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 이현경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충북과 나의 연결고리 '충북일보'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

조신영, 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2007)

'聽(청)'자를 부수로 자세히 풀어보면 왕 같은 큰 귀(王, 耳)로 상대를 집중해서 바라보면(十, 目) 마음이 하나가 된다(一, 心)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얼마나 그럴듯한 해석인가. 눈이 둘, 귀도 둘, 그러나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는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듣고 있을까· 물음과 동시에 두 귀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기 전부터 많은 소리를 들으며 자라고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춤추는 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세상의 수많은 소리들이 우리를 감싸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부터 인가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뱉어내는데 더욱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토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판단하려는 나를 비워내고 내면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으며, 내 안의 너와 네 안의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진실의 목소리가 들려 공감할 수 있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모두를 살리는 창조적 공존의 길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부터 우리에게도 '경청'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민음사(2004)

아이들에게 학습 독서를 강조하는 우리 어른들의 생각과 출판시장이 독서마저 학습의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략시키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너무 오랫동안 독서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잊어버린 채 지내온 것 같다. 독서를 통해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얻고, 정보를 얻겠다는 목적이 내 가슴에 더욱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 문학의 즐거움을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다시 선사해 주었다. 역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떠들썩하게 광고하는 책 보다 지인들의 손과 눈과 마음을 매료시켜 입으로 전해지는 책이 더욱 진실 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 물론 '노벨문학상'이라는 끌림과 호기심도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모험 소설처럼 이야기에 쉽게 매료되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 단순한 모험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야만적인 본성을 산호섬에 고립된 소년들의 원시적인 생활을 통해 이야기하는 윌리엄 골딩은 한 작품 속에서 신화, 우화, 상징, 반전 등 많은 문학적 표현 수단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진정한 문학의 백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출판사와 번역을 잘 확인하고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의 눈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