

삼국시대 의상과 원효는 같은 뜻을 세웠다. 하지만 원효는 의상과 함께 법을 구하러 떠나지 않았다. 이 땅에 남아 시정바닥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부처의 법을 대중화했다.

오늘 4월7일은 53회 신문의 날이다. 그런데 현실은 신문이 사회적 공기(公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문이 대중 속으로 확실하게 들어가지 못해서다.

지방신문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지방의 문제도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기 지역 사람들이 뭘 잘하고 뭘 잘못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지방신문의 홍보력 부재도 그 원인중 하나다. 신문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홍보할 사안이나 인물을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이 시장·군수나 지방의원이라도 좋다. 지역현안이 발생하면 이들의 코멘트는 절대적이다. 인색하지 말자.

그 다음 지역스타를 발굴하자. 정기적으로 '올해의 인물'이나 '올해의 단체장' 등을 선정해 발표해도 좋다. 서로의 경쟁을 유발, 지역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선정과정은 전문가들과 함께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선정방법을 마련하면 된다. 지방신문이 할 일 중엔 이런 일도 있다.

그런데 필요·충분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기자들이 부지런해야 한다. 그래야 가능하다. 서울보다 지방의 기자들에게 더 큰 정열과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지방신문은 살 수 있다. 어쩌면 유일 대안이다. 사주 구원은 그 다음이다.

현실을 다시 한 번 직시하자. 충북에 깔리는 지방지 점유율은 하찮다. 물론 인정하기 싫다. 하지만 현실이다. 이른바 관공서나 기업체서 보는 신문으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사람냄새 나는 기사 만들자

지방지를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볼 게 없기 때문이란다. 좋다. 인정하자. 새로운 지면 구성을 위해 서울의 유력지들처럼 많은 투자도 없다. 월급도 두둑하지 않다. 기자 훈련도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서 말 그대로 볼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눈을 지역으로 돌려 보자. 서울의 유력지가 지방신문만큼 그 지역의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저 몇 꼭지의 기사가 전부다. 그게 정말 좋은 것인가. 진짜 지역민을 위해 좋은 신문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신문기자는 늘 사건과 현장 중심에 있다. 그리고 지방신문 기자들은 언제나 지방 사람들 안에 있다. 그 속에서 부대끼고 정보를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석영의 시정배 의미는 기자에게도 적용된다.

오늘은 신문의 날이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사람 냄새나는 기사 발굴에 매진하자. 땀 냄새 나는 기사 1꼭지가 사회도 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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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